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톡] 화성탐사선에 왜 23년 전 ‘애플’ 부품이 사용됐을까?

입력 2021.03.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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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화성 표면에 무사히 착륙한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

첨단 우주공학의 결정체답게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 레이저, 드릴 등 각종 장비가 장착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 항공우주국(NASA)와 교신하며 화성 기후 탐사 임무를 수행하고 있죠.

그런데 이 탐사선의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는 무려 23년 전 구형 제품이 탑재돼 있다고 합니다.

부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CPU를 굳이 23년이나 된 제품으로 사용한 이유가 뭘까요?

우선은 화성의 기후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성은 인간이 숨 쉬고 살 수 있는 지구의 환경과는 전혀 다릅니다. 평균 온도가 영하 63도에 최저 온도는 영하 143도까지 떨어집니다. 기압은 지구의 0.6%이고 화성 대기의 주성분은 이산화탄소죠.

현 상태로는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정밀한 기계 장치에도 큰 타격을 줄 만한 환경입니다.

CPU는 작은 공간 안에 수많은 트랜지스터가 집약돼 고밀도 정보처리를 수행하는 장치입니다. 퍼서비어런스의 수많은 부품 가운데 유독 CPU의 선택을 놓고 미국 나사가 고민한 이유입니다.

최신 CPU가 성능은 더 좋겠지만, 화성 기후에서 활동하다가 자칫 고장이라도 나면 화성 탐사 자체가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퍼서비어런스 프로젝트에 24억 달러(약 2조7,000억 원)를 투입한 나사로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입니다.

고심하던 나사 연구진들의 눈에 띈 제품이 1998년 5월 애플이 출시한 소비자용 데스크톱, '아이맥 G3' 입니다.

1998년 출시된 애플 ‘아이맥 G3’1998년 출시된 애플 ‘아이맥 G3’

아이맥 G3는 애플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1998년 당시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지 1년이 갓 지난 시기였습니다. 수억 달러 부채에 허덕이던 애플로 돌아온 잡스는 소비자용 데스크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로 합니다. 바로 아이맥 G3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맥 시리즈는 큰 성공을 거뒀고, 이를 계기로 애플은 회생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맥 G3의 CPU는 파워PC 사의 750 프로세서가 사용됐는데, 233MHz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참고로 최근 애플이 출시한 M1 칩셋의 성능이 3.2GHz입니다. 약 14배가량 차이가 납니다.

화성의 혹독한 기후에 맞서기 위해서는 칩셋의 설계, 제조 완성도 등을 따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안 됩니다.

그 절충점에서 선택된 제품이 파워PC 750 프로세서인 겁니다. 참고로 파워PC는 애플과 IBM 등이 협력해 만든 제품입니다.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 CPU 위치(파란색 사각형)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 CPU 위치(파란색 사각형)

나사 측은 파워PC 750이 화성 기후에 견딜 수 있도록 개조했는데요. 영하 55도~영상 125도 기온과 방사선 노출에도 작동에 문제없도록 했습니다. 덕분에 1개당 가격은 20만달러(약 2억 2,500만 원)로 올라갔습니다.

23년 전 빈사 직전의 애플을 되살렸던 제품이, 2021년 현재 지구로부터 4억 7,100만km 떨어진 화성 탐사선에서 한 몫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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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크톡] 화성탐사선에 왜 23년 전 ‘애플’ 부품이 사용됐을까?
    • 입력 2021-03-07 09:03:42
    취재K

지난달 18일 화성 표면에 무사히 착륙한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

첨단 우주공학의 결정체답게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 레이저, 드릴 등 각종 장비가 장착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 항공우주국(NASA)와 교신하며 화성 기후 탐사 임무를 수행하고 있죠.

그런데 이 탐사선의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는 무려 23년 전 구형 제품이 탑재돼 있다고 합니다.

부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CPU를 굳이 23년이나 된 제품으로 사용한 이유가 뭘까요?

우선은 화성의 기후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성은 인간이 숨 쉬고 살 수 있는 지구의 환경과는 전혀 다릅니다. 평균 온도가 영하 63도에 최저 온도는 영하 143도까지 떨어집니다. 기압은 지구의 0.6%이고 화성 대기의 주성분은 이산화탄소죠.

현 상태로는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정밀한 기계 장치에도 큰 타격을 줄 만한 환경입니다.

CPU는 작은 공간 안에 수많은 트랜지스터가 집약돼 고밀도 정보처리를 수행하는 장치입니다. 퍼서비어런스의 수많은 부품 가운데 유독 CPU의 선택을 놓고 미국 나사가 고민한 이유입니다.

최신 CPU가 성능은 더 좋겠지만, 화성 기후에서 활동하다가 자칫 고장이라도 나면 화성 탐사 자체가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퍼서비어런스 프로젝트에 24억 달러(약 2조7,000억 원)를 투입한 나사로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입니다.

고심하던 나사 연구진들의 눈에 띈 제품이 1998년 5월 애플이 출시한 소비자용 데스크톱, '아이맥 G3' 입니다.

1998년 출시된 애플 ‘아이맥 G3’
아이맥 G3는 애플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1998년 당시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지 1년이 갓 지난 시기였습니다. 수억 달러 부채에 허덕이던 애플로 돌아온 잡스는 소비자용 데스크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로 합니다. 바로 아이맥 G3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맥 시리즈는 큰 성공을 거뒀고, 이를 계기로 애플은 회생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맥 G3의 CPU는 파워PC 사의 750 프로세서가 사용됐는데, 233MHz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참고로 최근 애플이 출시한 M1 칩셋의 성능이 3.2GHz입니다. 약 14배가량 차이가 납니다.

화성의 혹독한 기후에 맞서기 위해서는 칩셋의 설계, 제조 완성도 등을 따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안 됩니다.

그 절충점에서 선택된 제품이 파워PC 750 프로세서인 겁니다. 참고로 파워PC는 애플과 IBM 등이 협력해 만든 제품입니다.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 CPU 위치(파란색 사각형)
나사 측은 파워PC 750이 화성 기후에 견딜 수 있도록 개조했는데요. 영하 55도~영상 125도 기온과 방사선 노출에도 작동에 문제없도록 했습니다. 덕분에 1개당 가격은 20만달러(약 2억 2,500만 원)로 올라갔습니다.

23년 전 빈사 직전의 애플을 되살렸던 제품이, 2021년 현재 지구로부터 4억 7,100만km 떨어진 화성 탐사선에서 한 몫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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