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바다에 ‘똥물’이 콸콸…면사무소는 ‘모르쇠’

입력 2021.02.23 (08:00) 수정 2021.02.2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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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 신양리 하수처리시설에서 수질기준을 초과한 방류수가 바다로 배출되고 있다.추자도 신양리 하수처리시설에서 수질기준을 초과한 방류수가 바다로 배출되고 있다.

천혜의 섬 추자도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가 수년째 바다로 무단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은 악취와 어장 오염 등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추자도 바다에 똥물 '콸콸'

제주항에서 45km 거리, 인구 1,700명이 사는 추자도에는 마을별로 5개의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있다.

이 가운데 하추자도에 위치한 신양리 하수처리시설은 푸른 산과 기암절벽이 있는 석두청산 해안으로 관을 매립해 오·폐수를 배출하고 있다.

추자도 신양리 하수처리시설에서 수질기준을 초과한 방류수가 바다로 배출되고 있다.추자도 신양리 하수처리시설에서 수질기준을 초과한 방류수가 바다로 배출되고 있다.

그런데 매립된 관을 따라가 보니 깨끗해야 할 방류수가 누런 상태로 악취를 풍기며 바다에 배출되고 있었다.

추자도 신양리 주민 김흥태 씨는 "정화가 안 되니까 냄새가 나는 것"이라며 "100m가 넘는 곳에서 낚시해도 악취가 난다"고 토로했다.

김 씨와 대화하는 와중에도 낚시꾼 여럿이 학꽁치를 잡으러 이곳 해안을 오가고 있었다. 한 낚시꾼도 "심할 땐 저 멀리 낚시를 하는 곳에서도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하수가 흐르는 갯바위에 누런 부유물이 잔뜩 끼어있다. 하수가 흐르는 갯바위에 누런 부유물이 잔뜩 끼어있다.

하수가 흐르는 갯바위에는 누런 부유물이 잔뜩 끼어 있었다. 웅덩이를 휘젓자 작은 알갱이와 찌꺼기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황충남 추자도 신양2리 이장은 "이 해안은 해녀들이 미역과 모자반을 캐고, 지역 사람들이 낚시하는 어장터"라며 "수년 전부터 민원을 몇 번 제기했는데 임시방편식으로 수리하다 보니 악취가 계속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질기준을 초과한 방류수가 배출되고 있는 해안 수질기준을 초과한 방류수가 배출되고 있는 해안

■ 수만 톤 바다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

추자도 신양리 하수처리시설의 1일 처리 용량은 100톤. 하지만 하수처리시설을 담당하는 기간제 공무원 이태재씨는 "하루에 유입되는 하수량이 150톤이 넘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2월에 작성된 하수처리시설 계량기 유량 측정 일지에도 처리 용량을 초과하는 날이 허다했다.

이 씨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약품을 넣는 게 헛돈 들어가는 것처럼 아까울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2009년 준공된 신양리 하수처리시설은 OAM공법으로 미생물 처리 등을 이용해 하수를 정화하고 있다. 하지만 용량 초과로 정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바다로 배출되고 있었다.


취재진이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로부터 올해 1~2월 신양리 하수처리시설 방류수 수질검사 결과를 받아 확인한 결과, 수질 오염도를 나타내는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기준치의 2~4배가량을 초과했고, 총대장균군수도 기준치보다 7배에서 최대 40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근 제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수질검사 결과에 대해 "해양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총대장균군이 많으면 수인성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1년 중 200일 동안 하루 50톤을 초과했다고 가정하면, 만 톤이 넘는 정화되지 않은 하수가 바다에 흘러간 것으로 추산된다.


■ 추자면사무소 "아무런 입장 밝히지 않겠다"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해양 환경이 파괴되고 있지만 관할 행정기관인 추자면사무소(면장 김진성)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수처리시설 관리·감독 기관인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신양리를 비롯해 추자도 5개 하수 처리시설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취재진은 최근 5년 간 추자도 하수처리시설의 수질검사 결과와 하수처리량을 정보공개 청구하고, 바다에 배출되는 하수를 채취해 전문기관에 수질검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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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자도 바다에 ‘똥물’이 콸콸…면사무소는 ‘모르쇠’
    • 입력 2021-02-23 08:00:21
    • 수정2021-02-23 20:28:25
    취재K
추자도 신양리 하수처리시설에서 수질기준을 초과한 방류수가 바다로 배출되고 있다.
천혜의 섬 추자도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가 수년째 바다로 무단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은 악취와 어장 오염 등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추자도 바다에 똥물 '콸콸'

제주항에서 45km 거리, 인구 1,700명이 사는 추자도에는 마을별로 5개의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있다.

이 가운데 하추자도에 위치한 신양리 하수처리시설은 푸른 산과 기암절벽이 있는 석두청산 해안으로 관을 매립해 오·폐수를 배출하고 있다.

추자도 신양리 하수처리시설에서 수질기준을 초과한 방류수가 바다로 배출되고 있다.
그런데 매립된 관을 따라가 보니 깨끗해야 할 방류수가 누런 상태로 악취를 풍기며 바다에 배출되고 있었다.

추자도 신양리 주민 김흥태 씨는 "정화가 안 되니까 냄새가 나는 것"이라며 "100m가 넘는 곳에서 낚시해도 악취가 난다"고 토로했다.

김 씨와 대화하는 와중에도 낚시꾼 여럿이 학꽁치를 잡으러 이곳 해안을 오가고 있었다. 한 낚시꾼도 "심할 땐 저 멀리 낚시를 하는 곳에서도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하수가 흐르는 갯바위에 누런 부유물이 잔뜩 끼어있다.
하수가 흐르는 갯바위에는 누런 부유물이 잔뜩 끼어 있었다. 웅덩이를 휘젓자 작은 알갱이와 찌꺼기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황충남 추자도 신양2리 이장은 "이 해안은 해녀들이 미역과 모자반을 캐고, 지역 사람들이 낚시하는 어장터"라며 "수년 전부터 민원을 몇 번 제기했는데 임시방편식으로 수리하다 보니 악취가 계속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질기준을 초과한 방류수가 배출되고 있는 해안
■ 수만 톤 바다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

추자도 신양리 하수처리시설의 1일 처리 용량은 100톤. 하지만 하수처리시설을 담당하는 기간제 공무원 이태재씨는 "하루에 유입되는 하수량이 150톤이 넘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2월에 작성된 하수처리시설 계량기 유량 측정 일지에도 처리 용량을 초과하는 날이 허다했다.

이 씨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약품을 넣는 게 헛돈 들어가는 것처럼 아까울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2009년 준공된 신양리 하수처리시설은 OAM공법으로 미생물 처리 등을 이용해 하수를 정화하고 있다. 하지만 용량 초과로 정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바다로 배출되고 있었다.


취재진이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로부터 올해 1~2월 신양리 하수처리시설 방류수 수질검사 결과를 받아 확인한 결과, 수질 오염도를 나타내는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기준치의 2~4배가량을 초과했고, 총대장균군수도 기준치보다 7배에서 최대 40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근 제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수질검사 결과에 대해 "해양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총대장균군이 많으면 수인성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1년 중 200일 동안 하루 50톤을 초과했다고 가정하면, 만 톤이 넘는 정화되지 않은 하수가 바다에 흘러간 것으로 추산된다.


■ 추자면사무소 "아무런 입장 밝히지 않겠다"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해양 환경이 파괴되고 있지만 관할 행정기관인 추자면사무소(면장 김진성)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수처리시설 관리·감독 기관인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신양리를 비롯해 추자도 5개 하수 처리시설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취재진은 최근 5년 간 추자도 하수처리시설의 수질검사 결과와 하수처리량을 정보공개 청구하고, 바다에 배출되는 하수를 채취해 전문기관에 수질검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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