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 호텔화재 ‘활활’…‘무진장 소방서’ 언제까지?

입력 2021.02.23 (09:30) 수정 2021.02.2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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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인구 2만 4천여 명 산간지역…‘무주에는 소방서가 없다’
전북 동부내륙 무주·진안·장수, 세 군(郡)지역 하나로 묶여
얼마 전까지 ‘무진장 소방서’ 한 곳이 관할

 지난 20일, 무주 티롤호텔 화재 당시 모습. 지난 20일, 무주 티롤호텔 화재 당시 모습.

■ 추운 겨울에 유독 뜨거웠던 무주 호텔 대형 화재 발생

인구 2만 4천여 명이 사는 전라북도 무주군.

추운 겨울이면 덕유산의 설경을 보려는 등산객들과 시즌을 즐기려는 스키어들이 붐벼 매우 뜨거워지는 곳인데요, 무주에서 가장 주목받는 관광지인 덕유산리조트의 심장, ‘티롤호텔’에서 불이 났습니다.


불은 지난 주말 밤 11시쯤, 야심한 시각에 시작됐습니다.

호텔 2층 라운지 바 안쪽 벽난로에서 불씨가 타올랐고 이내 5층 지붕까지 번졌습니다. 당시 현장 사진을 보면 호텔 건물 위쪽에 딸린 처마가 말 그대로 ‘활활’ 타고 있는데요, 투숙객 80여 명이 긴급 대피해 큰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 소방당국, 전국서 인력 끌어모아…왜?

소방당국은 신고를 받은 즉시 화재 진압을 위해 달려갔습니다.

밤 11시 50분, 대응 1단계가 발령되면서 전북소방본부는 물론 주변 경남과 충남소방본부, 중앙119구조본부까지 동원됐습니다.


새벽 1시 20분, 대응 2단계가 발령되면서 현장에서 진화를 도운 소방차는 모두 41대. 소방당국은 각 권역의 인력과 장비를 끌어모아 인명 피해 위험을 막았습니다.

당시 일대에 초속 2에서 최대 8m의 강한 바람이 불었는데요, 소방헬기가 뜰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호텔 건물이 목조라 초기 진압이 쉽지 않았던 점은 있습니다.

여기에 무주지역에 소방서가 따로 없어 화재 현장까지 대응팀이 도착하는데 시간이 소요됐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특히 ‘고성능화학차’가 뒤늦게 도착한 만큼 일반 사다리차 등으로 초기 대응을 하다 보니 물살이 5층 높이까지 닿지 못하는 상태로 1시간가량 진압이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현장 목격자인 인근 주민은 “강한 바람이 위에서 아래로 불어닥치는데 안 그래도 낮은 층에만 닿는 일반 사다리차의 물살이 지붕까지 닿을 리 만무해 보였다”고 증언했습니다.


■ ‘무주에는 소방서가 없다’

전라북도는 모두 14개 시군으로 구성돼있습니다. 동부 내륙지역으로 구분되는 무주와 진안, 장수 등 3개 군은 이른바 ‘무진장’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인구 7만여 명의 세 지역. 면적을 합치면 대략 1,954㎢로 제주도 면적(1,894㎢)보다 더 넓습니다.

그런데 이 무진장 지역, 이달까지 소방서는 딱 하나였습니다. 그나마 지난 10일 진안소방서가 문을 열면서 기존 무진장소방서는 장수소방서로 분리됐는데요, 무주소방서는 아직 없습니다.


전북소방본부는 오는 2023년 상반기까지 무주군에 소방서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는 용지매입 등 사전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올해 설계가 이뤄지면 내년 2월쯤 착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소방서 추산 7억 5천여만 원의 재산피해를 낸 무주 티롤호텔 화재. 화마는 25년 역사를 지닌 건물 지붕을 삼켰지만, 대형 피해를 막아낸 소방당국과 대원들의 역량은 충분히 빛났습니다.

다만 화재 사고가 언제, 어디서 날지 모른다는 사실은 여전합니다.

소방서 없는 무주군. 그리고 고압 사다리차를 멀리서 끌어와야 하는 지역의 현실. ‘골든타임’을 지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인력과 장비 보강을 꾸준히 이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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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 속 호텔화재 ‘활활’…‘무진장 소방서’ 언제까지?
    • 입력 2021-02-23 09:30:44
    • 수정2021-02-23 20:28:20
    취재K
인구 2만 4천여 명 산간지역…‘무주에는 소방서가 없다’<br />전북 동부내륙 무주·진안·장수, 세 군(郡)지역 하나로 묶여<br />얼마 전까지 ‘무진장 소방서’ 한 곳이 관할
 지난 20일, 무주 티롤호텔 화재 당시 모습.
■ 추운 겨울에 유독 뜨거웠던 무주 호텔 대형 화재 발생

인구 2만 4천여 명이 사는 전라북도 무주군.

추운 겨울이면 덕유산의 설경을 보려는 등산객들과 시즌을 즐기려는 스키어들이 붐벼 매우 뜨거워지는 곳인데요, 무주에서 가장 주목받는 관광지인 덕유산리조트의 심장, ‘티롤호텔’에서 불이 났습니다.


불은 지난 주말 밤 11시쯤, 야심한 시각에 시작됐습니다.

호텔 2층 라운지 바 안쪽 벽난로에서 불씨가 타올랐고 이내 5층 지붕까지 번졌습니다. 당시 현장 사진을 보면 호텔 건물 위쪽에 딸린 처마가 말 그대로 ‘활활’ 타고 있는데요, 투숙객 80여 명이 긴급 대피해 큰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 소방당국, 전국서 인력 끌어모아…왜?

소방당국은 신고를 받은 즉시 화재 진압을 위해 달려갔습니다.

밤 11시 50분, 대응 1단계가 발령되면서 전북소방본부는 물론 주변 경남과 충남소방본부, 중앙119구조본부까지 동원됐습니다.


새벽 1시 20분, 대응 2단계가 발령되면서 현장에서 진화를 도운 소방차는 모두 41대. 소방당국은 각 권역의 인력과 장비를 끌어모아 인명 피해 위험을 막았습니다.

당시 일대에 초속 2에서 최대 8m의 강한 바람이 불었는데요, 소방헬기가 뜰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호텔 건물이 목조라 초기 진압이 쉽지 않았던 점은 있습니다.

여기에 무주지역에 소방서가 따로 없어 화재 현장까지 대응팀이 도착하는데 시간이 소요됐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특히 ‘고성능화학차’가 뒤늦게 도착한 만큼 일반 사다리차 등으로 초기 대응을 하다 보니 물살이 5층 높이까지 닿지 못하는 상태로 1시간가량 진압이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현장 목격자인 인근 주민은 “강한 바람이 위에서 아래로 불어닥치는데 안 그래도 낮은 층에만 닿는 일반 사다리차의 물살이 지붕까지 닿을 리 만무해 보였다”고 증언했습니다.


■ ‘무주에는 소방서가 없다’

전라북도는 모두 14개 시군으로 구성돼있습니다. 동부 내륙지역으로 구분되는 무주와 진안, 장수 등 3개 군은 이른바 ‘무진장’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인구 7만여 명의 세 지역. 면적을 합치면 대략 1,954㎢로 제주도 면적(1,894㎢)보다 더 넓습니다.

그런데 이 무진장 지역, 이달까지 소방서는 딱 하나였습니다. 그나마 지난 10일 진안소방서가 문을 열면서 기존 무진장소방서는 장수소방서로 분리됐는데요, 무주소방서는 아직 없습니다.


전북소방본부는 오는 2023년 상반기까지 무주군에 소방서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는 용지매입 등 사전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올해 설계가 이뤄지면 내년 2월쯤 착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소방서 추산 7억 5천여만 원의 재산피해를 낸 무주 티롤호텔 화재. 화마는 25년 역사를 지닌 건물 지붕을 삼켰지만, 대형 피해를 막아낸 소방당국과 대원들의 역량은 충분히 빛났습니다.

다만 화재 사고가 언제, 어디서 날지 모른다는 사실은 여전합니다.

소방서 없는 무주군. 그리고 고압 사다리차를 멀리서 끌어와야 하는 지역의 현실. ‘골든타임’을 지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인력과 장비 보강을 꾸준히 이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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