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은 되고 백기완은 안되고…서울시의 방역 이중잣대?

입력 2021.02.19 (18:04) 수정 2021.02.1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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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투사' 고(故)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영결식이 오늘(19일) 오전 11시 서울광장에서 진행됐습니다. 영결식은 엄숙함보다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살자는 고(故)백기완 소장의 '노나메기' 정신을 잇겠다는 이들의 목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엄숙함'은 오히려 이를 지켜보는 관할 지자체 공무원들에게서 느껴졌습니다. 서울시와 종로구청 등 관계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와 장례행렬과 영결식을 지켜보면서 이를 기록하는 등 바쁘게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영결식에서 뭘 기록한 걸까요?


■서울시 "백기완 소장의 분향소와 영결식 무허가"...문제 시 변상금 부과할 것"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다음달 31일까지 서울광장의 사용을 금지한 상태입니다. 또 서울 등 수도권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른 '100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고(故)백기완 소장의 분향소와 영결식 역시 이러한 조치의 예외가 아니라며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서울광장에 임의로 분향소가 설치되고 영결식이 진행되는 상황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앞서 어제(18일)는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장례위원회가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일반 시민들의 조문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서울시 관계자들은 '무단 설치'라며 분향소 설치를 제재하려 했고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서울시는 "분향소가 서울 광장을 불법 점유했기 때문에 판례에 따라 변상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관할 구청인 종로구 역시 "장례 행렬에 대해서 서울시와 같이 허가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장에 공무원들을 파견에 감염병 예방법 위반 등의 상황을 지켜보고 계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고(故) 백기완 소장 영결식 모습고(故) 백기완 소장 영결식 모습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땐 분향소 설치돼...방역 수칙 잘 지킨 채 진행할 것

이에 대해 노나메기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장례위원회에서는 관할 지자체의 조치가 아쉽다는 반응입니다. 고(故) 박 전 시장의 장례식 땐 서울광장에 분향소가 설치하도록 했는데 이번엔 왜 안되냐는 겁니다.

송경동 장례위원회 기획위원장은 "전체 사회가 (고(故) 백기완 소장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표해주고 있고 전국 40여 곳에 시민 분향이 설치돼 조문하고 있다"면서 "사회장인데 정부든 경찰이든 협조가 필요한 거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가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한 것에 대해 변상금을 부여하겠단 경고에 대해서는 "고인에 대한 합당한 사회적 예에 맞는 얘기가 있어야 한다"라며 "방역 관련해서는 분향소부터 장례 절차 내내 방역 지침에 맞춰서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에 대해서 송 기획위원장은 "99인 이하란 조치에 맞춰 장례 행렬을 진행할 것"이라며 "고인의 마지막 배웅을 위해 나오시겠다는 시민이 있다면 거리 띄기 등의 방역 조치를 철저히 해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시청 앞 서울 중구 임시 선별 검사소서울 시청 앞 서울 중구 임시 선별 검사소

■경찰 "장례는 집회 아니라 문제 없어" vs 코로나19 상황 심각해

법적으론 어떨까요? 경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장례 행렬이든 영결식이든 '집시법' 대상이 아니란 것입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5조를 보면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는 집시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따라서 제재할 수 없다고 경찰을 밝혔습니다.

단,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측면은 좀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르면 '100인 이상 집합금지'이기 때문입니다. 장례위가 공언한 대로 방역 수칙을 지켰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영결식이 끝난 뒤 "감염병예방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가 심각한 현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장례위 측에서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분향소를 지적했지만 상황이 변했으니 방역 기준 적용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고(故) 박 전 시장의 분향소가 설치된 지난해 7월에는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전국 35명, 서울시는 8명이었습니다. 반면 영결식이 진행된 오늘(19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561명, 서울시는 180명에 이릅니다.

강제 철거된 아시아나 케이오 천막 농성장(왼쪽)과 ‘허가 받은’ 조계사 천막(오른쪽)강제 철거된 아시아나 케이오 천막 농성장(왼쪽)과 ‘허가 받은’ 조계사 천막(오른쪽)

■전문가들 "지자체의 자의적 방역 기준 적용이 문제...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집행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은 방역 기준 적용의 갈지 자 행보를 보이는 지자체에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지자체의 방역수칙 적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5월과 6월 서울 종로구는 감염병 예방법을 근거로 아시아나 하청업체 노동자의 농성 천막을 철거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철거에 항의해 다시 농성 천막을 설치했지만 종로구는 공권력까지 동원해 모두 3차례에 걸쳐 강제 철거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조계사의 경우에는 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5인 이상 집합금지인 상황이었지만 조계사에서는 20명의 인원이 있을 수 있는 천막 2개를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종로구는 이번에는 시민들이 잠시 지나가는 천막이라고 판단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배귀희 숭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논란이 (지자체가)규정이나 시행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집행해야지 원칙이 흔들리면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동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행정기관의)자의적 성향에 따라 허가와 불허가 달라진다면 혼란은 계속될 거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갈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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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9 18:04:48
    • 수정2021-02-19 22:10:32
    취재K

'거리의 투사' 고(故)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영결식이 오늘(19일) 오전 11시 서울광장에서 진행됐습니다. 영결식은 엄숙함보다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살자는 고(故)백기완 소장의 '노나메기' 정신을 잇겠다는 이들의 목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엄숙함'은 오히려 이를 지켜보는 관할 지자체 공무원들에게서 느껴졌습니다. 서울시와 종로구청 등 관계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와 장례행렬과 영결식을 지켜보면서 이를 기록하는 등 바쁘게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영결식에서 뭘 기록한 걸까요?


■서울시 "백기완 소장의 분향소와 영결식 무허가"...문제 시 변상금 부과할 것"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다음달 31일까지 서울광장의 사용을 금지한 상태입니다. 또 서울 등 수도권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른 '100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고(故)백기완 소장의 분향소와 영결식 역시 이러한 조치의 예외가 아니라며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서울광장에 임의로 분향소가 설치되고 영결식이 진행되는 상황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앞서 어제(18일)는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장례위원회가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일반 시민들의 조문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서울시 관계자들은 '무단 설치'라며 분향소 설치를 제재하려 했고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서울시는 "분향소가 서울 광장을 불법 점유했기 때문에 판례에 따라 변상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관할 구청인 종로구 역시 "장례 행렬에 대해서 서울시와 같이 허가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장에 공무원들을 파견에 감염병 예방법 위반 등의 상황을 지켜보고 계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고(故) 백기완 소장 영결식 모습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땐 분향소 설치돼...방역 수칙 잘 지킨 채 진행할 것

이에 대해 노나메기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장례위원회에서는 관할 지자체의 조치가 아쉽다는 반응입니다. 고(故) 박 전 시장의 장례식 땐 서울광장에 분향소가 설치하도록 했는데 이번엔 왜 안되냐는 겁니다.

송경동 장례위원회 기획위원장은 "전체 사회가 (고(故) 백기완 소장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표해주고 있고 전국 40여 곳에 시민 분향이 설치돼 조문하고 있다"면서 "사회장인데 정부든 경찰이든 협조가 필요한 거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가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한 것에 대해 변상금을 부여하겠단 경고에 대해서는 "고인에 대한 합당한 사회적 예에 맞는 얘기가 있어야 한다"라며 "방역 관련해서는 분향소부터 장례 절차 내내 방역 지침에 맞춰서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에 대해서 송 기획위원장은 "99인 이하란 조치에 맞춰 장례 행렬을 진행할 것"이라며 "고인의 마지막 배웅을 위해 나오시겠다는 시민이 있다면 거리 띄기 등의 방역 조치를 철저히 해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시청 앞 서울 중구 임시 선별 검사소
■경찰 "장례는 집회 아니라 문제 없어" vs 코로나19 상황 심각해

법적으론 어떨까요? 경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장례 행렬이든 영결식이든 '집시법' 대상이 아니란 것입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5조를 보면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는 집시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따라서 제재할 수 없다고 경찰을 밝혔습니다.

단,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측면은 좀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르면 '100인 이상 집합금지'이기 때문입니다. 장례위가 공언한 대로 방역 수칙을 지켰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영결식이 끝난 뒤 "감염병예방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가 심각한 현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장례위 측에서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분향소를 지적했지만 상황이 변했으니 방역 기준 적용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고(故) 박 전 시장의 분향소가 설치된 지난해 7월에는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전국 35명, 서울시는 8명이었습니다. 반면 영결식이 진행된 오늘(19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561명, 서울시는 180명에 이릅니다.

강제 철거된 아시아나 케이오 천막 농성장(왼쪽)과 ‘허가 받은’ 조계사 천막(오른쪽)
■전문가들 "지자체의 자의적 방역 기준 적용이 문제...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집행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은 방역 기준 적용의 갈지 자 행보를 보이는 지자체에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지자체의 방역수칙 적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5월과 6월 서울 종로구는 감염병 예방법을 근거로 아시아나 하청업체 노동자의 농성 천막을 철거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철거에 항의해 다시 농성 천막을 설치했지만 종로구는 공권력까지 동원해 모두 3차례에 걸쳐 강제 철거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조계사의 경우에는 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5인 이상 집합금지인 상황이었지만 조계사에서는 20명의 인원이 있을 수 있는 천막 2개를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종로구는 이번에는 시민들이 잠시 지나가는 천막이라고 판단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배귀희 숭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논란이 (지자체가)규정이나 시행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집행해야지 원칙이 흔들리면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동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행정기관의)자의적 성향에 따라 허가와 불허가 달라진다면 혼란은 계속될 거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갈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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