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순서로 망한다더니…곳곳에서 미달 사태

입력 2021.03.02 (16:23) 수정 2021.03.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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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캠퍼스[자료화면] 대학 캠퍼스[자료화면]
■ 얼어붙은 캠퍼스의 봄

스마트폰을 들었다 놨다 몇 번을 망설였습니다. 결국 마음을 다잡고 통화 버튼을 눌렀지만, 역시 말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 "저...., 여기는 몇 명이에요?" "아, 2백 명이 넘네요. 저희가 좀 많지요?" 대학 홍보담당자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정시모집 경쟁률이 나왔을 때부터 이미 미달이 예상됐던 터라 마음의 준비를 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예상보다 훨씬 큰 미달 규모에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 미달 사태에 이 대학 직원들의 마음은 아마 후자에 더 가까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한다?..대전권도 이미 심각한 위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에서 대전권 대학은 그동안 느긋했습니다.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좋아 학생 걱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위기 얘기가 나올 때도,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잖아요? 저희는 아직 괜찮아요." 이런 말을 가볍게 주고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입시 결과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입시에서 2,048명을 모집한 대전의 배재대는 1,810명이 최종 등록해 238명이 미달했습니다. 등록률이 지난해 100%에서 올해는 88.4%로 떨어졌습니다. 지역의 대표적인 사립대인 목원대 역시 208명 미달했고, 중부대 206명, 대전대 185명 등 대전권 상당수 사립대가 2백 명 안팎의 미충원을 기록했습니다. 천안·아산권 대학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호서대 91명, 백석대 58명, 남서울대 28명 등 줄줄이 미달 사태를 빚었습니다. 언젠가는 찾아올 위기였지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충청권 대학들에는 위기가 뜻밖에 너무도 빨리 찾아왔습니다.


■ 위기는 이제 시작..대학의 앞날은?

이번 입시 결과가 충격적인 건 위기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이번 입시에서 대학 모집 인원은 55만 5774명으로(특별 전형 포함), 수능 응시인원보다 6만 명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격차는 앞으로 더 크게 벌어집니다. 교육부가 집계한 대학 모집 인원과 입학자원의 차이, 즉 미충원 규모는 올해 7만 6325명으로 늘어나고, 2024년에는 12만 3748명까지 증가합니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는 수도권보다 지방대에 더 커서, 대학교육연구소는 2024년 이후 신입생 충원율 94%를 넘는 지방대는 단 한 곳도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충원은 곧 대학의 재정악화를 의미합니다. 1인당 연간 등록금을 7백만 원으로 가정했을 때, 2백 명 미달이면 1년에 14억 원, 4년이면 56억 원 규모의 대학 운영비가 줄어듭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데 모든 대학이 다 살아남을 수는 없지만, 혼란을 최소화하며 연착륙하려면 산업 변화에 맞춘 학사 체계 개편과 정원 감축 등 대학들의 자구 노력이 불가피합니다. 여기에 경영 개선 등 정부 지원도 뒤따라야만 몇 년 안에 더욱 심각하게 들이닥칠 대학 위기에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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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한다더니…곳곳에서 미달 사태
    • 입력 2021-03-02 16:23:00
    • 수정2021-03-02 22:10:29
    취재K
 대학 캠퍼스[자료화면] ■ 얼어붙은 캠퍼스의 봄

스마트폰을 들었다 놨다 몇 번을 망설였습니다. 결국 마음을 다잡고 통화 버튼을 눌렀지만, 역시 말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 "저...., 여기는 몇 명이에요?" "아, 2백 명이 넘네요. 저희가 좀 많지요?" 대학 홍보담당자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정시모집 경쟁률이 나왔을 때부터 이미 미달이 예상됐던 터라 마음의 준비를 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예상보다 훨씬 큰 미달 규모에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 미달 사태에 이 대학 직원들의 마음은 아마 후자에 더 가까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한다?..대전권도 이미 심각한 위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에서 대전권 대학은 그동안 느긋했습니다.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좋아 학생 걱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위기 얘기가 나올 때도,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잖아요? 저희는 아직 괜찮아요." 이런 말을 가볍게 주고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입시 결과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입시에서 2,048명을 모집한 대전의 배재대는 1,810명이 최종 등록해 238명이 미달했습니다. 등록률이 지난해 100%에서 올해는 88.4%로 떨어졌습니다. 지역의 대표적인 사립대인 목원대 역시 208명 미달했고, 중부대 206명, 대전대 185명 등 대전권 상당수 사립대가 2백 명 안팎의 미충원을 기록했습니다. 천안·아산권 대학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호서대 91명, 백석대 58명, 남서울대 28명 등 줄줄이 미달 사태를 빚었습니다. 언젠가는 찾아올 위기였지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충청권 대학들에는 위기가 뜻밖에 너무도 빨리 찾아왔습니다.


■ 위기는 이제 시작..대학의 앞날은?

이번 입시 결과가 충격적인 건 위기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이번 입시에서 대학 모집 인원은 55만 5774명으로(특별 전형 포함), 수능 응시인원보다 6만 명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격차는 앞으로 더 크게 벌어집니다. 교육부가 집계한 대학 모집 인원과 입학자원의 차이, 즉 미충원 규모는 올해 7만 6325명으로 늘어나고, 2024년에는 12만 3748명까지 증가합니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는 수도권보다 지방대에 더 커서, 대학교육연구소는 2024년 이후 신입생 충원율 94%를 넘는 지방대는 단 한 곳도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충원은 곧 대학의 재정악화를 의미합니다. 1인당 연간 등록금을 7백만 원으로 가정했을 때, 2백 명 미달이면 1년에 14억 원, 4년이면 56억 원 규모의 대학 운영비가 줄어듭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데 모든 대학이 다 살아남을 수는 없지만, 혼란을 최소화하며 연착륙하려면 산업 변화에 맞춘 학사 체계 개편과 정원 감축 등 대학들의 자구 노력이 불가피합니다. 여기에 경영 개선 등 정부 지원도 뒤따라야만 몇 년 안에 더욱 심각하게 들이닥칠 대학 위기에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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