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만이라는 美 한파, 원인은 ‘북극 온난화’

입력 2021.02.19 (08:00) 수정 2021.02.1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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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2월과 1905년의 2월과 견줄만한 기록적인 추위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언급한 내용입니다. 미국 콜로라도주 유마(-41℃), 캔자스주 노턴(-31℃), 오클라호마시티(-24℃)는 약 120년 만의 한파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텍사스주 휴스턴과 아칸소주 리틀록 등의 도시도 30년 만의 추위로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눈까지 많이 내려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역시 봄의 시작을 불과 열흘 남짓 앞두고 또다시 영하 10도 안팎의 매서운 한파가 밀려왔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원인은 같습니다.

북극의 온난화로 인한 '한파' 때문입니다. 북극 한파가 확장한 세 갈래의 흐름을 따라 지구촌 곳곳에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 굽이치는 북극한파… 북미와 유럽, 그리고 한반도

위에 표시된 그림은 지상에서 약 5km 떨어진 대기 상공(500hPa geopotential height)인데요,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할 때 활용됩니다.

이 그림을 펼쳐서 대륙별로 한 번 살펴볼까요.


푸른 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이 지역의 상공 온도가 낮다는 걸 의미합니다. 북극의 주변부로 찬 공기의 흐름이 서에서 동으로 물결치듯이 굽이치는 모습이 보이죠?

붉은색 동그라미로 표시한 건 중위도로 깊숙이 밀려온 북극한파가 확장한 지역입니다. 북미 지역에 한 축이 있고 또 하나는 동유럽, 그리고 한반도 부근에도 하나가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북극한파가 중위도까지 밀려올 때, 굽이치는 흐름은 어느 한 지역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유난히 자주 내려오는 길이 있는데요. 바로 이 지역들입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 북미… 한파 속 본토의 70%는 폭설에 묻혀

첫 번째로 북미지역을 보죠. 북극 한파의 축이 가장 강력하게 내려왔습니다.

라니냐의 영향으로 북미 서해안지역으론 블로킹이 발생해 한파의 흐름이 더 오래, 강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은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미국의 최근 기온과 평년값을 비교한 자료인데요. 미 서부지역과 동남부 플로리다 주를 제외하곤 기온이 평년 수준보다 화씨 20도 안팎, 섭씨로는 6도 안팎까지 떨어진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라색과 푸른색으로 표시된 한파 흐름이 아래로 뻗어 내려와 북부나 중부지역뿐 아니라 텍사스나 루이지애나 등 남부 지역까지도 강하게 영향을 준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이 지역들엔 이례적으로 폭설이 쏟아졌는데요.

미전역 눈 덮임 현황, 미 해양대기청 NOAA 미전역 눈 덮임 현황, 미 해양대기청 NOAA

미 해양대기청에서 제공한 현재 눈이 덮여 있는 면적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하얀색으로 표시된 눈 덮임 지역이 미국 본토의 3/4이나 됩니다. 약 73%로 2003년 이후 가장 넓은 지역에 눈이 내렸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유럽도 강추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등지에선 최저 기온이 영하 25도 안팎까지 떨어졌습니다. 도로와 전기가 끊기고 동사자가 속출하는 등 한파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한반도… 봄의 길목에 찾아온 매서운 추위

북극 한파의 한 축이 밀려든 우리나라에도 며칠 동안 '강추위'가 이어졌습니다.

어제(18일) 아침 섬지역을 포함한 전국이 영하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서울 기온은 영하 10.6도, 대전 영하 8.9, 부산도 영하 7.2도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북극에서 확장한 한기가 영향을 주긴 했지만, 북극 한파의 중심부가 다소 북동쪽에 치우쳐 있어 지난달 만큼 길고 강력하게 영향을 주진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를 덮친 한파는 어제(18일)를 고비로, 오늘(19일)부터 점차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 북극 한파 영향 언제까지?

우리나라와 달리, 북미지역의 경우 한파의 기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겠습니다.

기상청 최정희 기후분석관은 "중기모델 자료를 보면 북미 지역의 경우 강도는 차츰 약해지겠지만, 주기적으로 영향이 지속되겠고, 특히 이달 하순쯤 다시 강한 한파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걸로 예측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기상청(NWS) 역시 당분간 영향이 계속될 걸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북미지역의 경우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미 텍사스주 사우스파드르섬 해안가에서 한파로 기절한 거북이들이 구조된 모습미 텍사스주 사우스파드르섬 해안가에서 한파로 기절한 거북이들이 구조된 모습

이번 한파로 미 텍사스주 사우스파드르섬 해안가에선 바다 거북이떼가 한파에 실신한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 지역 비영리 단체인 '바다거북'과 자원봉사자들이 4천 마리 이상의 거북이를 구조했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냉혈동물들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 없어서 특히 극한 날씨에 더 취약한데요. 북극의 기온 상승이 몰고 온 북극한파로 인해,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생물 종부터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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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0년 만이라는 美 한파, 원인은 ‘북극 온난화’
    • 입력 2021-02-19 08:00:16
    • 수정2021-02-19 22:10:38
    기후

"1899년 2월과 1905년의 2월과 견줄만한 기록적인 추위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언급한 내용입니다. 미국 콜로라도주 유마(-41℃), 캔자스주 노턴(-31℃), 오클라호마시티(-24℃)는 약 120년 만의 한파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텍사스주 휴스턴과 아칸소주 리틀록 등의 도시도 30년 만의 추위로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눈까지 많이 내려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역시 봄의 시작을 불과 열흘 남짓 앞두고 또다시 영하 10도 안팎의 매서운 한파가 밀려왔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원인은 같습니다.

북극의 온난화로 인한 '한파' 때문입니다. 북극 한파가 확장한 세 갈래의 흐름을 따라 지구촌 곳곳에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 굽이치는 북극한파… 북미와 유럽, 그리고 한반도

위에 표시된 그림은 지상에서 약 5km 떨어진 대기 상공(500hPa geopotential height)인데요,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할 때 활용됩니다.

이 그림을 펼쳐서 대륙별로 한 번 살펴볼까요.


푸른 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이 지역의 상공 온도가 낮다는 걸 의미합니다. 북극의 주변부로 찬 공기의 흐름이 서에서 동으로 물결치듯이 굽이치는 모습이 보이죠?

붉은색 동그라미로 표시한 건 중위도로 깊숙이 밀려온 북극한파가 확장한 지역입니다. 북미 지역에 한 축이 있고 또 하나는 동유럽, 그리고 한반도 부근에도 하나가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북극한파가 중위도까지 밀려올 때, 굽이치는 흐름은 어느 한 지역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유난히 자주 내려오는 길이 있는데요. 바로 이 지역들입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 북미… 한파 속 본토의 70%는 폭설에 묻혀

첫 번째로 북미지역을 보죠. 북극 한파의 축이 가장 강력하게 내려왔습니다.

라니냐의 영향으로 북미 서해안지역으론 블로킹이 발생해 한파의 흐름이 더 오래, 강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은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미국의 최근 기온과 평년값을 비교한 자료인데요. 미 서부지역과 동남부 플로리다 주를 제외하곤 기온이 평년 수준보다 화씨 20도 안팎, 섭씨로는 6도 안팎까지 떨어진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라색과 푸른색으로 표시된 한파 흐름이 아래로 뻗어 내려와 북부나 중부지역뿐 아니라 텍사스나 루이지애나 등 남부 지역까지도 강하게 영향을 준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이 지역들엔 이례적으로 폭설이 쏟아졌는데요.

미전역 눈 덮임 현황, 미 해양대기청 NOAA
미 해양대기청에서 제공한 현재 눈이 덮여 있는 면적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하얀색으로 표시된 눈 덮임 지역이 미국 본토의 3/4이나 됩니다. 약 73%로 2003년 이후 가장 넓은 지역에 눈이 내렸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유럽도 강추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등지에선 최저 기온이 영하 25도 안팎까지 떨어졌습니다. 도로와 전기가 끊기고 동사자가 속출하는 등 한파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한반도… 봄의 길목에 찾아온 매서운 추위

북극 한파의 한 축이 밀려든 우리나라에도 며칠 동안 '강추위'가 이어졌습니다.

어제(18일) 아침 섬지역을 포함한 전국이 영하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서울 기온은 영하 10.6도, 대전 영하 8.9, 부산도 영하 7.2도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북극에서 확장한 한기가 영향을 주긴 했지만, 북극 한파의 중심부가 다소 북동쪽에 치우쳐 있어 지난달 만큼 길고 강력하게 영향을 주진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를 덮친 한파는 어제(18일)를 고비로, 오늘(19일)부터 점차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 북극 한파 영향 언제까지?

우리나라와 달리, 북미지역의 경우 한파의 기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겠습니다.

기상청 최정희 기후분석관은 "중기모델 자료를 보면 북미 지역의 경우 강도는 차츰 약해지겠지만, 주기적으로 영향이 지속되겠고, 특히 이달 하순쯤 다시 강한 한파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걸로 예측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기상청(NWS) 역시 당분간 영향이 계속될 걸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북미지역의 경우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미 텍사스주 사우스파드르섬 해안가에서 한파로 기절한 거북이들이 구조된 모습
이번 한파로 미 텍사스주 사우스파드르섬 해안가에선 바다 거북이떼가 한파에 실신한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 지역 비영리 단체인 '바다거북'과 자원봉사자들이 4천 마리 이상의 거북이를 구조했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냉혈동물들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 없어서 특히 극한 날씨에 더 취약한데요. 북극의 기온 상승이 몰고 온 북극한파로 인해,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생물 종부터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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