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위험 안고 달리는 지게차…대책은 없다

입력 2021.03.01 (07:01) 수정 2021.03.0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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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도로를 지게차들이 달리고 있습니다. 부산의 한 도로를 지게차들이 달리고 있습니다.

사고는 지난달 19일 아침 발생했습니다. 부산 해운대에서 50대 남성이 몰던 7톤짜리 지게차가 건널목을 건너던 보행자를 치었습니다. 119구급차가 달려왔지만, 보행자는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2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고는 지난해에도 발생했습니다. 해운대의 또 다른 길이었죠. 역시 지게차에 치인 30대 여성이 숨졌습니다. 두 사고 모두 지게차 운전자가 길을 건너던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해 난 사고였습니다.

지게차는 운전자들은 사각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도로에서 만난 지게차 운전자는 “ 잘 안 보이는 상태도 있고, 커브를 틀 때 잘 안 보여서 위험할 때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정도일까요. 지게차 앞에 기자가 서봤습니다. 지게차 조종석에 앉아 운전자의 시점에서 기자를 찍던 촬영 기자가 당황해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 진짜 안 보이네!"

지게차 운전석에서 바로 본 모습. 불과 몇 m 앞에 있는 보행자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지게차 운전석에서 바로 본 모습. 불과 몇 m 앞에 있는 보행자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지게차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게차 운전석 앞에는 지게 발을 들어 올리는 기둥이 2개 있습니다. ‘마스트’라고 부르는데 이 기둥에 가리면 불과 몇 미터 앞에 있는 사람이라도 보이지 않게 되는 겁니다.

가뜩이나 사고가 나기 쉬운데 지게차의 구조는 피해를 키우는 역할을 합니다. 지게차를 지게차로 만들어주는 ‘지게 발’ 때문입니다. 앞으로 걸게 뻗어 나온 지게 발은 단단한 쇠로 만들어져있습니다. 끝은 물건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뾰족하게 다듬어져 있어 부딪히면 사람은 물론 차도 위험해집니다.

지게차 운전자라고 안전한 건 아닙니다. 지게차에는 요즘 자동차에는 있는 에어백 같은 안전장치가 없는 데다, 전복될 경우 운전자를 보호할 장치도 사실상 없습니다.

■이름은 '차'지만 자동차 보험 가입 의무는 없어

지게차의 지게 발은 사고 시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게차의 지게 발은 사고 시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게차가 말만 ‘차’이지 법적으로는 자동차가 아닌 건설기계로 분류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책임 보험 역시 가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율로 가입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 또한 쉽지 않습니다. 보험사들이 지게차가 사고가 잦고 피해도 크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잘 받아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보험사는 올해부터 지게차를 비롯한 건설기계의 자동차보험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최근 1년간 건설기계로 인한 사고는 2,542건으로 3,88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를 우려합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교수는 “지게차 보험은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 사항이 아니고 임의적 사항”이라며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보완해서 지게차 보험도 자동차 책임보험처럼 반드시 의무로 하는 제도적 보완정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동시에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최 교수는 “지게차는 속도가 느려 방심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는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무단횡단은 물론 건널목을 건널 때라도 주변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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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 위험 안고 달리는 지게차…대책은 없다
    • 입력 2021-03-01 07:01:56
    • 수정2021-03-01 12:08:28
    취재K
부산의 한 도로를 지게차들이 달리고 있습니다.
사고는 지난달 19일 아침 발생했습니다. 부산 해운대에서 50대 남성이 몰던 7톤짜리 지게차가 건널목을 건너던 보행자를 치었습니다. 119구급차가 달려왔지만, 보행자는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2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고는 지난해에도 발생했습니다. 해운대의 또 다른 길이었죠. 역시 지게차에 치인 30대 여성이 숨졌습니다. 두 사고 모두 지게차 운전자가 길을 건너던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해 난 사고였습니다.

지게차는 운전자들은 사각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도로에서 만난 지게차 운전자는 “ 잘 안 보이는 상태도 있고, 커브를 틀 때 잘 안 보여서 위험할 때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정도일까요. 지게차 앞에 기자가 서봤습니다. 지게차 조종석에 앉아 운전자의 시점에서 기자를 찍던 촬영 기자가 당황해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 진짜 안 보이네!"

지게차 운전석에서 바로 본 모습. 불과 몇 m 앞에 있는 보행자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지게차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게차 운전석 앞에는 지게 발을 들어 올리는 기둥이 2개 있습니다. ‘마스트’라고 부르는데 이 기둥에 가리면 불과 몇 미터 앞에 있는 사람이라도 보이지 않게 되는 겁니다.

가뜩이나 사고가 나기 쉬운데 지게차의 구조는 피해를 키우는 역할을 합니다. 지게차를 지게차로 만들어주는 ‘지게 발’ 때문입니다. 앞으로 걸게 뻗어 나온 지게 발은 단단한 쇠로 만들어져있습니다. 끝은 물건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뾰족하게 다듬어져 있어 부딪히면 사람은 물론 차도 위험해집니다.

지게차 운전자라고 안전한 건 아닙니다. 지게차에는 요즘 자동차에는 있는 에어백 같은 안전장치가 없는 데다, 전복될 경우 운전자를 보호할 장치도 사실상 없습니다.

■이름은 '차'지만 자동차 보험 가입 의무는 없어

지게차의 지게 발은 사고 시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게차가 말만 ‘차’이지 법적으로는 자동차가 아닌 건설기계로 분류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책임 보험 역시 가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율로 가입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 또한 쉽지 않습니다. 보험사들이 지게차가 사고가 잦고 피해도 크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잘 받아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보험사는 올해부터 지게차를 비롯한 건설기계의 자동차보험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최근 1년간 건설기계로 인한 사고는 2,542건으로 3,88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를 우려합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교수는 “지게차 보험은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 사항이 아니고 임의적 사항”이라며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보완해서 지게차 보험도 자동차 책임보험처럼 반드시 의무로 하는 제도적 보완정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동시에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최 교수는 “지게차는 속도가 느려 방심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는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무단횡단은 물론 건널목을 건널 때라도 주변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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