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옮기면 100만 원”…인구 유치 안간힘

입력 2021.02.17 (07:01) 수정 2021.02.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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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객은 천만 명 몰리는데… 인구는 3만 명대 붕괴"

코로나19 감염 사태 직전, 한 해 관광객이 천만 명을 웃돌았던 대표 관광도시.고도성장 시대, 석회암 지대 시멘트 산업 호황으로 1970년 후반엔 인구가 9만 6,000여 명에 달했던 도시.
충북 단양군입니다.

하지만 80년대 들어 관련 산업이 주춤하고, 댐 조성으로 수몰민들이 외지로 빠져나가는 등 인구 유출이 심해지면서 2019년엔 주민 수가 3만 명대 이하로 급감했습니다. 단양군민들은 " 이대로라면 우리 지역이 아예 소멸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합니다.

실제로 단양군의 20대 주민은 2,062명 (2019년, 통계청 기준)으로, 군 전체 인구의 7.3%에 불과합니다. 30대까지 합쳐도 4,184명, 전체의 14.8%밖에 안 됩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30대 비율은 평균 27.2%. 전국 평균치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겁니다.

자치단체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다양한 인구 유치·출산 장려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출산 장려책이요? 아이를 낳을 사람부터 찾아야죠."
단양군 공무원은 애환을 토로하면서 길고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 "주소 이전하면 1명에 최대 100만 원"… '출산' 장려보다 '전입' 지원

단양군과는 사정이 다른 인구 8만 3,000여 명의 충북 진천군으로 가보겠습니다. 전국적으로도 대표적인 인구 증가 지역으로 꼽히는데요. 지난해, 진천군의 인구 증가율은 3.25% (2,587명)로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6번째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진천군 안에서의 순수한 '자연 증가' 인구, 즉 출생자에서 사망자를 뺀 주민 수는 고작 1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증가 인구(2,586명)는 외지로 나간 주민 수보다, 진천에 둥지를 튼 주민 수가 더 많았던 덕분입니다. 이른바 전·출입자 (전입 12,307명, 전출 9,721명)를 통한 인구 증가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진천군은 더 많은 전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올해 과감한 지원책을 내놨습니다. 모두 10개나 되는데, 전부 중복해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2년 이상 통근하던 사람이 아예 진천군으로 전입하면 100만 원을 주기로 했습니다. 부부나 동료 등 2명 이상이 함께 주소를 옮기면 최대 220만 원을 지급합니다.

충북 청주에서 진천으로 이사 온 유선용 씨가 전입신고서를 작성하고 있다.충북 청주에서 진천으로 이사 온 유선용 씨가 전입신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 출퇴근하던 유선용 씨도 취직 3년 만에 진천으로 주소를 옮겼습니다. "전에는 굳이 전입신고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올해 진천군의 전입 지원 혜택 홍보물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유 씨는 '다가구 주택'과 '기업체 임직원' 전입 항목을 적용받아 모두 4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 받았습니다.

가족이 함께 오면 지원받는 혜택은 더 늘어납니다.

진천의 공장으로 통근하던 부부가 고등학생, 대학생 자녀와 함께 다가구 주택으로 이사를 오면 최대 400만 원을 받습니다. 10가지 전입자 혜택 가운데 무려 5가지를 중복으로 지원받아 가능한 겁니다.
(※관련 링크 : 2021년 진천군 전입 지원 혜택)

진천군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아예 " 출산 정책보다 전입자 지원 정 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전입자를 먼저 지역에 뿌리내리게 한 뒤, 현세대와 다음 세대를 거치면서 결혼과 출산으로 인구 증가를 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충북 진천군의 전입자 지원 정책 홍보물 충북 진천군의 전입자 지원 정책 홍보물

■ 전입자 지원 정책 '활발'…주거·일자리· 정주 여건 갖춰야

자연 인구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자치단체들은 어떤 대책을 시행하고 있을까요?

전입자에게 10만 원 안팎의 현금을 지원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충남 서천군처럼 한시적으로 주거비 일부를 지원하기는 곳이 있는가 하면, 경남 남해군처럼 아예 주거지 대출 이자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곳도 있습니다. 결혼 정착 지원금, 창업 지원금, 귀농 지원금 등 자치단체별로 다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입 지원책이 넘쳐납니다.

전문가들은 " 단순히 전입자들에게 '돈'을 더 많이 준다고 정책의 효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전입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주거와 일자리, 돌봄 서비스 기반을 갖추고, 교육, 의료, 문화, 교통 등 각종 기반 시설도 확충해 정주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도시에서는 경험해볼 수 없는 특별한 주거와 일자리 형태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각종 전입자 유치와 임신·출산 정책, 저마다 실효성이 있을까요?
우리의 소중한 세금이 적재적소에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요?

밑 빠진 독에 물만 계속 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욱 냉정한 분석과 지역 실정에 맞는 특화된 정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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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소 옮기면 100만 원”…인구 유치 안간힘
    • 입력 2021-02-17 07:01:05
    • 수정2021-02-17 21:10:17
    취재K

■ "관광객은 천만 명 몰리는데… 인구는 3만 명대 붕괴"

코로나19 감염 사태 직전, 한 해 관광객이 천만 명을 웃돌았던 대표 관광도시.고도성장 시대, 석회암 지대 시멘트 산업 호황으로 1970년 후반엔 인구가 9만 6,000여 명에 달했던 도시.
충북 단양군입니다.

하지만 80년대 들어 관련 산업이 주춤하고, 댐 조성으로 수몰민들이 외지로 빠져나가는 등 인구 유출이 심해지면서 2019년엔 주민 수가 3만 명대 이하로 급감했습니다. 단양군민들은 " 이대로라면 우리 지역이 아예 소멸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합니다.

실제로 단양군의 20대 주민은 2,062명 (2019년, 통계청 기준)으로, 군 전체 인구의 7.3%에 불과합니다. 30대까지 합쳐도 4,184명, 전체의 14.8%밖에 안 됩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30대 비율은 평균 27.2%. 전국 평균치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겁니다.

자치단체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다양한 인구 유치·출산 장려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출산 장려책이요? 아이를 낳을 사람부터 찾아야죠."
단양군 공무원은 애환을 토로하면서 길고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 "주소 이전하면 1명에 최대 100만 원"… '출산' 장려보다 '전입' 지원

단양군과는 사정이 다른 인구 8만 3,000여 명의 충북 진천군으로 가보겠습니다. 전국적으로도 대표적인 인구 증가 지역으로 꼽히는데요. 지난해, 진천군의 인구 증가율은 3.25% (2,587명)로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6번째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진천군 안에서의 순수한 '자연 증가' 인구, 즉 출생자에서 사망자를 뺀 주민 수는 고작 1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증가 인구(2,586명)는 외지로 나간 주민 수보다, 진천에 둥지를 튼 주민 수가 더 많았던 덕분입니다. 이른바 전·출입자 (전입 12,307명, 전출 9,721명)를 통한 인구 증가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진천군은 더 많은 전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올해 과감한 지원책을 내놨습니다. 모두 10개나 되는데, 전부 중복해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2년 이상 통근하던 사람이 아예 진천군으로 전입하면 100만 원을 주기로 했습니다. 부부나 동료 등 2명 이상이 함께 주소를 옮기면 최대 220만 원을 지급합니다.

충북 청주에서 진천으로 이사 온 유선용 씨가 전입신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 출퇴근하던 유선용 씨도 취직 3년 만에 진천으로 주소를 옮겼습니다. "전에는 굳이 전입신고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올해 진천군의 전입 지원 혜택 홍보물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유 씨는 '다가구 주택'과 '기업체 임직원' 전입 항목을 적용받아 모두 4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 받았습니다.

가족이 함께 오면 지원받는 혜택은 더 늘어납니다.

진천의 공장으로 통근하던 부부가 고등학생, 대학생 자녀와 함께 다가구 주택으로 이사를 오면 최대 400만 원을 받습니다. 10가지 전입자 혜택 가운데 무려 5가지를 중복으로 지원받아 가능한 겁니다.
(※관련 링크 : 2021년 진천군 전입 지원 혜택)

진천군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아예 " 출산 정책보다 전입자 지원 정 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전입자를 먼저 지역에 뿌리내리게 한 뒤, 현세대와 다음 세대를 거치면서 결혼과 출산으로 인구 증가를 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충북 진천군의 전입자 지원 정책 홍보물
■ 전입자 지원 정책 '활발'…주거·일자리· 정주 여건 갖춰야

자연 인구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자치단체들은 어떤 대책을 시행하고 있을까요?

전입자에게 10만 원 안팎의 현금을 지원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충남 서천군처럼 한시적으로 주거비 일부를 지원하기는 곳이 있는가 하면, 경남 남해군처럼 아예 주거지 대출 이자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곳도 있습니다. 결혼 정착 지원금, 창업 지원금, 귀농 지원금 등 자치단체별로 다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입 지원책이 넘쳐납니다.

전문가들은 " 단순히 전입자들에게 '돈'을 더 많이 준다고 정책의 효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전입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주거와 일자리, 돌봄 서비스 기반을 갖추고, 교육, 의료, 문화, 교통 등 각종 기반 시설도 확충해 정주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도시에서는 경험해볼 수 없는 특별한 주거와 일자리 형태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각종 전입자 유치와 임신·출산 정책, 저마다 실효성이 있을까요?
우리의 소중한 세금이 적재적소에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요?

밑 빠진 독에 물만 계속 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욱 냉정한 분석과 지역 실정에 맞는 특화된 정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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