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 전세대출 사기…범인은 ‘사택’ 노렸다

입력 2021.03.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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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출 사기에 활용된 아파트는 법인이 전세 세입자인 아파트였습니다. 사기 일당은 법의 허점을 노렸습니다.부동산 대출 사기에 활용된 아파트는 법인이 전세 세입자인 아파트였습니다. 사기 일당은 법의 허점을 노렸습니다.

법인(회사)이 전세 세입자인 아파트를 사들인 뒤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깐깐한 은행의 대출 심사도 가뿐하게 속일 수 있었다는데요.

이들의 수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범인들이 노린 건 법인들이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사택입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들이 전세 형태로 세 들어있는 아파트를 주인들로부터 사들인 거죠. 전셋값이 오르다 보니 몇천만 원 정도만 내면 아파트가 일당의 손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손에 쥔 아파트를 갖고 이들은 은행을 찾았습니다.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기 위해서였죠.

일반적인 경우라면 세입자가 있고, 돌려줘야 할 전셋돈이 있다면 대출한도는 제한적이겠지만 이 경우는 달랐습니다.

범인들은 사택에 전입 신고를 하는 경우가 잘 없다는 점을 노렸습니다. 사기 대출 금액은 70여억 원에 달합니다.범인들은 사택에 전입 신고를 하는 경우가 잘 없다는 점을 노렸습니다. 사기 대출 금액은 70여억 원에 달합니다.

자기 집이 아닌 사택에 전입 신고를 하는 경우가 잘 없었기 때문이죠. 당연히 전입신고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등기부등본 등 서류상으로 그 집은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었던 겁니다.

범인들은 대출을 받을 때는 주로 자기네가 만든 또 다른 유령법인의 명의를 사용했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이들은 2019년부터 1년 넘게 은행에서 40여 회에 걸쳐 70여억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 사기 대출 악용된 허술한 제도…경찰, 관계기관에 개선책 주문

대담한 사기 행각이 발각되지 않았던 건 제도의 맹점 때문입니다.

이들은 대출을 받으며 세 들어있는 각 법인의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세입자로 등록된 법인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 법인들이 실질적으로는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습니다. 전셋돈이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어서였죠.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은행은 전세보증보험에서 보증금을 받았습니다. 실질적인 피해는 전세보증보험을 운영하는 보증보험회사들이 지게 되는 구조인 셈입니다.

부산경찰청부산경찰청

교묘하게 제도의 허점을 피해 나간 이들의 범행은 경찰의 수사 끝에 전모가 밝혀졌습니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34명을 검거하고 이들 중 6명을 구속, 28명을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대출서류 작성책, 담보물건 매입책, 유령법인 명의대표, 명의 수탁자 모집책, 명의 수탁자 등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대출 사기 범행을 실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범행에 발을 들인 공범들은 대출금의 5~10%를 대가로 지급받았습니다.

경찰은 “수사과정 상 확인된 제도상 허점과 관련해 금융권 대출 시 임차인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금융권과 보증보험 간 시스템 연계 등의 개선 필요성 등 범행방지를 위한 대책 개선안을 관계기관에 통보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증보험회사 측도 유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전세권 설정을 하지 않은 법인은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받아주지 않는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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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억 전세대출 사기…범인은 ‘사택’ 노렸다
    • 입력 2021-03-08 15:01:18
    취재K
부동산 대출 사기에 활용된 아파트는 법인이 전세 세입자인 아파트였습니다. 사기 일당은 법의 허점을 노렸습니다.
법인(회사)이 전세 세입자인 아파트를 사들인 뒤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깐깐한 은행의 대출 심사도 가뿐하게 속일 수 있었다는데요.

이들의 수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범인들이 노린 건 법인들이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사택입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들이 전세 형태로 세 들어있는 아파트를 주인들로부터 사들인 거죠. 전셋값이 오르다 보니 몇천만 원 정도만 내면 아파트가 일당의 손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손에 쥔 아파트를 갖고 이들은 은행을 찾았습니다.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기 위해서였죠.

일반적인 경우라면 세입자가 있고, 돌려줘야 할 전셋돈이 있다면 대출한도는 제한적이겠지만 이 경우는 달랐습니다.

범인들은 사택에 전입 신고를 하는 경우가 잘 없다는 점을 노렸습니다. 사기 대출 금액은 70여억 원에 달합니다.
자기 집이 아닌 사택에 전입 신고를 하는 경우가 잘 없었기 때문이죠. 당연히 전입신고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등기부등본 등 서류상으로 그 집은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었던 겁니다.

범인들은 대출을 받을 때는 주로 자기네가 만든 또 다른 유령법인의 명의를 사용했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이들은 2019년부터 1년 넘게 은행에서 40여 회에 걸쳐 70여억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 사기 대출 악용된 허술한 제도…경찰, 관계기관에 개선책 주문

대담한 사기 행각이 발각되지 않았던 건 제도의 맹점 때문입니다.

이들은 대출을 받으며 세 들어있는 각 법인의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세입자로 등록된 법인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 법인들이 실질적으로는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습니다. 전셋돈이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어서였죠.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은행은 전세보증보험에서 보증금을 받았습니다. 실질적인 피해는 전세보증보험을 운영하는 보증보험회사들이 지게 되는 구조인 셈입니다.

부산경찰청
교묘하게 제도의 허점을 피해 나간 이들의 범행은 경찰의 수사 끝에 전모가 밝혀졌습니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34명을 검거하고 이들 중 6명을 구속, 28명을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대출서류 작성책, 담보물건 매입책, 유령법인 명의대표, 명의 수탁자 모집책, 명의 수탁자 등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대출 사기 범행을 실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범행에 발을 들인 공범들은 대출금의 5~10%를 대가로 지급받았습니다.

경찰은 “수사과정 상 확인된 제도상 허점과 관련해 금융권 대출 시 임차인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금융권과 보증보험 간 시스템 연계 등의 개선 필요성 등 범행방지를 위한 대책 개선안을 관계기관에 통보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증보험회사 측도 유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전세권 설정을 하지 않은 법인은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받아주지 않는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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