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천140명 확진·129명 사망’인데 ‘일상 경제’ 돌아가는 텍사스

입력 2021.03.03 (11:38) 수정 2021.03.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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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경제 재개(100% Reopen)'가 텍사스에서 시작됐다

이번 주 미국 시카고에선 어린이들이 정상등교를 시작했습니다. 뉴욕도 식당의 실내 수용인원을 정원의 25%에서 35%로 늘렸습니다.

샌프란시스코도 식당과 박물관, 영화관과 짐(헬스장)의 문을 '수용인원 제한' 하에 다시 열었습니다. 미시간은 PCR 테스트 음성일 때 부모가 있는 요양원(Nursing home) 방문을 허용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텍사스를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식당수용인원 제한도, 술집 영업 제한도 없습니다. 학교는 당연히 모두 정상등교. 모든 상점과 학교와 기업의 경제활동에 제약을 없애는데 여기 그치지 않고, 마스크 의무착용 규제도 폐지합니다.

텍사스 애보트 주지사는 어제 "이제 텍사스를 100% 열 때가 됐다"고 선언했습니다. 디데이는 3월 10일입니다.


텍사스가 믿는 것, 무엇보다 백신

통계가 보여줍니다. 최근 감염·입원·사망률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CDC는 최근 7일간의 평균 감염률은 직전 주 대비 13.5%, 입원율 11.3%, 사망률 23.8%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발언도 나왔습니다. "5월까지 모든 미국인이 접종할 백신을 확보했다"고 말합니다. 기존 계획인 7월보다 두 달 앞섭니다. 속도가 빠르단 이야기입니다.

(물론 정상회담을 통해 "백신과 관련해 요청했고 답을 듣고 싶다"는 이웃 멕시코 오브라도 대통령에게 바이든 백악관은 "모든 미국인이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만 했습니다. 멕시코는 코로나19 피해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합니다. 200만 명 감염에 18만 명 이상 사망했습니다. 백신 정치학은 이토록 냉혹합니다.)

CDC의 파우치도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끼리는 소규모 모임을 해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바야흐로 삶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느낌이긴 합니다.

하지만 하루 확진자가 여전히 8천 명이 넘는 텍사스


그런데 인구 2,900만의 텍사스, 3월 1일 자로 하루 확진자는 8,140명입니다. 최근 1주일 평균 수치도 7,693명입니다. 같은 날 사망자는 129명입니다. (구글 통계 기준, 1주일 평균은 228명) 누적 감염자는 266만 명, 사망자는 4만 4천 명에 이릅니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한 월렌스키 CDC 국장은 여전히 "물론 사람들이 일상으로, 보통의 삶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는 건 알지만, 아직은 그곳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보수 경제의 심장 텍사스, 삼성전자도 텍사스 오스틴에 대규모 공장

여기서 '텍사스'의 특수성과 상징성이 등장합니다. 인구 2,900만의 거대 주 텍사스는 미국 보수의 상징과도 같은 주입니다. 공화당의 '텃밭'이며, '자유'와 '경제'의 심장입니다. (그 반대편에 민주당의 캘리포니아가 있다고 흔히 말합니다.)

실제 법인세와 소득세는 모두 0%입니다. 미국에서 조사가 있을 때마다 '사업하기 가장 좋은 주' 1위를 석권합니다. 생활비·주거비·사무실 임대료도 저렴합니다. 산업 인프라도 풍부하고, 고용과 투자 인프라도 넘쳐납니다.


석유회사 쉐브론부터 피자 회사 피자헛이 텍사스로 본사를 옮겼고, '틱톡'을 인수한 '오라클'도 본사를 옮겼습니다. 페이스북,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갑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있고, 수조 원대 추가 투자가 검토되는 곳도 텍사스입니다.

경제 자유는 최전선, 코로나 대응은 최후선

이번 코로나 국면에서도 지난해 코로나 19로 인한 봉쇄(Lock down) 당시, 가장 먼저 봉쇄조치를 해제(Reopen)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가이드 라인보다 더 빨리 풀었습니다.

마스크 의무화 역시 가장 소극적으로, 늦게 도입한 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주 내 도시나 카운티가 더 강력한 거리 두기 조처를 하려고 하면 주지사 애보트가 그러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기도 했습니다.

주지사보다 유명한 부지사 댄 패트릭은 지난해 3월, 폭스뉴스 인터뷰로 불멸의 이름을 얻기도 했습니다.


댄 패트릭/ 텍사스 부지사 (지난해 3월 폭스 뉴스 인터뷰)

"생명은 소중하죠. 하지만 ...경제가 박살 나고, 소기업이 박살 나고 있어요. 이 나라를 우리 스스로 박살 내고 있다고요.

삶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There are more important things than living.)"

"미국을 위해서, 사랑하는 아이들과 손자 손녀들을 위해서라면 당신의 생명을 희생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희생을 선택할 겁니다. 나는 나처럼 (봉쇄보다 경제를 택할) 수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있다고 믿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요.

제 이야기는 이겁니다. 일하러 나갑시다. 일상으로 돌아갑시다. 더 똑똑해집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2월, 이 발언을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죽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정리했었습니다. 이 정도입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인의 절반이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자유'라는 가치, 그리고 '개입의 최소화'라는 정신을 텍사스가 구현하고 있는 겁니다.

뉴욕타임스 "변종 바이러스 위험은 여전한데 검사율은 떨어지고 있어"

뉴욕타임스는 위험이 여전하다고 보도합니다. 새롭고 전파력이 센 변동 바이러스가 더 많이 출현하고 있고, 이 때문에 확진자가 다시 증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확진자 수가 많이 줄고는 있지만, 이는 검사자 수가 30% 가령 줄어든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도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며칠 동안 '경제 재개'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있어 우려스럽단 겁니다. 보건 전문가를 인용해 "아직은 이르고, 4~6주 정도는 더 방역을 조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상황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수만 명이 감염되고 수천 명이 숨집니다. 그런데도 수많은 미국인이 코로나 방역을 거부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텍사스의 결정은 그 첨단에 있습니다.

사실,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은 때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텍사스는 이해하기 조금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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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8천140명 확진·129명 사망’인데 ‘일상 경제’ 돌아가는 텍사스
    • 입력 2021-03-03 11:38:06
    • 수정2021-03-03 15:21:10
    취재K

완전한 '경제 재개(100% Reopen)'가 텍사스에서 시작됐다

이번 주 미국 시카고에선 어린이들이 정상등교를 시작했습니다. 뉴욕도 식당의 실내 수용인원을 정원의 25%에서 35%로 늘렸습니다.

샌프란시스코도 식당과 박물관, 영화관과 짐(헬스장)의 문을 '수용인원 제한' 하에 다시 열었습니다. 미시간은 PCR 테스트 음성일 때 부모가 있는 요양원(Nursing home) 방문을 허용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텍사스를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식당수용인원 제한도, 술집 영업 제한도 없습니다. 학교는 당연히 모두 정상등교. 모든 상점과 학교와 기업의 경제활동에 제약을 없애는데 여기 그치지 않고, 마스크 의무착용 규제도 폐지합니다.

텍사스 애보트 주지사는 어제 "이제 텍사스를 100% 열 때가 됐다"고 선언했습니다. 디데이는 3월 10일입니다.


텍사스가 믿는 것, 무엇보다 백신

통계가 보여줍니다. 최근 감염·입원·사망률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CDC는 최근 7일간의 평균 감염률은 직전 주 대비 13.5%, 입원율 11.3%, 사망률 23.8%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발언도 나왔습니다. "5월까지 모든 미국인이 접종할 백신을 확보했다"고 말합니다. 기존 계획인 7월보다 두 달 앞섭니다. 속도가 빠르단 이야기입니다.

(물론 정상회담을 통해 "백신과 관련해 요청했고 답을 듣고 싶다"는 이웃 멕시코 오브라도 대통령에게 바이든 백악관은 "모든 미국인이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만 했습니다. 멕시코는 코로나19 피해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합니다. 200만 명 감염에 18만 명 이상 사망했습니다. 백신 정치학은 이토록 냉혹합니다.)

CDC의 파우치도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끼리는 소규모 모임을 해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바야흐로 삶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느낌이긴 합니다.

하지만 하루 확진자가 여전히 8천 명이 넘는 텍사스


그런데 인구 2,900만의 텍사스, 3월 1일 자로 하루 확진자는 8,140명입니다. 최근 1주일 평균 수치도 7,693명입니다. 같은 날 사망자는 129명입니다. (구글 통계 기준, 1주일 평균은 228명) 누적 감염자는 266만 명, 사망자는 4만 4천 명에 이릅니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한 월렌스키 CDC 국장은 여전히 "물론 사람들이 일상으로, 보통의 삶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는 건 알지만, 아직은 그곳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보수 경제의 심장 텍사스, 삼성전자도 텍사스 오스틴에 대규모 공장

여기서 '텍사스'의 특수성과 상징성이 등장합니다. 인구 2,900만의 거대 주 텍사스는 미국 보수의 상징과도 같은 주입니다. 공화당의 '텃밭'이며, '자유'와 '경제'의 심장입니다. (그 반대편에 민주당의 캘리포니아가 있다고 흔히 말합니다.)

실제 법인세와 소득세는 모두 0%입니다. 미국에서 조사가 있을 때마다 '사업하기 가장 좋은 주' 1위를 석권합니다. 생활비·주거비·사무실 임대료도 저렴합니다. 산업 인프라도 풍부하고, 고용과 투자 인프라도 넘쳐납니다.


석유회사 쉐브론부터 피자 회사 피자헛이 텍사스로 본사를 옮겼고, '틱톡'을 인수한 '오라클'도 본사를 옮겼습니다. 페이스북,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갑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있고, 수조 원대 추가 투자가 검토되는 곳도 텍사스입니다.

경제 자유는 최전선, 코로나 대응은 최후선

이번 코로나 국면에서도 지난해 코로나 19로 인한 봉쇄(Lock down) 당시, 가장 먼저 봉쇄조치를 해제(Reopen)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가이드 라인보다 더 빨리 풀었습니다.

마스크 의무화 역시 가장 소극적으로, 늦게 도입한 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주 내 도시나 카운티가 더 강력한 거리 두기 조처를 하려고 하면 주지사 애보트가 그러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기도 했습니다.

주지사보다 유명한 부지사 댄 패트릭은 지난해 3월, 폭스뉴스 인터뷰로 불멸의 이름을 얻기도 했습니다.


댄 패트릭/ 텍사스 부지사 (지난해 3월 폭스 뉴스 인터뷰)

"생명은 소중하죠. 하지만 ...경제가 박살 나고, 소기업이 박살 나고 있어요. 이 나라를 우리 스스로 박살 내고 있다고요.

삶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There are more important things than living.)"

"미국을 위해서, 사랑하는 아이들과 손자 손녀들을 위해서라면 당신의 생명을 희생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희생을 선택할 겁니다. 나는 나처럼 (봉쇄보다 경제를 택할) 수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있다고 믿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요.

제 이야기는 이겁니다. 일하러 나갑시다. 일상으로 돌아갑시다. 더 똑똑해집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2월, 이 발언을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죽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정리했었습니다. 이 정도입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인의 절반이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자유'라는 가치, 그리고 '개입의 최소화'라는 정신을 텍사스가 구현하고 있는 겁니다.

뉴욕타임스 "변종 바이러스 위험은 여전한데 검사율은 떨어지고 있어"

뉴욕타임스는 위험이 여전하다고 보도합니다. 새롭고 전파력이 센 변동 바이러스가 더 많이 출현하고 있고, 이 때문에 확진자가 다시 증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확진자 수가 많이 줄고는 있지만, 이는 검사자 수가 30% 가령 줄어든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도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며칠 동안 '경제 재개'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있어 우려스럽단 겁니다. 보건 전문가를 인용해 "아직은 이르고, 4~6주 정도는 더 방역을 조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상황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수만 명이 감염되고 수천 명이 숨집니다. 그런데도 수많은 미국인이 코로나 방역을 거부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텍사스의 결정은 그 첨단에 있습니다.

사실,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은 때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텍사스는 이해하기 조금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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