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야권 정계 개편’ 신호탄 되나

입력 2021.02.1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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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박영선-우상호 양자 구도를 확정지었고, 보수 야권은 2단계 단일화 경선을 시작했습니다.

정가에선 이번 보궐선거가 야권 정치지형을 뒤바꾸는 계기가 될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대선까지 보수 야권의 통합 논의가 이어질 거란 전망입니다.

■ 보수 야권 '정계 개편' 언급 시작…"후보 단일화 순간이 정계개편"

범보수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야권 인사들은 벌써 보궐선거 이후 정계개편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4.7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내년 대선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 되는데, 보수 진영의 세를 모아 대선에 임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야권 시장 후보가 단일화되는 순간이 정계 개편"이라며, 서울시장 선거 전에 단일 후보의 당적과 합당 여부를 논의하게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올해 초부터 "단일화 협상 이후 합당 논의가 뒤따를 것"이라고 반복해 발언했습니다.

앞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야권이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그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에 생각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도 9일 "지금의 국민의힘 틀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면서 "서울시장 선거가 야권 정계 개편의 계기, 또는 중간 단계가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간판 아래에서 외부 인물을 영입하는 것만으로는 야권 통합을 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신당 창당 등 급진적 통합에는 부정적인 기류가 여전히 강하지만,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당위에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아직도 많은 분들이 국민의힘에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 (야권 인사들을) 담아낼 큰 그릇이 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보궐선거가 합리적 진보와 중도, 합리적 보수가 모이는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국민의힘·안철수 모두 "이번에 밀려나면 대선은 없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안 대표는 서로가 야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덩치만 보면 국민의힘이 압도적이지만, 지난 대선에서 7백만 표(득표율 21.41%, 3위) 가까이 얻은 정치인 안철수의 개인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런 양측이 이번 단일화 경선에서 확실한 '성적표'를 받게 되는 셈입니다.

국민의힘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면 안철수 대표의 입지는 크게 줄어듭니다. 국민의힘에 맞서 '실용 중도'를 표방한 안 대표가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패배시 당 대표직 유지도 쉽지 않을뿐더러, 안 대표가 수차례 '대권 포기'를 말했던 만큼 대선 재도전 역시 쉽지 않습니다.

반면 안 대표가 단일화 경선에서 최종 승리한다면, 국민의힘은 102석을 가진 제1야당임에도 후보를 내지 못합니다. '국민의힘으론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지층 불신에 쐐기가 박히는,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게 되는 셈입니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당선까지 성공한다면, 안 대표가 야권 세력 재편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거로 보입니다.

결과 예측은 어렵습니다. 후보 개인의 역량, 인지도, 정당 규모, 여론 추이까지 변수가 많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국민의힘도 안철수 대표도, 이번에 밀려나면 내년 대선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유력 대선주자 없는데…누가 구심점 되나?

그동안 보수 진영의 정계개편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가까운 예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열렸던 '보수 대통합' 논의입니다. 그 결과로 미래통합당이 탄생했지만, 정작 안철수 대표와의 통합에는 실패했고 극우 색 짙은 소규모 정당과 시민단체만 끌어안는 모양이 됐습니다.

통합 당시에도 탄핵에 찬성한 유승민계와 친박계 우리공화당이 한 정당에 몸담는 것이 가능하냐는 회의론부터, 선거를 위한 정치공학적 합당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논의되는 범보수 정계개편은 더 수월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범보수 진영에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소장은 "대선 주자가 없는 정당은 정계 개편의 구심점이 될 수 없다"면서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가져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습니다.

실제로 2017년, 당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으로 쪼개져 있던 보수 진영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을 구심점으로 이른바 제3지대 '빅 텐트' 형성을 시도했습니다. 반 총장을 중심으로 제3지대에서 보수와 중도세력이 합치자는 계획이었습니다. 반 전 총장과 동향인 새누리당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앞장섰고, 비박계 의원들도 반 전 총장을 물밑에서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귀국 한 달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제3지대론은 곧바로 힘을 잃었고, 이후 보수는 유력 주자를 내세우지 못하고 대선에서 패배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포함됐던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에서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동연 전 부총리 등 제3의 인물이 구심점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국민의힘이나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해야 개연성이 커지는 시나리오입니다. 다가올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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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궐선거, ‘야권 정계 개편’ 신호탄 되나
    • 입력 2021-02-14 11:17:12
    취재K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박영선-우상호 양자 구도를 확정지었고, 보수 야권은 2단계 단일화 경선을 시작했습니다.

정가에선 이번 보궐선거가 야권 정치지형을 뒤바꾸는 계기가 될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대선까지 보수 야권의 통합 논의가 이어질 거란 전망입니다.

■ 보수 야권 '정계 개편' 언급 시작…"후보 단일화 순간이 정계개편"

범보수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야권 인사들은 벌써 보궐선거 이후 정계개편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4.7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내년 대선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 되는데, 보수 진영의 세를 모아 대선에 임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야권 시장 후보가 단일화되는 순간이 정계 개편"이라며, 서울시장 선거 전에 단일 후보의 당적과 합당 여부를 논의하게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올해 초부터 "단일화 협상 이후 합당 논의가 뒤따를 것"이라고 반복해 발언했습니다.

앞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야권이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그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에 생각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도 9일 "지금의 국민의힘 틀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면서 "서울시장 선거가 야권 정계 개편의 계기, 또는 중간 단계가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간판 아래에서 외부 인물을 영입하는 것만으로는 야권 통합을 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신당 창당 등 급진적 통합에는 부정적인 기류가 여전히 강하지만,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당위에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아직도 많은 분들이 국민의힘에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 (야권 인사들을) 담아낼 큰 그릇이 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보궐선거가 합리적 진보와 중도, 합리적 보수가 모이는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국민의힘·안철수 모두 "이번에 밀려나면 대선은 없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안 대표는 서로가 야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덩치만 보면 국민의힘이 압도적이지만, 지난 대선에서 7백만 표(득표율 21.41%, 3위) 가까이 얻은 정치인 안철수의 개인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런 양측이 이번 단일화 경선에서 확실한 '성적표'를 받게 되는 셈입니다.

국민의힘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면 안철수 대표의 입지는 크게 줄어듭니다. 국민의힘에 맞서 '실용 중도'를 표방한 안 대표가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패배시 당 대표직 유지도 쉽지 않을뿐더러, 안 대표가 수차례 '대권 포기'를 말했던 만큼 대선 재도전 역시 쉽지 않습니다.

반면 안 대표가 단일화 경선에서 최종 승리한다면, 국민의힘은 102석을 가진 제1야당임에도 후보를 내지 못합니다. '국민의힘으론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지층 불신에 쐐기가 박히는,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게 되는 셈입니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당선까지 성공한다면, 안 대표가 야권 세력 재편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거로 보입니다.

결과 예측은 어렵습니다. 후보 개인의 역량, 인지도, 정당 규모, 여론 추이까지 변수가 많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국민의힘도 안철수 대표도, 이번에 밀려나면 내년 대선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유력 대선주자 없는데…누가 구심점 되나?

그동안 보수 진영의 정계개편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가까운 예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열렸던 '보수 대통합' 논의입니다. 그 결과로 미래통합당이 탄생했지만, 정작 안철수 대표와의 통합에는 실패했고 극우 색 짙은 소규모 정당과 시민단체만 끌어안는 모양이 됐습니다.

통합 당시에도 탄핵에 찬성한 유승민계와 친박계 우리공화당이 한 정당에 몸담는 것이 가능하냐는 회의론부터, 선거를 위한 정치공학적 합당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논의되는 범보수 정계개편은 더 수월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범보수 진영에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소장은 "대선 주자가 없는 정당은 정계 개편의 구심점이 될 수 없다"면서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가져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습니다.

실제로 2017년, 당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으로 쪼개져 있던 보수 진영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을 구심점으로 이른바 제3지대 '빅 텐트' 형성을 시도했습니다. 반 총장을 중심으로 제3지대에서 보수와 중도세력이 합치자는 계획이었습니다. 반 전 총장과 동향인 새누리당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앞장섰고, 비박계 의원들도 반 전 총장을 물밑에서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귀국 한 달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제3지대론은 곧바로 힘을 잃었고, 이후 보수는 유력 주자를 내세우지 못하고 대선에서 패배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포함됐던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에서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동연 전 부총리 등 제3의 인물이 구심점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국민의힘이나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해야 개연성이 커지는 시나리오입니다. 다가올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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