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 전기요금 할인분 뺏어간 아파트

입력 2021.03.0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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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5,000원...범인은?

한국전력공사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전기요금을 할인해주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입니다. 이에 따라 수급자들은 매달 1만 6천 원 한도 내에서 전기 요금을 할인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대구에 사는 A 씨도 기초수급자가 돼 요금 할인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관리비 명세서를 살펴보니, 한전이 할인해 준 요금보다 더 많은 전기요금이 청구돼 있었습니다.

"한전에서는 1만 5천 원을 할인해줬는데, 정작 관리비 명세서를 보니 1만 원만 할인됐더라고요."

알고 보니 아파트 관리실에서 한전의 요금 할인분을 말도 없이 떼간 것이었습니다.


■ 한 세대당 7원 득 보려? … "기초생활수급자가 희생해라"

한전은 A 씨에게 '세대별 전기 사용량' 1만 원과 '공용 사용량' 5천 원을 합산해 모두 1만 5천 원을 할인해줬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관리실이 중 공용 사용 할인분을 떼어내, 아파트 전체 7백여 세대와 나눈 겁니다.

이 덕분에 각 세대는 7원씩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받았습니다. A 씨가 항의했지만, 아파트 관리실은 관리규약을 따를 뿐이라며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직접 살펴본 관리규약에는 그러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A 씨가 거듭 항의하자 관리소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파트 전체 입주민을 위해 당신이 희생하라." 그런데 이곳은 임대 아파트가 아닌, 일반 분양 아파트입니다.

KBS의 질문에 관리소장은, '아파트는 공동생활을 하는 곳이니 기초생활수급자 할인 혜택을 전체 입주민과 나누면 더 좋지 않겠냐'는 취지였다고 말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수급자의 혜택을 뺏는 것이 진정 아파트를 위하는 일일까요?

■ 입주자회의 하겠다지만, '아직 믿을 수 없어'

한전 역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아파트 단지 전체를 하나의 계약자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아파트가 자체적으로 세대별 요금을 산정하는 것까지 간섭할 수 없다는 겁니다.

KBS의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되자, 관리사무실 측은 한전 측이 할인 제도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입주자회의를 통해 시스템을 바꿔나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A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동안 A 씨에게 희생을 강요하다가 이제는 한전 탓을 하는 모양새입니다. 입주자 회의를 하겠다고 했지만, A 씨가 이를 확신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 단돈 5천 원? … '30만 원 중 5천 원이야.'

단돈 5천 원 가지고 뭐 그렇게 엄살을 피우느냐. 누군가는 핀잔을 줄 수도 있습니다.

A 씨는 매달 생계급여 30만 원을 받습니다. 이중 관리비 10만 원을 제하면, 20만 원으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한 끼 식사비밖에 안 되는 돈일지 몰라도, 기초생활수급자에게 5천 원은 큰돈입니다. 한국전력이 이들에게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취지이기도 하겠죠.

A 씨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만 기초생활수급자가 70여 명. 인근 다른 아파트 단지들까지 합치면 수급자 수백여 세대가 본인 동의 없이 전기요금 할인분을 떼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국에 할인분을 뺏기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얼마나 더 있는지 확인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전기요금 할인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누군가에는 단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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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초생활수급자 전기요금 할인분 뺏어간 아파트
    • 입력 2021-03-02 11:47:46
    취재K

사라진 5,000원...범인은?

한국전력공사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전기요금을 할인해주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입니다. 이에 따라 수급자들은 매달 1만 6천 원 한도 내에서 전기 요금을 할인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대구에 사는 A 씨도 기초수급자가 돼 요금 할인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관리비 명세서를 살펴보니, 한전이 할인해 준 요금보다 더 많은 전기요금이 청구돼 있었습니다.

"한전에서는 1만 5천 원을 할인해줬는데, 정작 관리비 명세서를 보니 1만 원만 할인됐더라고요."

알고 보니 아파트 관리실에서 한전의 요금 할인분을 말도 없이 떼간 것이었습니다.


■ 한 세대당 7원 득 보려? … "기초생활수급자가 희생해라"

한전은 A 씨에게 '세대별 전기 사용량' 1만 원과 '공용 사용량' 5천 원을 합산해 모두 1만 5천 원을 할인해줬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관리실이 중 공용 사용 할인분을 떼어내, 아파트 전체 7백여 세대와 나눈 겁니다.

이 덕분에 각 세대는 7원씩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받았습니다. A 씨가 항의했지만, 아파트 관리실은 관리규약을 따를 뿐이라며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직접 살펴본 관리규약에는 그러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A 씨가 거듭 항의하자 관리소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파트 전체 입주민을 위해 당신이 희생하라." 그런데 이곳은 임대 아파트가 아닌, 일반 분양 아파트입니다.

KBS의 질문에 관리소장은, '아파트는 공동생활을 하는 곳이니 기초생활수급자 할인 혜택을 전체 입주민과 나누면 더 좋지 않겠냐'는 취지였다고 말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수급자의 혜택을 뺏는 것이 진정 아파트를 위하는 일일까요?

■ 입주자회의 하겠다지만, '아직 믿을 수 없어'

한전 역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아파트 단지 전체를 하나의 계약자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아파트가 자체적으로 세대별 요금을 산정하는 것까지 간섭할 수 없다는 겁니다.

KBS의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되자, 관리사무실 측은 한전 측이 할인 제도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입주자회의를 통해 시스템을 바꿔나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A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동안 A 씨에게 희생을 강요하다가 이제는 한전 탓을 하는 모양새입니다. 입주자 회의를 하겠다고 했지만, A 씨가 이를 확신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 단돈 5천 원? … '30만 원 중 5천 원이야.'

단돈 5천 원 가지고 뭐 그렇게 엄살을 피우느냐. 누군가는 핀잔을 줄 수도 있습니다.

A 씨는 매달 생계급여 30만 원을 받습니다. 이중 관리비 10만 원을 제하면, 20만 원으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한 끼 식사비밖에 안 되는 돈일지 몰라도, 기초생활수급자에게 5천 원은 큰돈입니다. 한국전력이 이들에게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취지이기도 하겠죠.

A 씨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만 기초생활수급자가 70여 명. 인근 다른 아파트 단지들까지 합치면 수급자 수백여 세대가 본인 동의 없이 전기요금 할인분을 떼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국에 할인분을 뺏기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얼마나 더 있는지 확인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전기요금 할인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누군가에는 단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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