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올해는 무엇을 발표할까?

입력 2021.03.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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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22일 열린 전인대 개막식 (출처=연합뉴스)지난해 5월 22일 열린 전인대 개막식 (출처=연합뉴스)

3월 1일, 중국의 엄마들의 표정이 확 펴졌습니다. 자녀들이 봄학기를 맞아 드디어 학교에 갔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부터 적잖은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쓰지 못하게 하고 공산당 역사를 무게 있게 가르치는 등 새로운 교육정책이 시행됐지만, 사실 더 큰 관심은 실제 등교가 가능할지 여부였습니다.

코로나19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를 어느 정도 잡았다고 판단하면서 정상 등교가 가능해졌습니다.

3월 1일 베이징 왕징의 한 유치원이 등원을 축하하며 전통 공연을 열었다.3월 1일 베이징 왕징의 한 유치원이 등원을 축하하며 전통 공연을 열었다.

■ 3월 4일 정협, 5일 전인대 개막

등교 못지 않게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 몰두한 이유, 바로 ‘양회’입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약칭 전인대)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약칭 정협)를 의미하는 양회는 흔히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라고 부릅니다. 중국 정부의 운영 방침을 논의하고 밝히는 자리입니다.

지난해 이처럼 중요한 양회가 코로나19 때문에 두달이나 늦게 열렸습니다.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일까요?

양회가 열리는 베이징의 경우 올들어 해외 입국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3주간 시설 격리 뒤 한주간의 건강 모니터링을 할 정도로 고강도 방역 정책을 펴왔습니다.

올해는 3월 4일 정협, 5일 전인대 연례회의를 예정대로 개막합니다. 정협은 공산당을 비롯해 8개 민주당파, 소수민족, 해외 교포 등이 참석하는 일종의 자문기구입니다.

전인대는 헌법 개정과 국가 주석, 총리의 선출 권한이 있는 형식상 최고 국가 권력기구입니다. 연례 회의에서는 정부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예산안을 심의합니다.

하지만 전인대가 결정하는 정책 대부분은 사전에 중국 공산당 중앙이 결정합니다. 즉 실질적 권력은 ‘중공 중앙’이 쥐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해도 중국 주요 정책의 방향과 중점 사항을 확인하는 기회로서 양회의 의미와 역할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전통적으로 경제성장률 목표와 국방비 규모 등에 서방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올해 양회는 권력 구도, 경제와 대외 정책 기조 등 눈여겨볼 점이 많습니다.


■ 시진핑 주석 장기집권 위한 ‘권력 공고화’ 주목

우선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과 관련한 정치적 의미가 큽니다.

이번 양회는 헌법 개정을 통해 장기 집권의 포석을 깔아놓은 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공고화하는 사실상 첫번째 주요 정치 일정입니다.

올해 7월 공산당 100주년 행사,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을 징검다리처럼 이어가며 가장 중요한 내년 가을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의 권력 구도 확정으로 화룡점정을 노릴 계획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3월 1일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청년 간부 양성반 개학식에서 연설하는 모습(출처=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이 3월 1일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청년 간부 양성반 개학식에서 연설하는 모습(출처=연합뉴스)

이번 양회를 앞두고 시진핑 주석은 지난 주 1억 농촌 인구가 가난에서 벗어났다며 이른바 탈빈곤 사업에서 전면적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100주년인 올해 온 국민이 풍족한 삶을 누리는 ‘샤오캉 사회’를 이뤘다고도 말했습니다. 더불어 공산당 청년 간부들을 만나 “벼슬 한 것처럼 허세 부리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모두 TV 뉴스, 다큐멘터리, 신문 등을 통해 중요하게 중국 국민들에게 전달됐습니다. 대외적으로 실적을 홍보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 체제의 핵심인 공산당의 기강을 잡는 모습입니다.

이같은 동력을 바탕으로 장쩌민, 후진타오 시대 최고 권력 10년 유지의 관행을 깨고 시 주석이 내년에 장기 집권을 현실화할 것이라는게 다수의 관점입니다.


■ GDP 성장률 목표치, ‘쌍순환’ 세부 전략,

경제 분야에서는 이번 양회에서 어느 정도의 GDP 성장률 목표치를 설정할지가 우선 관심사입니다. 앞서 지역별로는 올해 베이징과 상하이, 광둥성이 6% 이상, 후베이성과 랴오닝성이 10% 이상을 설정하는 등 평균 7.2%의 GDP 성장률 목표치를 내걸었습니다.

14차 5개년 계획 발표도 관심을 끕니다. 올해부터 5년간 중국 경제와 사회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절차입니다. 기술 발전과 생활 수준, 환경 보호 등에 대한 세부 목표가 제시될 전망입니다.

미국과의 갈등 속에 내수 진작을 골자로 발표한 소위 ‘쌍순환’ 전략이 어느 정도 구체화될지도 시선을 끕니다. 중국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양회 기간 정부 지원 확대와 인재 육성 방안 등 기술 자립을 위한 구체적 정책과 목표가 제시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도 중국의 디지털 경제 전환과 내수 확대 드라이브, 사회간접자본 투자, 친환경 기조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수요 확대 등 주목해야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에 따른 글로벌 밸류 체인 변화와 환경과 안전에 대한 규제 정책 등도 따져봐야 합니다.

3월 1일 홍콩 범민주진영 인사 47명의 보석 심리가 열린 웨스트카오룽 법원 앞에 모여든 시위대(출처=연합뉴스) 3월 1일 홍콩 범민주진영 인사 47명의 보석 심리가 열린 웨스트카오룽 법원 앞에 모여든 시위대(출처=연합뉴스)

대외 정책과 관련해서는 새 행정부가 출범한 미국와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의 홍콩에 대한 정책이 더 주목받는 분위기입니다.

양회는 이미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을 의결했습니다. ‘일국양제’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빗발쳤습니다. 이후 범민주진영 인사들의 체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 선거제 개편 여부 등 홍콩 이슈도 관심

나아가 시 주석은 올해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양회 기간 친중 세력 확대를 위한 선거제 개편을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3월 2일 홍콩 정부가 선거제 개편을 밀어붙이는 동안 범민주진영 인사들을 계속 구금해두려한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5월 양회 취재를 위해 입장하는 취재진이 보안 검사를 받고 있다(출처=연합뉴스)지난해 5월 양회 취재를 위해 입장하는 취재진이 보안 검사를 받고 있다(출처=연합뉴스)

양회가 임박하면서 베이징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 국가우정국은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우편과 택배는 2차례 안전 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내에서라도 코로나19 중위험, 고위험 지역에서는 베이징에 들어올 수 없고 저위험 지역에서 오더라도 핵산 검사 음성 결과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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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올해는 무엇을 발표할까?
    • 입력 2021-03-03 09:00:58
    특파원 리포트
지난해 5월 22일 열린 전인대 개막식 (출처=연합뉴스)
3월 1일, 중국의 엄마들의 표정이 확 펴졌습니다. 자녀들이 봄학기를 맞아 드디어 학교에 갔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부터 적잖은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쓰지 못하게 하고 공산당 역사를 무게 있게 가르치는 등 새로운 교육정책이 시행됐지만, 사실 더 큰 관심은 실제 등교가 가능할지 여부였습니다.

코로나19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를 어느 정도 잡았다고 판단하면서 정상 등교가 가능해졌습니다.

3월 1일 베이징 왕징의 한 유치원이 등원을 축하하며 전통 공연을 열었다.
■ 3월 4일 정협, 5일 전인대 개막

등교 못지 않게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 몰두한 이유, 바로 ‘양회’입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약칭 전인대)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약칭 정협)를 의미하는 양회는 흔히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라고 부릅니다. 중국 정부의 운영 방침을 논의하고 밝히는 자리입니다.

지난해 이처럼 중요한 양회가 코로나19 때문에 두달이나 늦게 열렸습니다.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일까요?

양회가 열리는 베이징의 경우 올들어 해외 입국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3주간 시설 격리 뒤 한주간의 건강 모니터링을 할 정도로 고강도 방역 정책을 펴왔습니다.

올해는 3월 4일 정협, 5일 전인대 연례회의를 예정대로 개막합니다. 정협은 공산당을 비롯해 8개 민주당파, 소수민족, 해외 교포 등이 참석하는 일종의 자문기구입니다.

전인대는 헌법 개정과 국가 주석, 총리의 선출 권한이 있는 형식상 최고 국가 권력기구입니다. 연례 회의에서는 정부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예산안을 심의합니다.

하지만 전인대가 결정하는 정책 대부분은 사전에 중국 공산당 중앙이 결정합니다. 즉 실질적 권력은 ‘중공 중앙’이 쥐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해도 중국 주요 정책의 방향과 중점 사항을 확인하는 기회로서 양회의 의미와 역할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전통적으로 경제성장률 목표와 국방비 규모 등에 서방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올해 양회는 권력 구도, 경제와 대외 정책 기조 등 눈여겨볼 점이 많습니다.


■ 시진핑 주석 장기집권 위한 ‘권력 공고화’ 주목

우선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과 관련한 정치적 의미가 큽니다.

이번 양회는 헌법 개정을 통해 장기 집권의 포석을 깔아놓은 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공고화하는 사실상 첫번째 주요 정치 일정입니다.

올해 7월 공산당 100주년 행사,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을 징검다리처럼 이어가며 가장 중요한 내년 가을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의 권력 구도 확정으로 화룡점정을 노릴 계획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3월 1일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청년 간부 양성반 개학식에서 연설하는 모습(출처=연합뉴스)
이번 양회를 앞두고 시진핑 주석은 지난 주 1억 농촌 인구가 가난에서 벗어났다며 이른바 탈빈곤 사업에서 전면적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100주년인 올해 온 국민이 풍족한 삶을 누리는 ‘샤오캉 사회’를 이뤘다고도 말했습니다. 더불어 공산당 청년 간부들을 만나 “벼슬 한 것처럼 허세 부리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모두 TV 뉴스, 다큐멘터리, 신문 등을 통해 중요하게 중국 국민들에게 전달됐습니다. 대외적으로 실적을 홍보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 체제의 핵심인 공산당의 기강을 잡는 모습입니다.

이같은 동력을 바탕으로 장쩌민, 후진타오 시대 최고 권력 10년 유지의 관행을 깨고 시 주석이 내년에 장기 집권을 현실화할 것이라는게 다수의 관점입니다.


■ GDP 성장률 목표치, ‘쌍순환’ 세부 전략,

경제 분야에서는 이번 양회에서 어느 정도의 GDP 성장률 목표치를 설정할지가 우선 관심사입니다. 앞서 지역별로는 올해 베이징과 상하이, 광둥성이 6% 이상, 후베이성과 랴오닝성이 10% 이상을 설정하는 등 평균 7.2%의 GDP 성장률 목표치를 내걸었습니다.

14차 5개년 계획 발표도 관심을 끕니다. 올해부터 5년간 중국 경제와 사회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절차입니다. 기술 발전과 생활 수준, 환경 보호 등에 대한 세부 목표가 제시될 전망입니다.

미국과의 갈등 속에 내수 진작을 골자로 발표한 소위 ‘쌍순환’ 전략이 어느 정도 구체화될지도 시선을 끕니다. 중국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양회 기간 정부 지원 확대와 인재 육성 방안 등 기술 자립을 위한 구체적 정책과 목표가 제시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도 중국의 디지털 경제 전환과 내수 확대 드라이브, 사회간접자본 투자, 친환경 기조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수요 확대 등 주목해야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에 따른 글로벌 밸류 체인 변화와 환경과 안전에 대한 규제 정책 등도 따져봐야 합니다.

3월 1일 홍콩 범민주진영 인사 47명의 보석 심리가 열린 웨스트카오룽 법원 앞에 모여든 시위대(출처=연합뉴스)
대외 정책과 관련해서는 새 행정부가 출범한 미국와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의 홍콩에 대한 정책이 더 주목받는 분위기입니다.

양회는 이미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을 의결했습니다. ‘일국양제’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빗발쳤습니다. 이후 범민주진영 인사들의 체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 선거제 개편 여부 등 홍콩 이슈도 관심

나아가 시 주석은 올해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양회 기간 친중 세력 확대를 위한 선거제 개편을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3월 2일 홍콩 정부가 선거제 개편을 밀어붙이는 동안 범민주진영 인사들을 계속 구금해두려한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5월 양회 취재를 위해 입장하는 취재진이 보안 검사를 받고 있다(출처=연합뉴스)
양회가 임박하면서 베이징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 국가우정국은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우편과 택배는 2차례 안전 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내에서라도 코로나19 중위험, 고위험 지역에서는 베이징에 들어올 수 없고 저위험 지역에서 오더라도 핵산 검사 음성 결과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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