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식·문항·기호…국민의힘-안철수 ‘밀당’ 포인트 셋

입력 2021.03.0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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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단일화 협상을 시작합니다. 정식 협상은 국민의힘이 후보를 확정하는 오는 4일 이후부터겠지만, 사전 기싸움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양측 모두 각자에게 유리한 방식을 주장하고 있는데, 쟁점은 크게 3가지입니다.


■ ① 단일화 방식 : 여론조사냐, 다른 방법이냐

우선 단일화 방식에서부터 양측 의견이 다릅니다.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을 맡고 있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일회성 여론조사만으로 안 대표와 단일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후보 선출에 참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교수는 오늘(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꼭 여론조사라는 단일화 방식만을 고집할 게 아니다”라며 “빨리, 그것도 한 번에 여론조사 방식만으로 단일화를 해 버리는 것은 (후보 등록까지) 2주 간의 ‘야당의 시간’을 활용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4일 당 후보 선출부터 오는 18일~19일 정식 후보등록까지 2주 동안 최대한 흥행몰이를 해야 하는데, 1,000~2,000명 규모 여론조사 한 번으로 단일화를 끝내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겁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안 대표를 견제하면서, 최대한 시간을 갖고 당 조직력을 활용할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김 교수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시민사회가 단일 후보를 선출한 과정을 참고하는 거로 보입니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던 안철수 대표가 당시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 선언했던 그 선거입니다.

당시 야권은 일반 시민 여론조사 30%, TV토론 배심원 평가 30%, 국민참여경선 40%를 합산해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했는데, 당시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규모는 3만 명이었습다.

선거인단에 참여하겠다고 자원한 시민 6만 명 중에 3만 명을 추려내고 이들을 장충체육관으로 불러 현장 투표를 실시했는데, 투표율이 59.6%를 기록하는 등 이른바 ‘흥행 대박’에 성공했습니다.

안철수 캠프 반응은 냉랭합니다.

안 대표가 여러 여론조사에서 다른 국민의힘 후보들을 앞서는 만큼, 굳이 다른 단일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여론조사도 굳이 늦게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당 사무총장인 이태규 의원은 오늘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안철수-금태섭 후보 단일화 결정도 여론조사로 했고, 국민의힘도 100% 여론조사로 (당) 후보를 뽑는다”면서 “이제까지 해왔던 방식을 특별히 바꿀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실무 협상에서 논의하자”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 ② 설문 문항 : 적합도 ? 경쟁력 ?

또 다른 뇌관은 ‘여론조사 문항’입니다.

어떻게 묻는지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야당 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하느냐”고 물으면,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고 합니다.

그러나 “누가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면, 다른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A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라도, 민주당을 이길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는 B를 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당보다 규모가 크고 당원 수가 많은 국민의힘은 ‘적합도’를 내세웁니다. 그러나 안 대표는 2012년 문재인 당시 후보와 단일화를 하던 당시에도 지금도 ‘경쟁력’ 조사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지금 나온 국민의당 후보들은) 야권 후보로 기본적인 적합도는 다 갖고 있다”면서 “적합도가 높은 후보는 여권 후보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 조사방법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은 “경쟁력과 적합도를 적절하게 조합을 이루면 되지 않겠느냐”면서 실무 협상 과정에서 양측 주장이 절충될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 안철수로 단일화 된다면…기호 ②번 VS ④번

최종 단일후보 기호도 문제입니다.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하면 단일 후보는 당연히 기호 2번을 달고 출마합니다.

안철수 대표가 이기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국민의당의 기호 4번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제1야당의 기호 2번을 달고 출마할 것인지를 협상해야 합니다.

기호 문제는 향후 양당 합당이나 입당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돼있기에, 앞선 2가지 쟁점보다 양측 의견 차이를 좁히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민의힘은 “단일 후보는 반드시 기호 2번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2일) 기자들에게 “제3지대 후보로 단일화가 돼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면서, “국민의당의 기호 4번으로 선거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가, 나는 그런 확신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오늘 “단일화된 후보는 기호 2번으로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당은 일단 ‘기호 2번’을 고집하면 확장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당 대표인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기호 2번을 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당원 반발도 적지 않습니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민주당 대 국민의힘이 대결하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이길 수 있느냐”면서 “기호 2번을 고집하면 확장성이 떨어지기에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는 역시 이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습니다. 안 대표는 오늘 취재진에게 “실무협의가 시작되면 심도 있게 의논할 부분들”이라며 “법적으로 어떤 부분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거기서 논의하면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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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식·문항·기호…국민의힘-안철수 ‘밀당’ 포인트 셋
    • 입력 2021-03-02 17:47:44
    취재K
이번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단일화 협상을 시작합니다. 정식 협상은 국민의힘이 후보를 확정하는 오는 4일 이후부터겠지만, 사전 기싸움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양측 모두 각자에게 유리한 방식을 주장하고 있는데, 쟁점은 크게 3가지입니다.


■ ① 단일화 방식 : 여론조사냐, 다른 방법이냐

우선 단일화 방식에서부터 양측 의견이 다릅니다.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을 맡고 있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일회성 여론조사만으로 안 대표와 단일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후보 선출에 참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교수는 오늘(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꼭 여론조사라는 단일화 방식만을 고집할 게 아니다”라며 “빨리, 그것도 한 번에 여론조사 방식만으로 단일화를 해 버리는 것은 (후보 등록까지) 2주 간의 ‘야당의 시간’을 활용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4일 당 후보 선출부터 오는 18일~19일 정식 후보등록까지 2주 동안 최대한 흥행몰이를 해야 하는데, 1,000~2,000명 규모 여론조사 한 번으로 단일화를 끝내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겁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안 대표를 견제하면서, 최대한 시간을 갖고 당 조직력을 활용할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김 교수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시민사회가 단일 후보를 선출한 과정을 참고하는 거로 보입니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던 안철수 대표가 당시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 선언했던 그 선거입니다.

당시 야권은 일반 시민 여론조사 30%, TV토론 배심원 평가 30%, 국민참여경선 40%를 합산해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했는데, 당시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규모는 3만 명이었습다.

선거인단에 참여하겠다고 자원한 시민 6만 명 중에 3만 명을 추려내고 이들을 장충체육관으로 불러 현장 투표를 실시했는데, 투표율이 59.6%를 기록하는 등 이른바 ‘흥행 대박’에 성공했습니다.

안철수 캠프 반응은 냉랭합니다.

안 대표가 여러 여론조사에서 다른 국민의힘 후보들을 앞서는 만큼, 굳이 다른 단일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여론조사도 굳이 늦게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당 사무총장인 이태규 의원은 오늘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안철수-금태섭 후보 단일화 결정도 여론조사로 했고, 국민의힘도 100% 여론조사로 (당) 후보를 뽑는다”면서 “이제까지 해왔던 방식을 특별히 바꿀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실무 협상에서 논의하자”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 ② 설문 문항 : 적합도 ? 경쟁력 ?

또 다른 뇌관은 ‘여론조사 문항’입니다.

어떻게 묻는지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야당 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하느냐”고 물으면,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고 합니다.

그러나 “누가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면, 다른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A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라도, 민주당을 이길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는 B를 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당보다 규모가 크고 당원 수가 많은 국민의힘은 ‘적합도’를 내세웁니다. 그러나 안 대표는 2012년 문재인 당시 후보와 단일화를 하던 당시에도 지금도 ‘경쟁력’ 조사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지금 나온 국민의당 후보들은) 야권 후보로 기본적인 적합도는 다 갖고 있다”면서 “적합도가 높은 후보는 여권 후보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 조사방법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은 “경쟁력과 적합도를 적절하게 조합을 이루면 되지 않겠느냐”면서 실무 협상 과정에서 양측 주장이 절충될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 안철수로 단일화 된다면…기호 ②번 VS ④번

최종 단일후보 기호도 문제입니다.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하면 단일 후보는 당연히 기호 2번을 달고 출마합니다.

안철수 대표가 이기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국민의당의 기호 4번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제1야당의 기호 2번을 달고 출마할 것인지를 협상해야 합니다.

기호 문제는 향후 양당 합당이나 입당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돼있기에, 앞선 2가지 쟁점보다 양측 의견 차이를 좁히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민의힘은 “단일 후보는 반드시 기호 2번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2일) 기자들에게 “제3지대 후보로 단일화가 돼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면서, “국민의당의 기호 4번으로 선거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가, 나는 그런 확신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오늘 “단일화된 후보는 기호 2번으로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당은 일단 ‘기호 2번’을 고집하면 확장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당 대표인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기호 2번을 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당원 반발도 적지 않습니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민주당 대 국민의힘이 대결하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이길 수 있느냐”면서 “기호 2번을 고집하면 확장성이 떨어지기에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는 역시 이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습니다. 안 대표는 오늘 취재진에게 “실무협의가 시작되면 심도 있게 의논할 부분들”이라며 “법적으로 어떤 부분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거기서 논의하면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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