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백신 확보·접종 빨랐던 日…접종 닷새된 韓에 추월, 왜?

입력 2021.03.03 (11:31) 수정 2021.03.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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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로부터 정보가 올 때마다 접종 계획을 재검토한다. 날마다 휘둘리고 있어 사태 수습은 커녕 혼란이 커지고 있다." (타미모토 마사노리 이시카와현 지사)

"정부로부터 연락이 직전에야 오고 있다. (지역에서 접종을 준비하는) 의사회에서 불만이 나온다" (무라이 요시히로 미야기현 지사)

주말이던 2월 27일, 일본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사 약 40명이 온라인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날 회의를 두고 일본 교도통신은 "백신 접종에 대한 정보 지연과 잦은 일정 변경 등을 두고 불만이 쏟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실제 지자체장들은 일본 정부가 전체적인 백신 접종 계획을 어떻게 짜고 있는지, 지역에는 백신을 언제, 얼마만큼 보내줄 수 있는 지, 접종 정보를 관리할 시스템은 언제 만들어 공개할지 등을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백신 접종, 한일 역전

일본은 2월 17일부터 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화이자) 접종을 시작했습니다. 접종 첫날, 125명이 백신을 맞았습니다. 이후 보름이 지난 3월 3일 현재 일본의 누적 접종자는 3만 4천772명입니다. 하루 평균 2천318명이 맞은 셈입니다.

한국은 일본보다 9일 늦은 2월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초도 물량으로 접종을 시작했죠. 접종 첫날 1만 8천489명이 백신을 맞았고, 이후 닷새째인 3일 기준 누적 접종자는 8만 7천428명으로 일본을 제쳤습니다. 하루 평균 1만 7천485명이 백신 예방 접종에 참여했습니다.

물론 접종 기간이 짧긴 하지만, 단순 비교해 일본보다 7배 이상 빠른 속도입니다. 여기에 한국 국내 인구(5천2백만 명 기준)는 일본 국내 인구(1억 2천7백만 명)의 절반도 안 됩니다. 인구 대비 접종 속도로 보면 3일 현재 한국이 0.17%, 일본이 0.02%가 됐습니다.

2월 17일 일본 도쿄의료센터의 아라키 가즈히로 원장(왼쪽)이 일본 내 첫 번째 백신 접종 대상으로 선정돼 주사를 맞고 있다.  [교도통신]2월 17일 일본 도쿄의료센터의 아라키 가즈히로 원장(왼쪽)이 일본 내 첫 번째 백신 접종 대상으로 선정돼 주사를 맞고 있다. [교도통신]
■지난해 8월 백신 확보하고도

한·일 두 나라 모두 백신 공급 부족으로 '거북이 접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같은 거북이라도 보폭은 다른 셈입니다. 백신 확보와 접종 모두 빨랐던 일본은 어쩌다 이런 상황을 맞게 된 걸까요?

일본은 올해 7월로 1년 연기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코로나19 환경 속에서 치를 것에 대비해 개발 단계인 백신을 미리 확보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그래서 이미 지난해 8월 접종 대상 물량을 모두 확보해 뒀습니다. 미국 화이자(7천2백만 명분)와 모더나(2천5백만 명분),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6천만 명분) 등입니다. 한국은 이보다 넉 달 늦은 지난해 12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첫 구매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랬던 일본이 좀처럼 접종 속도를 내지 못하는 건 일본 내에서 유일하게 승인받은 화이자 백신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아섭니다. 유럽연합(EU) 등의 수출규제로 화이자사가 유럽 국가 접종을 우선하면서 일본에는 많은 물량을 내주지 않고 있는 겁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실은 세 번째 항공기가 3월 1일 오전 일본 나리타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일본 NHK 방송]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실은 세 번째 항공기가 3월 1일 오전 일본 나리타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일본 NHK 방송]

■미뤄지는 접종 계획

이 때문에 일본은 EU가 도입한 '코로나19 백신 역외수출 관리방안'에 따라 건당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화이자 생산 공장이 있는 벨기에에서 백신을 실은 항공기는 2월 12일과 21일, 3월 1일 등 일본 나리타(成田)공항에 3번 내렸습니다. 대략 열흘 간격인데 3편을 모두 더하면 68만 명분(136만 회)에 해당합니다.

일본은 65세 이상 노약자에 앞서 이번 달 안에 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1차 접종을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이 규모가 470만여 명입니다. 이렇게 적은 물량을 지역별로 골고루 나눠주다 보니 전체적인 접종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애초에 3월 하순부터 시작하려던 65세 이상 고령자(3천6백만 명)에 대한 접종은 4월 1일로 미뤄졌고, 이는 다시 12일로 연기됐습니다. 그것도 일단 한정된 수량으로 일부 고령자에 대해 시행되고, 본격적인 접종(지자체 배송)은 26일부터 시작됩니다.

일본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 백신의 일본 내 생산이 가능해지는 여름쯤에는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수주사기 부족까지

일본은 여기에 화이자 백신 1병의 접종 횟수를 5번에서 6번으로 늘려 백신 허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특수주사기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대량 확보한 일반 주사기로는 한 병에 5회 접종만 가능하나, 주사기 끝 부분에 남는 백신의 양이 적은 특수 주사기로는 6회 접종이 가능합니다.

일본은 병당 6회 접종 기준으로 7천2백만 명분(1억 4천400만 회)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화이자와 계약했습니다. 특수 주사기를 확보하지 못하면 화이자 백신 접종 횟수가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급한 대로 한국 업체인 풍림파마텍에 주사기 약 8천만 개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자국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니프로의 경우 태국에 있는 공장에서 특수 주사기 생산량을 월간 50만 개에서 몇 배로 늘릴 방침인데, 증산분 공급은 9월쯤에나 이뤄질 전망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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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백신 확보·접종 빨랐던 日…접종 닷새된 韓에 추월, 왜?
    • 입력 2021-03-03 11:31:39
    • 수정2021-03-03 15:21:20
    특파원 리포트

"정부로부터 정보가 올 때마다 접종 계획을 재검토한다. 날마다 휘둘리고 있어 사태 수습은 커녕 혼란이 커지고 있다." (타미모토 마사노리 이시카와현 지사)

"정부로부터 연락이 직전에야 오고 있다. (지역에서 접종을 준비하는) 의사회에서 불만이 나온다" (무라이 요시히로 미야기현 지사)

주말이던 2월 27일, 일본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사 약 40명이 온라인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날 회의를 두고 일본 교도통신은 "백신 접종에 대한 정보 지연과 잦은 일정 변경 등을 두고 불만이 쏟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실제 지자체장들은 일본 정부가 전체적인 백신 접종 계획을 어떻게 짜고 있는지, 지역에는 백신을 언제, 얼마만큼 보내줄 수 있는 지, 접종 정보를 관리할 시스템은 언제 만들어 공개할지 등을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백신 접종, 한일 역전

일본은 2월 17일부터 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화이자) 접종을 시작했습니다. 접종 첫날, 125명이 백신을 맞았습니다. 이후 보름이 지난 3월 3일 현재 일본의 누적 접종자는 3만 4천772명입니다. 하루 평균 2천318명이 맞은 셈입니다.

한국은 일본보다 9일 늦은 2월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초도 물량으로 접종을 시작했죠. 접종 첫날 1만 8천489명이 백신을 맞았고, 이후 닷새째인 3일 기준 누적 접종자는 8만 7천428명으로 일본을 제쳤습니다. 하루 평균 1만 7천485명이 백신 예방 접종에 참여했습니다.

물론 접종 기간이 짧긴 하지만, 단순 비교해 일본보다 7배 이상 빠른 속도입니다. 여기에 한국 국내 인구(5천2백만 명 기준)는 일본 국내 인구(1억 2천7백만 명)의 절반도 안 됩니다. 인구 대비 접종 속도로 보면 3일 현재 한국이 0.17%, 일본이 0.02%가 됐습니다.

2월 17일 일본 도쿄의료센터의 아라키 가즈히로 원장(왼쪽)이 일본 내 첫 번째 백신 접종 대상으로 선정돼 주사를 맞고 있다.  [교도통신] ■지난해 8월 백신 확보하고도

한·일 두 나라 모두 백신 공급 부족으로 '거북이 접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같은 거북이라도 보폭은 다른 셈입니다. 백신 확보와 접종 모두 빨랐던 일본은 어쩌다 이런 상황을 맞게 된 걸까요?

일본은 올해 7월로 1년 연기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코로나19 환경 속에서 치를 것에 대비해 개발 단계인 백신을 미리 확보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그래서 이미 지난해 8월 접종 대상 물량을 모두 확보해 뒀습니다. 미국 화이자(7천2백만 명분)와 모더나(2천5백만 명분),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6천만 명분) 등입니다. 한국은 이보다 넉 달 늦은 지난해 12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첫 구매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랬던 일본이 좀처럼 접종 속도를 내지 못하는 건 일본 내에서 유일하게 승인받은 화이자 백신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아섭니다. 유럽연합(EU) 등의 수출규제로 화이자사가 유럽 국가 접종을 우선하면서 일본에는 많은 물량을 내주지 않고 있는 겁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실은 세 번째 항공기가 3월 1일 오전 일본 나리타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일본 NHK 방송]
■미뤄지는 접종 계획

이 때문에 일본은 EU가 도입한 '코로나19 백신 역외수출 관리방안'에 따라 건당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화이자 생산 공장이 있는 벨기에에서 백신을 실은 항공기는 2월 12일과 21일, 3월 1일 등 일본 나리타(成田)공항에 3번 내렸습니다. 대략 열흘 간격인데 3편을 모두 더하면 68만 명분(136만 회)에 해당합니다.

일본은 65세 이상 노약자에 앞서 이번 달 안에 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1차 접종을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이 규모가 470만여 명입니다. 이렇게 적은 물량을 지역별로 골고루 나눠주다 보니 전체적인 접종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애초에 3월 하순부터 시작하려던 65세 이상 고령자(3천6백만 명)에 대한 접종은 4월 1일로 미뤄졌고, 이는 다시 12일로 연기됐습니다. 그것도 일단 한정된 수량으로 일부 고령자에 대해 시행되고, 본격적인 접종(지자체 배송)은 26일부터 시작됩니다.

일본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 백신의 일본 내 생산이 가능해지는 여름쯤에는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수주사기 부족까지

일본은 여기에 화이자 백신 1병의 접종 횟수를 5번에서 6번으로 늘려 백신 허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특수주사기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대량 확보한 일반 주사기로는 한 병에 5회 접종만 가능하나, 주사기 끝 부분에 남는 백신의 양이 적은 특수 주사기로는 6회 접종이 가능합니다.

일본은 병당 6회 접종 기준으로 7천2백만 명분(1억 4천400만 회)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화이자와 계약했습니다. 특수 주사기를 확보하지 못하면 화이자 백신 접종 횟수가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급한 대로 한국 업체인 풍림파마텍에 주사기 약 8천만 개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자국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니프로의 경우 태국에 있는 공장에서 특수 주사기 생산량을 월간 50만 개에서 몇 배로 늘릴 방침인데, 증산분 공급은 9월쯤에나 이뤄질 전망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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