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현지 한인, “안타깝고 불안하지만 조화롭게 해결되길”

입력 2021.02.24 (14:44) 수정 2021.02.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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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미얀마 만달레이 도심에서 ‘22222 총파업’ 대규모 시위 모습 [출처: 현지 익명 제보자. 재판매 및 DB금지]     지난 22일, 미얀마 만달레이 도심에서 ‘22222 총파업’ 대규모 시위 모습 [출처: 현지 익명 제보자. 재판매 및 DB금지]

■ 10대 소년·36세 남성 숨진 만달레이... 인근 작은 마을도 '시위' 잇달아

지난 20일 미얀마 군경이 쏜 실탄과 고무탄 등에 맞아 10대 소년이 머리에 총알을 맞아 숨지고, 36세 남성도 가슴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습니다.

미얀마 제 2의 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이렇게 최소 2명의 시민이 숨졌습니다.

39살 A씨(현지 한인 교포)는 만달레이에서 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A씨는 국제 문화 사업 업무 때문에 5년 전부터 미얀마에 정착해 살아왔습니다.

A씨가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도 지난 22일 수도 네피도, 양곤, 만달레이 등 미얀마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대규모 쿠데타 반대 시위 때 예외 없이 참여했다고 전했습니다.

만달레이구에 있는 한 마을의 총파업 당시 모습 [출처: 현지 익명 제보자. 재판매 및 DB금지]  만달레이구에 있는 한 마을의 총파업 당시 모습 [출처: 현지 익명 제보자. 재판매 및 DB금지]

■ '규모만 다를 뿐' 세 손가락 저항 열기는 같았다

지난 1일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오전과 오후 하루 2차례씩, 규모를 막론하고 미얀마 전역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22222 파이브 투 총파업'이 있던 날인 지난 22일, A씨가 직접 촬영한 사진 속 마을의 모습은 대도시 만달레이와 비교해 봐도 장소만 다를 뿐 시위 열기는 비슷합니다.

사진 속 시위대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끌었던 집권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만든 현수막과 피켓 등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이 읽도록 영어로 작성한 피켓에는 “우리는 군사독재를 원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원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고,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그림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총파업 다음날인 23일,  미얀마 최대 쇼핑몰 중 하나인 양곤 Myanmar Plaza.   [출처: 제보자 하무(hamu)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    총파업 다음날인 23일, 미얀마 최대 쇼핑몰 중 하나인 양곤 Myanmar Plaza. [출처: 제보자 하무(hamu)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

■ 미얀마 3,500명 교민 체류...최대 도시 양곤에 80~90% 거주

미얀마에는 3,500여 명의 우리 국민이 체류하고 있습니다.

현지 한인들이 전하는 말에 따르면, 이 중 80~90%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거주하고 있고, 다른 지역별로는 20~50명 정도씩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25일)현재까지 접수된 한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2일 '파이브 투 총파업 날' 에는 전국 각지 슈퍼마켓과 상업시설, 공장 등이 임시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최대도시 양곤의 경우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유통사 시티마트 홀딩, 편의점 그랩 등 각종 소매점들도 파업에 동참했습니다. 쿠데타 이후에도 조업을 이어온 식료품 재래시장 등도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주요 상업시설 등은 쿠데타 상황 속에서도 22일 당일의 총파업을 제외하고는 운영을 대부분 계속해 왔기 때문에, 현지 한인들 사이에서 생필품 부족으로 인한 혼란은 크게 없었다고 말합니다.

양곤· 마달레이 도심 은행, 환전소가 쿠데타 이후 문 닫은 모습. [출처: 제보자 하무(hamu), 현지 익명 제보자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  양곤· 마달레이 도심 은행, 환전소가 쿠데타 이후 문 닫은 모습. [출처: 제보자 하무(hamu), 현지 익명 제보자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

■ 쿠데타 이후 은행 문 닫아... 현지 한인들 환전 못해 발만 '동동'

반면, 은행 업무는 거의 마비되다시피 해 현지 한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19년부터 교육 사업을 하고 있는 41살 한인 B씨는 이번 쿠데타로 직원 73명의 월급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인 B씨가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거주하고 있기는 하지만, 주거래 은행이 폐쇄되면서 현금을 인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터넷을 이용해 송금하면 되지만,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월급 통장을 개설 할 수 없는 직원들에게 그 동안 현금으로 임금을 지급해 왔던 방식을 지속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또 다른 한인 C씨도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국 화폐나 달러를 미얀마 화폐 ‘짯’으로 환전해야 하지만, 은행 업무를 볼 수 없어 난감한 상황입니다.

한편, 미얀마 쿠데타 반대 시위는 ‘의료, 운송, 금융’ 3대 업종을 중심으로 시민불복종운동(CDM·Civil Disobedience Movement)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매체 등에 따르면, CDM의 시초가 된 국립병원 의료진의 파업이 3주째 이어지고 있고, 국영철도사 소속 직원 99%도 파업에 동참, 항공청 관제사들도 최근 보이콧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게다가 금융권 역시 지난 6일부터 은행 직원들이 시위에 참여하면서, 양곤 등 주요 도시 민간은행은 모두 폐쇄된 상태입니다.

만달레이구 핀우린 마을 쿠데타 이후 거리 모습. [출처: 현지 익명 제보자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    만달레이구 핀우린 마을 쿠데타 이후 거리 모습. [출처: 현지 익명 제보자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

■ 인터넷 '차단' 특정 SNS 접속은 여전히 '불가'

인터넷도 열흘 전부터 오전 1시부터 오전 9시까지 매일 8시간씩 차단되고 있습니다.

해당 시간 이후에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는 있어, 원활하지는 않지만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온라인 수업 등도 들을 수 있는 정도라고 현지 한인들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 등 특정 SNS 매체의 접속은 여전히 막혀 있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한인 B씨는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등 소통을 위해, VPN 프로그램 등을 사용해 SNS에 접속한 뒤 소식을 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한인들 “여기서는 외국인.... 불안감 느껴”

기자와 연락이 된 한인 C씨는 상당수 한인들이 쿠데타 이후 외국인으로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C씨는 “미얀마의 경우 한인이 정치적인 이야기를 꺼내기 힘든 상황이다”며, “차후 강제 출국이나 비자발급 제한 등을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도 돌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걱정했습니다.

또 다른 한인 D씨는 “저희가 이곳에서는 외국인이다 보니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신변의 위협도 느끼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D씨는 "현재 미얀마 상황이 안타깝다"면서도 , “시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게 조화롭게 해결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한인도 “이곳의 한인들 대부분이 심리적으로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지만, 미얀마의 민주화를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현지 한인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기자에게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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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얀마 현지 한인, “안타깝고 불안하지만 조화롭게 해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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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K
지난 22일, 미얀마 만달레이 도심에서 ‘22222 총파업’ 대규모 시위 모습 [출처: 현지 익명 제보자. 재판매 및 DB금지]
■ 10대 소년·36세 남성 숨진 만달레이... 인근 작은 마을도 '시위' 잇달아

지난 20일 미얀마 군경이 쏜 실탄과 고무탄 등에 맞아 10대 소년이 머리에 총알을 맞아 숨지고, 36세 남성도 가슴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습니다.

미얀마 제 2의 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이렇게 최소 2명의 시민이 숨졌습니다.

39살 A씨(현지 한인 교포)는 만달레이에서 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A씨는 국제 문화 사업 업무 때문에 5년 전부터 미얀마에 정착해 살아왔습니다.

A씨가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도 지난 22일 수도 네피도, 양곤, 만달레이 등 미얀마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대규모 쿠데타 반대 시위 때 예외 없이 참여했다고 전했습니다.

만달레이구에 있는 한 마을의 총파업 당시 모습 [출처: 현지 익명 제보자. 재판매 및 DB금지]
■ '규모만 다를 뿐' 세 손가락 저항 열기는 같았다

지난 1일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오전과 오후 하루 2차례씩, 규모를 막론하고 미얀마 전역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22222 파이브 투 총파업'이 있던 날인 지난 22일, A씨가 직접 촬영한 사진 속 마을의 모습은 대도시 만달레이와 비교해 봐도 장소만 다를 뿐 시위 열기는 비슷합니다.

사진 속 시위대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끌었던 집권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만든 현수막과 피켓 등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이 읽도록 영어로 작성한 피켓에는 “우리는 군사독재를 원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원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고,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그림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총파업 다음날인 23일,  미얀마 최대 쇼핑몰 중 하나인 양곤 Myanmar Plaza.   [출처: 제보자 하무(hamu)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
■ 미얀마 3,500명 교민 체류...최대 도시 양곤에 80~90% 거주

미얀마에는 3,500여 명의 우리 국민이 체류하고 있습니다.

현지 한인들이 전하는 말에 따르면, 이 중 80~90%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거주하고 있고, 다른 지역별로는 20~50명 정도씩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25일)현재까지 접수된 한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2일 '파이브 투 총파업 날' 에는 전국 각지 슈퍼마켓과 상업시설, 공장 등이 임시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최대도시 양곤의 경우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유통사 시티마트 홀딩, 편의점 그랩 등 각종 소매점들도 파업에 동참했습니다. 쿠데타 이후에도 조업을 이어온 식료품 재래시장 등도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주요 상업시설 등은 쿠데타 상황 속에서도 22일 당일의 총파업을 제외하고는 운영을 대부분 계속해 왔기 때문에, 현지 한인들 사이에서 생필품 부족으로 인한 혼란은 크게 없었다고 말합니다.

양곤· 마달레이 도심 은행, 환전소가 쿠데타 이후 문 닫은 모습. [출처: 제보자 하무(hamu), 현지 익명 제보자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
■ 쿠데타 이후 은행 문 닫아... 현지 한인들 환전 못해 발만 '동동'

반면, 은행 업무는 거의 마비되다시피 해 현지 한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19년부터 교육 사업을 하고 있는 41살 한인 B씨는 이번 쿠데타로 직원 73명의 월급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인 B씨가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거주하고 있기는 하지만, 주거래 은행이 폐쇄되면서 현금을 인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터넷을 이용해 송금하면 되지만,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월급 통장을 개설 할 수 없는 직원들에게 그 동안 현금으로 임금을 지급해 왔던 방식을 지속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또 다른 한인 C씨도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국 화폐나 달러를 미얀마 화폐 ‘짯’으로 환전해야 하지만, 은행 업무를 볼 수 없어 난감한 상황입니다.

한편, 미얀마 쿠데타 반대 시위는 ‘의료, 운송, 금융’ 3대 업종을 중심으로 시민불복종운동(CDM·Civil Disobedience Movement)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매체 등에 따르면, CDM의 시초가 된 국립병원 의료진의 파업이 3주째 이어지고 있고, 국영철도사 소속 직원 99%도 파업에 동참, 항공청 관제사들도 최근 보이콧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게다가 금융권 역시 지난 6일부터 은행 직원들이 시위에 참여하면서, 양곤 등 주요 도시 민간은행은 모두 폐쇄된 상태입니다.

만달레이구 핀우린 마을 쿠데타 이후 거리 모습. [출처: 현지 익명 제보자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
■ 인터넷 '차단' 특정 SNS 접속은 여전히 '불가'

인터넷도 열흘 전부터 오전 1시부터 오전 9시까지 매일 8시간씩 차단되고 있습니다.

해당 시간 이후에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는 있어, 원활하지는 않지만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온라인 수업 등도 들을 수 있는 정도라고 현지 한인들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 등 특정 SNS 매체의 접속은 여전히 막혀 있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한인 B씨는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등 소통을 위해, VPN 프로그램 등을 사용해 SNS에 접속한 뒤 소식을 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한인들 “여기서는 외국인.... 불안감 느껴”

기자와 연락이 된 한인 C씨는 상당수 한인들이 쿠데타 이후 외국인으로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C씨는 “미얀마의 경우 한인이 정치적인 이야기를 꺼내기 힘든 상황이다”며, “차후 강제 출국이나 비자발급 제한 등을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도 돌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걱정했습니다.

또 다른 한인 D씨는 “저희가 이곳에서는 외국인이다 보니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신변의 위협도 느끼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D씨는 "현재 미얀마 상황이 안타깝다"면서도 , “시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게 조화롭게 해결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한인도 “이곳의 한인들 대부분이 심리적으로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지만, 미얀마의 민주화를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현지 한인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기자에게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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