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증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10분 만에 식판 걷고, 거칠게 잡아당기고”

입력 2021.03.0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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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거짓말로 드러난 아동학대

3살짜리 아이를 둔 A씨가 어린이집 보육교사 B씨의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한 건 아주 우연한 사건을 통해서였습니다.

지난해 11월 A씨의 어린 자녀는 어린이집에서 눈 주변이 2cm가량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상처가 생긴 이유를 묻는 A씨의 질문에 보육교사 B씨는 "아이가 춤을 추다 넘어져 생긴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보육교사 B씨의 설명이 석연찮았던 A씨가 뒤늦게 어린이집 측에 CCTV 열람을 요구해 확인해 보니 모든 게 거짓말이었습니다. 보육교사 B씨가 학부모들에게 보낼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B씨와 충돌한 아이가 책상 모서리에 얼굴을 부딪쳐 다쳤던 겁니다.

놀라운 건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CCTV를 살펴보던 A씨는 보육교사 B씨가 자신의 아이를 거칠게 밀치거나 잡아당기는 등 학대 정황이 담긴 장면들을 다수 확인했습니다. 학대 정황을 확인한 A씨는 경찰에 이를 신고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육교사 B씨가 거짓말을 했었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학대 사실. A씨는 지금도 아이가 홀로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정부 인증까지 받았는데…피해 아동 5명, 학대 정황만 100여 건

최근 두 달 치 분량의 어린이집 CCTV를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5명의 피해 아동이 확인됐습니다.

보육교사 B씨가 지난해 담당한 만 1세 반 아이들 모두가 피해 아동들이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학대 정황만 백여 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학대 내용도 다양합니다.

보육교사 B씨는 점심시간 아이들이 밥을 다 먹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식판을 걷어가 버렸는데, 아이들의 식사 시간은 10분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피해 아동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녀온 뒤 배가 고프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합니다. 보육교사 B씨는 또 낮잠 시간에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장시간 자리를 비우기도 했습니다. 아이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거나 심지어 아이가 서 있는 이불을 잡아당겨 아이를 넘어뜨리기도 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의 평가 인증까지 받았던 곳. 어린이집 곳곳에 관련 홍보 내용이 붙어있었지만 정작 현장에선 아동학대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고의적인 행동 아냐"…경찰, 어린이집 보육교사·원장 입건

보육교사 B씨는 담당 구청의 조사 등에서 "자신의 행동이 과한 줄 알지 못했고, 고의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육교사 B씨는 지난해 말 이 사건이 불거진 뒤 일을 그만둔 상태. 어린이집은 폐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보육교사 B씨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 이 어린이집 원장 C씨에 대해서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보육교사 B씨의 학대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피해 아동들은 심리치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피해 아동들과 그 부모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요? 피해 아동들과 부모들은 아동 학대가 없는 세상이 오길 오늘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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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인증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10분 만에 식판 걷고, 거칠게 잡아당기고”
    • 입력 2021-03-04 08:03:42
    취재K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거짓말로 드러난 아동학대

3살짜리 아이를 둔 A씨가 어린이집 보육교사 B씨의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한 건 아주 우연한 사건을 통해서였습니다.

지난해 11월 A씨의 어린 자녀는 어린이집에서 눈 주변이 2cm가량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상처가 생긴 이유를 묻는 A씨의 질문에 보육교사 B씨는 "아이가 춤을 추다 넘어져 생긴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보육교사 B씨의 설명이 석연찮았던 A씨가 뒤늦게 어린이집 측에 CCTV 열람을 요구해 확인해 보니 모든 게 거짓말이었습니다. 보육교사 B씨가 학부모들에게 보낼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B씨와 충돌한 아이가 책상 모서리에 얼굴을 부딪쳐 다쳤던 겁니다.

놀라운 건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CCTV를 살펴보던 A씨는 보육교사 B씨가 자신의 아이를 거칠게 밀치거나 잡아당기는 등 학대 정황이 담긴 장면들을 다수 확인했습니다. 학대 정황을 확인한 A씨는 경찰에 이를 신고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육교사 B씨가 거짓말을 했었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학대 사실. A씨는 지금도 아이가 홀로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정부 인증까지 받았는데…피해 아동 5명, 학대 정황만 100여 건

최근 두 달 치 분량의 어린이집 CCTV를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5명의 피해 아동이 확인됐습니다.

보육교사 B씨가 지난해 담당한 만 1세 반 아이들 모두가 피해 아동들이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학대 정황만 백여 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학대 내용도 다양합니다.

보육교사 B씨는 점심시간 아이들이 밥을 다 먹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식판을 걷어가 버렸는데, 아이들의 식사 시간은 10분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피해 아동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녀온 뒤 배가 고프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합니다. 보육교사 B씨는 또 낮잠 시간에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장시간 자리를 비우기도 했습니다. 아이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거나 심지어 아이가 서 있는 이불을 잡아당겨 아이를 넘어뜨리기도 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의 평가 인증까지 받았던 곳. 어린이집 곳곳에 관련 홍보 내용이 붙어있었지만 정작 현장에선 아동학대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고의적인 행동 아냐"…경찰, 어린이집 보육교사·원장 입건

보육교사 B씨는 담당 구청의 조사 등에서 "자신의 행동이 과한 줄 알지 못했고, 고의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육교사 B씨는 지난해 말 이 사건이 불거진 뒤 일을 그만둔 상태. 어린이집은 폐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보육교사 B씨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 이 어린이집 원장 C씨에 대해서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보육교사 B씨의 학대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피해 아동들은 심리치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피해 아동들과 그 부모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요? 피해 아동들과 부모들은 아동 학대가 없는 세상이 오길 오늘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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