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베이징에서 본 바이든-시진핑 첫 정상 통화

입력 2021.02.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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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미얀마 쿠데타의 여진 속에 설 연휴 국제 뉴스의 중심은 새로 취임한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통화 소식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이틀 뒤 캐나다를 시작으로 멕시코, 영국, 독일, 러시아, 일본, 한국, 호주, 인도 등의 순서로 10여 개국 정상들과 차례로 통화한 이후에야 중국 정상과 대화한 것입니다. 중국의 위상은 물론 과거 부통령과 부주석 시절 깊은 인연을 쌓았다고 알려진 두 사람 관계를 생각하면 상당히 늦은 감이 있습니다. 국경을 접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국가(캐나다, 멕시코), 동맹 국가(한국, 일본, 호주, 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을 우선 고려한다 해도 중국이 인도보다 순서가 뒤라는 데서 '통화 외교'의 국제 정치적 의미를 읽을 수 있습니다.

미국 백악관의 미중 정상 통화 발표문 [출처=백악관 홈페이지]미국 백악관의 미중 정상 통화 발표문 [출처=백악관 홈페이지]

■ 미국 백악관 발표문과 중국 관영 매체 보도문...길이와 분위기 달랐지만 첨예한 쟁점 피하지 않아

2시간 통화에 대한 양국의 공식 입장은 미국은 백악관 발표문으로, 중국은 관영통신 신화사의 기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백악관 발표문은 단 6문장으로 미국의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의례적인 도입 2문장 뒤 곧바로 미국의 안보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보존이 우선 순위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불공정 경제 관행 개선과 함께 홍콩 민주주의와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그리고 타이완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중국의 공세적 행동 등을 거론했습니다. 마지막에 동맹의 이익을 중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언급한 점도 눈길이 갑니다. 인도-태평양 전략, 대중 경제 및 동아시아 역내 문제, 동맹 강화 등의 메시지를 짧고 굵게 전달한 것입니다 .

반면 신화사의 비교적 긴 보도문은 상당 부분이 양국 정상 간 설(춘절) 인사에, 특히 70% 가량이 시진핑 주석의 발언에 할애돼 있습니다. 시 주석은 두 나라의 반세기 역사를 돌이켜보며 양국 관계의 회복과 발전을 강조합니다. 협력, 심도있는 교류, 상호 존중 등 미사여구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후반부에 2문장은 확실히 눈에 띕니다. 우선 시 주석이 타이완, 홍콩, 신장 위구르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니 미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라고 말한 대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친 겁니다. 미국은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주문까지 했습니다. 또 하나는 중국과 미국 두 나라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특별한 국제적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 대목입니다. 그동안 시 주석이 주창해온 '신형 대국관계'에 따라 중국의 영역과 위상을 존중해달라는 의미가 읽힙니다.

미중 정상 통화에 대한 11일 신화사 통신 보도문의 일부. 마지막 문장에 시진핑 주석이 타이완, 홍콩, 신장 문제는 내정 문제라고 선을 긋는 대목이 있다.미중 정상 통화에 대한 11일 신화사 통신 보도문의 일부. 마지막 문장에 시진핑 주석이 타이완, 홍콩, 신장 문제는 내정 문제라고 선을 긋는 대목이 있다.

신화사 보도문은 "충돌을 피하자"는 호의적 언급 외 바이든 대통령의 별다른 정치적 발언이나 주문을 전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춘절에 대한 인사와 함께 "중국은 유구한 역사와 위대한 문명을 지녔다.", "중국 인민은 위대하다" 같은 중국에 대한 치하를 잊지 않고 담았습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신경 쓴 대목입니다.

■ 중국 매체, 바이든의 중국 존중 강조하며 긍정적 해석...미국 매체, 동맹-인권 강조

실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어제 날짜(11일) 사설에서 "이번 통화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시점"이라면서 "중국 음력 새해 전날에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인들에게 신년 신사를 전한 것은 시 주석과 중국 인민에 대한 존경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역시 편집인의 글에서 두 정상의 통화는 상호 존중의 신호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했습니다. 건설적이고 깊이 있는 소통이었다고도 평가했습니다.

이 같은 중국 측 반응은 서방 언론들의 태도와는 차이가 느껴집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 정상들과 통화를 마친 뒤 중국 정상에게 연락한 것은 "단지 미국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전 세계 민주국가 지도자로서 중국을 대하려고 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분명하게 진영 논리를 세웠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과 인권에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차이를 강조하는 미국 언론에 비해 중국 매체가 미국 측의 '선의'와 '존경'을 강조한 것은 일단 새롭게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기대의 제스처로 보입니다. 더불어 중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존중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중국을 영도하는 공산당의 핵심'인 시진핑 주석의 체면도 고려하려는 측면도 있을 겁니다.

중국 관영 CCTV가 방송한 40부작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다’의 홍보물 [출처=바이두]중국 관영 CCTV가 방송한 40부작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다’의 홍보물 [출처=바이두]

'역사적 맥락'을 살피는 '대등한 대국' 관계, 미국에 대한 베이징의 태도를 읽는 코드입니다. 이 같은 의도가 잘 담겨있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관영 CCTV가 지난해 연말부터 연초까지 방송한 이른바 '항미원조' 전쟁 기념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다>입니다. 우리는 6.25 전쟁이라 부르지만 1950년 인천 상륙작전 뒤 중국 군대가 개입한 이후 국면을 중국에서는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는 의미로 '항미원조' 전쟁이라고 합니다. 전쟁 당사자인 우리 민족의 비극과 희생을 무시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지만, 한반도와 6.25 전쟁에 대한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관영 CCTV의 여러 채널 가운데 가장 비중있는 종합 채널의 저녁 황금 시간대에 배치했습니다. 중국 방송의 흥행 기준점인 시청률 1%도 넘겼습니다.

■ 중국의 미중관계 시각을 읽는다...CCTV 40부작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다>

이 드라마는 6.25 전쟁을 철저하게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치환하고 있습니다. 신생 중국이 유능한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지도부와 펑더화이를 위시한 '지원군'의 영웅적 활약과 희생으로 전쟁광 맥아더와 영리한 리지웨이가 지휘하는 제국주의 미군을 물리쳤다는 줄거리입니다. 물론 UN 결정을 무시한 중국군의 일방적 개입과 전쟁 발발 이전 김일성, 스탈린과의 치밀한 사전 모의, 그리고 전쟁에 따른 한국인과 중국인들의 불필요한 희생, 6.25 전쟁이 남침에 따른 것이라는 명백한 사실들은 애써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시진핑 주석이 지난 해 10월 6.25 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쏟아낸 일련의 발언을 떠올리게 합니다. 시 주석은 관련 전시회에서 "70년 전 평화를 수호하고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역사적 결정을 단호하게 내렸다"며 참전을 정당화했습니다. “항미원조 전쟁의 승리는 정의의 승리, 평화의 승리, 인민의 승리”라고도 말했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발언, 관영매체 방송의 행간을 트럼프 정부 이후 미중간 갈등이 첨예해진 국면에 대입해 읽으면, 중국이 70년만에 다시 한번 미국과 극단적 대결을 할 수도 있지만 국민들이 영웅적, 희생적으로 나서면 또 한번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주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비교적 중국에 친화적으로 알려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의회를 비롯한 미국내 여론이 중국에 대해 여전히 비판적인 만큼 기존 외교 궤도를 당분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 역시 최고 지도부는 물론 관영 매체의 드라마 역시 '제국주의 미국'과의 대결의 역사를 되새기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적이고 극적인 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바이든-시진핑 첫 통화는 미국 새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기존 입장을 타진하며 두 정상이 몸을 풀어본 정도라 볼 수 있을 겁니다. '천리길도 발끝(첫 걸음)부터'(天里之行 始於足下)라는 옛 말을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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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베이징에서 본 바이든-시진핑 첫 정상 통화
    • 입력 2021-02-12 16:22:25
    특파원 리포트

코로나19와 미얀마 쿠데타의 여진 속에 설 연휴 국제 뉴스의 중심은 새로 취임한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통화 소식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이틀 뒤 캐나다를 시작으로 멕시코, 영국, 독일, 러시아, 일본, 한국, 호주, 인도 등의 순서로 10여 개국 정상들과 차례로 통화한 이후에야 중국 정상과 대화한 것입니다. 중국의 위상은 물론 과거 부통령과 부주석 시절 깊은 인연을 쌓았다고 알려진 두 사람 관계를 생각하면 상당히 늦은 감이 있습니다. 국경을 접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국가(캐나다, 멕시코), 동맹 국가(한국, 일본, 호주, 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을 우선 고려한다 해도 중국이 인도보다 순서가 뒤라는 데서 '통화 외교'의 국제 정치적 의미를 읽을 수 있습니다.

미국 백악관의 미중 정상 통화 발표문 [출처=백악관 홈페이지]
■ 미국 백악관 발표문과 중국 관영 매체 보도문...길이와 분위기 달랐지만 첨예한 쟁점 피하지 않아

2시간 통화에 대한 양국의 공식 입장은 미국은 백악관 발표문으로, 중국은 관영통신 신화사의 기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백악관 발표문은 단 6문장으로 미국의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의례적인 도입 2문장 뒤 곧바로 미국의 안보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보존이 우선 순위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불공정 경제 관행 개선과 함께 홍콩 민주주의와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그리고 타이완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중국의 공세적 행동 등을 거론했습니다. 마지막에 동맹의 이익을 중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언급한 점도 눈길이 갑니다. 인도-태평양 전략, 대중 경제 및 동아시아 역내 문제, 동맹 강화 등의 메시지를 짧고 굵게 전달한 것입니다 .

반면 신화사의 비교적 긴 보도문은 상당 부분이 양국 정상 간 설(춘절) 인사에, 특히 70% 가량이 시진핑 주석의 발언에 할애돼 있습니다. 시 주석은 두 나라의 반세기 역사를 돌이켜보며 양국 관계의 회복과 발전을 강조합니다. 협력, 심도있는 교류, 상호 존중 등 미사여구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후반부에 2문장은 확실히 눈에 띕니다. 우선 시 주석이 타이완, 홍콩, 신장 위구르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니 미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라고 말한 대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친 겁니다. 미국은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주문까지 했습니다. 또 하나는 중국과 미국 두 나라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특별한 국제적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 대목입니다. 그동안 시 주석이 주창해온 '신형 대국관계'에 따라 중국의 영역과 위상을 존중해달라는 의미가 읽힙니다.

미중 정상 통화에 대한 11일 신화사 통신 보도문의 일부. 마지막 문장에 시진핑 주석이 타이완, 홍콩, 신장 문제는 내정 문제라고 선을 긋는 대목이 있다.
신화사 보도문은 "충돌을 피하자"는 호의적 언급 외 바이든 대통령의 별다른 정치적 발언이나 주문을 전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춘절에 대한 인사와 함께 "중국은 유구한 역사와 위대한 문명을 지녔다.", "중국 인민은 위대하다" 같은 중국에 대한 치하를 잊지 않고 담았습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신경 쓴 대목입니다.

■ 중국 매체, 바이든의 중국 존중 강조하며 긍정적 해석...미국 매체, 동맹-인권 강조

실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어제 날짜(11일) 사설에서 "이번 통화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시점"이라면서 "중국 음력 새해 전날에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인들에게 신년 신사를 전한 것은 시 주석과 중국 인민에 대한 존경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역시 편집인의 글에서 두 정상의 통화는 상호 존중의 신호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했습니다. 건설적이고 깊이 있는 소통이었다고도 평가했습니다.

이 같은 중국 측 반응은 서방 언론들의 태도와는 차이가 느껴집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 정상들과 통화를 마친 뒤 중국 정상에게 연락한 것은 "단지 미국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전 세계 민주국가 지도자로서 중국을 대하려고 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분명하게 진영 논리를 세웠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과 인권에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차이를 강조하는 미국 언론에 비해 중국 매체가 미국 측의 '선의'와 '존경'을 강조한 것은 일단 새롭게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기대의 제스처로 보입니다. 더불어 중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존중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중국을 영도하는 공산당의 핵심'인 시진핑 주석의 체면도 고려하려는 측면도 있을 겁니다.

중국 관영 CCTV가 방송한 40부작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다’의 홍보물 [출처=바이두]
'역사적 맥락'을 살피는 '대등한 대국' 관계, 미국에 대한 베이징의 태도를 읽는 코드입니다. 이 같은 의도가 잘 담겨있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관영 CCTV가 지난해 연말부터 연초까지 방송한 이른바 '항미원조' 전쟁 기념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다>입니다. 우리는 6.25 전쟁이라 부르지만 1950년 인천 상륙작전 뒤 중국 군대가 개입한 이후 국면을 중국에서는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는 의미로 '항미원조' 전쟁이라고 합니다. 전쟁 당사자인 우리 민족의 비극과 희생을 무시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지만, 한반도와 6.25 전쟁에 대한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관영 CCTV의 여러 채널 가운데 가장 비중있는 종합 채널의 저녁 황금 시간대에 배치했습니다. 중국 방송의 흥행 기준점인 시청률 1%도 넘겼습니다.

■ 중국의 미중관계 시각을 읽는다...CCTV 40부작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다>

이 드라마는 6.25 전쟁을 철저하게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치환하고 있습니다. 신생 중국이 유능한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지도부와 펑더화이를 위시한 '지원군'의 영웅적 활약과 희생으로 전쟁광 맥아더와 영리한 리지웨이가 지휘하는 제국주의 미군을 물리쳤다는 줄거리입니다. 물론 UN 결정을 무시한 중국군의 일방적 개입과 전쟁 발발 이전 김일성, 스탈린과의 치밀한 사전 모의, 그리고 전쟁에 따른 한국인과 중국인들의 불필요한 희생, 6.25 전쟁이 남침에 따른 것이라는 명백한 사실들은 애써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시진핑 주석이 지난 해 10월 6.25 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쏟아낸 일련의 발언을 떠올리게 합니다. 시 주석은 관련 전시회에서 "70년 전 평화를 수호하고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역사적 결정을 단호하게 내렸다"며 참전을 정당화했습니다. “항미원조 전쟁의 승리는 정의의 승리, 평화의 승리, 인민의 승리”라고도 말했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발언, 관영매체 방송의 행간을 트럼프 정부 이후 미중간 갈등이 첨예해진 국면에 대입해 읽으면, 중국이 70년만에 다시 한번 미국과 극단적 대결을 할 수도 있지만 국민들이 영웅적, 희생적으로 나서면 또 한번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주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비교적 중국에 친화적으로 알려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의회를 비롯한 미국내 여론이 중국에 대해 여전히 비판적인 만큼 기존 외교 궤도를 당분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 역시 최고 지도부는 물론 관영 매체의 드라마 역시 '제국주의 미국'과의 대결의 역사를 되새기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적이고 극적인 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바이든-시진핑 첫 통화는 미국 새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기존 입장을 타진하며 두 정상이 몸을 풀어본 정도라 볼 수 있을 겁니다. '천리길도 발끝(첫 걸음)부터'(天里之行 始於足下)라는 옛 말을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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