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추경’만 다섯 번째…‘증세의 시간’ 오나?

입력 2021.03.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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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이 오늘(2일) 발표됐다. 이번 추경안은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플러스' 6조 7천억 원 등 모두 15조 원 규모로 꾸려졌다.

이는 지난해 3차 추경 23조 7천억 원과 2009년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추경 17조 2천억 원에 이어 세출 규모로는 역대 3번째로 큰 규모다.

코로나19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빚을 내서 나랏돈을 풀고 있는 건데, 빚이 크게 늘다 보니 이 빚을 감당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쉽지만 어려운 길, '증세'다.

■'코로나 추경'만 다섯 번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건 지난해 1월 말이다. 경제적 충격은 2월부터 본격화됐고, 1차 추경 예산은 3월 나왔다. 11조 7천억 원 규모였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위해 마련된 2차 추경 예산은 4월 말 확정됐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한 부분을 제외하면 규모는 12조 2천억 원이었다.

7월 초에 확정된 3차 추경 예산은 세입을 조정한 11조 4천억 원을 제외하면, 23조 7천억 원 규모였고, 2차 재난지원금을 위해 9월 하순에 마련된 4차 추경 예산은 7조 8천억 원이었다.

한 해 동안 추경 예산이 네 차례 편성된 건 1961년 이후 59년 만이었다. 코로나19가 그만큼 큰 충격을 줬다는 얘기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본예산 편성 때는 805조 2천억 원이었는데, 네 차례 추경을 거치면서 846조 9천억 원으로 41조 7천억 원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39.8%에서 43.9%로 4.1%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는 956조 원(채무 비율 47.3%)으로 늘었고, 1차 추경 예산으로 965조 9천억 원으로 또 늘었다.

1차 추경 예산까지 반영한 채무 비율은 48.2%다. 50%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본예산과 올해 1차 추경 예산을 비교하면 1년 좀 넘는 사이에 채무 비율이 8.4%포인트 늘었다.


■"조세부담률 올리고 화끈하게 지원"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재정지출에 최근에는 자영업자 손실보상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집합금지 등 방역 조치로 손해를 본 자영업자들에게 보상을 해주자는 내용이다. 당연히 나랏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 여당에서 증세를 언급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2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한시적 부가가치세 인상'을 언급했다. 이 의원은 "부가세를 1∼2% 인상해 손실보상기금을 마련해서 지급하거나 선제적으로 지급한 뒤 기금을 활용해 (정산을) 끝내는 방식"이라며 "온 국민이 합심해서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6일 기재위 회의에서 "정직하게 얘기하면 지금쯤에는 증세 방안을 공론화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나랏빚 증가를 우려하는 홍남기 부총리 발언 뒤에 한 말이었다.

윤 의원은 "증세하지 않고 재원을 마련하는 건 지금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조세 부담률을 일정 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까지 끌어 올리고 화끈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여 전문가들도 증세 언급

범여권 의원들이 주축이 된 기본소득 관련 토론회에서도 증세가 언급됐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허영 의원 등이 참여하는 '기본소득연구포럼'은 지난달 23일 '기본소득과 결합한 조세·재정 개혁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유종성 가천대 교수는 모든 소득 원천에 5% 정률 과세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기본소득세 신설'을 제안했다. 유 교수는 "기본소득은 부자증세만으로는 어렵다"며 "기본적으로는 보편 증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세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신복지제도의 재원 확보 방안으로도 언급됐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달 25일 국회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 비전 초청 강연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증세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에 기반을 둔다는 원칙에 따라 단계적 증세 정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조세감면 폐지·축소→소득세 중심의 누진적 보편증세→사회보장세(기여금) 증세→부가가치세 증세'로 이어지는 '단계적 증세론'이다.

윤 교수는 "이런 재원 마련 전략은 궁극적으로 한국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수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출과 수입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 지출을 줄일 수 없다면 수입을 늘리는 게 간단하면서도 정공법이다. 이런 측면에서 증세는 쉽다. 그러나 국민을 설득해 조세 저항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증세는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충격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은 '증세의 시간'이 바로 시작될 가능성은 낮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방송사 라디오프로그램에서 "현재로서 이번 추경 관련해서 증세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여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증세론은 아이디어 수준"이라며 "코로나19 국면에서 증세론은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회복 국면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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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추경’만 다섯 번째…‘증세의 시간’ 오나?
    • 입력 2021-03-02 11:00:02
    취재K

올해 첫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이 오늘(2일) 발표됐다. 이번 추경안은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플러스' 6조 7천억 원 등 모두 15조 원 규모로 꾸려졌다.

이는 지난해 3차 추경 23조 7천억 원과 2009년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추경 17조 2천억 원에 이어 세출 규모로는 역대 3번째로 큰 규모다.

코로나19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빚을 내서 나랏돈을 풀고 있는 건데, 빚이 크게 늘다 보니 이 빚을 감당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쉽지만 어려운 길, '증세'다.

■'코로나 추경'만 다섯 번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건 지난해 1월 말이다. 경제적 충격은 2월부터 본격화됐고, 1차 추경 예산은 3월 나왔다. 11조 7천억 원 규모였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위해 마련된 2차 추경 예산은 4월 말 확정됐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한 부분을 제외하면 규모는 12조 2천억 원이었다.

7월 초에 확정된 3차 추경 예산은 세입을 조정한 11조 4천억 원을 제외하면, 23조 7천억 원 규모였고, 2차 재난지원금을 위해 9월 하순에 마련된 4차 추경 예산은 7조 8천억 원이었다.

한 해 동안 추경 예산이 네 차례 편성된 건 1961년 이후 59년 만이었다. 코로나19가 그만큼 큰 충격을 줬다는 얘기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본예산 편성 때는 805조 2천억 원이었는데, 네 차례 추경을 거치면서 846조 9천억 원으로 41조 7천억 원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39.8%에서 43.9%로 4.1%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는 956조 원(채무 비율 47.3%)으로 늘었고, 1차 추경 예산으로 965조 9천억 원으로 또 늘었다.

1차 추경 예산까지 반영한 채무 비율은 48.2%다. 50%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본예산과 올해 1차 추경 예산을 비교하면 1년 좀 넘는 사이에 채무 비율이 8.4%포인트 늘었다.


■"조세부담률 올리고 화끈하게 지원"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재정지출에 최근에는 자영업자 손실보상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집합금지 등 방역 조치로 손해를 본 자영업자들에게 보상을 해주자는 내용이다. 당연히 나랏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 여당에서 증세를 언급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2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한시적 부가가치세 인상'을 언급했다. 이 의원은 "부가세를 1∼2% 인상해 손실보상기금을 마련해서 지급하거나 선제적으로 지급한 뒤 기금을 활용해 (정산을) 끝내는 방식"이라며 "온 국민이 합심해서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6일 기재위 회의에서 "정직하게 얘기하면 지금쯤에는 증세 방안을 공론화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나랏빚 증가를 우려하는 홍남기 부총리 발언 뒤에 한 말이었다.

윤 의원은 "증세하지 않고 재원을 마련하는 건 지금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조세 부담률을 일정 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까지 끌어 올리고 화끈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여 전문가들도 증세 언급

범여권 의원들이 주축이 된 기본소득 관련 토론회에서도 증세가 언급됐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허영 의원 등이 참여하는 '기본소득연구포럼'은 지난달 23일 '기본소득과 결합한 조세·재정 개혁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유종성 가천대 교수는 모든 소득 원천에 5% 정률 과세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기본소득세 신설'을 제안했다. 유 교수는 "기본소득은 부자증세만으로는 어렵다"며 "기본적으로는 보편 증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세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신복지제도의 재원 확보 방안으로도 언급됐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달 25일 국회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 비전 초청 강연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증세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에 기반을 둔다는 원칙에 따라 단계적 증세 정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조세감면 폐지·축소→소득세 중심의 누진적 보편증세→사회보장세(기여금) 증세→부가가치세 증세'로 이어지는 '단계적 증세론'이다.

윤 교수는 "이런 재원 마련 전략은 궁극적으로 한국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수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출과 수입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 지출을 줄일 수 없다면 수입을 늘리는 게 간단하면서도 정공법이다. 이런 측면에서 증세는 쉽다. 그러나 국민을 설득해 조세 저항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증세는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충격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은 '증세의 시간'이 바로 시작될 가능성은 낮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방송사 라디오프로그램에서 "현재로서 이번 추경 관련해서 증세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여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증세론은 아이디어 수준"이라며 "코로나19 국면에서 증세론은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회복 국면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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