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침번 서는 중고차 단지…차량 7대 사라져

입력 2021.03.04 (17:20) 수정 2021.03.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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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CCTV에 찍힌 용의자들의 모습.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주차장에 들어서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CCTV에 찍힌 용의자들의 모습.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주차장에 들어서고 있다.

■ 인적 드문 새벽 시간에…1주일 동안 중고차 7대 사라져

지난달 24일, 어두컴컴한 새벽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안으로 남성 세명이 걸어 들어옵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가렸습니다. 주차장에 있던 차로 가 시동을 걸더니 빠른 속도로 빠져나갑니다. 차를 훔쳐 달아난 겁니다.

한 번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른 날 새벽 2시 30분쯤에는 한 남성이 주변을 살피더니 마치 자기 차인 것처럼 차량을 몰고 사라집니다. 광택 작업을 위해 세워둔 차를 훔쳐 달아난 겁니다. 이런 모습은 중고차 매매단지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이렇게 도난당한 차만 일주일 사이 모두 7대입니다. 광택업체 2곳과 매매단지 뒤편의 주차장에 있는 차들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요?

 중고차 매매단지 CCTV에 찍힌 용의자 모습. 주차된 차로 다가가 시동을 건 뒤 그대로 달아난다. 중고차 매매단지 CCTV에 찍힌 용의자 모습. 주차된 차로 다가가 시동을 건 뒤 그대로 달아난다.

■ 차 안에 열쇠 두고 영업하는 특성 노려

중고차 매매단지에 가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대부분 차에 키를 놓아두고 영업합니다. 차가 워낙 많을뿐더러, 고객을 응대하는 데 편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부분 문도 열려있습니다. 누구라도 쉽게 차에 탈 수 있고,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매매단지에는 CCTV 외엔 별도의 보안장치가 없었습니다. 이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입니다.

도난 사실을 안 업체들이 뒤늦게 차 키를 회수했지만, 도난 사고는 반복됐습니다. 알고 보니, 범인들이 범행 하루 전날 열쇠를 먼저 훔친 뒤 이튿날 차를 몰고 달아난 것입니다. 차를 훔칠 장소와 대상을 미리 물색하는 치밀함이 엿보입니다.

차를 도난당한 매매단지 광택업체 사장 A 씨는 "생각도 못 했다"고 말합니다.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차 안에 열쇠를 두고 일을 하는 건 일상이었는데 도난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겁니다. A 씨는 광택 비용이 15~20만 원인데, 도난당한 차 한 대 값은 2천만 원이라면서 생계가 막막해졌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도난사고가 잇따르자 광주시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내린 공문. 도난사고가 잇따르자 광주시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내린 공문.

■ 경찰 수사 착수… 업체들 '신속 수사' 촉구

일주일 새 도난당한 차량은 모두 7대, 피해 업체만 6곳에 이릅니다. 업체들은 밤사이 또 차가 도난당하지 않을까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설 정도라고 말합니다. 피해 업체 사장 B 씨는 "차 장사 2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도난당한 차들이 운행 중에 사고가 날 경우 그 부담은 업체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더군다나 B 씨는 이번에 도난당한 차들이 수출 인기 차종이라면서 차가 외국으로 수출돼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속한 경찰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광주 서부경찰서도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CCTV만으로는 신원이 특정되지 않아 도주로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차량 7대를 모두 같은 사람들이 훔친 게 맞는지, 추가 여죄는 없는지 집중 수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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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침번 서는 중고차 단지…차량 7대 사라져
    • 입력 2021-03-04 17:20:13
    • 수정2021-03-04 19:00:08
    취재K
광주광역시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CCTV에 찍힌 용의자들의 모습.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주차장에 들어서고 있다.
■ 인적 드문 새벽 시간에…1주일 동안 중고차 7대 사라져

지난달 24일, 어두컴컴한 새벽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안으로 남성 세명이 걸어 들어옵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가렸습니다. 주차장에 있던 차로 가 시동을 걸더니 빠른 속도로 빠져나갑니다. 차를 훔쳐 달아난 겁니다.

한 번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른 날 새벽 2시 30분쯤에는 한 남성이 주변을 살피더니 마치 자기 차인 것처럼 차량을 몰고 사라집니다. 광택 작업을 위해 세워둔 차를 훔쳐 달아난 겁니다. 이런 모습은 중고차 매매단지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이렇게 도난당한 차만 일주일 사이 모두 7대입니다. 광택업체 2곳과 매매단지 뒤편의 주차장에 있는 차들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요?

 중고차 매매단지 CCTV에 찍힌 용의자 모습. 주차된 차로 다가가 시동을 건 뒤 그대로 달아난다.
■ 차 안에 열쇠 두고 영업하는 특성 노려

중고차 매매단지에 가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대부분 차에 키를 놓아두고 영업합니다. 차가 워낙 많을뿐더러, 고객을 응대하는 데 편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부분 문도 열려있습니다. 누구라도 쉽게 차에 탈 수 있고,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매매단지에는 CCTV 외엔 별도의 보안장치가 없었습니다. 이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입니다.

도난 사실을 안 업체들이 뒤늦게 차 키를 회수했지만, 도난 사고는 반복됐습니다. 알고 보니, 범인들이 범행 하루 전날 열쇠를 먼저 훔친 뒤 이튿날 차를 몰고 달아난 것입니다. 차를 훔칠 장소와 대상을 미리 물색하는 치밀함이 엿보입니다.

차를 도난당한 매매단지 광택업체 사장 A 씨는 "생각도 못 했다"고 말합니다.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차 안에 열쇠를 두고 일을 하는 건 일상이었는데 도난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겁니다. A 씨는 광택 비용이 15~20만 원인데, 도난당한 차 한 대 값은 2천만 원이라면서 생계가 막막해졌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도난사고가 잇따르자 광주시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내린 공문.
■ 경찰 수사 착수… 업체들 '신속 수사' 촉구

일주일 새 도난당한 차량은 모두 7대, 피해 업체만 6곳에 이릅니다. 업체들은 밤사이 또 차가 도난당하지 않을까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설 정도라고 말합니다. 피해 업체 사장 B 씨는 "차 장사 2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도난당한 차들이 운행 중에 사고가 날 경우 그 부담은 업체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더군다나 B 씨는 이번에 도난당한 차들이 수출 인기 차종이라면서 차가 외국으로 수출돼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속한 경찰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광주 서부경찰서도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CCTV만으로는 신원이 특정되지 않아 도주로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차량 7대를 모두 같은 사람들이 훔친 게 맞는지, 추가 여죄는 없는지 집중 수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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