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급 호텔서 알몸 노출?…제주 신혼여행의 악몽

입력 2021.02.16 (19:43) 수정 2021.02.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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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조선 제주 ‘힐 스위트’ 건물 1층에서 바라본 여자 샤워실, 샤워 부스가 보인다 (제공: 피해자)그랜드 조선 제주 ‘힐 스위트’ 건물 1층에서 바라본 여자 샤워실, 샤워 부스가 보인다 (제공: 피해자)

"5성급 호텔에서 알몸이 노출되는 피해를 봤습니다."

믿고 간다는 제주의 한 5성급 호텔에서 황당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사우나 샤워실 내부가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발단은 신혼여행차 제주에 온 A씨 부부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이었습니다.

글에서 A씨는 "투숙 마지막 날, 산책하다 보니 밖에서 사우나 내부가 다 보였다"며 "사우나 온도계까지 확인 가능할 정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호텔 직원과 둘러보니 입구와 산책로, 주차장, 심지어 객실 발코니에서도 사우나와 샤워실 내부가 선명히 보이더라" "밖에선 안 보이고, 안에서 경치를 보며 사우나를 할 수 있게 돼 있는 줄 알았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글이 올라간 다음 날인 오늘, KBS 취재진은 문제가 된 호텔을 찾았습니다. 지난달 초 문을 연 '그랜드 조선 제주'입니다.

취재 결과, 문제가 된 사우나와 샤워실은 '그랜드 조선 제주 힐 스위트' 부속 건물로 50개 객실 투숙객들에 한해 이용 가능한 시설이었습니다. A씨 부부가 피해를 강조했던 여자 사우나와 샤워실엔,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었습니다.


호텔 "여자 샤워실은 미러 코팅 안 돼 있어…실수 인정"

뒤늦게 연락이 닿은 그랜드 조선 제주 측에선 일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여자 샤워실은 미러 코팅, 즉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도록 작업하는 과정에서 빠졌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밖에 여자 사우나와 남자 사우나·샤워실 등은 코팅 처리가 돼 있다며, 다만 조명 각도에 따라 완벽하게 가려지진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변 신경 쓰지 않고, 중문 앞바다를 내려다보며 사우나를 즐길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투숙객들 입장에선 황당할 수 있는 답변입니다.

호텔 측은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고, 사우나와 샤워실 운영은 즉각 중단했습니다.

피해자 부부가 취재진에 전달한 정신과 진단서  (제공: 피해자)피해자 부부가 취재진에 전달한 정신과 진단서 (제공: 피해자)

"나체 사진 올라왔을까 불안…정신과 치료받아"

취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이야기도 직접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혹시나 본인의 나체 사진이나 영상이 올라왔을까 내내 휴대전화를 쥐고 있는 아내를 걱정하며,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워했습니다.

피해자 A씨는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으니, 숨이 꺽꺽 넘어갈 정도로 눈물이 차오르더라"며 "2~3일 동안은 아내와 부둥켜안고 울기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 마디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 극심한 스트레스로 3개월 이상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은 호텔 측에 일찍이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공식 사과할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피해자는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지난 설 연휴 기간, 이 호텔은 만실에 가까웠습니다. 다만 코로나 여파에 사우나 일일 이용객은 많지 않았다는 게 호텔 측 설명입니다.

사진·영상 유포 우려에 경찰 수사 의뢰

알몸 노출도 문제지만, 이들의 가장 큰 걱정은 나체를 사진·영상 촬영해 유포하는 'n차 가해'입니다. 피해자 부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서귀포경찰서는 KBS와의 통화에서 "호텔 CCTV 등을 확보해 불법 촬영 사실 등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며 "피해 사실이 있다면 정식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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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성급 호텔서 알몸 노출?…제주 신혼여행의 악몽
    • 입력 2021-02-16 19:43:09
    • 수정2021-02-18 18:20:51
    취재K
그랜드 조선 제주 ‘힐 스위트’ 건물 1층에서 바라본 여자 샤워실, 샤워 부스가 보인다 (제공: 피해자)
"5성급 호텔에서 알몸이 노출되는 피해를 봤습니다."

믿고 간다는 제주의 한 5성급 호텔에서 황당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사우나 샤워실 내부가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발단은 신혼여행차 제주에 온 A씨 부부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이었습니다.

글에서 A씨는 "투숙 마지막 날, 산책하다 보니 밖에서 사우나 내부가 다 보였다"며 "사우나 온도계까지 확인 가능할 정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호텔 직원과 둘러보니 입구와 산책로, 주차장, 심지어 객실 발코니에서도 사우나와 샤워실 내부가 선명히 보이더라" "밖에선 안 보이고, 안에서 경치를 보며 사우나를 할 수 있게 돼 있는 줄 알았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글이 올라간 다음 날인 오늘, KBS 취재진은 문제가 된 호텔을 찾았습니다. 지난달 초 문을 연 '그랜드 조선 제주'입니다.

취재 결과, 문제가 된 사우나와 샤워실은 '그랜드 조선 제주 힐 스위트' 부속 건물로 50개 객실 투숙객들에 한해 이용 가능한 시설이었습니다. A씨 부부가 피해를 강조했던 여자 사우나와 샤워실엔,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었습니다.


호텔 "여자 샤워실은 미러 코팅 안 돼 있어…실수 인정"

뒤늦게 연락이 닿은 그랜드 조선 제주 측에선 일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여자 샤워실은 미러 코팅, 즉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도록 작업하는 과정에서 빠졌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밖에 여자 사우나와 남자 사우나·샤워실 등은 코팅 처리가 돼 있다며, 다만 조명 각도에 따라 완벽하게 가려지진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변 신경 쓰지 않고, 중문 앞바다를 내려다보며 사우나를 즐길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투숙객들 입장에선 황당할 수 있는 답변입니다.

호텔 측은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고, 사우나와 샤워실 운영은 즉각 중단했습니다.

피해자 부부가 취재진에 전달한 정신과 진단서  (제공: 피해자)
"나체 사진 올라왔을까 불안…정신과 치료받아"

취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이야기도 직접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혹시나 본인의 나체 사진이나 영상이 올라왔을까 내내 휴대전화를 쥐고 있는 아내를 걱정하며,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워했습니다.

피해자 A씨는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으니, 숨이 꺽꺽 넘어갈 정도로 눈물이 차오르더라"며 "2~3일 동안은 아내와 부둥켜안고 울기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 마디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 극심한 스트레스로 3개월 이상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은 호텔 측에 일찍이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공식 사과할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피해자는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지난 설 연휴 기간, 이 호텔은 만실에 가까웠습니다. 다만 코로나 여파에 사우나 일일 이용객은 많지 않았다는 게 호텔 측 설명입니다.

사진·영상 유포 우려에 경찰 수사 의뢰

알몸 노출도 문제지만, 이들의 가장 큰 걱정은 나체를 사진·영상 촬영해 유포하는 'n차 가해'입니다. 피해자 부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서귀포경찰서는 KBS와의 통화에서 "호텔 CCTV 등을 확보해 불법 촬영 사실 등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며 "피해 사실이 있다면 정식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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