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뒤 우리 영해, ‘경항모’ 떠 다닐까

입력 2021.02.23 (06:00) 수정 2021.02.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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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달 열리는데...이목 쏠린 이유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국방부에서 장관 주재로 열리는 회의입니다. 방산 분야 정책과 재원을 논의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국방부 장·차관을 비롯해 육,해,공 참모차장과 해병대 부사령관. 국방 과학연구소장, 기재부와 과기부 실장급 공무원에 민간 위원들까지. 군,관,민의 주요 인사들이 모입니다.

참석 인사들의 무게감은 높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리는 데다 무기 분야가 워낙 전문적이어서 논의, 의결 사안이 매번 관심을 끌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제(22일) 열렸던 133회 회의는 달랐습니다. 시작 전부터 이목이 쏠렸습니다. 경항공모함(CVX)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이 의제였기 때문입니다.


■ "국내 개발할 것...2033년 전력화"

회의는 한국형 경항모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2033년 전력화하기로 결론 내렸습니다. 총사업비는 약 2조 300억 원입니다. 전력화 시기와 비용을 구체적으로 못 박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항모 건조 비용이고 탑재 전투기 도입 비용을 포함한 금액은 아닙니다. 금액은 앞으로 사업 타당성 조사를 거치며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회의 후 이례적으로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도 있었습니다. 작전 관련 사항이라 구체적인 답변은 곤란하다면서도 "수직이착륙형전투기를 탑재해 다양한 안보 위협에 신속히 대응하고 분쟁 예상 해역에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우리 군 최초의 경항공모함을 확보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단 오는 8월까지 사업 타당성 조사를 마치도록 할 계획입니다. 사업 타당성 조사가 끝나야 국회에 절차를 밟아 예산을 정식으로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한국형 경항모 모습 (해군 제공) 한국형 경항모 모습 (해군 제공)

■ '논란 속 속도전'…시간표 나왔다지만

항공모함은 보유 자체로 전략무기입니다. 주변국에 우리의 의지를 보이는 효과도 상당합니다. 그래서 항모 보유는 군의 의지뿐 아니라 '위로부터의 결단'이 없으면 시작할 수 없습니다.

해군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주요 현안 업무 6개 중 3번째로 경항모 확보 추진을 보고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경항모 보유에 총력을 쏟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해군 관계자는 "현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 경항모 사업을 되돌릴 수 없는 단계까지 만들어 놓자는 의도"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합니다.
"우리 안보 환경에 경항모가 필요한가?"
"대함 유도 무기가 초음속으로 날아다닐 미래 바다 전장에서 덩치 큰 항모가 살아남을 수 있는가?"
"실전에서 쓰려면 한 척으론 부족한데, 함재기 비용까지 포함해 보유에만 한 척에 4조 이상 드는 경항모를 우리 국방비로 감당할 수 있는가?"
"그 돈이면 다른 비대칭 전력에 투자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갖가지 의문들이 아직 쏟아져 나옵니다.

'2033년 전력화'와 '총사업비 약 2조 300억 원'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항모는 건조에 더해 함재기를 도입해 이착함 훈련을 하고, 수직 이착륙기를 항모에서 관제하는 노하우를 익혀야 합니다. 우리 군이 아직 가보지 않은 길입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전력화 일정이 지연될 수도 있습니다.

대형 함정은 보통 시작할 때보다 건조하면서 규모(만재 배수량)가 늘어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우리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자주 있는 일입니다. 규모를 작게 잡아야 초기 예산을 반영하기 쉽습니다. 인접국의 경계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시작부터 해 놓고 비용은 점차 늘려가는 겁니다.

경항모 사업은 시작도 쉽지 않았습니다. 국회는 지난해, 올해 년도 예산을 심사하며 경항모 관련 예산을 1억 원만 반영했습니다. 방사청은 원래 101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사전 절차가 없었다는 건데, 그래도 주변국에 주는 메시지도 있고, 사업의 상징성이 있으니 전액 삭감은 하지 않고 사업이 계속 간다는 의미를 줄 수 있을 정도만 살려뒀다는 후문입니다.

군이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지만, 방사청이 발표한 시간표와 비용대로 한국형 경항모가 바다를 순항할 수 있을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합니다.

[관련 기사] : 대양해군의 꿈 ‘항모’…“이미 늦어” vs “비싼 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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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 뒤 우리 영해, ‘경항모’ 떠 다닐까
    • 입력 2021-02-23 06:00:29
    • 수정2021-02-23 09:10:21
    취재K

■ 매달 열리는데...이목 쏠린 이유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국방부에서 장관 주재로 열리는 회의입니다. 방산 분야 정책과 재원을 논의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국방부 장·차관을 비롯해 육,해,공 참모차장과 해병대 부사령관. 국방 과학연구소장, 기재부와 과기부 실장급 공무원에 민간 위원들까지. 군,관,민의 주요 인사들이 모입니다.

참석 인사들의 무게감은 높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리는 데다 무기 분야가 워낙 전문적이어서 논의, 의결 사안이 매번 관심을 끌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제(22일) 열렸던 133회 회의는 달랐습니다. 시작 전부터 이목이 쏠렸습니다. 경항공모함(CVX)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이 의제였기 때문입니다.


■ "국내 개발할 것...2033년 전력화"

회의는 한국형 경항모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2033년 전력화하기로 결론 내렸습니다. 총사업비는 약 2조 300억 원입니다. 전력화 시기와 비용을 구체적으로 못 박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항모 건조 비용이고 탑재 전투기 도입 비용을 포함한 금액은 아닙니다. 금액은 앞으로 사업 타당성 조사를 거치며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회의 후 이례적으로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도 있었습니다. 작전 관련 사항이라 구체적인 답변은 곤란하다면서도 "수직이착륙형전투기를 탑재해 다양한 안보 위협에 신속히 대응하고 분쟁 예상 해역에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우리 군 최초의 경항공모함을 확보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단 오는 8월까지 사업 타당성 조사를 마치도록 할 계획입니다. 사업 타당성 조사가 끝나야 국회에 절차를 밟아 예산을 정식으로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한국형 경항모 모습 (해군 제공)
■ '논란 속 속도전'…시간표 나왔다지만

항공모함은 보유 자체로 전략무기입니다. 주변국에 우리의 의지를 보이는 효과도 상당합니다. 그래서 항모 보유는 군의 의지뿐 아니라 '위로부터의 결단'이 없으면 시작할 수 없습니다.

해군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주요 현안 업무 6개 중 3번째로 경항모 확보 추진을 보고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경항모 보유에 총력을 쏟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해군 관계자는 "현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 경항모 사업을 되돌릴 수 없는 단계까지 만들어 놓자는 의도"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합니다.
"우리 안보 환경에 경항모가 필요한가?"
"대함 유도 무기가 초음속으로 날아다닐 미래 바다 전장에서 덩치 큰 항모가 살아남을 수 있는가?"
"실전에서 쓰려면 한 척으론 부족한데, 함재기 비용까지 포함해 보유에만 한 척에 4조 이상 드는 경항모를 우리 국방비로 감당할 수 있는가?"
"그 돈이면 다른 비대칭 전력에 투자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갖가지 의문들이 아직 쏟아져 나옵니다.

'2033년 전력화'와 '총사업비 약 2조 300억 원'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항모는 건조에 더해 함재기를 도입해 이착함 훈련을 하고, 수직 이착륙기를 항모에서 관제하는 노하우를 익혀야 합니다. 우리 군이 아직 가보지 않은 길입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전력화 일정이 지연될 수도 있습니다.

대형 함정은 보통 시작할 때보다 건조하면서 규모(만재 배수량)가 늘어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우리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자주 있는 일입니다. 규모를 작게 잡아야 초기 예산을 반영하기 쉽습니다. 인접국의 경계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시작부터 해 놓고 비용은 점차 늘려가는 겁니다.

경항모 사업은 시작도 쉽지 않았습니다. 국회는 지난해, 올해 년도 예산을 심사하며 경항모 관련 예산을 1억 원만 반영했습니다. 방사청은 원래 101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사전 절차가 없었다는 건데, 그래도 주변국에 주는 메시지도 있고, 사업의 상징성이 있으니 전액 삭감은 하지 않고 사업이 계속 간다는 의미를 줄 수 있을 정도만 살려뒀다는 후문입니다.

군이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지만, 방사청이 발표한 시간표와 비용대로 한국형 경항모가 바다를 순항할 수 있을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합니다.

[관련 기사] : 대양해군의 꿈 ‘항모’…“이미 늦어” vs “비싼 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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