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해외 명문구단 넣어준다” 해놓고…10대 축구 유망주의 ‘눈물’

입력 2021.02.2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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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프로 축구팀 입단 미끼

지난 2017년 3월 2일 경남 양산시의 한 커피숍.

A(41)씨는 고등학교 1학년 축구 선수 아들을 둔 학부모 B 씨를 이곳에서 만났다. A 씨는 전직 축구선수로 인천 지역에서 프로축구 중개업체(에이전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축구선수인 B 씨 아들에 대한 장래 등에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 자리에서 A 씨는 B 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A 씨는 B 씨에게 “아들을 크로아티아 축구팀에 입단시켜 주겠다. 내가 소속된 회사가 독일에서 큰 회사인데 회사 차원에서 보내면 받아주게 돼 있다”며 “내 담당이 크로아티아 1부 프로축구팀인데 일단 청소년 팀에 입단시킨 후 18세 이상이 되면 성인 프로팀에 입단시켜주겠으니 1년에 3,000만 원씩 2년간 6,000만 원을 달라”고 말한다.

B 씨는 A 씨가 전직 축구선수이고 에이전트를 운영하고 있어 철석같이 A 씨의 말을 믿고 먼저 같은 날(3월 2일) 1,500만 원을 송금해줬다. 3월 10일 4,500만 원을 보내는 등 2차례에 걸쳐 6,000만 원을 보냈다.

이후 B 씨 아들 C 군은 다니던 고교를 자퇴하고 해외 프로축구팀에 입단하기 위해 2017년 5월 1일 크로아티아로 출국했다.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며 머나먼 나라까지 왔던 C 군을 기다린 건 ‘꽃길’이 아닌 ‘악몽’이었다. 크로아티아에 도착한 C 군은 어느 팀에도 입단하지 못했다. 결국, C 군은 그곳에서 훈련만 하다가 한 달 만에 귀국했다.

이어 C 군은 2017년 8월 10일 다시 크로아티아로 출국했지만, 역시 입단 없이 여러 팀을 전전하며 훈련만 하다가 같은 해 12월 13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에도 C 군은 두 차례 더 A 씨와 동행해 크로아티아로 갔지만, 그토록 원하던 프로팀 입단은 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곳 체류기간 동안 A 씨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수차례 식비를 아버지 카드로 지출하기도 했다.

결국, A 씨는 C 군을 유럽에 입단시켜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받아 크로아티아로 가 잠시 훈련만 하게 한 후 한국으로 돌아오게 한 것이었다.


계속된 사기... 필리핀, 일본, 세르비아 프로 축구팀까지

A 씨의 사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들의 해외 프로축구팀 입단이 불발돼 항의하는 B 씨에게 다른 이유를 들어 돈을 가로챈다. A 씨는 B 씨에게 “아들을 필리핀에 보내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게 해 주겠다”며 “2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해 돈을 챙겼다.

이어 A 씨는 C 군을 일본에 데려가 축구경기를 관람해야 한다며 B 씨에게 200만 원을 받아 가로챘다.

A 씨는 또 B 씨에게 “아들이 1년에 1억 원씩 총 2년 계약으로 세르비아 프로축구팀에 입단하게 됐다”며 성공사례금 명목으로 B 씨로부터 1천500만 원을 받아 챙기기까지 했다.

이렇게 A 씨는 B 씨에게 총 7,9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불구속 기소됐고 A 씨에게 속아 피해를본 축구 유망주였던 C 군은 이 일을 계기로 축구선수를 그만뒀다.


"축구 선수 그만두게 됐는데 정신적 고통까지"... 법원 법정구속

재판과정에서 A 씨와 변호인 측은 “프로축구 에이전트 소속 프리랜서 직원으로 이사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부득이한 사정으로 일본에 보내지 못했고, 비행기 예약경비는 다시 반환했다”며 “프로축구팀에 입단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C 군이 스스로 사라져버려 입단하지 못했다. 따라서 피해자를 기망하지 않았고 편취 의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해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가로챘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A 씨와 변호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독일 회사 소속이 아님에도 이를 사칭해 돈을 가로챘다”며 “이사의 지시를 받고 업무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직원 없이 혼자 회사를 경영했기 때문에 이사의 지시로 행동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일본행 예약경비로 200만 원을 받은 무렵 비행기 표를 구매했다는 사정은 나타나지 않고, 별다른 이유 없이 일본에 가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막연히 선수 스카우트나 개인 일정 때문에 가지 못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점도 믿기 힘들다. 또 현재까지 받은 경비 비용을 반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외국어 계약서를 보여줬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는 단지 성인이 되면 어떤 형식으로 계약을 하는지 설명하기 위한 것에 불과할 뿐, 실제로 계약 내지 교섭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대부분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천지법 형사12단독 김상우 판사는 이 같은 이유를 들어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범행은 축구 유망주의 꿈인 유럽 축구팀 입단을 미끼로 그 부친인 피해자로부터 총 7,900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범행 경위 및 수법, 피해액 등에 비추어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며 “ 피해자의 아들은 결국 축구선수를 그만두게 되었고, 현재까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이어 “현재까지 190만 원만을 지급해 피해 변제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피고인을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A 씨는 2003년 프로축구 모 구단에 입단해 선수로 활약하다 2011년 승부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은퇴했다.

이밖에 A 씨는 지난 2018년 10월 경기도 광명시 커피숍에서 한 축구선수의 부모로부터 유사한 수법으로 1,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기소돼, 지난해 2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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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해외 명문구단 넣어준다” 해놓고…10대 축구 유망주의 ‘눈물’
    • 입력 2021-02-20 07:03:25
    취재후·사건후

크로아티아 프로 축구팀 입단 미끼

지난 2017년 3월 2일 경남 양산시의 한 커피숍.

A(41)씨는 고등학교 1학년 축구 선수 아들을 둔 학부모 B 씨를 이곳에서 만났다. A 씨는 전직 축구선수로 인천 지역에서 프로축구 중개업체(에이전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축구선수인 B 씨 아들에 대한 장래 등에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 자리에서 A 씨는 B 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A 씨는 B 씨에게 “아들을 크로아티아 축구팀에 입단시켜 주겠다. 내가 소속된 회사가 독일에서 큰 회사인데 회사 차원에서 보내면 받아주게 돼 있다”며 “내 담당이 크로아티아 1부 프로축구팀인데 일단 청소년 팀에 입단시킨 후 18세 이상이 되면 성인 프로팀에 입단시켜주겠으니 1년에 3,000만 원씩 2년간 6,000만 원을 달라”고 말한다.

B 씨는 A 씨가 전직 축구선수이고 에이전트를 운영하고 있어 철석같이 A 씨의 말을 믿고 먼저 같은 날(3월 2일) 1,500만 원을 송금해줬다. 3월 10일 4,500만 원을 보내는 등 2차례에 걸쳐 6,000만 원을 보냈다.

이후 B 씨 아들 C 군은 다니던 고교를 자퇴하고 해외 프로축구팀에 입단하기 위해 2017년 5월 1일 크로아티아로 출국했다.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며 머나먼 나라까지 왔던 C 군을 기다린 건 ‘꽃길’이 아닌 ‘악몽’이었다. 크로아티아에 도착한 C 군은 어느 팀에도 입단하지 못했다. 결국, C 군은 그곳에서 훈련만 하다가 한 달 만에 귀국했다.

이어 C 군은 2017년 8월 10일 다시 크로아티아로 출국했지만, 역시 입단 없이 여러 팀을 전전하며 훈련만 하다가 같은 해 12월 13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에도 C 군은 두 차례 더 A 씨와 동행해 크로아티아로 갔지만, 그토록 원하던 프로팀 입단은 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곳 체류기간 동안 A 씨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수차례 식비를 아버지 카드로 지출하기도 했다.

결국, A 씨는 C 군을 유럽에 입단시켜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받아 크로아티아로 가 잠시 훈련만 하게 한 후 한국으로 돌아오게 한 것이었다.


계속된 사기... 필리핀, 일본, 세르비아 프로 축구팀까지

A 씨의 사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들의 해외 프로축구팀 입단이 불발돼 항의하는 B 씨에게 다른 이유를 들어 돈을 가로챈다. A 씨는 B 씨에게 “아들을 필리핀에 보내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게 해 주겠다”며 “2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해 돈을 챙겼다.

이어 A 씨는 C 군을 일본에 데려가 축구경기를 관람해야 한다며 B 씨에게 200만 원을 받아 가로챘다.

A 씨는 또 B 씨에게 “아들이 1년에 1억 원씩 총 2년 계약으로 세르비아 프로축구팀에 입단하게 됐다”며 성공사례금 명목으로 B 씨로부터 1천500만 원을 받아 챙기기까지 했다.

이렇게 A 씨는 B 씨에게 총 7,9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불구속 기소됐고 A 씨에게 속아 피해를본 축구 유망주였던 C 군은 이 일을 계기로 축구선수를 그만뒀다.


"축구 선수 그만두게 됐는데 정신적 고통까지"... 법원 법정구속

재판과정에서 A 씨와 변호인 측은 “프로축구 에이전트 소속 프리랜서 직원으로 이사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부득이한 사정으로 일본에 보내지 못했고, 비행기 예약경비는 다시 반환했다”며 “프로축구팀에 입단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C 군이 스스로 사라져버려 입단하지 못했다. 따라서 피해자를 기망하지 않았고 편취 의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해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가로챘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A 씨와 변호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독일 회사 소속이 아님에도 이를 사칭해 돈을 가로챘다”며 “이사의 지시를 받고 업무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직원 없이 혼자 회사를 경영했기 때문에 이사의 지시로 행동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일본행 예약경비로 200만 원을 받은 무렵 비행기 표를 구매했다는 사정은 나타나지 않고, 별다른 이유 없이 일본에 가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막연히 선수 스카우트나 개인 일정 때문에 가지 못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점도 믿기 힘들다. 또 현재까지 받은 경비 비용을 반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외국어 계약서를 보여줬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는 단지 성인이 되면 어떤 형식으로 계약을 하는지 설명하기 위한 것에 불과할 뿐, 실제로 계약 내지 교섭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대부분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천지법 형사12단독 김상우 판사는 이 같은 이유를 들어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범행은 축구 유망주의 꿈인 유럽 축구팀 입단을 미끼로 그 부친인 피해자로부터 총 7,900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범행 경위 및 수법, 피해액 등에 비추어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며 “ 피해자의 아들은 결국 축구선수를 그만두게 되었고, 현재까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이어 “현재까지 190만 원만을 지급해 피해 변제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피고인을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A 씨는 2003년 프로축구 모 구단에 입단해 선수로 활약하다 2011년 승부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은퇴했다.

이밖에 A 씨는 지난 2018년 10월 경기도 광명시 커피숍에서 한 축구선수의 부모로부터 유사한 수법으로 1,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기소돼, 지난해 2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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