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제왕 ‘독수리’ 농약 중독 수난

입력 2021.03.08 (13:48) 수정 2021.03.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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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5일, 농약에 중독돼 폐사한 독수리(사진제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지난달 15일, 농약에 중독돼 폐사한 독수리(사진제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 하늘의 제왕 '독수리' 농약 중독에 수난

지난달 15일, 충남 당진시의 한 들판에서 농약에 중독된 독수리 8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이 가운데 5마리는 죽어있는 상태였습니다. 나머지 3마리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들이 접근하자 급히 도망가려 했지만 탈진한 상태여서 별다른 저항 없이 어렵지 않게 구조했다고 합니다.

구조 현장에는 농약에 중독된 독수리들이 몸부림을 친 듯 곳곳에 깃털이 나뒹굴었고 폐사한 일부 독수리들은 야생동물이 물어뜯은 듯 사체가 심하게 훼손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 충남에서만 52마리의 독수리가 이렇게 농약에 중독된 채 발견됐습니다. 이 가운데 38마리는 치료를 받고 있거나 치료를 마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나머지 14마리는 폐사해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월동지인 한국에서 생을 마쳤습니다

농약에 중독된 독수리의 입을 벌려 강제로  토하게 하는 모습(사진제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농약에 중독된 독수리의 입을 벌려 강제로 토하게 하는 모습(사진제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 농약 중독에 취약한 독수리

독수리는 천연기념물 제243-1호이면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몸길이 1.2m 안팎, 날개를 펼친 길이가 2.5~3m나 되는 대형 맹금류로 흔히 하늘의 제왕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몽골과 만주 등에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오고 있습니다.

최상위 포식자인 독수리는 농약 중독에 취약합니다. 독수리는 사냥 대신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 청소동물의 특성을 지녔습니다. 이 때문에 먹이가 되는 사체의 폐사 원인이 독수리의 생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 됩니다. 납탄을 맞고 폐사한 동물을 먹게 되면 납중독이 되고 농약을 먹고 죽은 동물을 먹게 되면 농약 중독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충남에서 구조된 독수리는 모두 144마리인데 이 가운데 농약 중독사고가 92마리로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구조 원인인 전선이나 건물과의 충돌사고가 33건인 것과 비교하면 독수리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것은 바로 농약 중독입니다.

농약에 중독돼 탈진한 독수리의 구조 직전 모습(사진제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농약에 중독돼 탈진한 독수리의 구조 직전 모습(사진제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 여전한 밀렵..AI 확산으로 철새 기피현상까지

왜곡된 보신문화에 뿌리를 둔 밀렵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청둥오리나 가창오리, 기러기 등이 누군가 농약을 묻힌 볍씨 등을 먹고 폐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희생된 청둥오리나 기러기 등은 정확한 집계나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막대한 개체수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농약에 오염된 먹이를 먹고 죽은 오리나 기러기를 다시 독수리가 먹고 폐사하는 연쇄적인 피해는 왜곡된 보신문화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겨울부터는 철새 기피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주요 원인으로 철새가 지목되면서 철새 기피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철새가 먹이를 먹기 위해 축사나 마을 주변 농경지에 접근하게 되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철새의 접근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고 지난 겨울 예년보다 유독 많았던 독수리의 농약 중독에는 이런 철새 기피 현상이 또 다른 이유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농약에 중독된 뒤 그동안 치료와 회복을 마친 독수리 4마리가 오늘 충남 서산 천수만 A지구에 방사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이들 독수리들이 무사히 북상하기 전까지 먹이를 제공하고 야생적응 여부를 계속해서 관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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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의 제왕 ‘독수리’ 농약 중독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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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03-08 15:42:43
    취재K
 지난달 15일, 농약에 중독돼 폐사한 독수리(사진제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 하늘의 제왕 '독수리' 농약 중독에 수난

지난달 15일, 충남 당진시의 한 들판에서 농약에 중독된 독수리 8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이 가운데 5마리는 죽어있는 상태였습니다. 나머지 3마리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들이 접근하자 급히 도망가려 했지만 탈진한 상태여서 별다른 저항 없이 어렵지 않게 구조했다고 합니다.

구조 현장에는 농약에 중독된 독수리들이 몸부림을 친 듯 곳곳에 깃털이 나뒹굴었고 폐사한 일부 독수리들은 야생동물이 물어뜯은 듯 사체가 심하게 훼손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 충남에서만 52마리의 독수리가 이렇게 농약에 중독된 채 발견됐습니다. 이 가운데 38마리는 치료를 받고 있거나 치료를 마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나머지 14마리는 폐사해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월동지인 한국에서 생을 마쳤습니다

농약에 중독된 독수리의 입을 벌려 강제로  토하게 하는 모습(사진제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 농약 중독에 취약한 독수리

독수리는 천연기념물 제243-1호이면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몸길이 1.2m 안팎, 날개를 펼친 길이가 2.5~3m나 되는 대형 맹금류로 흔히 하늘의 제왕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몽골과 만주 등에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오고 있습니다.

최상위 포식자인 독수리는 농약 중독에 취약합니다. 독수리는 사냥 대신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 청소동물의 특성을 지녔습니다. 이 때문에 먹이가 되는 사체의 폐사 원인이 독수리의 생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 됩니다. 납탄을 맞고 폐사한 동물을 먹게 되면 납중독이 되고 농약을 먹고 죽은 동물을 먹게 되면 농약 중독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충남에서 구조된 독수리는 모두 144마리인데 이 가운데 농약 중독사고가 92마리로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구조 원인인 전선이나 건물과의 충돌사고가 33건인 것과 비교하면 독수리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것은 바로 농약 중독입니다.

농약에 중독돼 탈진한 독수리의 구조 직전 모습(사진제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 여전한 밀렵..AI 확산으로 철새 기피현상까지

왜곡된 보신문화에 뿌리를 둔 밀렵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청둥오리나 가창오리, 기러기 등이 누군가 농약을 묻힌 볍씨 등을 먹고 폐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희생된 청둥오리나 기러기 등은 정확한 집계나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막대한 개체수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농약에 오염된 먹이를 먹고 죽은 오리나 기러기를 다시 독수리가 먹고 폐사하는 연쇄적인 피해는 왜곡된 보신문화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겨울부터는 철새 기피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주요 원인으로 철새가 지목되면서 철새 기피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철새가 먹이를 먹기 위해 축사나 마을 주변 농경지에 접근하게 되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철새의 접근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고 지난 겨울 예년보다 유독 많았던 독수리의 농약 중독에는 이런 철새 기피 현상이 또 다른 이유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농약에 중독된 뒤 그동안 치료와 회복을 마친 독수리 4마리가 오늘 충남 서산 천수만 A지구에 방사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이들 독수리들이 무사히 북상하기 전까지 먹이를 제공하고 야생적응 여부를 계속해서 관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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