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텅뭉텅’ 허술한 삭감…“예산 심사 기간 늘려야”

입력 2021.02.14 (14:00) 수정 2021.02.1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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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액 못 하는 국회…허술한 예산 심의

국회는 정부가 편성해 제출한 예산을 심의해 확정합니다. 정부가 당초 국회에 제출한 올해 예산은 555조 8천억 원. 국회는 사업별로 예산이 합리적으로 편성됐는지, 사업은 타당한지, 예산 집행에 다른 문제는 없는지 세세히 살펴 깎을 건 깎고 더 필요한 예산은 늘려 최종 규모를 확정해야 합니다. 국회는 올해 정부 예산안을 심의해 8조 천억 원을 증액하고, 5조 9천억 원을 줄였습니다. 확정된 올해 예산은 558조 원입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국회는 정부의 예산을 깎을 순 있지만 늘릴 권한은 없습니다. 헌법에 그렇게 돼 있습니다.

헌법 제57조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예산을 늘리려면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해마다 의원들이 늘리는 지역구 예산은 어떻게 증액할까요. 다른 예산에서 그만큼 깎아야 합니다. 예산을 많이 깎을수록 예산을 늘릴 수 있는 증액 한도도 늘어나는 겁니다. 그럼 국회는 예산이 늘고 깎이는 사업들을 제대로 심사했을까요.

■ 공사비 30억 든다는데 60억 증액해준 국회

국회에서 증액된 예산은 과연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 현장을 점검해봤습니다. 충청북도 청주와 제천을 잇는 충북내륙도로 건설 사업에 올해 260억 원이 증액됐습니다. 충청내륙도로 공사는 4개로 구간을 나누어 진행되고 있는데 △1공구 60억 원 △2공구 60억 원△ 3공구 80억 원 △4공구 60억 등 각 공구별로 60~80억 원씩 예산이 추가 배정된 겁니다.

1~3공구는 길을 뚫거나 다리를 놓는 등 도로를 신설하는 구간인 반면 4공구는 기존의 도로를 개량하는 공사입니다. 현장을 확인해보니 1~3공구는 공사가 한창인 반면, 4공구는 아직 공사를 할 수 있는 준비가 안 됐습니다.

 충청내륙도로 2공구 현장. 교량을 건설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충청내륙도로 2공구 현장. 교량을 건설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충청내륙도로 4공구 현장. 4공구는 기존 도로 주변의 전신주, 도시가스관, 상수관 등을 먼저 옮겨야 본공사를 할 수 있다. 충청내륙도로 4공구 현장. 4공구는 기존 도로 주변의 전신주, 도시가스관, 상수관 등을 먼저 옮겨야 본공사를 할 수 있다.

4공구 공사가 진행되려면 선행되어야 할 작업이 있습니다. 먼저 기존 도로 주변의 전신주와 도시가스, 상수관 등을 옮겨야 합니다. 이런 지장물의 이설은 각 관리 주체가 직접 수행해야 합니다. 즉 한전, 도시가스공사, 상하수도공사 등이 각자 사업계획과 자체 예산을 세워 옮겨야 하는데, 아직 계획과 예산도 확정이 안 된 상태입니다. 이설작업은 빨라야 올해 하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또 다른 선행 조건은 보상입니다. 4공구 공사를 위한 보상은 3월부터 시작됩니다. 보상 협상과 수용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시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4공구의 공사는 빨라야 가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장 건설사업단은 올해 예상 공정률은 10~15%, 보상비를 뺀 순수 공사비는 30억 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올해 4공구 예산으로 180억 원을 요청했습니다. 초기 공사비와 보상비를 감안해 충분히 여유 있게 신청한 겁니다. 그런데 지난 연말 국회에서 느닷없이 60억 원의 예산이 추가 편성된 겁니다. 오히려 현장이 난감해졌습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현장 사정이 있는데 무조건 돈만 내려보내 준다고 공사가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예결위에 참여했던 지역구 의원들은 4공구의 구체적인 사정은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임호선/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
"구체적으로 현장 상황을 하나하나 살펴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담당 공무원분들의 설명을 듣고 반영이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해서 증액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엄태영/국민의힘 의원(충북 제천·단양)
"현장 상황은 집행 부서에서 알고 있다 보니까, 저희는 예산을 추가 확보해야 1~2년이라도 빨리 끝날 거 아니냐 그런 생각에 예산을 요청한 겁니다"

결국 추가 편성된 60억 원은 고스란히 반납되거나 다른 사업 예산으로 전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대표적인 SOC 예산인 교통시설특별회계에서 지난해 증액된 도로, 철도 등의 예산은 3천600억 원입니다. 그나마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1조7천억 원 증액요청이 있었지만 예결위에서 조정을 거친 것이 이 정도입니다.

10개 사업에서 절반 이상 삭감…'뭉텅이' 감액

그럼 감액 심사는 어땠을까요. 지난해 국회에서 줄인 예산 5조 9천억 원의 내역을 살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을 보면 10개 사업에서 무려 3조3천782억 원이 삭감됐습니다. 전체 삭감액수의 절반이 넘습니다. 그야말로 '뭉텅이' 삭감입니다.

'뭉텅이' 삭감된 내용도 한 번 볼까요. 국고채 이자상환금 9천억 원, 국민연금기금 3천391억 원, 국가배상금 천억 원이 줄었는데 이 돈들은 예산 심사와 상관없이 법적으로 의무지출해야 하는 예산입니다. 국회는 단지 지출 예측 금액을 줄였을 뿐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편성해 온 예산에서 감액의 효과가 발생하고 여기서 또 증액의 여력이 생기는 겁니다.


국회가 이런 식으로 '뭉텅이'삭감을 하는 동안 정작 개별 사업들에 대한 심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국회에는 예산과 관련해 의원들을 보좌하는 전문조직이 두 개 있습니다. 예산정책처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실입니다. 이 두 곳은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면 이를 분석해 각각 보고서를 내놓습니다. 하지만 예산 심사과정에서 분석 내용이 꼼꼼하게 검토되지 않습니다.

예산정책처의 보고서를 보면 앞서 지적한 충청내륙도로의 2019년 예산 집행률이 2.5%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미 분석돼 있습니다. 감액을 고려해야 할 상황인데도 오히려 증액됐습니다. 성인지예산 분류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결과에 반영되진 않았습니다.

예결특위 전문위원실의 검토보고서 마찬가지로 '지적용'에만 그칠 때가 많습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여했던 의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예산 감액 이유는 명확해집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실제로 감액이라기보다는 그냥 감액 쇼를 하는 결과가 될 때가 대부분이고요. 그런 면에서 참 이게 국회 예산심사가 엉터리다. 넣고 빼고에 대해서 판단이 합리적 기준이라기보다도 그냥 난도질당할 때가 참 많이 있어요"

김해영/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 감액의 상당 부분은 여야가 들여다보고 깎는 것보단 막판에 정치적으로 여야가 요구해서, 특히 여당이 강하게 기재부를 설득해서 기재부가 예산안 정부안 중에서 좀 더 큰 규모의 감액안을 짜오거든요. 그래서 막판에 감액 규모가 정해져요. 문제는 감액 규모가 정해져야 증액을 그 범위 안에서 하니까. 왜냐하면 순증은 거의 하지 않거든요."

한 달 심사하고 558조 예산 확정…"예산 심사 기간 늘려야"

지난해 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건 9월 3일, 나흘 뒤 예비심사를 위해 각 상임위에 회부됐지만 안건을 상정한 건 대부분 11월 초입니다. 12월 2일 예산 수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일 년 동안 쓸 예산 558조 원을 한 달 만에 심사하고 확정한 겁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는 "미국의 경우 연방의회가 주도해 7개월 이상의 기간을 두고 예산안을 편성하고 심사한다" 면서 "우리도 정부가 아닌 입법부인 국회가 주도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예산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 9월 초 예산안이 제출된 뒤 11월 예비심사를 시작할 때까지 두 달 동안 국회는 뭘 했을까요. 국정감사입니다. 국정감사는 관련법(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9월 정기국회 이전에 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의결하면 정기국회 중에 할 수 있도록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12년 법 개정 이후 지금까지 국정감사는 모두 9월 정기국회 중에 이뤄졌습니다.

21대 국회에는 이 단서조항을 없애 국정감사를 9월 이전에 끝내자는 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국회의원들도 지금처럼 국정감사를 9월에 하면 예산심의 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합니다.

의원들이 다른 상임위와 겸임하고 있는 예결특위를 상설 상임위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매년 반복됩니다.

이렇게 바뀌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물론 많습니다. 정부의 예산 편성일정을 모두 앞당겨야 하고, 예결특위를 상임위화할 경우 다른 상임위의 권한이 모두 예결위로 집중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예산 반영 없이 정책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22년 예산 심사, 올해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6월 국감설도 나옵니다. 가능할까요? 국회의 의지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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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뭉텅뭉텅’ 허술한 삭감…“예산 심사 기간 늘려야”
    • 입력 2021-02-14 14:00:30
    • 수정2021-02-14 17:24:37
    취재K

증액 못 하는 국회…허술한 예산 심의

국회는 정부가 편성해 제출한 예산을 심의해 확정합니다. 정부가 당초 국회에 제출한 올해 예산은 555조 8천억 원. 국회는 사업별로 예산이 합리적으로 편성됐는지, 사업은 타당한지, 예산 집행에 다른 문제는 없는지 세세히 살펴 깎을 건 깎고 더 필요한 예산은 늘려 최종 규모를 확정해야 합니다. 국회는 올해 정부 예산안을 심의해 8조 천억 원을 증액하고, 5조 9천억 원을 줄였습니다. 확정된 올해 예산은 558조 원입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국회는 정부의 예산을 깎을 순 있지만 늘릴 권한은 없습니다. 헌법에 그렇게 돼 있습니다.

헌법 제57조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예산을 늘리려면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해마다 의원들이 늘리는 지역구 예산은 어떻게 증액할까요. 다른 예산에서 그만큼 깎아야 합니다. 예산을 많이 깎을수록 예산을 늘릴 수 있는 증액 한도도 늘어나는 겁니다. 그럼 국회는 예산이 늘고 깎이는 사업들을 제대로 심사했을까요.

■ 공사비 30억 든다는데 60억 증액해준 국회

국회에서 증액된 예산은 과연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 현장을 점검해봤습니다. 충청북도 청주와 제천을 잇는 충북내륙도로 건설 사업에 올해 260억 원이 증액됐습니다. 충청내륙도로 공사는 4개로 구간을 나누어 진행되고 있는데 △1공구 60억 원 △2공구 60억 원△ 3공구 80억 원 △4공구 60억 등 각 공구별로 60~80억 원씩 예산이 추가 배정된 겁니다.

1~3공구는 길을 뚫거나 다리를 놓는 등 도로를 신설하는 구간인 반면 4공구는 기존의 도로를 개량하는 공사입니다. 현장을 확인해보니 1~3공구는 공사가 한창인 반면, 4공구는 아직 공사를 할 수 있는 준비가 안 됐습니다.

 충청내륙도로 2공구 현장. 교량을 건설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충청내륙도로 4공구 현장. 4공구는 기존 도로 주변의 전신주, 도시가스관, 상수관 등을 먼저 옮겨야 본공사를 할 수 있다.
4공구 공사가 진행되려면 선행되어야 할 작업이 있습니다. 먼저 기존 도로 주변의 전신주와 도시가스, 상수관 등을 옮겨야 합니다. 이런 지장물의 이설은 각 관리 주체가 직접 수행해야 합니다. 즉 한전, 도시가스공사, 상하수도공사 등이 각자 사업계획과 자체 예산을 세워 옮겨야 하는데, 아직 계획과 예산도 확정이 안 된 상태입니다. 이설작업은 빨라야 올해 하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또 다른 선행 조건은 보상입니다. 4공구 공사를 위한 보상은 3월부터 시작됩니다. 보상 협상과 수용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시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4공구의 공사는 빨라야 가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장 건설사업단은 올해 예상 공정률은 10~15%, 보상비를 뺀 순수 공사비는 30억 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올해 4공구 예산으로 180억 원을 요청했습니다. 초기 공사비와 보상비를 감안해 충분히 여유 있게 신청한 겁니다. 그런데 지난 연말 국회에서 느닷없이 60억 원의 예산이 추가 편성된 겁니다. 오히려 현장이 난감해졌습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현장 사정이 있는데 무조건 돈만 내려보내 준다고 공사가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예결위에 참여했던 지역구 의원들은 4공구의 구체적인 사정은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임호선/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
"구체적으로 현장 상황을 하나하나 살펴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담당 공무원분들의 설명을 듣고 반영이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해서 증액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엄태영/국민의힘 의원(충북 제천·단양)
"현장 상황은 집행 부서에서 알고 있다 보니까, 저희는 예산을 추가 확보해야 1~2년이라도 빨리 끝날 거 아니냐 그런 생각에 예산을 요청한 겁니다"

결국 추가 편성된 60억 원은 고스란히 반납되거나 다른 사업 예산으로 전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대표적인 SOC 예산인 교통시설특별회계에서 지난해 증액된 도로, 철도 등의 예산은 3천600억 원입니다. 그나마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1조7천억 원 증액요청이 있었지만 예결위에서 조정을 거친 것이 이 정도입니다.

10개 사업에서 절반 이상 삭감…'뭉텅이' 감액

그럼 감액 심사는 어땠을까요. 지난해 국회에서 줄인 예산 5조 9천억 원의 내역을 살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을 보면 10개 사업에서 무려 3조3천782억 원이 삭감됐습니다. 전체 삭감액수의 절반이 넘습니다. 그야말로 '뭉텅이' 삭감입니다.

'뭉텅이' 삭감된 내용도 한 번 볼까요. 국고채 이자상환금 9천억 원, 국민연금기금 3천391억 원, 국가배상금 천억 원이 줄었는데 이 돈들은 예산 심사와 상관없이 법적으로 의무지출해야 하는 예산입니다. 국회는 단지 지출 예측 금액을 줄였을 뿐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편성해 온 예산에서 감액의 효과가 발생하고 여기서 또 증액의 여력이 생기는 겁니다.


국회가 이런 식으로 '뭉텅이'삭감을 하는 동안 정작 개별 사업들에 대한 심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국회에는 예산과 관련해 의원들을 보좌하는 전문조직이 두 개 있습니다. 예산정책처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실입니다. 이 두 곳은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면 이를 분석해 각각 보고서를 내놓습니다. 하지만 예산 심사과정에서 분석 내용이 꼼꼼하게 검토되지 않습니다.

예산정책처의 보고서를 보면 앞서 지적한 충청내륙도로의 2019년 예산 집행률이 2.5%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미 분석돼 있습니다. 감액을 고려해야 할 상황인데도 오히려 증액됐습니다. 성인지예산 분류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결과에 반영되진 않았습니다.

예결특위 전문위원실의 검토보고서 마찬가지로 '지적용'에만 그칠 때가 많습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여했던 의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예산 감액 이유는 명확해집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실제로 감액이라기보다는 그냥 감액 쇼를 하는 결과가 될 때가 대부분이고요. 그런 면에서 참 이게 국회 예산심사가 엉터리다. 넣고 빼고에 대해서 판단이 합리적 기준이라기보다도 그냥 난도질당할 때가 참 많이 있어요"

김해영/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 감액의 상당 부분은 여야가 들여다보고 깎는 것보단 막판에 정치적으로 여야가 요구해서, 특히 여당이 강하게 기재부를 설득해서 기재부가 예산안 정부안 중에서 좀 더 큰 규모의 감액안을 짜오거든요. 그래서 막판에 감액 규모가 정해져요. 문제는 감액 규모가 정해져야 증액을 그 범위 안에서 하니까. 왜냐하면 순증은 거의 하지 않거든요."

한 달 심사하고 558조 예산 확정…"예산 심사 기간 늘려야"

지난해 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건 9월 3일, 나흘 뒤 예비심사를 위해 각 상임위에 회부됐지만 안건을 상정한 건 대부분 11월 초입니다. 12월 2일 예산 수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일 년 동안 쓸 예산 558조 원을 한 달 만에 심사하고 확정한 겁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는 "미국의 경우 연방의회가 주도해 7개월 이상의 기간을 두고 예산안을 편성하고 심사한다" 면서 "우리도 정부가 아닌 입법부인 국회가 주도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예산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 9월 초 예산안이 제출된 뒤 11월 예비심사를 시작할 때까지 두 달 동안 국회는 뭘 했을까요. 국정감사입니다. 국정감사는 관련법(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9월 정기국회 이전에 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의결하면 정기국회 중에 할 수 있도록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12년 법 개정 이후 지금까지 국정감사는 모두 9월 정기국회 중에 이뤄졌습니다.

21대 국회에는 이 단서조항을 없애 국정감사를 9월 이전에 끝내자는 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국회의원들도 지금처럼 국정감사를 9월에 하면 예산심의 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합니다.

의원들이 다른 상임위와 겸임하고 있는 예결특위를 상설 상임위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매년 반복됩니다.

이렇게 바뀌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물론 많습니다. 정부의 예산 편성일정을 모두 앞당겨야 하고, 예결특위를 상임위화할 경우 다른 상임위의 권한이 모두 예결위로 집중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예산 반영 없이 정책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22년 예산 심사, 올해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6월 국감설도 나옵니다. 가능할까요? 국회의 의지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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