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6일 靑 민정 문서는 무엇?…정보위 ‘불법사찰’ 자료 요청

입력 2021.02.23 (07:00) 수정 2021.02.2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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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문제와 관련해, 국회 정보위원회가 국정원에 구체적인 자료 제출을 요청했습니다. 다만 정보위 의결을 통한 법적인 제출 요구는 하지 않았습니다.

국회 정보위는 어제(22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박지원 국정원장으로부터 지난 16일 회의에서 요구한 국정원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 진척 상황 등을 보고 받았습니다.


■ 與 정보위원 "2009년 민정수석실 보고서 등 자료 요청…우선 '의결' 않겠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에서) 일단 자료를 찾아서 성실하게 모두 제공하겠다고 답변했으므로, 일단은 국정원에서 적극적 소명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면서 다시 위원회를 개최해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보위는 국정원에 ▲2009년 12월 16일 작성된 ' 민정수석실,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신상자료 관리 협조 요청' 보고서와 이와 관련된 문서 일체 ▲해당 보고서의 '사찰성 정보'를 수집, 배포한 조직 관련 사항 일체 ▲해당 시기 이후 불법 사찰 대상자 수와 문건 수, 방법 등 ▲해당 시기 이후 18대와 19대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에 대한 신상 자료 명단과 목록 등 모두 9가지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2009년 12월 16일 작성 문서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정보공개청구로 세상에 드러난 것으로, 문서 제목만 공개됐을 뿐 문서 자체가 공개된 적은 없습니다. 정보위는 이 문서를 포함해 2009년 이후, 그러니까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사찰 의혹' 문서들을 공개하라고 요청한 겁니다.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박지원 국정원장이 18대 국회의원 두 사람에 대한 문건을 확인한 결과, 박정희 정부 때부터 박근혜 정부 때까지 기재돼 있었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문건도 있었다고도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정치 관여 금지와 관련한 법률이 1994년에 신설됐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국정원의 과거 불법 감청사실이 공개된 뒤 '자체 정화' 작업을 벌이다가 2009년 다시 사찰 지시가 확인됐기 때문에, 당시 작성된 문건이 직무 범위에서 벗어난 불법 정보인지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산시장 예비 후보인 박형준 전 정무수석과 관련해서도, 김 의원은 "보통 국정원에서 생산된 보고서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 국무총리실로 배포된 흔적은 발견했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 하태경 의원은 다만 "박 전 수석이 직접 보고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 얼마나, 어디까지 보고할 수 있나?

어제 국회가 국정원에 요구한 자료들을 보면,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시 작성한 보고서와 대상자 정보에 더해, 해당 정보를 작성했던 조직의 규모까지 밝히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내용을 국정원에서 바로 국회로 보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국정원도, 오늘 국회가 요구한 내용을 바로 공개하는 게 아니라, 자료 현황을 파악한 다음 국회에 밝힐 수 있는 내용인지 아닌지, 또는 정보위 차원의 의결이 필요한지 아닌지 등을 보고한다는 방침입니다.

박지원 국정원장도 회의 자리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검토해 보고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국회에서 요구한 국정원의 자체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할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정원 관계자는 KBS에 "진상조사를 할만한 자료 등이 나오는지 본 다음 검토한다는 것"이라며, 다만 박 원장의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문제는 국정원도 어떤 자료가 어떻게 있는지, 그걸 어떻게 검토할 것인지, 보고가 가능한 자료인지 파악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 정보위가 국정원으로부터 특정한 문건을 온전한 형태로 직접 제출받아 확인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국정원이 국회에서 요청받은 사항에 대해 '보고할 수 있는' 정보인지 아닌지 판단한 다음, 이를 국회에 보고하고, 국회가 또다시 구체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절차를 반복해서 밟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와 같은 일반적인 자료 제출 요구를 통해서든, 아니면 3분의 2 의결을 통한 법적인 보고 요구를 통해서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만 국정원에서 거듭 말하는 건 정보공개청구입니다. 앞서 박 원장은 지난 16일에도 정보공개청구는 법과 판례에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정보공개청구가 오면 정보나 문건을 청구자에게 건네주는 과정에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 하태경 "국정원의 신종 정치 개입…유감"

한편 야당은 이번 불법 사찰 문제를 국정원의 '신종 정치 개입'이라고 규정하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하 의원은 어제 기자들과 만나 "지난 보고와 오늘 보고를 통해 60년 흑역사를 공명정대하게 청산하는 게 아니라 선택적, 편파적으로 하려고 한다"며 "국정원이 신종 정치 개입을 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지난 16일 박지원 국정원장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엔 사찰이 없었고, 있었더라도 개인 일탈이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진보 정부 때는 깨끗했고 보수 정부는 더러웠단 시각이 확인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 정보위가 정보공개 요구를 할 때, 해당 정보가 정치적으로 활용될 것을 방지하기 위해 원칙에 대한 합의가 돼야 하고,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정원은 박 원장이 이번 사안이 정치, 특히 선거와 결부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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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12월 16일 靑 민정 문서는 무엇?…정보위 ‘불법사찰’ 자료 요청
    • 입력 2021-02-23 07:00:51
    • 수정2021-02-23 20:28:29
    취재K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문제와 관련해, 국회 정보위원회가 국정원에 구체적인 자료 제출을 요청했습니다. 다만 정보위 의결을 통한 법적인 제출 요구는 하지 않았습니다.

국회 정보위는 어제(22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박지원 국정원장으로부터 지난 16일 회의에서 요구한 국정원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 진척 상황 등을 보고 받았습니다.


■ 與 정보위원 "2009년 민정수석실 보고서 등 자료 요청…우선 '의결' 않겠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에서) 일단 자료를 찾아서 성실하게 모두 제공하겠다고 답변했으므로, 일단은 국정원에서 적극적 소명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면서 다시 위원회를 개최해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보위는 국정원에 ▲2009년 12월 16일 작성된 ' 민정수석실,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신상자료 관리 협조 요청' 보고서와 이와 관련된 문서 일체 ▲해당 보고서의 '사찰성 정보'를 수집, 배포한 조직 관련 사항 일체 ▲해당 시기 이후 불법 사찰 대상자 수와 문건 수, 방법 등 ▲해당 시기 이후 18대와 19대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에 대한 신상 자료 명단과 목록 등 모두 9가지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2009년 12월 16일 작성 문서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정보공개청구로 세상에 드러난 것으로, 문서 제목만 공개됐을 뿐 문서 자체가 공개된 적은 없습니다. 정보위는 이 문서를 포함해 2009년 이후, 그러니까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사찰 의혹' 문서들을 공개하라고 요청한 겁니다.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박지원 국정원장이 18대 국회의원 두 사람에 대한 문건을 확인한 결과, 박정희 정부 때부터 박근혜 정부 때까지 기재돼 있었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문건도 있었다고도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정치 관여 금지와 관련한 법률이 1994년에 신설됐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국정원의 과거 불법 감청사실이 공개된 뒤 '자체 정화' 작업을 벌이다가 2009년 다시 사찰 지시가 확인됐기 때문에, 당시 작성된 문건이 직무 범위에서 벗어난 불법 정보인지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산시장 예비 후보인 박형준 전 정무수석과 관련해서도, 김 의원은 "보통 국정원에서 생산된 보고서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 국무총리실로 배포된 흔적은 발견했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 하태경 의원은 다만 "박 전 수석이 직접 보고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 얼마나, 어디까지 보고할 수 있나?

어제 국회가 국정원에 요구한 자료들을 보면,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시 작성한 보고서와 대상자 정보에 더해, 해당 정보를 작성했던 조직의 규모까지 밝히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내용을 국정원에서 바로 국회로 보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국정원도, 오늘 국회가 요구한 내용을 바로 공개하는 게 아니라, 자료 현황을 파악한 다음 국회에 밝힐 수 있는 내용인지 아닌지, 또는 정보위 차원의 의결이 필요한지 아닌지 등을 보고한다는 방침입니다.

박지원 국정원장도 회의 자리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검토해 보고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국회에서 요구한 국정원의 자체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할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정원 관계자는 KBS에 "진상조사를 할만한 자료 등이 나오는지 본 다음 검토한다는 것"이라며, 다만 박 원장의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문제는 국정원도 어떤 자료가 어떻게 있는지, 그걸 어떻게 검토할 것인지, 보고가 가능한 자료인지 파악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 정보위가 국정원으로부터 특정한 문건을 온전한 형태로 직접 제출받아 확인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국정원이 국회에서 요청받은 사항에 대해 '보고할 수 있는' 정보인지 아닌지 판단한 다음, 이를 국회에 보고하고, 국회가 또다시 구체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절차를 반복해서 밟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와 같은 일반적인 자료 제출 요구를 통해서든, 아니면 3분의 2 의결을 통한 법적인 보고 요구를 통해서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만 국정원에서 거듭 말하는 건 정보공개청구입니다. 앞서 박 원장은 지난 16일에도 정보공개청구는 법과 판례에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정보공개청구가 오면 정보나 문건을 청구자에게 건네주는 과정에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 하태경 "국정원의 신종 정치 개입…유감"

한편 야당은 이번 불법 사찰 문제를 국정원의 '신종 정치 개입'이라고 규정하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하 의원은 어제 기자들과 만나 "지난 보고와 오늘 보고를 통해 60년 흑역사를 공명정대하게 청산하는 게 아니라 선택적, 편파적으로 하려고 한다"며 "국정원이 신종 정치 개입을 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지난 16일 박지원 국정원장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엔 사찰이 없었고, 있었더라도 개인 일탈이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진보 정부 때는 깨끗했고 보수 정부는 더러웠단 시각이 확인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 정보위가 정보공개 요구를 할 때, 해당 정보가 정치적으로 활용될 것을 방지하기 위해 원칙에 대한 합의가 돼야 하고,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정원은 박 원장이 이번 사안이 정치, 특히 선거와 결부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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