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아니라 ‘보상’해 달라” 자영업자들이 ‘손실 보상’ 요구하는 이유는?
입력 2021.02.2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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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냐, 보상이냐.'
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자영업자 손실 보전과 관련한 법제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이 보전의 법적 성격을 지원으로 할지, 보상으로 할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월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손실이 명확하게 규정이 안 되면 보상하지 못한다는 법 해석을 내놓는 분들도 있다"며 "피해 지원으로 하면 더 탄력적이고 폭넓게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손실을 조금이라도 더 보전해주기 위해 법적 성격을 '피해 지원'으로 하는 걸 고민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는 발언인데, 자영업자들은 꼭 '손실 보상'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보상 요건에 맞는 손실인지 따져봐야"
홍 부총리의 말은 한마디로 '손실 보상은 까다롭다'로 요약할 수 있다. 자영업자 손실 보상을 담은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검토 보고서를 보면 손실 보상의 고려 사항이 담겨 있다.
검토 보고서는 "방역에 성실하게 협조함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는 자영업자 등을 보호하려는 취지는 긍정적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현행법상 물건의 폐기, 장소의 소독 등에 든 직접적인 비용 이외에 영업 제한·금지 또는 집합 제한·금지로 인한 손실 등 영업이익에 대한 손실 보상 여부에 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토 보고서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영업 제한 등으로 생긴 손실을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넘어 특별한 희생'으로 볼 수 있는가이다.
재해구호법에는 재해 발생 시 토지 또는 건물 등의 사용과 시설·물자의 우선 사용은 손실 보상 규정이 있다.
반면, 가축전염병의 발생과 확산을 막기 위한 도축장 사용정지·제한명령은 헌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에 해당하지 않고, 이에 대한 보상금은 시혜적인 급부에 해당한다는 헌재 결정례도 있다. 도축장 사용정지·제한명령에 대한 손실 보전은 보상이 아니라 지원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로 봤을 때 정부의 조치로 손실을 봤다고 해서 모두 보상해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자영업 손실이 보상의 대상인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손실 범위 파악 곤란한 측면 있어"
두 번째는 객관적 손실 파악의 어려움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음식점 등에 가지 않아서 생긴 손실과 영업 제한으로 인한 손실을 나눠서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장사하지 말라고 해서 오지 못한 손님과 장사를 했어도 오지 않았을 손님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 영업 제한 조치가 없었을 경우 코로나19가 더 확산해서 경제가 위축해, 영업 제한을 했을 때보다 손실이 더 컸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마지막으로는 손실 보상으로 했을 때 재정 부담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재부는 감염법예방법 개정안과 관련해, 영업 제한 조치 등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예방적으로 불특정 다수에 가해지는 일반적·사회적 제약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보상을 해줘야 하는 특별한 희생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손실 범위·항목의 불특정성, 손실 입증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보상 대상 확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위 검토 보고서에 담긴 손실 범위 파악의 어려운 측면을 기재부도 언급한 것이다.
손실보상법 제정에 적극적이던 여당이 지금은 한 발 뒤로 물러선 모양새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 자영업자 "보상은 국가의 의무"
자영업자들은 그러나 손실 보상을 법에 못 박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김종민 대변인은 "대통령과 총리가 손실보상 제도를 마련하라고 시켰으면 공무원들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지원이 더 폭넓고 탄력적이라는 홍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선 "금액 문제는 나라 재정 고려하고 여론 판단하고 피해 규모에 따라서 판단하면 된다"며 "돈을 더 많이 줄 테니 지원으로 퉁치자고 하면 우리는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금액 때문에 지원을 보상으로 해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보상은 국가로서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원은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는데 도와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도움을 받고 싶은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들은 재정 상황 때문에 보상 액수가 실제 손실에 못 미치는 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들의 이런 반응에는 지난 1년 동안 정확한 손실 파악 없이 임시방편처럼 지원금을 줬던 정부에 대한 불만과, 다들 어려운데 자영업자만 지원받는다는 여론에 대한 부담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것인데 도와달라고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 대한 부담이다.
김 대변인은 "(자영업자 손실 관련) 기사가 나오면 '나도 힘들다', '자영업자만 도와줘야 하느냐'라는 댓글이 달린다"며 "이런 여론을 가슴 아프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 논의가 막 시작된 만큼 당분간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는 상황에서 손실 보상에 대한 큰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보상으로 할지, 지원으로 할지 우선 법리 검토를 하고 있는데, 자영업자들이 지원으로 하는 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법적 성격을 지원으로 할 경우 자영업자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게 법제화의 중요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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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 아니라 ‘보상’해 달라” 자영업자들이 ‘손실 보상’ 요구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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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2-20 08:06:01
'지원이냐, 보상이냐.'
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자영업자 손실 보전과 관련한 법제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이 보전의 법적 성격을 지원으로 할지, 보상으로 할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월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손실이 명확하게 규정이 안 되면 보상하지 못한다는 법 해석을 내놓는 분들도 있다"며 "피해 지원으로 하면 더 탄력적이고 폭넓게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손실을 조금이라도 더 보전해주기 위해 법적 성격을 '피해 지원'으로 하는 걸 고민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는 발언인데, 자영업자들은 꼭 '손실 보상'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보상 요건에 맞는 손실인지 따져봐야"
홍 부총리의 말은 한마디로 '손실 보상은 까다롭다'로 요약할 수 있다. 자영업자 손실 보상을 담은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검토 보고서를 보면 손실 보상의 고려 사항이 담겨 있다.
검토 보고서는 "방역에 성실하게 협조함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는 자영업자 등을 보호하려는 취지는 긍정적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현행법상 물건의 폐기, 장소의 소독 등에 든 직접적인 비용 이외에 영업 제한·금지 또는 집합 제한·금지로 인한 손실 등 영업이익에 대한 손실 보상 여부에 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토 보고서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영업 제한 등으로 생긴 손실을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넘어 특별한 희생'으로 볼 수 있는가이다.
재해구호법에는 재해 발생 시 토지 또는 건물 등의 사용과 시설·물자의 우선 사용은 손실 보상 규정이 있다.
반면, 가축전염병의 발생과 확산을 막기 위한 도축장 사용정지·제한명령은 헌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에 해당하지 않고, 이에 대한 보상금은 시혜적인 급부에 해당한다는 헌재 결정례도 있다. 도축장 사용정지·제한명령에 대한 손실 보전은 보상이 아니라 지원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로 봤을 때 정부의 조치로 손실을 봤다고 해서 모두 보상해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자영업 손실이 보상의 대상인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손실 범위 파악 곤란한 측면 있어"
두 번째는 객관적 손실 파악의 어려움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음식점 등에 가지 않아서 생긴 손실과 영업 제한으로 인한 손실을 나눠서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장사하지 말라고 해서 오지 못한 손님과 장사를 했어도 오지 않았을 손님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 영업 제한 조치가 없었을 경우 코로나19가 더 확산해서 경제가 위축해, 영업 제한을 했을 때보다 손실이 더 컸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마지막으로는 손실 보상으로 했을 때 재정 부담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재부는 감염법예방법 개정안과 관련해, 영업 제한 조치 등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예방적으로 불특정 다수에 가해지는 일반적·사회적 제약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보상을 해줘야 하는 특별한 희생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손실 범위·항목의 불특정성, 손실 입증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보상 대상 확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위 검토 보고서에 담긴 손실 범위 파악의 어려운 측면을 기재부도 언급한 것이다.
손실보상법 제정에 적극적이던 여당이 지금은 한 발 뒤로 물러선 모양새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 자영업자 "보상은 국가의 의무"
자영업자들은 그러나 손실 보상을 법에 못 박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김종민 대변인은 "대통령과 총리가 손실보상 제도를 마련하라고 시켰으면 공무원들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지원이 더 폭넓고 탄력적이라는 홍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선 "금액 문제는 나라 재정 고려하고 여론 판단하고 피해 규모에 따라서 판단하면 된다"며 "돈을 더 많이 줄 테니 지원으로 퉁치자고 하면 우리는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금액 때문에 지원을 보상으로 해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보상은 국가로서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원은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는데 도와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도움을 받고 싶은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들은 재정 상황 때문에 보상 액수가 실제 손실에 못 미치는 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들의 이런 반응에는 지난 1년 동안 정확한 손실 파악 없이 임시방편처럼 지원금을 줬던 정부에 대한 불만과, 다들 어려운데 자영업자만 지원받는다는 여론에 대한 부담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것인데 도와달라고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 대한 부담이다.
김 대변인은 "(자영업자 손실 관련) 기사가 나오면 '나도 힘들다', '자영업자만 도와줘야 하느냐'라는 댓글이 달린다"며 "이런 여론을 가슴 아프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 논의가 막 시작된 만큼 당분간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는 상황에서 손실 보상에 대한 큰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보상으로 할지, 지원으로 할지 우선 법리 검토를 하고 있는데, 자영업자들이 지원으로 하는 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법적 성격을 지원으로 할 경우 자영업자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게 법제화의 중요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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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태 기자 highf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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