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보다 집값”…관리구역 지정 ‘거부’한 사연

입력 2021.02.14 (07:00) 수정 2021.02.1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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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미세먼지를 줄이자는 취지로 올해 환경부가 처음 시행하는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사업인데, 이 사업과 관련해 부산에서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 자치구가 관리구역으로 지정이 됐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되고 말았는데요. 주민들의 반대 이유,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 ‘사하구’ 지정, 왜?

사하구는 부산의 대표적인 공업단지 지역입니다. 당연히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배출 물질이 많이 나오는 곳이죠. 부산시가 사하구를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집중관리구역 지정은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크게 2가지인데요. 먼저 미세먼지 평균 농도, 그리고 지역 내의 취약계층 이용시설의 밀집도입니다.

부산시의 경우, ‘부산시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가 별도로 꾸려져 위원회 회의를 거쳐 사하구를 선정했습니다.

집중관리구역으로 지정되면, 어린이집이나 노인복지시설과 같은 취약계층 이용시설에 공기정화장치와 같은 장비가 지원되고, 첨단기술을 적용한 미세먼지 측정기기나 미세먼지 신호등 설치 같은 것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 “아파트 값 떨어진다” … 주민 반대에 지정 ‘무산’

그런데, 특별위원회가 사하구를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으로 지정하자마자, 지역 주민들이 지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예산까지 지원하며 환경을 개선시켜 주겠다는데, 왜 반대를 했을까요?

사하구와 부산시에 각각 이유를 알아봤는데요. 같은 답이 돌아왔습니다. “아파트 값이 떨어져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으로 지정이 된다는 것은, 그 지역의 대기질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러면 주거 여건이 나쁘다는 의미여서 주택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죠.

처음 이런 답을 들었을 때는 조금 의아했지만 사회 전체가 부동산 가격에 좌우되는 지금의 상황을 볼 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부산시, “주민 의견 무시 못해” … 결국 다른 자치구 3곳 재지정

부산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환경부는 단체장의 의지에 달려있는 문제라고도 말합니다.

어쨌거나 부산시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는 부득이하게 다시 위원회를 열었고, 사하구 대신, 서구와 동래구, 금정구 3곳을 새롭게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 대기환경관리 5개년 계획 중간용역 자료에 따르면 이 3개 지역은 사하구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지 않습니다.

집중관리구역 지정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뜻이죠.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은 올해 처음 시행되는 제도입니다. 서울 3곳, 부산 3곳 등 전국적으로 36곳이 지정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부산에서 나타난 사하구와 같은 사례는 전국에서도 처음입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건데요. 전문가들은 이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미세먼지 농도 기준을 설정하는 것부터 취약시설의 밀집도를 산출하는 방식도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겁니다.

나쁜 대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되는 정부 정책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인해서 삐걱거리지 않도록 사업 초기 단계의 문제를 확인해 보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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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보다 집값”…관리구역 지정 ‘거부’한 사연
    • 입력 2021-02-14 07:00:37
    • 수정2021-02-14 17:24:47
    취재K
미세먼지를 줄이자는 취지로 올해 환경부가 처음 시행하는 <strong>‘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strong>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사업인데, 이 사업과 관련해 부산에서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br /><br />한 자치구가 관리구역으로 지정이 됐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되고 말았는데요. 주민들의 반대 이유,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br />

■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 ‘사하구’ 지정, 왜?

사하구는 부산의 대표적인 공업단지 지역입니다. 당연히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배출 물질이 많이 나오는 곳이죠. 부산시가 사하구를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집중관리구역 지정은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크게 2가지인데요. 먼저 미세먼지 평균 농도, 그리고 지역 내의 취약계층 이용시설의 밀집도입니다.

부산시의 경우, ‘부산시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가 별도로 꾸려져 위원회 회의를 거쳐 사하구를 선정했습니다.

집중관리구역으로 지정되면, 어린이집이나 노인복지시설과 같은 취약계층 이용시설에 공기정화장치와 같은 장비가 지원되고, 첨단기술을 적용한 미세먼지 측정기기나 미세먼지 신호등 설치 같은 것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 “아파트 값 떨어진다” … 주민 반대에 지정 ‘무산’

그런데, 특별위원회가 사하구를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으로 지정하자마자, 지역 주민들이 지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예산까지 지원하며 환경을 개선시켜 주겠다는데, 왜 반대를 했을까요?

사하구와 부산시에 각각 이유를 알아봤는데요. 같은 답이 돌아왔습니다. “아파트 값이 떨어져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으로 지정이 된다는 것은, 그 지역의 대기질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러면 주거 여건이 나쁘다는 의미여서 주택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죠.

처음 이런 답을 들었을 때는 조금 의아했지만 사회 전체가 부동산 가격에 좌우되는 지금의 상황을 볼 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부산시, “주민 의견 무시 못해” … 결국 다른 자치구 3곳 재지정

부산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환경부는 단체장의 의지에 달려있는 문제라고도 말합니다.

어쨌거나 부산시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는 부득이하게 다시 위원회를 열었고, 사하구 대신, 서구와 동래구, 금정구 3곳을 새롭게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 대기환경관리 5개년 계획 중간용역 자료에 따르면 이 3개 지역은 사하구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지 않습니다.

집중관리구역 지정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뜻이죠.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은 올해 처음 시행되는 제도입니다. 서울 3곳, 부산 3곳 등 전국적으로 36곳이 지정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부산에서 나타난 사하구와 같은 사례는 전국에서도 처음입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건데요. 전문가들은 이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미세먼지 농도 기준을 설정하는 것부터 취약시설의 밀집도를 산출하는 방식도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겁니다.

나쁜 대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되는 정부 정책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인해서 삐걱거리지 않도록 사업 초기 단계의 문제를 확인해 보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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