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나무’ [;캐시우드] 언니만 믿고 ‘서학’ 투자하면 되나요

입력 2021.03.04 (09:02) 수정 2021.03.0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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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무 언니... 美 펀드 투자사 대표 '캐시 우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 이들에게 공인 '언니·누나'가 된 미국인이 하나 있습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돈 나무 언니'. 캐서린 D 우드입니다.

아크 ARK 인베스트먼트라는 ETF 투자 회사 대표인데, 실은 언니로 불리기엔 나이가 꽤 많습니다. 1955년생, 우리 나이로는 환갑이 훌쩍 넘었습니다.

'돈 나무 언니'라는 서학 개미 작명은 재치 넘칩니다. 캐시(→캐쉬:현금 →돈) 우드(숲→나무), 돈 나무가 되는 겁니다. 기막힌 이 작명, 블룸버그 관심도 끌었습니다.

한국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캐시우드에게 '돈 나무'라는 별명을 붙였다. 지금 아크 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돈 더미를 보면 왜그런지 이해하긴 어렵지않다.

In South Korea, retail investors have given Cathie Wood a nickname: “Money Tree.” Looking at the pile of cash now managed by Ark Investment Management, it’s easy to see why.
(블룸버그 2월 기사)

■ 대기만성? 1년 만에 운용자산 규모 10배 이상 성장

캐시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먼트, 큰 회사가 아닙니다. 직원 38명(구글링을 했더니요)입니다. 상장지수펀드(ETF) 달랑 5개 팔던 회사입니다. 지난해 2월에는 4조 원 정도 운용했습니다. 1년 전엔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 언급할 규모의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2020년이 지나고 1년 만에 위상은 달라졌습니다. 블룸버그 기사가 나온 올해 2월 기준으로는 58조 원을 운용하는 회사로 급성장했습니다. 이번 주 기사를 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운용규모를 67조 원 이상으로 썼습니다. (600억 달러 규모)

창립(2014년)한 지 불과 7년 만에 '뱅가드'나 '블랙록'만큼이나 주류시장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투자회사가 된 겁니다. 캐시 우드, 대기만성을 이룬 걸지도 모릅니다.

■ 2020 미국 ETF 상위 10위에 3개 올려

ETF.com이 집계한 지난해 ETF 순위 기준으로 보면, 실제로 캐시 우드는 10위 안에 3개 ETF를 넣었습니다. 1위를 포함해 4, 6위까지... 고작 5개 상품으로 이룬 성과란 점에서 놀랍습니다.


수익률은 더 놀랍습니다. 바이오 ETF라 할 ARKG는 연간 185%, 차세대 인터넷 중심인 ARKW는 150%, 대표 상품인 ARKK는 148%입니다.

왜 운용자산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지 짐작이 갑니다.

올해는 우주산업을 겨냥한 펀드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아크가 이 ARK SPACE(ARKX)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증시가 들썩였습니다. (펀드는 아직 판매 전입니다)


1월 중하순, 실제로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나 한국항공우주, 쎄트렉아이 같은 국내 항공우주 관련 기업 주가가 갑자기 급등했습니다. 하루 10%는 기본, 일부는 상한가를 치며 들썩였죠. 캐시 우드 투자법에 대한 기대감이 태평양 건너 한국 증시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쳤단 이야기입니다.

■ 파괴적 혁신에 투자하다...'월스트리트베츠'·비트코인 열풍 만나

'꿈'은 찬란하게 빛나지만, '몽상가'의 끝은 좋지만은 않은 게 세상살이의 이치입니다. 실제로 우주항공산업이 언제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배당할 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파괴적 영향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뭘까요.

이를 살펴보려 아크의 대표상품 ARK 이노베이션의 구성 종목을 봅니다. 1위는 테슬라입니다. 10%가 넘습니다. 사실 캐시 우드의 테슬라 사랑은 유명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하는 성장성 높은 혁신 기업에 투자한다는 운용 원칙에 가장 잘 들어맞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800달러 넘어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최근엔 많이 떨어졌죠? 국채금리에 대한 우려 등으로 급락한 건데, 캐시 우드는 또 한 번의 과감한 추가 투자로 지분을 더 끌어올렸습니다.


2위부터는 '모르겠는' 주식투성이입니다. 스포티파이나 바이두는 그래도 비교적 알려진 기업이지만, 투자 2위 핀테크 기업 '스퀘어', 3위 OTT업체 로쿠, 4위 원격의료 '텔라독'은 생소합니다. 혁신 유전자 기업 '인비테' 역시 그렇습니다. 애플, 아마존, 구글 같은 기업엔 관심이 없습니다.

어느 국내 유명 투자분석가는 '투자는 변하는 세상과 건전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표현을 좀 빌리면, 캐시 우드의 투자는 '변화하는 세상의 첨단에서 극적인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파괴적 투자'입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아크의 '파괴적 혁신' 기업 투자가 월스트리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합니다. 무엇보다 기업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치우친(Skewness) 투자를 해 이런 거대한 성공을 일궜기 때문입니다.

캐시 우드는 기존의 밸류에이션 위주의 현실적인 평가방식이나 안정적 투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 만의 논리로 '스토리'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성공해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월스트리트베츠'에 모인 미국의 개미 '로빈후드' 들과 일맥상통합니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 화폐에도 우호적입니다.

옐런 재무장관이 '이해할 수 없는 투기적 바람'이라고 평가 절하하자 엊그제 직접 유튜브에 나와 "옐런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갈합니다. "채굴 과정의 에너지 소모도 생각만큼 환경 파괴적이지도 않고, 실제로 편리한 거래에도 사용될 수 있고, 불법거래 단속도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논리적 쟁점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서학 개미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ETF의 생로병사 "그러나 결국은 평균으로 회귀한다"

미래 전망은 엇갈립니다. 규모가 작을 때나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이 가능하지, 규모가 커지면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일종의 펀드의 '생로병사' 이론입니다. 실제 캐시 우드의 대표 펀드인 ARK 이노베이션은 최근 정체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캐시 우드가 이미 작고, 성장성 높은 기업들의 지분을 10% 안팎 확보해 '살만큼 샀다'고 분석합니다. 24개 이상의 바이오 기업 지분율이 10%가 넘는데, 시장을 왜곡시킬 수준으로 사버렸다고 평가합니다.

게다가 시장 역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 역시 있습니다. 내리막이 되면 펀드 유입이 빨랐던 만큼 유출도 빨리질 수 있습니다. 실제 최근 펀드 자금이 순 유출되기도 했는데, 그러면 연쇄 작용이 일어납니다.

'돈 나무' 언니가 돈 뺀 주식 가격이 내려가고, 환매가 일어나고, 그러니 또 더 떨어지고, 더 빠지고... 이런 작용이 일어날 수 있고, 작고 유동성 큰 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볼 때,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속도는 상당히 빠를 수 있습니다.

캐시 우드에 열광하고, '꿈'에 투자하려 미국 주식 투자에 나선 서학 개미들... 과연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끝났을 때 '해피 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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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나무’ [;캐시우드] 언니만 믿고 ‘서학’ 투자하면 되나요
    • 입력 2021-03-04 09:02:34
    • 수정2021-03-04 09:03:13
    취재K

■돈나무 언니... 美 펀드 투자사 대표 '캐시 우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 이들에게 공인 '언니·누나'가 된 미국인이 하나 있습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돈 나무 언니'. 캐서린 D 우드입니다.

아크 ARK 인베스트먼트라는 ETF 투자 회사 대표인데, 실은 언니로 불리기엔 나이가 꽤 많습니다. 1955년생, 우리 나이로는 환갑이 훌쩍 넘었습니다.

'돈 나무 언니'라는 서학 개미 작명은 재치 넘칩니다. 캐시(→캐쉬:현금 →돈) 우드(숲→나무), 돈 나무가 되는 겁니다. 기막힌 이 작명, 블룸버그 관심도 끌었습니다.

한국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캐시우드에게 '돈 나무'라는 별명을 붙였다. 지금 아크 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돈 더미를 보면 왜그런지 이해하긴 어렵지않다.

In South Korea, retail investors have given Cathie Wood a nickname: “Money Tree.” Looking at the pile of cash now managed by Ark Investment Management, it’s easy to see why.
(블룸버그 2월 기사)

■ 대기만성? 1년 만에 운용자산 규모 10배 이상 성장

캐시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먼트, 큰 회사가 아닙니다. 직원 38명(구글링을 했더니요)입니다. 상장지수펀드(ETF) 달랑 5개 팔던 회사입니다. 지난해 2월에는 4조 원 정도 운용했습니다. 1년 전엔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 언급할 규모의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2020년이 지나고 1년 만에 위상은 달라졌습니다. 블룸버그 기사가 나온 올해 2월 기준으로는 58조 원을 운용하는 회사로 급성장했습니다. 이번 주 기사를 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운용규모를 67조 원 이상으로 썼습니다. (600억 달러 규모)

창립(2014년)한 지 불과 7년 만에 '뱅가드'나 '블랙록'만큼이나 주류시장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투자회사가 된 겁니다. 캐시 우드, 대기만성을 이룬 걸지도 모릅니다.

■ 2020 미국 ETF 상위 10위에 3개 올려

ETF.com이 집계한 지난해 ETF 순위 기준으로 보면, 실제로 캐시 우드는 10위 안에 3개 ETF를 넣었습니다. 1위를 포함해 4, 6위까지... 고작 5개 상품으로 이룬 성과란 점에서 놀랍습니다.


수익률은 더 놀랍습니다. 바이오 ETF라 할 ARKG는 연간 185%, 차세대 인터넷 중심인 ARKW는 150%, 대표 상품인 ARKK는 148%입니다.

왜 운용자산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지 짐작이 갑니다.

올해는 우주산업을 겨냥한 펀드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아크가 이 ARK SPACE(ARKX)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증시가 들썩였습니다. (펀드는 아직 판매 전입니다)


1월 중하순, 실제로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나 한국항공우주, 쎄트렉아이 같은 국내 항공우주 관련 기업 주가가 갑자기 급등했습니다. 하루 10%는 기본, 일부는 상한가를 치며 들썩였죠. 캐시 우드 투자법에 대한 기대감이 태평양 건너 한국 증시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쳤단 이야기입니다.

■ 파괴적 혁신에 투자하다...'월스트리트베츠'·비트코인 열풍 만나

'꿈'은 찬란하게 빛나지만, '몽상가'의 끝은 좋지만은 않은 게 세상살이의 이치입니다. 실제로 우주항공산업이 언제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배당할 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파괴적 영향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뭘까요.

이를 살펴보려 아크의 대표상품 ARK 이노베이션의 구성 종목을 봅니다. 1위는 테슬라입니다. 10%가 넘습니다. 사실 캐시 우드의 테슬라 사랑은 유명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하는 성장성 높은 혁신 기업에 투자한다는 운용 원칙에 가장 잘 들어맞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800달러 넘어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최근엔 많이 떨어졌죠? 국채금리에 대한 우려 등으로 급락한 건데, 캐시 우드는 또 한 번의 과감한 추가 투자로 지분을 더 끌어올렸습니다.


2위부터는 '모르겠는' 주식투성이입니다. 스포티파이나 바이두는 그래도 비교적 알려진 기업이지만, 투자 2위 핀테크 기업 '스퀘어', 3위 OTT업체 로쿠, 4위 원격의료 '텔라독'은 생소합니다. 혁신 유전자 기업 '인비테' 역시 그렇습니다. 애플, 아마존, 구글 같은 기업엔 관심이 없습니다.

어느 국내 유명 투자분석가는 '투자는 변하는 세상과 건전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표현을 좀 빌리면, 캐시 우드의 투자는 '변화하는 세상의 첨단에서 극적인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파괴적 투자'입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아크의 '파괴적 혁신' 기업 투자가 월스트리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합니다. 무엇보다 기업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치우친(Skewness) 투자를 해 이런 거대한 성공을 일궜기 때문입니다.

캐시 우드는 기존의 밸류에이션 위주의 현실적인 평가방식이나 안정적 투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 만의 논리로 '스토리'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성공해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월스트리트베츠'에 모인 미국의 개미 '로빈후드' 들과 일맥상통합니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 화폐에도 우호적입니다.

옐런 재무장관이 '이해할 수 없는 투기적 바람'이라고 평가 절하하자 엊그제 직접 유튜브에 나와 "옐런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갈합니다. "채굴 과정의 에너지 소모도 생각만큼 환경 파괴적이지도 않고, 실제로 편리한 거래에도 사용될 수 있고, 불법거래 단속도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논리적 쟁점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서학 개미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ETF의 생로병사 "그러나 결국은 평균으로 회귀한다"

미래 전망은 엇갈립니다. 규모가 작을 때나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이 가능하지, 규모가 커지면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일종의 펀드의 '생로병사' 이론입니다. 실제 캐시 우드의 대표 펀드인 ARK 이노베이션은 최근 정체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캐시 우드가 이미 작고, 성장성 높은 기업들의 지분을 10% 안팎 확보해 '살만큼 샀다'고 분석합니다. 24개 이상의 바이오 기업 지분율이 10%가 넘는데, 시장을 왜곡시킬 수준으로 사버렸다고 평가합니다.

게다가 시장 역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 역시 있습니다. 내리막이 되면 펀드 유입이 빨랐던 만큼 유출도 빨리질 수 있습니다. 실제 최근 펀드 자금이 순 유출되기도 했는데, 그러면 연쇄 작용이 일어납니다.

'돈 나무' 언니가 돈 뺀 주식 가격이 내려가고, 환매가 일어나고, 그러니 또 더 떨어지고, 더 빠지고... 이런 작용이 일어날 수 있고, 작고 유동성 큰 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볼 때,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속도는 상당히 빠를 수 있습니다.

캐시 우드에 열광하고, '꿈'에 투자하려 미국 주식 투자에 나선 서학 개미들... 과연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끝났을 때 '해피 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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