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은 9 to 6 가능할까…감단직 승인 제도 향방은?

입력 2021.02.17 (16:55) 수정 2021.02.1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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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다 생을 달리한 故 최희석 경비원 사건 이후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전국에 있는 아파트 경비원은 26만 9천 명으로 추산됩니다. 대부분은 남성, 평균 연령은 63.9세입니다. 주된 근무형태는 격일(24시간) 맞교대제로 하루 평균 14시간~15시간 일하고, 9시간~10시간 정도 쉬는데요. 이같은 근무형태가 가능한 건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과 휴게, 휴일 적용을 받지 않는 '감시 ·단속적 근로자' 승인 제도 때문입니다.

고용부가 오늘 이 제도의 개선 방안을 내놨습니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일상은 어떻게 바뀌는 걸까요?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 방안…아파트 경비원은?

결론만 말하면 아파트 경비원의 노동 환경은 당장 크게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를 비율로 따져보면 경비 50.5%, 분리수거지원 14.1%, 주차관리 12.0%, 청소 11.8% 등으로 조사됩니다. 경비업법에 따르면 경비원은 경비 외에는 다른 일을 해선 안되지만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오는 10월부터 아파트 경비원은 합법적으로 다른 업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 경비원이 감시·단속적 근로자(이하 '감단')에 해당하는지 판단을 받아야 할 수밖에 없는데요. 고용노동부가 이 기준을 오는 8월에 발표하겠다고 결정을 유보했기 때문입니다. 경비 업무 외에 다른 업무에 대한 강도와 빈도 등을 따져 감단직 승인 기준을 마련해 보겠다는 설명입니다.

개선 방안에 따르면, 감단 근로자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습니다. 고용부는 감단을 승인할 때 지금 확인하고 있는 휴게실뿐만 아니라 월 4일 이상 휴무일이 보장될 수 있도록 평가 요소에 넣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신규 신청 아파트가 아니라면 기존 아파트는 3년 뒤에나 갱신 신청을 하기 때문에 월 4일 이상 휴무가 적용되고, 이를 정부 측에서 확인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부는 그러면서 "휴게시간이 근무시간을 넘지 않도록 상한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남우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이에 대해 "감단 근로자의 임금을 줄이기 위해 휴게시간을 12시간까지로 늘리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의 경우 하루 평균 휴게시간은 9시간에서 10시간 정도인데 이 규정이 휴게시간을 더 늘리기 위한 근거로 쓰이면 안된다는 겁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밖에도 감단 승인제도의 유효기간을 3년으로 못박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용역업체 등이 한번 감단 승인을 받으면 계속 해서 소속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과 휴게, 휴일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왔는데요. 이제 3년마다 이를 확인하겠다는 겁니다.

감단 승인이 취소된 뒤 재승인을 받고 2년 내에 근로자에게 부수 업무 등을 과도하게 시키는등 다시 승인 기준 위반이 발견되면 일정 기간 동안 승인을 받지 못하도록 제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한국노동연구원, ‘공동주택 경비근로자 업무범위 명확화의 고용영향분석’출처: 한국노동연구원, ‘공동주택 경비근로자 업무범위 명확화의 고용영향분석’

■아파트경비원 일반 근로자되면 고용 최대 11% 감소

아파트 경비원의 감단직 적용 여부에 고용노동부가 고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바로 아파트 경비원 업무 범위에 따라 감단직 승인 여부가 달라지면 기존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 자체가 축소될 거라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을 통해 이에 관한 고용영향평가를 실시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지금처럼 아파트경비원의 업무를 경비뿐만 아니라 분리수거, 청소 등으로 업무 범위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감단직 승인을 해주면 고용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경비원이 경비 업무만 수행할 수 있고, 이에 대해서만 감단 승인을 하게 되면 기존 경비원의 11% 정도가 축소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혹은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업무와 함께 분리수거, 청소 등의 관리 업무를 부분적으로(전체 업무의 30% 이내) 확대하고 이에 대해 감단직 승인을 하게 되면 경비원이 소폭 줄고 관리원(청소원)의 소폭 증가로 결국 고용률은 -7.4%가 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를 경비업무 이외 전면적으로 확대하되 감단직으로 승인해 주지 않게 되면 고용률은 -8.8%로 더 떨어집니다.

■아파트 단지별 컨설팅으로 경비원 근로환경 개선

결국 아파트 경비원의 일자리를 지키면서도 입주민들의 편의와 비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무체계 개편이 필수적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4월부터 각 아파트 단지별로 상황에 맞는 컨설팅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A 단지의 아파트 경비원 14명이 24시간 격일제로 일했다면 22시 야간 퇴근 격일제를 시행하며 일부 인원에 대해서는 돌아가면서 야간 당직 시스템을 도입해 본다던가, 12명은 격일제 근무 경비원으로 나머지는 주간에 관리원으로 일하게 하는 방법 등입니다.

고령의 아파트 경비원의 장시간 근로 등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고용부는 우수사례를 발굴해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정부는 일부 단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수행 중인데요.

모든 아파트 경비원이 하루아침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이른바 '9 to 6' 근로자가 되는건 무리겠지만 고용부가 내놓을 가이드라인과 시범 사업 등으로 경비원들이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고, 휴게시간에는 쉴 수 있는 기본적인 노동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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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경비원은 9 to 6 가능할까…감단직 승인 제도 향방은?
    • 입력 2021-02-17 16:55:46
    • 수정2021-02-17 21:09:57
    취재K

한 입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다 생을 달리한 故 최희석 경비원 사건 이후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전국에 있는 아파트 경비원은 26만 9천 명으로 추산됩니다. 대부분은 남성, 평균 연령은 63.9세입니다. 주된 근무형태는 격일(24시간) 맞교대제로 하루 평균 14시간~15시간 일하고, 9시간~10시간 정도 쉬는데요. 이같은 근무형태가 가능한 건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과 휴게, 휴일 적용을 받지 않는 '감시 ·단속적 근로자' 승인 제도 때문입니다.

고용부가 오늘 이 제도의 개선 방안을 내놨습니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일상은 어떻게 바뀌는 걸까요?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 방안…아파트 경비원은?

결론만 말하면 아파트 경비원의 노동 환경은 당장 크게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를 비율로 따져보면 경비 50.5%, 분리수거지원 14.1%, 주차관리 12.0%, 청소 11.8% 등으로 조사됩니다. 경비업법에 따르면 경비원은 경비 외에는 다른 일을 해선 안되지만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오는 10월부터 아파트 경비원은 합법적으로 다른 업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 경비원이 감시·단속적 근로자(이하 '감단')에 해당하는지 판단을 받아야 할 수밖에 없는데요. 고용노동부가 이 기준을 오는 8월에 발표하겠다고 결정을 유보했기 때문입니다. 경비 업무 외에 다른 업무에 대한 강도와 빈도 등을 따져 감단직 승인 기준을 마련해 보겠다는 설명입니다.

개선 방안에 따르면, 감단 근로자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습니다. 고용부는 감단을 승인할 때 지금 확인하고 있는 휴게실뿐만 아니라 월 4일 이상 휴무일이 보장될 수 있도록 평가 요소에 넣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신규 신청 아파트가 아니라면 기존 아파트는 3년 뒤에나 갱신 신청을 하기 때문에 월 4일 이상 휴무가 적용되고, 이를 정부 측에서 확인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부는 그러면서 "휴게시간이 근무시간을 넘지 않도록 상한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남우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이에 대해 "감단 근로자의 임금을 줄이기 위해 휴게시간을 12시간까지로 늘리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의 경우 하루 평균 휴게시간은 9시간에서 10시간 정도인데 이 규정이 휴게시간을 더 늘리기 위한 근거로 쓰이면 안된다는 겁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밖에도 감단 승인제도의 유효기간을 3년으로 못박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용역업체 등이 한번 감단 승인을 받으면 계속 해서 소속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과 휴게, 휴일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왔는데요. 이제 3년마다 이를 확인하겠다는 겁니다.

감단 승인이 취소된 뒤 재승인을 받고 2년 내에 근로자에게 부수 업무 등을 과도하게 시키는등 다시 승인 기준 위반이 발견되면 일정 기간 동안 승인을 받지 못하도록 제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한국노동연구원, ‘공동주택 경비근로자 업무범위 명확화의 고용영향분석’
■아파트경비원 일반 근로자되면 고용 최대 11% 감소

아파트 경비원의 감단직 적용 여부에 고용노동부가 고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바로 아파트 경비원 업무 범위에 따라 감단직 승인 여부가 달라지면 기존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 자체가 축소될 거라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을 통해 이에 관한 고용영향평가를 실시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지금처럼 아파트경비원의 업무를 경비뿐만 아니라 분리수거, 청소 등으로 업무 범위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감단직 승인을 해주면 고용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경비원이 경비 업무만 수행할 수 있고, 이에 대해서만 감단 승인을 하게 되면 기존 경비원의 11% 정도가 축소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혹은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업무와 함께 분리수거, 청소 등의 관리 업무를 부분적으로(전체 업무의 30% 이내) 확대하고 이에 대해 감단직 승인을 하게 되면 경비원이 소폭 줄고 관리원(청소원)의 소폭 증가로 결국 고용률은 -7.4%가 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를 경비업무 이외 전면적으로 확대하되 감단직으로 승인해 주지 않게 되면 고용률은 -8.8%로 더 떨어집니다.

■아파트 단지별 컨설팅으로 경비원 근로환경 개선

결국 아파트 경비원의 일자리를 지키면서도 입주민들의 편의와 비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무체계 개편이 필수적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4월부터 각 아파트 단지별로 상황에 맞는 컨설팅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A 단지의 아파트 경비원 14명이 24시간 격일제로 일했다면 22시 야간 퇴근 격일제를 시행하며 일부 인원에 대해서는 돌아가면서 야간 당직 시스템을 도입해 본다던가, 12명은 격일제 근무 경비원으로 나머지는 주간에 관리원으로 일하게 하는 방법 등입니다.

고령의 아파트 경비원의 장시간 근로 등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고용부는 우수사례를 발굴해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정부는 일부 단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수행 중인데요.

모든 아파트 경비원이 하루아침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이른바 '9 to 6' 근로자가 되는건 무리겠지만 고용부가 내놓을 가이드라인과 시범 사업 등으로 경비원들이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고, 휴게시간에는 쉴 수 있는 기본적인 노동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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