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 내가 설계”…현실화는 ‘글쎄’

입력 2021.03.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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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금, 당감, 주례, 가야 등 소생활권으로 구분된 부산시 생활권 계획 시범구역 지도.개금, 당감, 주례, 가야 등 소생활권으로 구분된 부산시 생활권 계획 시범구역 지도.

부산을 비롯해 우리나라 대부분 시·군 도시계획 체계는 도시 전체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포괄적 계획인 '도시기본계획'과 개별 필지별 구체적인 계획인 '도시관리계획'으로 이원화돼 있습니다.

이런 도시계획은 행정과 소수 전문가 등이 중심이 돼 수립하는 '하향식 계획'으로 도시계획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주민은 정작 그 계획을 짜는데 소외돼 있습니다.


■ 주민이 직접 동네 설계 참여

최근 도시계획을 수립하는데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달라는 요구가 커졌습니다. 부산시는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도시계획에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생활권 계획'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2019년, 전체 17.49㎢ 규모 부산 사상구와 부산진구 12개 동을 시범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후 최근까지 두 차례의 주민 워크숍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주민들이 생각하는 동네의 문제점을 분석했습니다. 또 문제점을 개선할 방법은 무엇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시설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논의도 이어갔습니다.

부산시는 주민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시설이 부산시 다른 지역 등과 비교했을 때 실제로 부족한지 등도 조사했습니다. 시범구역 주민들은 공영주차장과 문화센터, 체육센터 등이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시는 용역 결과를 관할 구청에 통보하고 이를 도시관리계획 수립 등에 '참고자료'로 활용할 방침입니다.

 최근 열린 최종 용역보고회에서 관계자가 부산시 생활권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열린 최종 용역보고회에서 관계자가 부산시 생활권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3억 원 들인 사업, 실현 가능성은?

해당 용역에는 3억 원가량이 들었습니다. 부산시는 내년에 부산 전 지역으로 생활권계획을 확대할 계획인데, 35억 원가량이 더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활권 계획은 강제성이 전혀 없고 관할 구청 등에서 도시관리계획을 세울 때 단순한 '참고자료'로만 사용됩니다. 만약 예산 문제 등으로 구청에서 주민들의 요구를 실제 도시계획에 반영하지 않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큰 돈을 들여 만든 생활권 계획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서울시 생활권 계획 홈페이지.서울시 생활권 계획 홈페이지.

■ 서울시는 전담부서 신설, 적용 과정도 모니터링

이 때문에 생활권계획을 부산시 전체로 확대하는 것보다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2014년 전국에서 최초로 생활권계획을 추진한 서울시는 이미 도시 전체의 계획 수립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이제는 어렵게 만든 계획을 어떻게 실현하는지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서울시는 생활권 계획을 도시계획의 최상위 개념인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 생활권계획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었습니다. 이 부서는 생활권 계획과 관련한 지자체별 담당자를 교육하는 것은 물론 이 계획이 어떻게 실현돼가는지를 모니터링하는 작업을 합니다.

반면 부산시는 도시계획팀 내 소수 인력만 생활권 계획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산시도 생활권 계획을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제도적 보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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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사는 동네, 내가 설계”…현실화는 ‘글쎄’
    • 입력 2021-03-03 09:00:59
    취재K
개금, 당감, 주례, 가야 등 소생활권으로 구분된 부산시 생활권 계획 시범구역 지도.
부산을 비롯해 우리나라 대부분 시·군 도시계획 체계는 도시 전체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포괄적 계획인 '도시기본계획'과 개별 필지별 구체적인 계획인 '도시관리계획'으로 이원화돼 있습니다.

이런 도시계획은 행정과 소수 전문가 등이 중심이 돼 수립하는 '하향식 계획'으로 도시계획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주민은 정작 그 계획을 짜는데 소외돼 있습니다.


■ 주민이 직접 동네 설계 참여

최근 도시계획을 수립하는데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달라는 요구가 커졌습니다. 부산시는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도시계획에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생활권 계획'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2019년, 전체 17.49㎢ 규모 부산 사상구와 부산진구 12개 동을 시범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후 최근까지 두 차례의 주민 워크숍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주민들이 생각하는 동네의 문제점을 분석했습니다. 또 문제점을 개선할 방법은 무엇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시설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논의도 이어갔습니다.

부산시는 주민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시설이 부산시 다른 지역 등과 비교했을 때 실제로 부족한지 등도 조사했습니다. 시범구역 주민들은 공영주차장과 문화센터, 체육센터 등이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시는 용역 결과를 관할 구청에 통보하고 이를 도시관리계획 수립 등에 '참고자료'로 활용할 방침입니다.

 최근 열린 최종 용역보고회에서 관계자가 부산시 생활권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3억 원 들인 사업, 실현 가능성은?

해당 용역에는 3억 원가량이 들었습니다. 부산시는 내년에 부산 전 지역으로 생활권계획을 확대할 계획인데, 35억 원가량이 더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활권 계획은 강제성이 전혀 없고 관할 구청 등에서 도시관리계획을 세울 때 단순한 '참고자료'로만 사용됩니다. 만약 예산 문제 등으로 구청에서 주민들의 요구를 실제 도시계획에 반영하지 않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큰 돈을 들여 만든 생활권 계획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서울시 생활권 계획 홈페이지.
■ 서울시는 전담부서 신설, 적용 과정도 모니터링

이 때문에 생활권계획을 부산시 전체로 확대하는 것보다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2014년 전국에서 최초로 생활권계획을 추진한 서울시는 이미 도시 전체의 계획 수립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이제는 어렵게 만든 계획을 어떻게 실현하는지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서울시는 생활권 계획을 도시계획의 최상위 개념인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 생활권계획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었습니다. 이 부서는 생활권 계획과 관련한 지자체별 담당자를 교육하는 것은 물론 이 계획이 어떻게 실현돼가는지를 모니터링하는 작업을 합니다.

반면 부산시는 도시계획팀 내 소수 인력만 생활권 계획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산시도 생활권 계획을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제도적 보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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