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사회복무요원이 ‘불법 촬영’…“수면 마취 순간 노렸다”

입력 2021.02.21 (08:00) 수정 2021.02.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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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한 공공의료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A씨.
2년 동안 문진표 작성 등 행정보조를 맡은 뒤 사회복무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A씨가 떠나고 1년 뒤 이 의료기관은 어이없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A씨가 불법 촬영 범죄를 저질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의료기관을 찾았던 환자와 간호사 등이 범행 대상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 수면 내시경 받고 잠든 환자 노린 '불법 촬영 범죄'

2016년, 공공의료기관에서 사회복무를 하던 20대 남성, A씨는 건강검진센터에서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잠이 든 여성 환자들을 노렸습니다.

슬며시 회복실에 들어가 깊은 잠에 빠진 환자의 옷을 들추고 두 차례 불법 촬영을 했습니다. 범죄 행각은 더 대담해졌습니다.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에서도 불법 촬영이 이뤄졌습니다.

건강검진에 앞서 탈의실을 찾은 여성들을 찍기 위해 미리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휴대전화를 옷 주머니에 넣어두기도 했습니다. 또, 같은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나 버스 안에서 마주친 다른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찍기까지 했습니다.


하루 이틀에 그치지 않았던 불법 촬영 범죄.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기 전인 2015년 말부터 소집해제 뒤인 2019년 여름까지 5년에 걸쳐 80차례 넘게 이뤄졌습니다.

수사 기관이 확보한 증거물은 32GB 용량의 USB 10개, 128GB 용량의 SD 카드 7개였습니다. 고화질 사진 한 장의 용량을 평균 2~3MB로만 잡는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촬영이 이뤄졌는지 추산하기 어렵습니다.

■ 재판부, "의료기관 이용할 시민들이 불안감 느끼게 돼"


전주지방법원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5년을 선고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량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이 즉흥적이거나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계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진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피해자들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성적 불쾌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며, 의료기관을 이용했다거나 앞으로 이용하게 될 시민들이 느낄 불안감을 생각하면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사진을 고의로 외부에 유포한 정황은 없는 점은 참작했습니다.

해당 의료기관 관계자는 "사회복무요원들도 우리 의료기관의 직원이나 마찬가지다. A 씨 소식을 접한 뒤 사회복무요원들이 성범죄 등을 저지르지 않고 복무규율을 지킬 수 있도록 교육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성범죄 저지르면 '의료기관에서도 일할 수 없다'


그렇다면 A 씨 같은 불법 촬영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미래에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병원 등 의료기관의 채용 절차 중에 채용 후보자가 성범죄 전력이 있는지 조회하는 절차가 간단해져 문제가 될 사람을 걸러낼 수 있습니다. 경찰에 제출하는 성범죄 경력조회 신청서에 채용 후보자의 행정정보 공동이용 동의 서명만 있으면 됩니다.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등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 기관은 54만여 개입니다. 이 가운데 의료기관은 6만 5천여 개 정도입니다.

환자가 마음 편하게 건강검진조차 받을 수 없게 하는 생활 속 '불법 촬영 범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반드시 뿌리 뽑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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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기관 사회복무요원이 ‘불법 촬영’…“수면 마취 순간 노렸다”
    • 입력 2021-02-21 08:00:44
    • 수정2021-02-21 16:53:41
    취재K

전북의 한 공공의료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A씨.
2년 동안 문진표 작성 등 행정보조를 맡은 뒤 사회복무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A씨가 떠나고 1년 뒤 이 의료기관은 어이없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A씨가 불법 촬영 범죄를 저질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의료기관을 찾았던 환자와 간호사 등이 범행 대상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 수면 내시경 받고 잠든 환자 노린 '불법 촬영 범죄'

2016년, 공공의료기관에서 사회복무를 하던 20대 남성, A씨는 건강검진센터에서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잠이 든 여성 환자들을 노렸습니다.

슬며시 회복실에 들어가 깊은 잠에 빠진 환자의 옷을 들추고 두 차례 불법 촬영을 했습니다. 범죄 행각은 더 대담해졌습니다.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에서도 불법 촬영이 이뤄졌습니다.

건강검진에 앞서 탈의실을 찾은 여성들을 찍기 위해 미리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휴대전화를 옷 주머니에 넣어두기도 했습니다. 또, 같은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나 버스 안에서 마주친 다른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찍기까지 했습니다.


하루 이틀에 그치지 않았던 불법 촬영 범죄.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기 전인 2015년 말부터 소집해제 뒤인 2019년 여름까지 5년에 걸쳐 80차례 넘게 이뤄졌습니다.

수사 기관이 확보한 증거물은 32GB 용량의 USB 10개, 128GB 용량의 SD 카드 7개였습니다. 고화질 사진 한 장의 용량을 평균 2~3MB로만 잡는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촬영이 이뤄졌는지 추산하기 어렵습니다.

■ 재판부, "의료기관 이용할 시민들이 불안감 느끼게 돼"


전주지방법원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5년을 선고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량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이 즉흥적이거나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계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진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피해자들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성적 불쾌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며, 의료기관을 이용했다거나 앞으로 이용하게 될 시민들이 느낄 불안감을 생각하면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사진을 고의로 외부에 유포한 정황은 없는 점은 참작했습니다.

해당 의료기관 관계자는 "사회복무요원들도 우리 의료기관의 직원이나 마찬가지다. A 씨 소식을 접한 뒤 사회복무요원들이 성범죄 등을 저지르지 않고 복무규율을 지킬 수 있도록 교육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성범죄 저지르면 '의료기관에서도 일할 수 없다'


그렇다면 A 씨 같은 불법 촬영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미래에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병원 등 의료기관의 채용 절차 중에 채용 후보자가 성범죄 전력이 있는지 조회하는 절차가 간단해져 문제가 될 사람을 걸러낼 수 있습니다. 경찰에 제출하는 성범죄 경력조회 신청서에 채용 후보자의 행정정보 공동이용 동의 서명만 있으면 됩니다.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등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 기관은 54만여 개입니다. 이 가운데 의료기관은 6만 5천여 개 정도입니다.

환자가 마음 편하게 건강검진조차 받을 수 없게 하는 생활 속 '불법 촬영 범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반드시 뿌리 뽑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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