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 범죄에는 감형 없다”…또 다른 N번방 판결

입력 2021.02.18 (16:43) 수정 2021.02.18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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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착취물 범죄 가담한 20대 청년의 눈물

판사가 주문을 낭독하자 재판정에 선 피고인 A씨는 크게 흐느꼈습니다. 조용한 재판정에 A씨의 울음소리가 울렸습니다.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가족도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죗값을 치르게 된 상황.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A씨가 재판정에 선 이유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때문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트리고 있는 일명 'N번방 사건'과 유사한 수법으로 성착취 영상물 제작유통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N번방은 또 다른 N번방을 만들었다'


2019년 11월. N번방 사건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던 그 시점의 일입니다.

그런데 이때, N번방과 비슷한 수법의 성착취물 제작과 유통을 공모하는 집단이 온라인에서 만들어집니다. 피고인 A씨의 공범자들은 사이트 접속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수집할 수 있는 '피싱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이 사이트에 로그인하면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유출됩니다. 피고인 A씨는 SNS를 통해 알게 된 10대 여성들에게 거짓말을 해 피싱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했습니다.

10대 여성들이 로그인하면 그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연계된 사이트에 저장되도록 해 2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냈습니다.

이들은 10대 여성들이 특정 사이트에 비공개로 저장해놓았던 신체 사진과 신상 정보를 수집한 다음 접근했습니다. 이를 "지인들에게 유포하거나, 부모에게 말하겠다"고 하거나 자신들을 경찰이라고 사칭해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10대 여성들에게 50개가 넘는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하게 하고 비밀 단체대화방에 유포했습니다.


■ 재판부, "범행 가담 정도 낮더라도 엄벌 처해야"

피고인 A씨 측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큰 수술을 마치고 마약성 진통제 투약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음란물을 제공해주겠다는 말에 현혹돼 이미 제작된 음란물의 전송을 도왔을 뿐 협박을 주도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는 피고인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량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범들과 공모해서 아동 청소년 피해자들을 유도해 개인정보를 탈취하고 음란 동영상들을 촬영하도록 한 점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피고인이 일주일 남짓 범행에 가담하고 다른 공범자와 비교하면 가담 정도가 낮으며, 금전적 이득도 취하지 않은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피해 여성들의 약점을 알아낸 범행 수법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습니다.


■ 성착취물 영상 제작 유포하면 '최대 29년 3개월 징역형'


범행 가담 정도가 낮고 돈을 받지 않는 등 여러 참작 사유가 있더라도 감형 사유가 될 수 없음을 재판부가 다시 확인한 것입니다.

실제로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안을 의결하고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만든 범죄에 대해서는 5년에서 9년의 징역형을, 상습범에게는 최소 10년 6개월에서 최대 29년 3개월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했습니다.

'N번방 사건'을 둘러싼 끔찍한 피해 사실들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던 시점에 어이없게도 또 다른 'N번방'을 만들었던 가해자들. 피고인 A씨가 흘린 뒤늦은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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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착취물 범죄에는 감형 없다”…또 다른 N번방 판결
    • 입력 2021-02-18 16:43:32
    • 수정2021-02-18 22:22:27
    취재K

■ 성착취물 범죄 가담한 20대 청년의 눈물

판사가 주문을 낭독하자 재판정에 선 피고인 A씨는 크게 흐느꼈습니다. 조용한 재판정에 A씨의 울음소리가 울렸습니다.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가족도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죗값을 치르게 된 상황.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A씨가 재판정에 선 이유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때문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트리고 있는 일명 'N번방 사건'과 유사한 수법으로 성착취 영상물 제작유통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N번방은 또 다른 N번방을 만들었다'


2019년 11월. N번방 사건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던 그 시점의 일입니다.

그런데 이때, N번방과 비슷한 수법의 성착취물 제작과 유통을 공모하는 집단이 온라인에서 만들어집니다. 피고인 A씨의 공범자들은 사이트 접속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수집할 수 있는 '피싱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이 사이트에 로그인하면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유출됩니다. 피고인 A씨는 SNS를 통해 알게 된 10대 여성들에게 거짓말을 해 피싱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했습니다.

10대 여성들이 로그인하면 그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연계된 사이트에 저장되도록 해 2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냈습니다.

이들은 10대 여성들이 특정 사이트에 비공개로 저장해놓았던 신체 사진과 신상 정보를 수집한 다음 접근했습니다. 이를 "지인들에게 유포하거나, 부모에게 말하겠다"고 하거나 자신들을 경찰이라고 사칭해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10대 여성들에게 50개가 넘는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하게 하고 비밀 단체대화방에 유포했습니다.


■ 재판부, "범행 가담 정도 낮더라도 엄벌 처해야"

피고인 A씨 측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큰 수술을 마치고 마약성 진통제 투약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음란물을 제공해주겠다는 말에 현혹돼 이미 제작된 음란물의 전송을 도왔을 뿐 협박을 주도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는 피고인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량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범들과 공모해서 아동 청소년 피해자들을 유도해 개인정보를 탈취하고 음란 동영상들을 촬영하도록 한 점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피고인이 일주일 남짓 범행에 가담하고 다른 공범자와 비교하면 가담 정도가 낮으며, 금전적 이득도 취하지 않은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피해 여성들의 약점을 알아낸 범행 수법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습니다.


■ 성착취물 영상 제작 유포하면 '최대 29년 3개월 징역형'


범행 가담 정도가 낮고 돈을 받지 않는 등 여러 참작 사유가 있더라도 감형 사유가 될 수 없음을 재판부가 다시 확인한 것입니다.

실제로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안을 의결하고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만든 범죄에 대해서는 5년에서 9년의 징역형을, 상습범에게는 최소 10년 6개월에서 최대 29년 3개월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했습니다.

'N번방 사건'을 둘러싼 끔찍한 피해 사실들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던 시점에 어이없게도 또 다른 'N번방'을 만들었던 가해자들. 피고인 A씨가 흘린 뒤늦은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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