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못 받은 25년 근속 버스기사…‘위기의 지방 버스’

입력 2021.02.13 (08:01) 수정 2021.02.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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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전북 ○○지역의 버스 회사인 △△여객. 지방 중소도시에 있는 이 회사는 2년 전, 노사 분규를 겪었습니다. 당시 이 회사 소속 운전기사 수십 명은 밀린 임금을 달라며 시내버스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체불 임금은 30여억 원. 회사가 임금 2억여 원을 우선 지급하기로 해 파업은 하루만에 끝났습니다. 불편은 고스란히 주민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 운전기사 퇴직금 못 준 버스회사…경영진은 재판정에


임금을 주기에 벅찼던 이 버스 회사, 정년을 마친 운전 기사들에게 퇴직금을 주기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대표이사 등 전현직 경영진인 A씨와 B씨는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정에 섰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1993년부터 2018년까지 25년을 일했던 한 버스기사는 1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같은 처지의 버스기사가 21명. 이들이 못 받은 퇴직금만 8억 원이 넘었습니다.

관련법에 따라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안에 퇴직금을 줘야 하며, 이를 미루려면 지급 기일 연장 합의를 해야 합니다. 이 밖에 상여금 등을 받지 못한 현직 버스기사도 22명, 금액이 1억 2천만 원이었습니다.

■ 재판부, "처벌 피할 수 없으나 경영 어려운 상황도 참작"


전주지방법원 재판부는 밀린 퇴직금과 임금 총액이 10억원에 이르고, 피해 근로자가 여럿인 점을 보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A씨에게 징역 8개월, B씨에게는 징역 1년과 함께 모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들이 대표이사로 일하기 전부터 시내·시외버스의 수요 감소로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으로 겨우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던 상황을 참작했습니다.

또, 오랜 구조적 문제로 임금과 퇴직금 체불이 이미 발생했던 점과 이들이 대표이사로 일하면서 오래된 체불임금이나 퇴직금을 우선 지급했고, 수사와 재판 진행 중에도 이 사건과 관련한 체불 임금 가운데 상당액을 지급한 점도 고려했다고 판시했습니다.

■ 지방 버스회사의 위기…'주민 이동권도 위협'

코로나19로 인해 버스 승객이 크게 줄었습니다. 버스회사 관계자들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 정도 감소로 추산한다"고 말합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지방 인구가 줄고 있는 탓에 만성 적자를 피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대도시가 아닌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지역에서는 버스의 역할이 적지 않습니다. 승용차가 없거나 운전이 능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바로 버스의 주고객입니다.

대도시보다 배차간격도 훨씬 커 시간표를 미리 파악하고 기다려야 하지만, 지하철은 없고 택시 요금은 부담되다보니 버스가 유일한 '시민의 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경영 손실이나 적자 보존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수억, 수십억 원의 보조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버스회사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릅니다.

우선 보조금이 적정하게 지급되고, 지급된 보조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지자체가 제대로 관리 감독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버스회사가 문을 닫아야할 경우라면, 버스 요금 현실화 문제나 운영체계 개선 등 더 복잡한 변수를 짚어봐야겠죠.

특히, 버스가 멈추면 해당 지역 주민의 이동권이 박탈되는 농어촌 지역일수록 '지방 교통 대란'이 일어나기에 앞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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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직금 못 받은 25년 근속 버스기사…‘위기의 지방 버스’
    • 입력 2021-02-13 08:01:11
    • 수정2021-02-13 17:28:53
    취재K
전북 ○○지역의 버스 회사인 △△여객. 지방 중소도시에 있는 이 회사는 2년 전, 노사 분규를 겪었습니다. 당시 이 회사 소속 운전기사 수십 명은 밀린 임금을 달라며 시내버스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체불 임금은 30여억 원. 회사가 임금 2억여 원을 우선 지급하기로 해 파업은 하루만에 끝났습니다. 불편은 고스란히 주민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 운전기사 퇴직금 못 준 버스회사…경영진은 재판정에


임금을 주기에 벅찼던 이 버스 회사, 정년을 마친 운전 기사들에게 퇴직금을 주기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대표이사 등 전현직 경영진인 A씨와 B씨는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정에 섰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1993년부터 2018년까지 25년을 일했던 한 버스기사는 1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같은 처지의 버스기사가 21명. 이들이 못 받은 퇴직금만 8억 원이 넘었습니다.

관련법에 따라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안에 퇴직금을 줘야 하며, 이를 미루려면 지급 기일 연장 합의를 해야 합니다. 이 밖에 상여금 등을 받지 못한 현직 버스기사도 22명, 금액이 1억 2천만 원이었습니다.

■ 재판부, "처벌 피할 수 없으나 경영 어려운 상황도 참작"


전주지방법원 재판부는 밀린 퇴직금과 임금 총액이 10억원에 이르고, 피해 근로자가 여럿인 점을 보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A씨에게 징역 8개월, B씨에게는 징역 1년과 함께 모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들이 대표이사로 일하기 전부터 시내·시외버스의 수요 감소로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으로 겨우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던 상황을 참작했습니다.

또, 오랜 구조적 문제로 임금과 퇴직금 체불이 이미 발생했던 점과 이들이 대표이사로 일하면서 오래된 체불임금이나 퇴직금을 우선 지급했고, 수사와 재판 진행 중에도 이 사건과 관련한 체불 임금 가운데 상당액을 지급한 점도 고려했다고 판시했습니다.

■ 지방 버스회사의 위기…'주민 이동권도 위협'

코로나19로 인해 버스 승객이 크게 줄었습니다. 버스회사 관계자들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 정도 감소로 추산한다"고 말합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지방 인구가 줄고 있는 탓에 만성 적자를 피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대도시가 아닌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지역에서는 버스의 역할이 적지 않습니다. 승용차가 없거나 운전이 능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바로 버스의 주고객입니다.

대도시보다 배차간격도 훨씬 커 시간표를 미리 파악하고 기다려야 하지만, 지하철은 없고 택시 요금은 부담되다보니 버스가 유일한 '시민의 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경영 손실이나 적자 보존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수억, 수십억 원의 보조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버스회사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릅니다.

우선 보조금이 적정하게 지급되고, 지급된 보조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지자체가 제대로 관리 감독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버스회사가 문을 닫아야할 경우라면, 버스 요금 현실화 문제나 운영체계 개선 등 더 복잡한 변수를 짚어봐야겠죠.

특히, 버스가 멈추면 해당 지역 주민의 이동권이 박탈되는 농어촌 지역일수록 '지방 교통 대란'이 일어나기에 앞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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