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단톡방 대화 열 달이나 엿본 신한금융투자 직원

입력 2021.02.21 (08:00) 수정 2021.02.2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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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리티지 펀드... 신한금융투자 판매액 3,908억 원으로 최다

네, 사고 펀드입니다. 라임 펀드처럼 환매가 중단된 펀드입니다. 정식 명칭은 헤리티지 DLS지만, 편의상 펀드라고 하겠습니다. 2000여 명의 투자자에게 5,000억 원어치가 팔렸습니다.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많습니다. 3,908억 원어치가 팔렸고, 투자자 2,000여 명 가운데 1,600명이 신한금융투자 고객입니다.

피해자들의 보상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그러니까 단톡방이 여전히 활성화되어 있는 이유입니다. 가입 허가를 받아야 들어올 수 있는 이 비공개 단톡방에서 피해자들은 분쟁조정과 관련한 기사를 올리고 의견을 나눕니다.

■ 피해자 단톡 방에 신한금융투자 직원이 있었다

그런데 이 방에 1년 가까이 조용히 잠입해 있었던 금융사 직원이 있었습니다. 바로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신한금투 직원입니다. 그것도 피해 고객 면담 담당 직원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의 논의를 신한금융투자 측이 1년 가까이 엿듣고 있었을 수 있단 이야기입니다.

이건 생각하기에 따라선 섬뜩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신한금투는 피해자들과 '손실비율 협상'을 해야 하는 상대방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공유하는 정보를 만약 회사에서 공유하고, 또 협상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면 '우월한 정보'를 바탕으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데도 쓸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1년 가까이 아무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195명이 한 카톡방에 모여있어서 누가 누구인지 잘 알 수 없는 데다가, 이 직원은 그간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피해자가 올렸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이모티콘에 덜미

피해자들이 잠입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달 3일입니다. 보름쯤 전, 피해자 분쟁조정 신청과 관련한 기사를 회원이 공유했고 여기에 다른 회원들이 '댓글을 달았다'며 대화하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한 회원이 '심심하다'는 이모티콘을 올립니다. 쿠션 위에 등을 대고 누워 두 발을 붙이고 있는 캐릭터, 따분하기 그지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수억 원의 피해를 본 피해자들의 단톡방과는 안 어울려도 너무 안 어울리는 이모티콘이었습니다. (갑돌이, 라고 되어 있는 대화자의 이모티콘입니다)

이상하게 여긴 한 피해자(김 모 씨)는 카톡 프로필을 클릭해봤습니다. 한 중년 남성의 얼굴이 있는 흑백 사진이었습니다. 그 얼굴 뒤로 사무실 풍경이 조금 보였습니다. 김 씨가 주목한 건 가림막에 붙어있는 마그네틱입니다.


확대된 사진을 보면 어떤 무늬가 보이실 겁니다. 임 씨는 단숨에 이게 '신한금융투자' 로고라는 사실을 알아봤습니다. 어떻게 수억 원의 피해를 준 금융사 로고를 잊을 수 있었겠습니까! 형체만 보고도 알아차린 겁니다.


■ 단톡방 입장 날짜는 지난해 4월 16일...소비자보호전담팀 소속

바로 이 사람에 대한 수소문에 들어갔습니다. 4월 16일, 피해자인 줄 알고 초대한 다른 피해자를 통해 들어왔습니다. 직원이 피해자를 가장한 겁니다.

피해자들의 자체 수사는 시작됐습니다. 다른 피해자는 이 직원의 이름이 적힌 서류를 확보했습니다. 지난해 3월 2일 자 서류인 이 문서를 보면 '소비자 보호 전담팀' 소속의 직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서류 자체도 잘 보면 라임과 헤리티지 펀드 피해자들을 만나러 다니느라 회사에 제출한 출장비 청구 서류였습니다.


■ 피해자 문의에 신한금투 "개인 일탈, 징계절체 들어갈 것"

피해자들은 신한금투에 이런 직원이 있는지 캐물었습니다. 신한금투는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몰랐다고 했습니다. 한 직원 개인의 일탈이었는 겁니다.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절차에 들어가겠다고도 밝혔다고 합니다.

해당 직원의 해명은 어땠을까요? 그런 이모티콘을 올린 '기억이 없다'였습니다. 하지만 도의적으로 사과는 하겠다고 했다는군요. 그러나 올린 기억이 없기 때문에, 만약 그런 이모티콘이 찍혀있다면 그건 카카오톡의 오류라고도 했습니다. 카카오톡에 항의하겠다는 말도 했다는 게 피해자 김 씨의 전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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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자들 단톡방 대화 열 달이나 엿본 신한금융투자 직원
    • 입력 2021-02-21 08:00:42
    • 수정2021-02-22 09:46:32
    취재K

■ 헤리티지 펀드... 신한금융투자 판매액 3,908억 원으로 최다

네, 사고 펀드입니다. 라임 펀드처럼 환매가 중단된 펀드입니다. 정식 명칭은 헤리티지 DLS지만, 편의상 펀드라고 하겠습니다. 2000여 명의 투자자에게 5,000억 원어치가 팔렸습니다.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많습니다. 3,908억 원어치가 팔렸고, 투자자 2,000여 명 가운데 1,600명이 신한금융투자 고객입니다.

피해자들의 보상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그러니까 단톡방이 여전히 활성화되어 있는 이유입니다. 가입 허가를 받아야 들어올 수 있는 이 비공개 단톡방에서 피해자들은 분쟁조정과 관련한 기사를 올리고 의견을 나눕니다.

■ 피해자 단톡 방에 신한금융투자 직원이 있었다

그런데 이 방에 1년 가까이 조용히 잠입해 있었던 금융사 직원이 있었습니다. 바로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신한금투 직원입니다. 그것도 피해 고객 면담 담당 직원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의 논의를 신한금융투자 측이 1년 가까이 엿듣고 있었을 수 있단 이야기입니다.

이건 생각하기에 따라선 섬뜩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신한금투는 피해자들과 '손실비율 협상'을 해야 하는 상대방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공유하는 정보를 만약 회사에서 공유하고, 또 협상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면 '우월한 정보'를 바탕으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데도 쓸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1년 가까이 아무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195명이 한 카톡방에 모여있어서 누가 누구인지 잘 알 수 없는 데다가, 이 직원은 그간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피해자가 올렸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이모티콘에 덜미

피해자들이 잠입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달 3일입니다. 보름쯤 전, 피해자 분쟁조정 신청과 관련한 기사를 회원이 공유했고 여기에 다른 회원들이 '댓글을 달았다'며 대화하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한 회원이 '심심하다'는 이모티콘을 올립니다. 쿠션 위에 등을 대고 누워 두 발을 붙이고 있는 캐릭터, 따분하기 그지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수억 원의 피해를 본 피해자들의 단톡방과는 안 어울려도 너무 안 어울리는 이모티콘이었습니다. (갑돌이, 라고 되어 있는 대화자의 이모티콘입니다)

이상하게 여긴 한 피해자(김 모 씨)는 카톡 프로필을 클릭해봤습니다. 한 중년 남성의 얼굴이 있는 흑백 사진이었습니다. 그 얼굴 뒤로 사무실 풍경이 조금 보였습니다. 김 씨가 주목한 건 가림막에 붙어있는 마그네틱입니다.


확대된 사진을 보면 어떤 무늬가 보이실 겁니다. 임 씨는 단숨에 이게 '신한금융투자' 로고라는 사실을 알아봤습니다. 어떻게 수억 원의 피해를 준 금융사 로고를 잊을 수 있었겠습니까! 형체만 보고도 알아차린 겁니다.


■ 단톡방 입장 날짜는 지난해 4월 16일...소비자보호전담팀 소속

바로 이 사람에 대한 수소문에 들어갔습니다. 4월 16일, 피해자인 줄 알고 초대한 다른 피해자를 통해 들어왔습니다. 직원이 피해자를 가장한 겁니다.

피해자들의 자체 수사는 시작됐습니다. 다른 피해자는 이 직원의 이름이 적힌 서류를 확보했습니다. 지난해 3월 2일 자 서류인 이 문서를 보면 '소비자 보호 전담팀' 소속의 직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서류 자체도 잘 보면 라임과 헤리티지 펀드 피해자들을 만나러 다니느라 회사에 제출한 출장비 청구 서류였습니다.


■ 피해자 문의에 신한금투 "개인 일탈, 징계절체 들어갈 것"

피해자들은 신한금투에 이런 직원이 있는지 캐물었습니다. 신한금투는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몰랐다고 했습니다. 한 직원 개인의 일탈이었는 겁니다.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절차에 들어가겠다고도 밝혔다고 합니다.

해당 직원의 해명은 어땠을까요? 그런 이모티콘을 올린 '기억이 없다'였습니다. 하지만 도의적으로 사과는 하겠다고 했다는군요. 그러나 올린 기억이 없기 때문에, 만약 그런 이모티콘이 찍혀있다면 그건 카카오톡의 오류라고도 했습니다. 카카오톡에 항의하겠다는 말도 했다는 게 피해자 김 씨의 전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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