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미국, 北인권 결의안 촉구…한국 선택은?

입력 2021.02.25 (16:17) 수정 2021.02.2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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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돌아왔습니다. 3년 만에 유엔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UNHRC)에 복귀한 미국은 북한 인권 결의안에 대한 각국의 지지도 촉구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까요?


■ 미국의 복귀 신고는 중국 정조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현지시각 24일 제네바에서 열린 제46차 정기 이사회 고위급 회기에 참여했습니다. 사전에 녹화한 영상메시지 형식이었습니다.

블링컨 장관의 일성은 복귀 선언이었습니다.

"미국이 2022∼2024년 임기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진출을 추진한다"며 "모든 유엔 회원국의 지지를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은 매년 10월 총회에서 인권이사회 이사국을 선출합니다. 올해는 정회원 3개 나라의 임기가 끝나고 새로 선거를 하게 되는데, 미국이 그중 하나를 맡겠다는 겁니다.

여성과 장애인, 성소수자, 피부색에 따른 차별에 반대한다는 언급은 새로울 것 없는 원론 수준이었지만 특히 중국에 대한 견제 의도는 분명했습니다.

"최악의 인권 기록을 지닌 국가들은 회원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인권에 대한 높은 기준이 인권이사회 참여국에 반영되도록 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권이사회 47개국에는 중국도 포함돼 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신장에서 잔혹 행위가 자행되거나 홍콩에서 근본적인 자유가 훼손될 때 보편적 가치를 대변할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미국 쪽에서 언급할 때마다 중국에선 내정간섭이라며 펄쩍 뛰는 예민한 문제들이지만 핵심적 인권 사안임을 분명히 한 겁니다.


■ 북한에 대해 "불의와 폭정"

북한은 연설 끝 부분에 간략히 언급됐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시리아와 북한에서 계속되고 있는 인권 침해, 스리랑카의 과거 잔혹 행위, 남수단 상황에 대한 추가 조사 필요성 등을 포함해 전 세계의 관심 사안을 다루는 결의안을 인권이사회가 이번 회기에서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따로 내놓은 성명에서는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불의와 폭정에 맞서 싸우는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북한만 따로 떼어 강조한 건 아니었고 국제적 인권 현안을 두루 언급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긴 합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을 향해 처음 나온 '불의와 폭정'이라는 표현은 주목됩니다.

미국의 인권이사회 복귀 이후 북한 언급은 최근 몇 년의 흐름과도 분명 다릅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기인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북한 인권 결의에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아예 인권이사회를 탈퇴했고, 비교적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식 독주를 지우고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미국이 돌아왔다는 선언인데, 북한· 미국과 함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라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가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계산이 더욱 복잡해지는 셈입니다.

인권이사회는 다음 달(3월) 23일엔 북한 인권결의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에 앞서 3월 10일엔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각국 정부 대표들과 대화를 갖고, 11일엔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북한 인권 보고서 설명도 예정돼 있습니다.


■ 한국 정부도 '북한 인권' 강조하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볼까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최종문 외교부 2차관유엔인권이사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최종문 외교부 2차관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23일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과 우려를 가지고 있다"면서 "한국은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 증진을 위해 다른 국제 사회와 함께 협조하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을 겨누기보다는 코로나19와 자연재해, 그리고 대북 제재로 북한 인권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졌습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행 과정 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였습니다. 올해는 어떻게 할까요?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25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북한인권결의안 추진 관련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최종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와 필요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새 행정부 들어 유엔인권이사회에 돌아온 미국이 원칙론을 들고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은, 한국에 또 다른 고민거리를 떠안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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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미국, 北인권 결의안 촉구…한국 선택은?
    • 입력 2021-02-25 16:17:57
    • 수정2021-02-25 22:16:23
    취재K

미국이 돌아왔습니다. 3년 만에 유엔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UNHRC)에 복귀한 미국은 북한 인권 결의안에 대한 각국의 지지도 촉구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까요?


■ 미국의 복귀 신고는 중국 정조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현지시각 24일 제네바에서 열린 제46차 정기 이사회 고위급 회기에 참여했습니다. 사전에 녹화한 영상메시지 형식이었습니다.

블링컨 장관의 일성은 복귀 선언이었습니다.

"미국이 2022∼2024년 임기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진출을 추진한다"며 "모든 유엔 회원국의 지지를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은 매년 10월 총회에서 인권이사회 이사국을 선출합니다. 올해는 정회원 3개 나라의 임기가 끝나고 새로 선거를 하게 되는데, 미국이 그중 하나를 맡겠다는 겁니다.

여성과 장애인, 성소수자, 피부색에 따른 차별에 반대한다는 언급은 새로울 것 없는 원론 수준이었지만 특히 중국에 대한 견제 의도는 분명했습니다.

"최악의 인권 기록을 지닌 국가들은 회원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인권에 대한 높은 기준이 인권이사회 참여국에 반영되도록 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권이사회 47개국에는 중국도 포함돼 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신장에서 잔혹 행위가 자행되거나 홍콩에서 근본적인 자유가 훼손될 때 보편적 가치를 대변할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미국 쪽에서 언급할 때마다 중국에선 내정간섭이라며 펄쩍 뛰는 예민한 문제들이지만 핵심적 인권 사안임을 분명히 한 겁니다.


■ 북한에 대해 "불의와 폭정"

북한은 연설 끝 부분에 간략히 언급됐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시리아와 북한에서 계속되고 있는 인권 침해, 스리랑카의 과거 잔혹 행위, 남수단 상황에 대한 추가 조사 필요성 등을 포함해 전 세계의 관심 사안을 다루는 결의안을 인권이사회가 이번 회기에서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따로 내놓은 성명에서는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불의와 폭정에 맞서 싸우는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북한만 따로 떼어 강조한 건 아니었고 국제적 인권 현안을 두루 언급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긴 합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을 향해 처음 나온 '불의와 폭정'이라는 표현은 주목됩니다.

미국의 인권이사회 복귀 이후 북한 언급은 최근 몇 년의 흐름과도 분명 다릅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기인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북한 인권 결의에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아예 인권이사회를 탈퇴했고, 비교적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식 독주를 지우고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미국이 돌아왔다는 선언인데, 북한· 미국과 함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라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가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계산이 더욱 복잡해지는 셈입니다.

인권이사회는 다음 달(3월) 23일엔 북한 인권결의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에 앞서 3월 10일엔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각국 정부 대표들과 대화를 갖고, 11일엔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북한 인권 보고서 설명도 예정돼 있습니다.


■ 한국 정부도 '북한 인권' 강조하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볼까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최종문 외교부 2차관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23일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과 우려를 가지고 있다"면서 "한국은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 증진을 위해 다른 국제 사회와 함께 협조하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을 겨누기보다는 코로나19와 자연재해, 그리고 대북 제재로 북한 인권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졌습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행 과정 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였습니다. 올해는 어떻게 할까요?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25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북한인권결의안 추진 관련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최종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와 필요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새 행정부 들어 유엔인권이사회에 돌아온 미국이 원칙론을 들고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은, 한국에 또 다른 고민거리를 떠안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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