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2시간마다 휴식?…“쉬고 싶어도 못 쉬어요”

입력 2021.03.01 (09:47) 수정 2021.03.0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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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어도 못 쉬어요"

화물차 운전자들은 이렇게 하소연합니다. 주로 장거리 운전을 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은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졸음 운전을 하게 될 위험이 큰데요.

2017년부터 법으로 휴식을 의무화했고, 이달부터는 2시간 연속 화물차를 운전하면 15분 이상 쉬도록 법이 강화됐지만 현장에서 잘 지켜질 지는 의문입니다.

■ 휴게소·졸음쉼터 주차난에 화주 재촉까지

부산에서 출발한 화물차 운전자들이 쉬어가는 경남 함안휴게소에 가봤습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밥을 먹거나 잠깐 눈을 붙이려는 화물차 운전자들이 잇따라 휴게소에 들어서면서 이내 빈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려워졌는데요.

뒤따라 도착한 화물차 운전자들은 주차선이 그어져 있지 않은 휴게소 구석에 차를 대거나,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그대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이전 같으면 승용차 주차 공간에라도 잠깐 차를 대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휴게소 주차장에 지붕처럼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기 때문입니다.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경남 함안휴게소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경남 함안휴게소

이 곳에서 만난 한 화물차 운전자는 "졸음이 많이 쏟아지는 새벽이면 주차난이 더 심각하다. 화물차는 덩치가 커 졸음 쉼터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고 말했습니다.

고속도로 졸음 쉼터에도 가봤습니다.

화물차 몇 대가 들어서니 좁은 주차장이 금세 가득 찼습니다. 승용차가 꽉 들어차면 통로가 좁아져 대형 화물차는 진입 조차 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졸음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던 한 화물차 운전자는 "이 곳은 그나마 넓은 편이다. 다른 졸음 쉼터는 너무 좁아 잠깐 들어갈까 하다가도 포기한 적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남해고속도로 졸음쉼터에 화물차가 주차된 모습남해고속도로 졸음쉼터에 화물차가 주차된 모습

어렵사리 차를 대고 쉴 곳을 찾았다 하더라도 화물차 운전자들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화주들이 요구하는 시간에 맞춰 현장에 도착해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입니다.

쉬지않고 달려도 차가 밀리거나 화물 상·하차 작업이 늦어지면 화주들이 요구한 시간을 지키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화주들은 이런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송천석 화물연대 부산본부장은 "차가 늦게 도착해 작업자들이 대기하게 됐으니 대기료까지 다 물어내라는 화주들도 있다" 며 "법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운행기록장치 의무 제출 대상서 빠져…' 점검도 부실'

이처럼 휴식 시간을 지켜가며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점검은 부실합니다.

휴식 여부를 확인하려면 차량에 부착된 '운행기록장치'를 확인해야하는데, 화물차의 경우 장치를 달고 다니기만 할 뿐 정기적으로 확인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화물차에 부착된 운행기록장치화물차에 부착된 운행기록장치

실제로 취재 중 만난 한 화물차 운전자는 "운행기록장치를 달고 나서 누가 운행 기록을 확인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쓴 웃음을 짓기도 헀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운행기록장치를 제출해 휴식 시간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지켜지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시내버스와 비교됩니니다.

이헌정 한국교통안전공단 부산지부 교수는 "화물차의 경우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이뤄지는 불시 단속에 의존하고 있다. 시내버스처럼 운행기록장치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거나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하는 지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전국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617명. 이 가운데 70% 가까이가 졸음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사고를 막는다는 법 취지를 살리려면, 화물차 운전자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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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물차 2시간마다 휴식?…“쉬고 싶어도 못 쉬어요”
    • 입력 2021-03-01 09:47:06
    • 수정2021-03-01 12:08:26
    취재K

"쉬고 싶어도 못 쉬어요"

화물차 운전자들은 이렇게 하소연합니다. 주로 장거리 운전을 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은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졸음 운전을 하게 될 위험이 큰데요.

2017년부터 법으로 휴식을 의무화했고, 이달부터는 2시간 연속 화물차를 운전하면 15분 이상 쉬도록 법이 강화됐지만 현장에서 잘 지켜질 지는 의문입니다.

■ 휴게소·졸음쉼터 주차난에 화주 재촉까지

부산에서 출발한 화물차 운전자들이 쉬어가는 경남 함안휴게소에 가봤습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밥을 먹거나 잠깐 눈을 붙이려는 화물차 운전자들이 잇따라 휴게소에 들어서면서 이내 빈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려워졌는데요.

뒤따라 도착한 화물차 운전자들은 주차선이 그어져 있지 않은 휴게소 구석에 차를 대거나,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그대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이전 같으면 승용차 주차 공간에라도 잠깐 차를 대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휴게소 주차장에 지붕처럼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기 때문입니다.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경남 함안휴게소
이 곳에서 만난 한 화물차 운전자는 "졸음이 많이 쏟아지는 새벽이면 주차난이 더 심각하다. 화물차는 덩치가 커 졸음 쉼터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고 말했습니다.

고속도로 졸음 쉼터에도 가봤습니다.

화물차 몇 대가 들어서니 좁은 주차장이 금세 가득 찼습니다. 승용차가 꽉 들어차면 통로가 좁아져 대형 화물차는 진입 조차 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졸음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던 한 화물차 운전자는 "이 곳은 그나마 넓은 편이다. 다른 졸음 쉼터는 너무 좁아 잠깐 들어갈까 하다가도 포기한 적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남해고속도로 졸음쉼터에 화물차가 주차된 모습
어렵사리 차를 대고 쉴 곳을 찾았다 하더라도 화물차 운전자들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화주들이 요구하는 시간에 맞춰 현장에 도착해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입니다.

쉬지않고 달려도 차가 밀리거나 화물 상·하차 작업이 늦어지면 화주들이 요구한 시간을 지키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화주들은 이런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송천석 화물연대 부산본부장은 "차가 늦게 도착해 작업자들이 대기하게 됐으니 대기료까지 다 물어내라는 화주들도 있다" 며 "법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운행기록장치 의무 제출 대상서 빠져…' 점검도 부실'

이처럼 휴식 시간을 지켜가며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점검은 부실합니다.

휴식 여부를 확인하려면 차량에 부착된 '운행기록장치'를 확인해야하는데, 화물차의 경우 장치를 달고 다니기만 할 뿐 정기적으로 확인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화물차에 부착된 운행기록장치
실제로 취재 중 만난 한 화물차 운전자는 "운행기록장치를 달고 나서 누가 운행 기록을 확인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쓴 웃음을 짓기도 헀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운행기록장치를 제출해 휴식 시간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지켜지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시내버스와 비교됩니니다.

이헌정 한국교통안전공단 부산지부 교수는 "화물차의 경우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이뤄지는 불시 단속에 의존하고 있다. 시내버스처럼 운행기록장치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거나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하는 지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전국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617명. 이 가운데 70% 가까이가 졸음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사고를 막는다는 법 취지를 살리려면, 화물차 운전자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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