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자” 고액 ‘알바’ 빠졌다간 순식간에 ‘범죄자’

입력 2021.02.18 (11:23) 수정 2021.02.18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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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류 상·하차 일자리 구직자에게 돌아온 '뜻밖의 제안'

대학을 휴학하고 단기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20대 남성.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물류센터 상·하차 직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했습니다. 해당 물류센터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 업체에서 운영하는 곳이었고, 통근 버스까지 제공한다고 해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용역 업체 구인 담당자로부터 기다리던 연락을 받은 이 남성은 뜻밖의 제안을 들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류센터에 일자리가 없으니 다른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거였습니다.

물류 상·하차 일자리에 지원한 20대 구직자물류 상·하차 일자리에 지원한 20대 구직자

구인 담당자는 자신이 소속된 회사가 인사·노무 업무 뿐 아니라 채권·채무 관련 일도 하고 있다며, 시키는 대로 서류만 전달하면 건당 6만 원, 많게는 15만 원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류를 최대한 빠르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며 택시비를 얼마든 지원할 테니 가까운 거리도 택시를 타고 이동하고, 서류를 주고 나면 바쁜 일이 있다고 말하고 빨리 자리를 뜨라고 당부했습니다. 조금 의심스럽긴 했지만 단순한 일이라고 생각한 남성은 일을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 구인 공고 사라지고 담당자 연락 끊겨…범죄 연루될 뻔 '아찔'

하지만 '정상적인 일이 아닌 것 같다'며 부모님과 주변 지인들이 만류했고, 이 남성은 결국 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언론 보도 등을 유심히 살펴보다, 자신과 비슷한 일을 하다 범죄에 연루돼 경찰에 붙잡힌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 남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아들이 서류 전달 일을 하다가 보이스 피싱 범죄에 연루돼 구속됐다는 사연이 올라와 있다. 별 생각 없이 일을 했다가 범죄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아찔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구인 담당자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구인 담당자

현재 해당 구인 공고는 사라졌고, 담당자는 연락을 끊은 상태입니다. 해당 용역 업체는 "우리 회사는 채권·채무 관련 업무를 하고 있지도 않고, 구인 공고에 쓰여있지 않은 일을 절대 제안하지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구직자와 연락했다는 담당자는 회사 직원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업체 측은 누군가 회사 이름을 도용해 구직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 서류·현금 전달 업무, 범죄 연루 가능성 높아 '주의'

서류나 현금을 전달해주면 고액을 준다는 단기 일자리는 범죄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화금융사기, 마약 운반 등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경우 이를 은폐하려고 단기 일자리로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부산 경찰이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검거한 전화금융사기 송금책 등 417명 가운데 73명이 구속됐는데, 단기 일자리 구직자도 많았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업은 물론 단기 일자리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 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단기 일자리 노동자 수는 지난해보다 79만 5천 명이나 줄었고, 이 가운데 20대가 21만 4천 명으로 4명 중 1명 꼴이었는데요. 가뜩이나 어려워진 구직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단기 일자리를 구하러 나선 청년들을 노린 범죄가 잇따르는 겁니다.

단순한 일이라고 생각해 범죄인 줄 모르고 가담했더라도 방조 행위로 인정돼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고액의 단기 일자리를 지원할 때는 업체 정보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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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8 11:23:06
    • 수정2021-02-18 22:22:30
    취재K

■ 물류 상·하차 일자리 구직자에게 돌아온 '뜻밖의 제안'

대학을 휴학하고 단기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20대 남성.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물류센터 상·하차 직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했습니다. 해당 물류센터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 업체에서 운영하는 곳이었고, 통근 버스까지 제공한다고 해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용역 업체 구인 담당자로부터 기다리던 연락을 받은 이 남성은 뜻밖의 제안을 들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류센터에 일자리가 없으니 다른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거였습니다.

물류 상·하차 일자리에 지원한 20대 구직자
구인 담당자는 자신이 소속된 회사가 인사·노무 업무 뿐 아니라 채권·채무 관련 일도 하고 있다며, 시키는 대로 서류만 전달하면 건당 6만 원, 많게는 15만 원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류를 최대한 빠르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며 택시비를 얼마든 지원할 테니 가까운 거리도 택시를 타고 이동하고, 서류를 주고 나면 바쁜 일이 있다고 말하고 빨리 자리를 뜨라고 당부했습니다. 조금 의심스럽긴 했지만 단순한 일이라고 생각한 남성은 일을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 구인 공고 사라지고 담당자 연락 끊겨…범죄 연루될 뻔 '아찔'

하지만 '정상적인 일이 아닌 것 같다'며 부모님과 주변 지인들이 만류했고, 이 남성은 결국 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언론 보도 등을 유심히 살펴보다, 자신과 비슷한 일을 하다 범죄에 연루돼 경찰에 붙잡힌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 남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아들이 서류 전달 일을 하다가 보이스 피싱 범죄에 연루돼 구속됐다는 사연이 올라와 있다. 별 생각 없이 일을 했다가 범죄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아찔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구인 담당자
현재 해당 구인 공고는 사라졌고, 담당자는 연락을 끊은 상태입니다. 해당 용역 업체는 "우리 회사는 채권·채무 관련 업무를 하고 있지도 않고, 구인 공고에 쓰여있지 않은 일을 절대 제안하지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구직자와 연락했다는 담당자는 회사 직원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업체 측은 누군가 회사 이름을 도용해 구직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 서류·현금 전달 업무, 범죄 연루 가능성 높아 '주의'

서류나 현금을 전달해주면 고액을 준다는 단기 일자리는 범죄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화금융사기, 마약 운반 등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경우 이를 은폐하려고 단기 일자리로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부산 경찰이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검거한 전화금융사기 송금책 등 417명 가운데 73명이 구속됐는데, 단기 일자리 구직자도 많았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업은 물론 단기 일자리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 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단기 일자리 노동자 수는 지난해보다 79만 5천 명이나 줄었고, 이 가운데 20대가 21만 4천 명으로 4명 중 1명 꼴이었는데요. 가뜩이나 어려워진 구직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단기 일자리를 구하러 나선 청년들을 노린 범죄가 잇따르는 겁니다.

단순한 일이라고 생각해 범죄인 줄 모르고 가담했더라도 방조 행위로 인정돼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고액의 단기 일자리를 지원할 때는 업체 정보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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