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깬 ‘기습 사퇴’…정치권에 미칠 파장은?

입력 2021.03.04 (17:5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예고 없는 사퇴에 정치권도 술렁였습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임기는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정가에서도 윤 전 총장 임기가 끝나는 오는 7월 전에 중도 사퇴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기에, 사퇴를 미처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대립하며 반문(反文) 진영 대선 주자로 떠오른 만큼, 오늘 사퇴가 정치권에 미칠 영향에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 범보수 야권에선 '기대감'…주호영 "힘 합칠 수 있다"

윤 전 총장 사퇴는 우선, 범보수 야권의 정치 지형에 적잖은 영향을 줄 거로 보입니다.

당장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따라 다음 달 보궐선거 이후 야권 정계개편 향방이 달라질 거란 예측이 나옵니다. 윤 전 총장이 정계 입문을 공식화하면,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보수 세력이 재편될 거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복수의 야권 인사들은, 현 시점에선 윤 전 총장이 민주당과 맞대결할 가장 강력한 카드라고 말합니다. 국민의힘 '잠룡'들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낙연·이재명 2인에 크게 뒤처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새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는데, 예상보다 이른 윤 전 총장 사퇴에 야권 내 기대감이 커진 상황입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늘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은 필요하다면 윤석열 전 총장과 힘을 합쳐서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는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윤 전 총장과의 연대 의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윤 전 총장과 만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시간을 가지고 윤 전 총장의 뜻도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도 "만나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윤 전 총장이 직을 버리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국민들은 똑똑히 알고 있다"면서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윤 전 총장님의 앞날을 국민과 함께 응원하겠다"며 윤 총장에게 힘을 실었습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기존 정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비전전략위원인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순간, 검찰총장 시절 지휘했던 정권 관련 수사가 전부 야당과 내통한 결과라고 오해를 사게 될 것"이라며 "윤 총장은 당분간 잠행하며, 정당이 아닌 제3의 플랫폼을 만드는 방식으로 기회를 엿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중도성향 의원은 "윤 총장이 정계에 입문하더라도 국민의힘에 입당해서는 안 된다. 윤 총장의 확장력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보궐선거 이후 범보수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윤 총장을 비롯한 제3의 인물들이 유입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정세균 "정치하려나 보다 했지만…" 민주 "정치적 득실 따진 것"

반면 여권은 윤 총장이 정치적 득실을 따져 사퇴를 결정했다며, 파장 차단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탄압에 못 이겨 사퇴하는 것이 아니라, 정계 입문을 위해 자리를 던지는 거로 해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 정례브리핑에서 "윤 총장이 임기 내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받들고 국민 여망인 검찰개혁을 잘 완수해주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정 총리는 "최근 윤 총장의 행태를 보면 '정치를 하려나 보다'하는 느낌이 있었다"면서도 "(사의를 밝히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정부와) 전혀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사퇴가 민주당의 검찰 개혁에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검찰 개혁은 흔들림 없이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중단없는 개혁을 하겠다던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면서 "이제 '정치인 윤석열'이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오로지 윤석열 자신의 몫"이라고 밝혔습니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윤 총장 사퇴 직후 페이스북에 "사퇴 시점이 매우 석연치 않다"면서 "직무정지도 거부하면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더니 이제 와 갑자기 임기만료를 고작 4개월 앞두고 사퇴하겠다는 것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로 봐야 한다"고 썼습니다.

하필 국민의힘이 보궐선거 후보를 확정한 날 사퇴를 발표하면서, 보수진영에 관심이 쏠리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도 의심했습니다.

정의당도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윤 전 총장의 사퇴가 "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과 다름없다"며 "그동안의 행보가 정계 입문을 위한 알리바이 쌓기용이 아니었는지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논평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계획을 묻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 질의에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 지를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김 의원이 "봉사 방법에 정치도 들어가느냐"고 재차 묻자, 윤 전 총장은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예상 깬 ‘기습 사퇴’…정치권에 미칠 파장은?
    • 입력 2021-03-04 17:54:37
    취재K
오늘(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예고 없는 사퇴에 정치권도 술렁였습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임기는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정가에서도 윤 전 총장 임기가 끝나는 오는 7월 전에 중도 사퇴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기에, 사퇴를 미처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대립하며 반문(反文) 진영 대선 주자로 떠오른 만큼, 오늘 사퇴가 정치권에 미칠 영향에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 범보수 야권에선 '기대감'…주호영 "힘 합칠 수 있다"

윤 전 총장 사퇴는 우선, 범보수 야권의 정치 지형에 적잖은 영향을 줄 거로 보입니다.

당장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따라 다음 달 보궐선거 이후 야권 정계개편 향방이 달라질 거란 예측이 나옵니다. 윤 전 총장이 정계 입문을 공식화하면,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보수 세력이 재편될 거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복수의 야권 인사들은, 현 시점에선 윤 전 총장이 민주당과 맞대결할 가장 강력한 카드라고 말합니다. 국민의힘 '잠룡'들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낙연·이재명 2인에 크게 뒤처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새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는데, 예상보다 이른 윤 전 총장 사퇴에 야권 내 기대감이 커진 상황입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늘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은 필요하다면 윤석열 전 총장과 힘을 합쳐서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는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윤 전 총장과의 연대 의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윤 전 총장과 만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시간을 가지고 윤 전 총장의 뜻도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도 "만나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윤 전 총장이 직을 버리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국민들은 똑똑히 알고 있다"면서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윤 전 총장님의 앞날을 국민과 함께 응원하겠다"며 윤 총장에게 힘을 실었습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기존 정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비전전략위원인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순간, 검찰총장 시절 지휘했던 정권 관련 수사가 전부 야당과 내통한 결과라고 오해를 사게 될 것"이라며 "윤 총장은 당분간 잠행하며, 정당이 아닌 제3의 플랫폼을 만드는 방식으로 기회를 엿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중도성향 의원은 "윤 총장이 정계에 입문하더라도 국민의힘에 입당해서는 안 된다. 윤 총장의 확장력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보궐선거 이후 범보수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윤 총장을 비롯한 제3의 인물들이 유입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정세균 "정치하려나 보다 했지만…" 민주 "정치적 득실 따진 것"

반면 여권은 윤 총장이 정치적 득실을 따져 사퇴를 결정했다며, 파장 차단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탄압에 못 이겨 사퇴하는 것이 아니라, 정계 입문을 위해 자리를 던지는 거로 해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 정례브리핑에서 "윤 총장이 임기 내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받들고 국민 여망인 검찰개혁을 잘 완수해주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정 총리는 "최근 윤 총장의 행태를 보면 '정치를 하려나 보다'하는 느낌이 있었다"면서도 "(사의를 밝히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정부와) 전혀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사퇴가 민주당의 검찰 개혁에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검찰 개혁은 흔들림 없이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중단없는 개혁을 하겠다던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면서 "이제 '정치인 윤석열'이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오로지 윤석열 자신의 몫"이라고 밝혔습니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윤 총장 사퇴 직후 페이스북에 "사퇴 시점이 매우 석연치 않다"면서 "직무정지도 거부하면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더니 이제 와 갑자기 임기만료를 고작 4개월 앞두고 사퇴하겠다는 것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로 봐야 한다"고 썼습니다.

하필 국민의힘이 보궐선거 후보를 확정한 날 사퇴를 발표하면서, 보수진영에 관심이 쏠리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도 의심했습니다.

정의당도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윤 전 총장의 사퇴가 "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과 다름없다"며 "그동안의 행보가 정계 입문을 위한 알리바이 쌓기용이 아니었는지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논평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계획을 묻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 질의에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 지를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김 의원이 "봉사 방법에 정치도 들어가느냐"고 재차 묻자, 윤 전 총장은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