[5백억대 온라인 투자 ‘먹튀’]① 피해자 3천여명…“매칭됐다며 기한 정해 투자 압박”

입력 2021.02.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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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가상 상품에 투자하면 사흘 만에 10%대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금을 끌어모은 인터넷 투자 업체가 잠적했습니다. 불과 두 달 사이 피해자만 3천여 명에 달하고 피해액은 5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인데요.

피해자들이 잠적한 업체에 대해 집단 고소를 준비 중인 가운데, 전국적으로 피해 신고가 잇따르자 수사기관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KBS 취재진은 해당 업체가 P2P(개인 대 개인 투자)를 가장한 '유사수신행위'(법령에 따른 인가·허가를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로 투자자들을 모은 다음,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으로 수익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다단계 사기' 수법을 쓴 것으로 보고 피해 사례와 수법,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 '먹튀'로 끝나버린 P2P 투자

 P2P 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피해자들. P2P 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피해자들.

지난달 초 일명 'P2P' 투자에 뛰어든 40대 이모 씨. 한 업체의 인터넷 가상 상품에 투자하면 3일 만에 10%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지인의 소개로 대출금 등 6천만 원을 투자했습니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이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일거리가 줄어들자 P2P에 발을 들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지만, 큰돈을 번 지인의 수익금 내역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업체는 신규 회원에게 소액 투자의 기회만 줬습니다. 백만 원 수준의 투자금은 업체의 말대로 사흘 뒤 10%대 수익금이 붙어 돌아왔습니다.

이후 이씨는 일도 내팽개치고 P2P 투자에 매진했습니다. 수천만 원으로 사흘 만에 수백만 원이 생기면 월급을 받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란 계산이었습니다.

금세 벌어 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 카드 대출까지 융통했습니다. 3천만 원을 만들어 본격적인 투자를 했습니다.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체가 정한 정책에 따라 '신용도'를 높여야 했는데, 제시간에 맞춰 투자금을 입금하면 점수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점차 신용도가 상승하자 투자 한도도 높아졌습니다.

P2P 투자는 일반적인 투자와 달리 업체가 다른 투자자와 이어주는 '매칭'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금액이 적힌 가상 상품을 구매한 뒤 거기에 맞춰서 입금하면 투자가 성사됐습니다. 투자자가 원하는 액수를 투자하는 게 아닌, 매칭에 따라 투자금이 설정됐습니다.

일단 매칭이 되면 정책에 따라 일정 기한 내에 무조건 입금을 해야 했습니다. 이를 어기면 계정이 동결되거나 삭제됐고, 투자를 위해 넣어뒀던 보유금은 증발했습니다. 실제 이씨도 보유금을 훨씬 웃도는 매칭으로 인해 또다시 3천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2주도 채 되지 않아 6천만 원을 투자한 이씨. 사건은 지난달 30일 터졌습니다.

업체 측이 돌연 사이트를 폐쇄해버린 겁니다. 투자자들과 문의사항을 주고받던 오픈 채팅방까지 없앴습니다. 6천만 원이 입금된 이씨의 계정과 가상 상품은 업체가 사라지면서 함께 증발해버렸습니다.

같은 업체 투자자들이 만든 피해자 채팅방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서야 사기를 당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P2P 업계에 왕왕 있었다던 '먹튀'가 바로 눈앞에서 벌어진 겁니다.

■ 피해자 3천 명·피해액 5백억 원

 잠적한 P2P 투자 업체가 판매한 가상 상품. 잠적한 P2P 투자 업체가 판매한 가상 상품.
P2P 투자 사기 피해자는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생계 수단인 화물차까지 팔아 1억 원 넘게 투자한 40대 가장 오모 씨, 매칭 기회를 높이기 위해 가족 명의 계정까지 만들어 투자에 나섰던 주부 김모 씨 등 잠적해버린 문제의 업체 관련 피해자는 잠정적으로 3천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피해액은 무려 5백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잠적한 업체는 지난해 12월 문을 연 신규 업체로 알려졌습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 이름을 '가상 상품'에 부여하고 투자자들끼리 사고팔도록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가상 캐릭터'라고도 부릅니다.

먼저 투자자들은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내고 가상 상품을 구매합니다. 상품에 따라 사나흘의 보유 기간이 있고, 투자금의 액수도 설정됩니다. 입금을 마치면 업체가 또 다른 투자자와 매칭을 해줍니다. 상대 투자자가 수익률이 반영된 가격의 가상 상품을 구매하면 수익이 돌아오는 식입니다.

신규 투자자를 유입해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을 메꾸는 구조인데, 이른바 '폰지 사기'라고 불리는 다단계 사기 수법입니다.

단기 고수익의 장밋빛 전망은 두 달 만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피해자들은 업체가 잠적하기 직전에 평소보다 매칭률이 높아졌고, 매칭되는 투자금도 보유금을 웃도는 금액이 채택됐다고 말합니다.

미입금 시 기존 보유금을 모두 잃는 정책 때문에 대출까지 해서 어떻게든 투자를 성사시켰지만, 얼마 뒤 사이트는 폐쇄됐습니다. 업체가 끌어모을 수 있는 최대한의 돈을 모은 뒤 잠적해버렸다는 주장입니다.

현재 피해자들은 잠적한 업체에 대해 집단 고소를 준비 중입니다. 또 전국적으로 피해 신고가 잇따르자 경찰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불과 두 달 새 수천 명이 수백 억 원대 피해를 당한 온라인 투자 사기가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관심이 쏠립니다.

[연관기사]
"피해자 3천 명"…5백억대 온라인 투자 사기 의혹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11520
'온라인 다단계' 투자 사기 기승…경찰 내사 착수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1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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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백억대 온라인 투자 ‘먹튀’]① 피해자 3천여명…“매칭됐다며 기한 정해 투자 압박”
    • 입력 2021-02-12 10:06:15
    취재K

온라인 가상 상품에 투자하면 사흘 만에 10%대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금을 끌어모은 인터넷 투자 업체가 잠적했습니다. 불과 두 달 사이 피해자만 3천여 명에 달하고 피해액은 5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인데요.

피해자들이 잠적한 업체에 대해 집단 고소를 준비 중인 가운데, 전국적으로 피해 신고가 잇따르자 수사기관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KBS 취재진은 해당 업체가 P2P(개인 대 개인 투자)를 가장한 '유사수신행위'(법령에 따른 인가·허가를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로 투자자들을 모은 다음,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으로 수익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다단계 사기' 수법을 쓴 것으로 보고 피해 사례와 수법,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 '먹튀'로 끝나버린 P2P 투자

 P2P 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피해자들.
지난달 초 일명 'P2P' 투자에 뛰어든 40대 이모 씨. 한 업체의 인터넷 가상 상품에 투자하면 3일 만에 10%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지인의 소개로 대출금 등 6천만 원을 투자했습니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이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일거리가 줄어들자 P2P에 발을 들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지만, 큰돈을 번 지인의 수익금 내역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업체는 신규 회원에게 소액 투자의 기회만 줬습니다. 백만 원 수준의 투자금은 업체의 말대로 사흘 뒤 10%대 수익금이 붙어 돌아왔습니다.

이후 이씨는 일도 내팽개치고 P2P 투자에 매진했습니다. 수천만 원으로 사흘 만에 수백만 원이 생기면 월급을 받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란 계산이었습니다.

금세 벌어 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 카드 대출까지 융통했습니다. 3천만 원을 만들어 본격적인 투자를 했습니다.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체가 정한 정책에 따라 '신용도'를 높여야 했는데, 제시간에 맞춰 투자금을 입금하면 점수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점차 신용도가 상승하자 투자 한도도 높아졌습니다.

P2P 투자는 일반적인 투자와 달리 업체가 다른 투자자와 이어주는 '매칭'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금액이 적힌 가상 상품을 구매한 뒤 거기에 맞춰서 입금하면 투자가 성사됐습니다. 투자자가 원하는 액수를 투자하는 게 아닌, 매칭에 따라 투자금이 설정됐습니다.

일단 매칭이 되면 정책에 따라 일정 기한 내에 무조건 입금을 해야 했습니다. 이를 어기면 계정이 동결되거나 삭제됐고, 투자를 위해 넣어뒀던 보유금은 증발했습니다. 실제 이씨도 보유금을 훨씬 웃도는 매칭으로 인해 또다시 3천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2주도 채 되지 않아 6천만 원을 투자한 이씨. 사건은 지난달 30일 터졌습니다.

업체 측이 돌연 사이트를 폐쇄해버린 겁니다. 투자자들과 문의사항을 주고받던 오픈 채팅방까지 없앴습니다. 6천만 원이 입금된 이씨의 계정과 가상 상품은 업체가 사라지면서 함께 증발해버렸습니다.

같은 업체 투자자들이 만든 피해자 채팅방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서야 사기를 당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P2P 업계에 왕왕 있었다던 '먹튀'가 바로 눈앞에서 벌어진 겁니다.

■ 피해자 3천 명·피해액 5백억 원

 잠적한 P2P 투자 업체가 판매한 가상 상품.P2P 투자 사기 피해자는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생계 수단인 화물차까지 팔아 1억 원 넘게 투자한 40대 가장 오모 씨, 매칭 기회를 높이기 위해 가족 명의 계정까지 만들어 투자에 나섰던 주부 김모 씨 등 잠적해버린 문제의 업체 관련 피해자는 잠정적으로 3천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피해액은 무려 5백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잠적한 업체는 지난해 12월 문을 연 신규 업체로 알려졌습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 이름을 '가상 상품'에 부여하고 투자자들끼리 사고팔도록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가상 캐릭터'라고도 부릅니다.

먼저 투자자들은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내고 가상 상품을 구매합니다. 상품에 따라 사나흘의 보유 기간이 있고, 투자금의 액수도 설정됩니다. 입금을 마치면 업체가 또 다른 투자자와 매칭을 해줍니다. 상대 투자자가 수익률이 반영된 가격의 가상 상품을 구매하면 수익이 돌아오는 식입니다.

신규 투자자를 유입해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을 메꾸는 구조인데, 이른바 '폰지 사기'라고 불리는 다단계 사기 수법입니다.

단기 고수익의 장밋빛 전망은 두 달 만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피해자들은 업체가 잠적하기 직전에 평소보다 매칭률이 높아졌고, 매칭되는 투자금도 보유금을 웃도는 금액이 채택됐다고 말합니다.

미입금 시 기존 보유금을 모두 잃는 정책 때문에 대출까지 해서 어떻게든 투자를 성사시켰지만, 얼마 뒤 사이트는 폐쇄됐습니다. 업체가 끌어모을 수 있는 최대한의 돈을 모은 뒤 잠적해버렸다는 주장입니다.

현재 피해자들은 잠적한 업체에 대해 집단 고소를 준비 중입니다. 또 전국적으로 피해 신고가 잇따르자 경찰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불과 두 달 새 수천 명이 수백 억 원대 피해를 당한 온라인 투자 사기가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관심이 쏠립니다.

[연관기사]
"피해자 3천 명"…5백억대 온라인 투자 사기 의혹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11520
'온라인 다단계' 투자 사기 기승…경찰 내사 착수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1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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