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은 왜 후쿠시마 지진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나?
입력 2021.02.17 (08:00)
수정 2021.02.17 (21: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중국 관영 CCTV의 일본 후쿠시마 지진 보도. 2월 16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또 한번의 대규모 지진 소식은 춘절 연휴를 보내고 있는 중국에서도 중요한 국제 뉴스입니다.
중국 주요 매체들은 지진 발생과 여진, 신칸센 운행 중단, 지역 주민들의 안전 문제와 불편한 생활 등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CCTV는 원전수 유출 문제를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일본 정부 발표를 불신하는 후쿠시마 현지 주민의 인터뷰도 함께 전했습니다.
■ 중국 대지진은 정치, 사회적 여파 커
대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안전 문제는 사실 중국에서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중국은 특히 현대사에서 대지진이 정치, 사회적 변동의 예고처럼 맞물려 일어난 사례들이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1976년 7월 베이징 인근 허베이성 탕산에서 일어난 탕산 대지진입니다. 규모 7.5의 대지진으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으며 20세기 최악의 사건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해는 1월에 저우언라이 총리가 사망하고 그를 추모하는 톈안문 집회가 이어졌으며, 4인방의 공격에 덩샤오핑 당시 부총리가 실각한 정치적 혼란기였습니다. 마오쩌둥이 사실상 식물인간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던 리더십 부재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중국에서는 정치 리더십 공백과 정쟁으로 지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흉흉해진 민심 때문이었을까요? 지진이 일어난지 몇달 못가 4인방이 몰락하고 덩샤오핑이 복귀하는 정치적 변동이 이어졌습니다.
쓰촨 대지진을 잊지 말자며 현장에 세운 추도비 〈출처=연합뉴스〉
2008년 5월 쓰촨 대지진도 정치, 사회적 함의가 큽니다.
후진타오 집권 2기를 막 시작한 상황에서 일어난 이 대지진으로 9만 명 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무엇보다 수천명 학생들이 매몰된 학교 현장에서 철근을 제대로 넣지 않아 학교 건물이 무너진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두부 학교'라는 말이 돌며 공분을 샀습니다. 그 해 후반 어린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멜라민 분유 파동까지 겹치면서 고속 성장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중국 사회의 부실한 토대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다만 탕산 대지진 당시 4인방이 피해를 숨기기 급급하고 이후 마오쩌둥의 뒤를 이어 과도적 권력을 잡았던 화궈펑도 개인 자격으로 탕산을 방문하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중국 정부는 쓰촨 대지진 때는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민 이미지'로 유명했던 원자바오 총리가 현장으로 달려가 구호활동을 지휘하는 등 적극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석달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해야 했고, 무엇보다 인터넷과 통신 의 발달로 과거와 달리 피해를 은폐할 수 없는 현실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원자바오 총리는 쓰촨 대지진 현장을 비롯 재난 현장 구호활동을 지휘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출처=연합뉴스〉
이같은 지진의 민감성 때문인지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지진국 지진예측연구소도 운영하는 등 지진 대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AI를 활용한 지진감측시스템을 지난해 쓰촨성 등에서 시험 운영을 시작했다고 중국 매체 커지르바오(科技日報)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 중국도 원전 건설과 안전 사이 고민
>중국이 후쿠시마를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 원자력 발전소 역시 중국에서 중요한 문제입니다.
중국 경제 성장을 위한 원동력으로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지난해 말 현재 49기의 원자로를 가동하는 세계 3위의 원자력 발전 능력 보유국입니다. 19기의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 우려 때문에 중국의 3세대 원자로 건설 계획 실현이 지연되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로 2016~2018년 중국 정부가 새 원자로 건설 계획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같은 원전 건설 지연은 중국 정부의 환경 정책과 맞물리며 결국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2030년 이전에 탄소 배출량을 감소세로 바꾸고 2060년까지 이른바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가가 2060년에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만큼 흡수해 이산화탄소의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공표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재 전체 전력의 5% 수준인 원자력 발전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잇단 지진의 여파를 눈여겨 볼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주요 원자력 발전 시설 현황 〈출처=중국 국가에너지국〉
이같은 중국의 원전 상황과 지진 대비는 우리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국이 건설한 대부분의 원자력 발전 시설이 동쪽 해안에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지리적 요인으로 지진 해일 가능성은 작지만, 만에 하나 중국 원자력 발전 시설에서 사고가 일어난다면 서풍이나 해류를 타고 한반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실제 2018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돼 주변국들의 중국 원전 감시 시스템 공조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중 양국 정부간 관련 정보 교류도 필요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중국은 왜 후쿠시마 지진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나?
-
- 입력 2021-02-17 08:00:34
- 수정2021-02-17 21:10:15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또 한번의 대규모 지진 소식은 춘절 연휴를 보내고 있는 중국에서도 중요한 국제 뉴스입니다.
중국 주요 매체들은 지진 발생과 여진, 신칸센 운행 중단, 지역 주민들의 안전 문제와 불편한 생활 등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CCTV는 원전수 유출 문제를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일본 정부 발표를 불신하는 후쿠시마 현지 주민의 인터뷰도 함께 전했습니다.
■ 중국 대지진은 정치, 사회적 여파 커
대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안전 문제는 사실 중국에서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중국은 특히 현대사에서 대지진이 정치, 사회적 변동의 예고처럼 맞물려 일어난 사례들이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1976년 7월 베이징 인근 허베이성 탕산에서 일어난 탕산 대지진입니다. 규모 7.5의 대지진으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으며 20세기 최악의 사건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해는 1월에 저우언라이 총리가 사망하고 그를 추모하는 톈안문 집회가 이어졌으며, 4인방의 공격에 덩샤오핑 당시 부총리가 실각한 정치적 혼란기였습니다. 마오쩌둥이 사실상 식물인간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던 리더십 부재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중국에서는 정치 리더십 공백과 정쟁으로 지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흉흉해진 민심 때문이었을까요? 지진이 일어난지 몇달 못가 4인방이 몰락하고 덩샤오핑이 복귀하는 정치적 변동이 이어졌습니다.
2008년 5월 쓰촨 대지진도 정치, 사회적 함의가 큽니다.
후진타오 집권 2기를 막 시작한 상황에서 일어난 이 대지진으로 9만 명 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무엇보다 수천명 학생들이 매몰된 학교 현장에서 철근을 제대로 넣지 않아 학교 건물이 무너진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두부 학교'라는 말이 돌며 공분을 샀습니다. 그 해 후반 어린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멜라민 분유 파동까지 겹치면서 고속 성장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중국 사회의 부실한 토대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다만 탕산 대지진 당시 4인방이 피해를 숨기기 급급하고 이후 마오쩌둥의 뒤를 이어 과도적 권력을 잡았던 화궈펑도 개인 자격으로 탕산을 방문하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중국 정부는 쓰촨 대지진 때는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민 이미지'로 유명했던 원자바오 총리가 현장으로 달려가 구호활동을 지휘하는 등 적극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석달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해야 했고, 무엇보다 인터넷과 통신 의 발달로 과거와 달리 피해를 은폐할 수 없는 현실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같은 지진의 민감성 때문인지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지진국 지진예측연구소도 운영하는 등 지진 대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AI를 활용한 지진감측시스템을 지난해 쓰촨성 등에서 시험 운영을 시작했다고 중국 매체 커지르바오(科技日報)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 중국도 원전 건설과 안전 사이 고민
>중국이 후쿠시마를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 원자력 발전소 역시 중국에서 중요한 문제입니다.
중국 경제 성장을 위한 원동력으로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지난해 말 현재 49기의 원자로를 가동하는 세계 3위의 원자력 발전 능력 보유국입니다. 19기의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 우려 때문에 중국의 3세대 원자로 건설 계획 실현이 지연되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로 2016~2018년 중국 정부가 새 원자로 건설 계획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같은 원전 건설 지연은 중국 정부의 환경 정책과 맞물리며 결국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2030년 이전에 탄소 배출량을 감소세로 바꾸고 2060년까지 이른바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가가 2060년에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만큼 흡수해 이산화탄소의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공표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재 전체 전력의 5% 수준인 원자력 발전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잇단 지진의 여파를 눈여겨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같은 중국의 원전 상황과 지진 대비는 우리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국이 건설한 대부분의 원자력 발전 시설이 동쪽 해안에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지리적 요인으로 지진 해일 가능성은 작지만, 만에 하나 중국 원자력 발전 시설에서 사고가 일어난다면 서풍이나 해류를 타고 한반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실제 2018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돼 주변국들의 중국 원전 감시 시스템 공조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중 양국 정부간 관련 정보 교류도 필요합니다.
-
-
조성원 기자 sungwonc@kbs.co.kr
조성원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