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만세” 했던 교사, 42년 만에 무죄 판결 이유는?

입력 2021.02.16 (12:10) 수정 2021.02.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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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김일성 만세’ 삼창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던 피고인 A 씨. 이미 고인이 된 그에게 42년 만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김일성 만세” 세 차례 외쳤는데... 고문에 처벌까지

사건은 42년 전인 1979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피고인 A 씨는 당시 경북 월성군의 모 중학교 사회담당 교사였습니다.

평소 가정불화 등으로 현실에 불만을 갖고 있었던 A씨는 어느 날 술이 취한 상태에서 동네 주민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나는 대통령하고도 친하고 김일성하고도 친한데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고 한다. 나를 죽이려는 사람은 나와 보라. 김일성을 지지하면 어떤가”라고 외치면서 두 손을 높이 쳐들고 “김일성 만세”라고 세 차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 날 저녁 A 씨는 자신의 자택에서 당시 경주 경찰서 정보과 소속 경찰관에게 검거됩니다.

A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반공법 위반. 그리고 일주일 간,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불법 구금이 시작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고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경찰관이 북측 사람들하고 내통한 게 있는지 사실대로 말하라면서 손가락 사이에 볼펜을 끼워 잡아 돌리고, 발바닥에 전기 고문을 했다’

당시 A 씨가 출소 후 배우자에게 전한 내용입니다. 수사기관은 불법 감금과 고문을 통해 A 씨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자백을 유도했고, 법원은 일부 목격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판결로 A 씨는 교사직을 박탈당했고, 수사과정에서 이뤄진 고문 후유증으로 청력을 잃기도 했습니다. A 씨는 대인기피증 등을 앓다 지난 2005년 숨졌습니다.

 1979년 8월26일 A 씨 의 딸이 보낸 손 편지 1979년 8월26일 A 씨 의 딸이 보낸 손 편지

■ 42년 만에 무죄 판결...“피해자 중심적 접근”

A 씨의 유족은 2019년 6월 법원에 재심 청구를 했고 법원은 지난해 6월 재심을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이 당시 대구지검에 제출한 탄원서가 불법 구금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기 때문인데요.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딸은 A 씨가 20일 넘게 구금돼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A 씨의 배우자는 구속된 지 한 달이 다 돼간다는 내용으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냈습니다.

법원은 약 7개월 간의 심리 끝에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유죄 판결을 받은지 42년 만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진술이 영장주의 원칙에 반해 이뤄진 불법 구금 상태에서 이뤄진 증거로서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으며, “A 씨의 범죄 사실이 진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과장된 표현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A 씨의 발언이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국가의 존립,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피해자 중심적 접근으로 인권침해를 적극 규명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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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일성 만세” 했던 교사, 42년 만에 무죄 판결 이유는?
    • 입력 2021-02-16 12:10:34
    • 수정2021-02-16 13:14:40
    취재K
<strong>“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strong><br /><strong>‘김일성 만세’ </strong>삼창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던 피고인 A 씨. 이미 고인이 된 그에게 42년 만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br />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김일성 만세” 세 차례 외쳤는데... 고문에 처벌까지

사건은 42년 전인 1979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피고인 A 씨는 당시 경북 월성군의 모 중학교 사회담당 교사였습니다.

평소 가정불화 등으로 현실에 불만을 갖고 있었던 A씨는 어느 날 술이 취한 상태에서 동네 주민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나는 대통령하고도 친하고 김일성하고도 친한데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고 한다. 나를 죽이려는 사람은 나와 보라. 김일성을 지지하면 어떤가”라고 외치면서 두 손을 높이 쳐들고 “김일성 만세”라고 세 차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 날 저녁 A 씨는 자신의 자택에서 당시 경주 경찰서 정보과 소속 경찰관에게 검거됩니다.

A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반공법 위반. 그리고 일주일 간,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불법 구금이 시작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고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경찰관이 북측 사람들하고 내통한 게 있는지 사실대로 말하라면서 손가락 사이에 볼펜을 끼워 잡아 돌리고, 발바닥에 전기 고문을 했다’

당시 A 씨가 출소 후 배우자에게 전한 내용입니다. 수사기관은 불법 감금과 고문을 통해 A 씨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자백을 유도했고, 법원은 일부 목격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판결로 A 씨는 교사직을 박탈당했고, 수사과정에서 이뤄진 고문 후유증으로 청력을 잃기도 했습니다. A 씨는 대인기피증 등을 앓다 지난 2005년 숨졌습니다.

 1979년 8월26일 A 씨 의 딸이 보낸 손 편지
■ 42년 만에 무죄 판결...“피해자 중심적 접근”

A 씨의 유족은 2019년 6월 법원에 재심 청구를 했고 법원은 지난해 6월 재심을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이 당시 대구지검에 제출한 탄원서가 불법 구금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기 때문인데요.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딸은 A 씨가 20일 넘게 구금돼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A 씨의 배우자는 구속된 지 한 달이 다 돼간다는 내용으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냈습니다.

법원은 약 7개월 간의 심리 끝에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유죄 판결을 받은지 42년 만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진술이 영장주의 원칙에 반해 이뤄진 불법 구금 상태에서 이뤄진 증거로서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으며, “A 씨의 범죄 사실이 진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과장된 표현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A 씨의 발언이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국가의 존립,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피해자 중심적 접근으로 인권침해를 적극 규명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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