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에 ‘인원 제한’까지…사라진 ‘졸업식 대목’
입력 2021.02.23 (11:56)
수정 2021.02.23 (20: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성균관대학교 캠퍼스 앞
'졸업식'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강당에서 열리는 학위 수여식, 학교 앞에서 파는 꽃다발들, 축하해주러 온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함께 졸업하는 졸업생들, 학교 앞에서의 식사. 이런 것들이 떠오르실 겁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 온 평범한 졸업식 풍경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졸업식도 그렇습니다.
대부분 학교가 학위 수여식은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졸업 증서는 자유롭게 학교에 찾아와 받아갈 수 있게 했습니다. 졸업 증서를 받으러 와도 축하해주러 온 사람은 가족 몇 명, 친구 하나둘이 전부였습니다.
이렇게 졸업식 풍경이 바뀌면서 졸업식 때마다 대목을 맞았던 상인들은 자연스럽게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1년에 몇 번 안 되는 대목이 사라진 셈인데요.
바뀐 졸업식에 한숨을 내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사진사 윤종욱 씨가 사진 촬영을 할 졸업생들을 찾아다니고 있는 모습
■ "점심값도 못 번다"
지난 17일, 서울 성균관대학교를 찾아가 봤습니다. 거기서 매년 졸업식 때마다 대학교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촬영한다는 사진사 윤종욱 씨를 만났습니다.
자신이 예전에 촬영한 사진들을 한쪽 어깨에 들쳐 매고 졸업 사진 촬영할 졸업생을 찾아다니던 윤 씨. 윤 씨는 지난 한해 힘든 해를 보냈는데 이번 졸업식 대목도 잃었다며 한탄했습니다.
윤 씨는 "부모님들이나 가족이 와야 사진을 찍는데 오질 않는다"라며 "한두 사람 물어보고 점심때 되면 그냥 들어간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보통 졸업식 때는)조금 수입이 되는데 지금은 완전히 전멸이다"라며 "점심값도 벌기 힘들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비대면 학위수여식이 열리던 날 오전 성균관대학교에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고, 윤 씨를 비롯한 사진사들은 졸업 증서를 받으러 온 소수 학생에게 사진 촬영 영업을 했지만 그마저도 거절당했습니다.
또 다른 사진사들도 형편은 비슷하다며, 졸업 이외에 대부분 행사가 취소돼 사진사들의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중앙대학교 정문 앞에서 꽃다발을 팔고 있는 A 씨의 모습
■ "1시간 30분 동안 두 다발 팔아"
10년 넘게 학교 졸업식에 와 꽃다발을 판 A 씨. 지난 18일 서울 중앙대학교 정문 앞에서 홀로 꽃다발을 팔고 있던 A 씨를 만났습니다.
혼자 나왔으니 그래도 벌이가 괜찮은 건 아닌지 물었습니다. 아침 9시쯤 나왔다는 A 씨는 1시간 30분 동안 단 두 다발밖에 팔지 못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어서 A 씨는 "보통 졸업식이라면 학교 앞 인도부터 정문까지 꽃다발을 파려는 상인들이 늘어선다"라며 "나도 코로나19 때문에 가게 장사가 안되어서 혹시나 해서 오늘 나와봤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평소보다 꽃다발을 조금 준비했는데도 많이 남을 거 같다"라며 "점심시간 때까지만 있다가 남은 꽃을 들고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숭실대 앞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현희 씨가 장사를 준비하는 모습
■ "장사한 지 20년 조금 넘었는데 지금이 제일 힘들어"
보통 졸업식 때였다면 학생들과 가족, 친구들로 붐볐을 학교 앞 중국 음식점. 숭실대학교 앞에서 오랜 시간 장사를 해온 이현희 씨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비대면 학위수여식 기간이었던 지난 18일 정오쯤, 취재진이 식당을 찾아갔을 땐 단 세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습니다.
이 씨는 "매출이 어림잡아서 거의 반 토막 났다"라며 "보통 졸업식 같은 경우 일하는 사람들을 추가로 고용하는데, 이번엔 우리 식구들끼리만 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우리 식당의 경우 2층에 룸이 있는데, 보통 졸업식 때는 15명~20명까지 방을 잡아달라는 손님들도 있었다. 6~7명, 10명 가까이 3대가 걸쳐서 오는 손님들이 많았다"라며 "그런데 이번에는 엄마, 아빠, 동생. 아니면 엄마하고 졸업생 이 정도만 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여기서 사스, 메르스 모두 겪어봤다. 이번에도 두 세 달 고생하면 잠잠해지려나 생각했었다"라며 "그런데 이렇게 오래가 솔직히 너무 힘들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식당도 식당이지만 지난해와 올해 졸업생·입학생들이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 "내년엔 달랐으면"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갑작스럽게 확산해 대부분 대학이 졸업식을 취소했습니다. 비대면 졸업식을 준비할 틈도 없었습니다. 상인들은 2년 연속 대목을 잃어버린 겁니다.
인터뷰를 마친 상인들은 모두 "내년 졸업식엔 달랐으면"이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본인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 대한 소비도 늘어 모두의 상황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됐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비대면’에 ‘인원 제한’까지…사라진 ‘졸업식 대목’
-
- 입력 2021-02-23 11:56:23
- 수정2021-02-23 20:28:17
'졸업식'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강당에서 열리는 학위 수여식, 학교 앞에서 파는 꽃다발들, 축하해주러 온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함께 졸업하는 졸업생들, 학교 앞에서의 식사. 이런 것들이 떠오르실 겁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 온 평범한 졸업식 풍경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졸업식도 그렇습니다.
대부분 학교가 학위 수여식은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졸업 증서는 자유롭게 학교에 찾아와 받아갈 수 있게 했습니다. 졸업 증서를 받으러 와도 축하해주러 온 사람은 가족 몇 명, 친구 하나둘이 전부였습니다.
이렇게 졸업식 풍경이 바뀌면서 졸업식 때마다 대목을 맞았던 상인들은 자연스럽게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1년에 몇 번 안 되는 대목이 사라진 셈인데요.
바뀐 졸업식에 한숨을 내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 "점심값도 못 번다"
지난 17일, 서울 성균관대학교를 찾아가 봤습니다. 거기서 매년 졸업식 때마다 대학교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촬영한다는 사진사 윤종욱 씨를 만났습니다.
자신이 예전에 촬영한 사진들을 한쪽 어깨에 들쳐 매고 졸업 사진 촬영할 졸업생을 찾아다니던 윤 씨. 윤 씨는 지난 한해 힘든 해를 보냈는데 이번 졸업식 대목도 잃었다며 한탄했습니다.
윤 씨는 "부모님들이나 가족이 와야 사진을 찍는데 오질 않는다"라며 "한두 사람 물어보고 점심때 되면 그냥 들어간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보통 졸업식 때는)조금 수입이 되는데 지금은 완전히 전멸이다"라며 "점심값도 벌기 힘들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비대면 학위수여식이 열리던 날 오전 성균관대학교에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고, 윤 씨를 비롯한 사진사들은 졸업 증서를 받으러 온 소수 학생에게 사진 촬영 영업을 했지만 그마저도 거절당했습니다.
또 다른 사진사들도 형편은 비슷하다며, 졸업 이외에 대부분 행사가 취소돼 사진사들의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 "1시간 30분 동안 두 다발 팔아"
10년 넘게 학교 졸업식에 와 꽃다발을 판 A 씨. 지난 18일 서울 중앙대학교 정문 앞에서 홀로 꽃다발을 팔고 있던 A 씨를 만났습니다.
혼자 나왔으니 그래도 벌이가 괜찮은 건 아닌지 물었습니다. 아침 9시쯤 나왔다는 A 씨는 1시간 30분 동안 단 두 다발밖에 팔지 못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어서 A 씨는 "보통 졸업식이라면 학교 앞 인도부터 정문까지 꽃다발을 파려는 상인들이 늘어선다"라며 "나도 코로나19 때문에 가게 장사가 안되어서 혹시나 해서 오늘 나와봤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평소보다 꽃다발을 조금 준비했는데도 많이 남을 거 같다"라며 "점심시간 때까지만 있다가 남은 꽃을 들고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 "장사한 지 20년 조금 넘었는데 지금이 제일 힘들어"
보통 졸업식 때였다면 학생들과 가족, 친구들로 붐볐을 학교 앞 중국 음식점. 숭실대학교 앞에서 오랜 시간 장사를 해온 이현희 씨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비대면 학위수여식 기간이었던 지난 18일 정오쯤, 취재진이 식당을 찾아갔을 땐 단 세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습니다.
이 씨는 "매출이 어림잡아서 거의 반 토막 났다"라며 "보통 졸업식 같은 경우 일하는 사람들을 추가로 고용하는데, 이번엔 우리 식구들끼리만 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우리 식당의 경우 2층에 룸이 있는데, 보통 졸업식 때는 15명~20명까지 방을 잡아달라는 손님들도 있었다. 6~7명, 10명 가까이 3대가 걸쳐서 오는 손님들이 많았다"라며 "그런데 이번에는 엄마, 아빠, 동생. 아니면 엄마하고 졸업생 이 정도만 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여기서 사스, 메르스 모두 겪어봤다. 이번에도 두 세 달 고생하면 잠잠해지려나 생각했었다"라며 "그런데 이렇게 오래가 솔직히 너무 힘들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식당도 식당이지만 지난해와 올해 졸업생·입학생들이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 "내년엔 달랐으면"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갑작스럽게 확산해 대부분 대학이 졸업식을 취소했습니다. 비대면 졸업식을 준비할 틈도 없었습니다. 상인들은 2년 연속 대목을 잃어버린 겁니다.
인터뷰를 마친 상인들은 모두 "내년 졸업식엔 달랐으면"이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본인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 대한 소비도 늘어 모두의 상황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됐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
-
방준원 기자 pcbang@kbs.co.kr
방준원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슈
코로나19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