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모임 멈춰달라던 시장·군수들…줄줄이 ‘5인 이상 식사’

입력 2021.02.26 (07:00) 수정 2021.02.2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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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기 하동군수, "방역수칙 위반 잘못 인정"

지난 19일, 윤상기 하동군수는 하동읍의 한 식당에서 공무원 10여 명이 모인 식사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식당의 한 손님이 112에 신고를 했고, 하동군보건소 직원들이 현장에 나왔지만, 단속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경상남도 감사위원회에서 해당 식당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정식으로 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윤 군수는 관련 내용이 담긴 KBS 뉴스가 보도된 직후,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윤 군수는 "누구보다 모범이 되어야 할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군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려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윤 군수는 앞으로는 절대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욱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하동군의 한 마을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시작돼 공무원 650명을 전수조사했던 지난해 12월 말, 윤 군수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불편을 견디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윤 군수는 물론, 솔선수범해 방역지침을 준수해야 할 공무원들이 이를 어긴 겁니다.


■ 단체장 업무 추진비 내역 살펴보니...줄줄이 '5인 이상 식사'

하동군 공무원들의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 위반이 논란되면서 다른 경남지역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잘 지키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전국적으로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던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단체장들이 업무추진비를 어떻게 썼는지 찾아봤습니다.

새해 첫날인 지난달 1일, 강석주 통영시장은 수행직원들과 함께 원문공원과 충렬사를 찾아 신년참배를 했습니다. 문제는 참배가 끝난 뒤였습니다. 강 시장 등 15명은 해산하지 않고 인근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 식당에서 결제한 15명의 식사비는 22만 5천 원. 통영시는 4명 또는 3명씩 따로 앉아 식사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한 식당 내에서 따로 앉더라도 일행이 5명 이상이면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어긴 게 됩니다.

장충남 남해군수도 지난해 12월 30일, 공무원 9명과 한 식당에 모였습니다. 목적은 퇴직 공무원 격려.
식사비로 26만 2천 원을 계산했습니다. 남해군은 방을 3개로 나눠 식사했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5명 이상 함께 식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지난해 12월 29일, 한 언론사 관계자와 수행직원 등 5명과 함께 신년대담 촬영을 마치고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진주시는 일행이 6명이지만, 조 시장과 언론사 관계자 등 2명과 나머지 일행 4명으로 나눠 시차를 두고 식당에 출입했으며, 식당 내 자리도 1층과 2층으로 나눠 따로 마련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상남도는 한 민원인의 신고를 받고 조 시장 일행이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어긴 것인지 조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식당에 있는 폐쇄회로TV의 영상이 지워졌고, 식당 관계자도 이들 일행이 시간차를 두고 1층과 2층에서 각각 식사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경상남도는 관련 민원이 들어온 만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행정 명령을 준수해달라는 경고성 공문을 진주시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9일은 진주에서 스크린 골프장 관련 확진자들이 다수 발생했던 날이었습니다. 진주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공무와 직결되지 않은 불필요한 식사자리를 꼭 해야 했을까요?


■ 지난해 12월부터 1월 중순까지 공·사적 모임과 행사 멈춤 캠페인 벌여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 위반 여부를 떠나 이들 사례 모두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음식물 섭취가 꼭 필요했는지 당위성이 입증될 필요가 있는 단순 식사 자리입니다.

더욱이 정부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모든 공·사적 모임과 행사를 멈춰달라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경남지역의 시장과 군수들도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시기에 브리핑을 통해 웬만하면 모임을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공무 수행 직후, 또는 공무 수행 중에 식사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정당성이 주어진다면 '특혜'로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경각심이 느슨해질 수 있는 지금,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생활 속 감염은 물론 4차 대유행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장K] 경남 일부 시장·군수 ‘5인 이상 식사’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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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모임 멈춰달라던 시장·군수들…줄줄이 ‘5인 이상 식사’
    • 입력 2021-02-26 07:00:53
    • 수정2021-02-26 13:39:46
    취재후·사건후

■ 윤상기 하동군수, "방역수칙 위반 잘못 인정"

지난 19일, 윤상기 하동군수는 하동읍의 한 식당에서 공무원 10여 명이 모인 식사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식당의 한 손님이 112에 신고를 했고, 하동군보건소 직원들이 현장에 나왔지만, 단속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경상남도 감사위원회에서 해당 식당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정식으로 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윤 군수는 관련 내용이 담긴 KBS 뉴스가 보도된 직후,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윤 군수는 "누구보다 모범이 되어야 할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군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려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윤 군수는 앞으로는 절대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욱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하동군의 한 마을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시작돼 공무원 650명을 전수조사했던 지난해 12월 말, 윤 군수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불편을 견디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윤 군수는 물론, 솔선수범해 방역지침을 준수해야 할 공무원들이 이를 어긴 겁니다.


■ 단체장 업무 추진비 내역 살펴보니...줄줄이 '5인 이상 식사'

하동군 공무원들의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 위반이 논란되면서 다른 경남지역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잘 지키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전국적으로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던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단체장들이 업무추진비를 어떻게 썼는지 찾아봤습니다.

새해 첫날인 지난달 1일, 강석주 통영시장은 수행직원들과 함께 원문공원과 충렬사를 찾아 신년참배를 했습니다. 문제는 참배가 끝난 뒤였습니다. 강 시장 등 15명은 해산하지 않고 인근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 식당에서 결제한 15명의 식사비는 22만 5천 원. 통영시는 4명 또는 3명씩 따로 앉아 식사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한 식당 내에서 따로 앉더라도 일행이 5명 이상이면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어긴 게 됩니다.

장충남 남해군수도 지난해 12월 30일, 공무원 9명과 한 식당에 모였습니다. 목적은 퇴직 공무원 격려.
식사비로 26만 2천 원을 계산했습니다. 남해군은 방을 3개로 나눠 식사했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5명 이상 함께 식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지난해 12월 29일, 한 언론사 관계자와 수행직원 등 5명과 함께 신년대담 촬영을 마치고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진주시는 일행이 6명이지만, 조 시장과 언론사 관계자 등 2명과 나머지 일행 4명으로 나눠 시차를 두고 식당에 출입했으며, 식당 내 자리도 1층과 2층으로 나눠 따로 마련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상남도는 한 민원인의 신고를 받고 조 시장 일행이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어긴 것인지 조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식당에 있는 폐쇄회로TV의 영상이 지워졌고, 식당 관계자도 이들 일행이 시간차를 두고 1층과 2층에서 각각 식사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경상남도는 관련 민원이 들어온 만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행정 명령을 준수해달라는 경고성 공문을 진주시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9일은 진주에서 스크린 골프장 관련 확진자들이 다수 발생했던 날이었습니다. 진주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공무와 직결되지 않은 불필요한 식사자리를 꼭 해야 했을까요?


■ 지난해 12월부터 1월 중순까지 공·사적 모임과 행사 멈춤 캠페인 벌여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 위반 여부를 떠나 이들 사례 모두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음식물 섭취가 꼭 필요했는지 당위성이 입증될 필요가 있는 단순 식사 자리입니다.

더욱이 정부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모든 공·사적 모임과 행사를 멈춰달라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경남지역의 시장과 군수들도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시기에 브리핑을 통해 웬만하면 모임을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공무 수행 직후, 또는 공무 수행 중에 식사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정당성이 주어진다면 '특혜'로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경각심이 느슨해질 수 있는 지금,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생활 속 감염은 물론 4차 대유행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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