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억 원”…부산상의에 거금이 들어 온 이유?

입력 2021.03.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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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상공회의소 전경 부산상공회의소 전경

"하루에만 수억 원이 들어온답니다." "갑자기 들어오는 회비 정리하느라 밤을 새웁니다." 요즘 부산상공회의소 직원들이 하는 소리입니다. 부산상의에 이 같은 거금이 몰리는 뭘까? 이유는 바로 오는 17일 치러지는 부산상공회의소 차기 회장 선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회비 낸 만큼 선거권…. 복잡하고 특이한 상의 선거
부산상공회의소는 오는 10일 '대의원' 격인 24대 상의의원 선거를 치릅니다. 상의의원 선거는 1994년(15대 의원부)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에는 지금과 투표 체계가 달라서 일부 업종만 선거를 했기 때문에 전체 회원사를 대상으로 하는 의원선거는 133년 부산상공회의소 역사상 사실상 처음입니다.

상의 의원 선거는 일반적인 선거와 방법이 다릅니다. 부산상의 회원사(2019년 기준 5,929개) 중에서 '상의의원' 120명(일반의원 100명, 특별의원 20명)을 선출하는데 1인 1표가 아닙니다. 회비 50만 원당 1표를 기준으로 회비를 낸 액수만큼 표를 가져갑니다.

예를 들어 회비 50만 원을 내는 A사는 1표, 회비 500만 원을 내는 B사는 10표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번 부산상의 의원 선거에는 162명이 후보로 등록해 42명이 탈락합니다. 일반 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기업 규모 등에 따라 주어진 상의 일반 회원들의 선거권을 최대한 확보해야 당선됩니다.

전체 회원들의 선거권은 1만 표 남짓으로 추산되는데 상공계에서는 후보들이 70~80표 이상을 받아야 당선권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출마한 후보들은 본인이 갖고 있는 표 외에 다른 회사의 표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평등선거가 아닌 금권(金權)선거이며 매출액 등 규모가 큰 기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거래관계에 있는 하도급 업체들을 '줄 세우는' 선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만난 한 기업 대표는 “협력사에서 거래와 연결시키며 표를 달라고 해 매우 부담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상의 선거권수 부여 기준 부산상의 선거권수 부여 기준

■ 선거 앞두고 들어온 뭉칫돈.. 웃지 못하는 이유

사실상 처음 치러진다는 의미보다 상의의원들이 상의회장을 '간선'으로 뽑는다는 점에서 이번 상의선거는 여느 때보다 열기가 뜨겁습니다. 지금까지 부산상의 회장은 추대형식으로 차기 회장을 선출했습니다. 추대 전 내부경선을 치른 적은 있어도 한 번도 선거를 통해 표 대결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합의 추대'가 불발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따라서 '자기편' 상의의원을 얼마나 확보하는 지가 상의회장 선거의 승패와 직결됩니다.

의원 선거에 나가거나 선거권을 받으려면 상의 규정에 따라 3년 치 회비를 완납해야 합니다. 지난달 25일 의원 후보 등록 전날, 그러니까 24일 저녁까지 밀린 회비를 모두 내야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는 회원사의 자격이 유지됩니다. 24일 마감 시간인 저녁 6시가 다가오면서 뭉칫돈이 연이어 입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의 한 상공인은 "이번 상의회장 선거에서 특정 인사를 당선시키기 위해 상의의원에 출마했다"며 "더 많은 표를 확보하기 위해 밀린 회비 2천만 원을 한 번에 납부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루에 수억 원의 회비가 들어오자 부산상의 직원들은 새벽까지 야근하면서 선거인명부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상의는 개별 회원사 정보 보호와 선거 과열을 막기 위해 납부된 회비와 회원사의 선거권 수에 대한 정보는 외부로 일절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역대 최대급'인 것은 분명합니다.

부산상공회의소 의원 및 특별의원 선거 규정

제10조(선거권의 정지) ① 회원 및 특별회원이 선거일 이전 3년의 기간 동안 1회라도 회비의 납입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선거권이 정지된다. 다만, 선거인명부 열람개시일 전일 오후 6시까지 회비의 납입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제조업 중심인 부산상의 회원사들의 매출 역시 급감했습니다. 회비를 내지 못하는 회원사가 많아서 부산상의의 재정도 타격을 많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흥행'은 수익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부산상의에 분명 이득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선거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이고 후유증도 만만치 않으리라고 전망돼 반갑다고만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 23대 부산상의 의원총회에서 차기 회장 합의추대를 추진했지만 이에 불복한 후보가 나서 선거가 치러질 전망이다 현 23대 부산상의 의원총회에서 차기 회장 합의추대를 추진했지만 이에 불복한 후보가 나서 선거가 치러질 전망이다

■ 선거 일주일 앞두고 관권선거, 회비 대납 잡음

부산상의 의원선거는 오는 10일,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의원총회는 17일 열릴 예정입니다. 의원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우려했던 대로 과열선거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상의의원 출마자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상의 '특별의원'인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6곳이 평소 내지 않던 회비에 추가 회비까지 납부해 선거권을 가져갔다며 특정 후보 세력이 공공기관을 동원하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다른 상의의원 출마자는 밀린 회비를 낼 여력이 없는 영세한 협동조합 여러 곳이 수백만 원씩 회비를 냈는데 이는 특정 후보 측이 대신 내줬을 가능성이 크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들 조합이 낸 밀린 회비는 조합당 450만 원에 달합니다.

이에 대해 부산상공회의소 선거관리위원회는 거론된 기관에 상의 미납 회비와 추가 회비 납부가 해당 기관의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해명 자료를 오늘(5일) 정오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해명자료에는 해당 기관의 회계처리 기준에 의한 회비 납부인지 확인할 영수증과 입금 통장 사본 등이 포함됩니다. 선관위는 기한 내에 해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해당 기관의 선거권 일부 또는 전부가 취소될 수 있음도 알렸다고 말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양 후보 측의 문제 제기와 폭로는 잇따라 불거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큰 문제는 선거가 끝난 뒤 둘로 쪼개진 부산상의를 통합하는 일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선거결과에 불복해 소송전까지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책과 비전 대신 갈등과 흠집 내기로 얼룩진 부산상의 의원 선거. 혁신과 미래, 화합과 상생 같은 단어가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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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3억 원”…부산상의에 거금이 들어 온 이유?
    • 입력 2021-03-04 10:16:20
    취재K
 부산상공회의소 전경
"하루에만 수억 원이 들어온답니다." "갑자기 들어오는 회비 정리하느라 밤을 새웁니다." 요즘 부산상공회의소 직원들이 하는 소리입니다. 부산상의에 이 같은 거금이 몰리는 뭘까? 이유는 바로 오는 17일 치러지는 부산상공회의소 차기 회장 선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회비 낸 만큼 선거권…. 복잡하고 특이한 상의 선거
부산상공회의소는 오는 10일 '대의원' 격인 24대 상의의원 선거를 치릅니다. 상의의원 선거는 1994년(15대 의원부)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에는 지금과 투표 체계가 달라서 일부 업종만 선거를 했기 때문에 전체 회원사를 대상으로 하는 의원선거는 133년 부산상공회의소 역사상 사실상 처음입니다.

상의 의원 선거는 일반적인 선거와 방법이 다릅니다. 부산상의 회원사(2019년 기준 5,929개) 중에서 '상의의원' 120명(일반의원 100명, 특별의원 20명)을 선출하는데 1인 1표가 아닙니다. 회비 50만 원당 1표를 기준으로 회비를 낸 액수만큼 표를 가져갑니다.

예를 들어 회비 50만 원을 내는 A사는 1표, 회비 500만 원을 내는 B사는 10표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번 부산상의 의원 선거에는 162명이 후보로 등록해 42명이 탈락합니다. 일반 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기업 규모 등에 따라 주어진 상의 일반 회원들의 선거권을 최대한 확보해야 당선됩니다.

전체 회원들의 선거권은 1만 표 남짓으로 추산되는데 상공계에서는 후보들이 70~80표 이상을 받아야 당선권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출마한 후보들은 본인이 갖고 있는 표 외에 다른 회사의 표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평등선거가 아닌 금권(金權)선거이며 매출액 등 규모가 큰 기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거래관계에 있는 하도급 업체들을 '줄 세우는' 선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만난 한 기업 대표는 “협력사에서 거래와 연결시키며 표를 달라고 해 매우 부담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상의 선거권수 부여 기준
■ 선거 앞두고 들어온 뭉칫돈.. 웃지 못하는 이유

사실상 처음 치러진다는 의미보다 상의의원들이 상의회장을 '간선'으로 뽑는다는 점에서 이번 상의선거는 여느 때보다 열기가 뜨겁습니다. 지금까지 부산상의 회장은 추대형식으로 차기 회장을 선출했습니다. 추대 전 내부경선을 치른 적은 있어도 한 번도 선거를 통해 표 대결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합의 추대'가 불발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따라서 '자기편' 상의의원을 얼마나 확보하는 지가 상의회장 선거의 승패와 직결됩니다.

의원 선거에 나가거나 선거권을 받으려면 상의 규정에 따라 3년 치 회비를 완납해야 합니다. 지난달 25일 의원 후보 등록 전날, 그러니까 24일 저녁까지 밀린 회비를 모두 내야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는 회원사의 자격이 유지됩니다. 24일 마감 시간인 저녁 6시가 다가오면서 뭉칫돈이 연이어 입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의 한 상공인은 "이번 상의회장 선거에서 특정 인사를 당선시키기 위해 상의의원에 출마했다"며 "더 많은 표를 확보하기 위해 밀린 회비 2천만 원을 한 번에 납부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루에 수억 원의 회비가 들어오자 부산상의 직원들은 새벽까지 야근하면서 선거인명부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상의는 개별 회원사 정보 보호와 선거 과열을 막기 위해 납부된 회비와 회원사의 선거권 수에 대한 정보는 외부로 일절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역대 최대급'인 것은 분명합니다.

부산상공회의소 의원 및 특별의원 선거 규정

제10조(선거권의 정지) ① 회원 및 특별회원이 선거일 이전 3년의 기간 동안 1회라도 회비의 납입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선거권이 정지된다. 다만, 선거인명부 열람개시일 전일 오후 6시까지 회비의 납입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제조업 중심인 부산상의 회원사들의 매출 역시 급감했습니다. 회비를 내지 못하는 회원사가 많아서 부산상의의 재정도 타격을 많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흥행'은 수익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부산상의에 분명 이득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선거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이고 후유증도 만만치 않으리라고 전망돼 반갑다고만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 23대 부산상의 의원총회에서 차기 회장 합의추대를 추진했지만 이에 불복한 후보가 나서 선거가 치러질 전망이다
■ 선거 일주일 앞두고 관권선거, 회비 대납 잡음

부산상의 의원선거는 오는 10일,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의원총회는 17일 열릴 예정입니다. 의원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우려했던 대로 과열선거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상의의원 출마자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상의 '특별의원'인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6곳이 평소 내지 않던 회비에 추가 회비까지 납부해 선거권을 가져갔다며 특정 후보 세력이 공공기관을 동원하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다른 상의의원 출마자는 밀린 회비를 낼 여력이 없는 영세한 협동조합 여러 곳이 수백만 원씩 회비를 냈는데 이는 특정 후보 측이 대신 내줬을 가능성이 크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들 조합이 낸 밀린 회비는 조합당 450만 원에 달합니다.

이에 대해 부산상공회의소 선거관리위원회는 거론된 기관에 상의 미납 회비와 추가 회비 납부가 해당 기관의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해명 자료를 오늘(5일) 정오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해명자료에는 해당 기관의 회계처리 기준에 의한 회비 납부인지 확인할 영수증과 입금 통장 사본 등이 포함됩니다. 선관위는 기한 내에 해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해당 기관의 선거권 일부 또는 전부가 취소될 수 있음도 알렸다고 말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양 후보 측의 문제 제기와 폭로는 잇따라 불거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큰 문제는 선거가 끝난 뒤 둘로 쪼개진 부산상의를 통합하는 일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선거결과에 불복해 소송전까지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책과 비전 대신 갈등과 흠집 내기로 얼룩진 부산상의 의원 선거. 혁신과 미래, 화합과 상생 같은 단어가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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