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독일인 ‘갬성’ 자극하는 트라비…“테슬라? 내 뒤에 서!”

입력 2021.03.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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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도로엔 테슬라보다 트라비가 더 많다” (출처=NTV 홈페이지 화면)“독일 도로엔 테슬라보다 트라비가 더 많다” (출처=NTV 홈페이지 화면)

■ 단종된 지 30년 된 트라비, 테슬라보다 등록 대수 많아

구 동독의 국민차로 불렸던 트라반트, 애칭 '트라비'.

단종된 지 올해로 딱 30년이 된 이 빈티지 감성의 자동차가 독일 도로에 아직도 4만대 가까이 굴러다닌다고 합니다.

8일(현지시각) 독일 ntv에 따르면 트라비는 지난 10년 동안 등록 대수가 3,000대 늘었습니다.
2021년 1월 현재 독일에서 정확히 3만 8,173대의 트라비가 등록됐습니다.

독일 연방 자동차 운송 당국은 "동독 시대의 자동차가 전기자동차 테슬라를 뒤에 두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테슬라의 독일 내 등록 대수는 약 3만 4,000대입니다.

1991년 작 ‘트라비에게 갈채를’ 포스터1991년 작 ‘트라비에게 갈채를’ 포스터

■ 10년 걸려 인도받았던 동독 국민차 '트라비'

트라반트는 차의 모델명이자 동독 지역 작센주의 츠비카우에 있는 국영 자동차 기업이었습니다.

10년을 걸려 인도를 받았다는 건 트라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는 게 아니고 사회주의 경제 체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계획생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수요가 있지만, 굳이 생산량을 늘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구 동독에선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구매 신청을 한 뒤, 이때부터 차 살 돈을 모으기 시작해 9~10년 뒤 아이의 성인식 선물로 트라비를 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 트라비는 1959년 첫 생산 이후 모델의 디자인과 성능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합니다. 즉 1980년대 후반에 나온 트라비나 1960년대 생산된 트라비가 같은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는 건데, 이 역시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특성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품질 향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거죠.

이 차가 국민차가 된 건, 동독에서 만드는 거의 유일한 승용차였기 때문입니다.

트라비를 타고 관광을 즐기는 ‘트라비 사파리’.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마케팅의 일종으로 보인다.  트라비를 타고 관광을 즐기는 ‘트라비 사파리’.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마케팅의 일종으로 보인다.

■ 추억의 트라비, 독일인들의 '갬성'을 자극하다

1991년에 독일에서 개봉된 '트라비에 갈채를' 이란 영화가 있었습니다. 속편까지 만들어진 제법 흥행한 영화로 우리나라에서도 1992년 개봉했었죠.

통일 이후 구 동독 지역 가족이 트라비를 타고 로마에 가는 과정에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코미디 영화인데 통일 이후 소외감을 느끼던 동독인들의 모습을 그려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화가 개봉하던 해 트라비는 생산이 중단됐습니다. 구 동독 출신 주민들에게 트라비는 동독 그 자체였던 거죠.

그리고 30년이 지났습니다.

이 정도 세월이면 현대차가 만든 최초의 국산차 포니를 더는 도로에서 볼 수 없는 것처럼 트라비도 그럴 것 같은데, 참으로 끈질긴 생명력을 지녔습니다.

최근 10년간 등록 대수가 3,000대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트라비는 관광 상품으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의 한 여행사는 '트라비 사파리'라는 상품을 팔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트라비를 타고 시내 관광을 하는 건데 '가장 저렴한 상품이 30유로'라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일반 트라비도 있고 전기차로 개조한 트라비도 있습니다. 트라비를 빌려주는 렌터카 업체도 있는데 4시간에 125유로에 유류비가 별도니까 꽤 비싼 편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만들어진 지 최소 30년이 된 빈티지 감성의 자동차 트라비, 독일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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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독일인 ‘갬성’ 자극하는 트라비…“테슬라? 내 뒤에 서!”
    • 입력 2021-03-09 07:00:38
    특파원 리포트
“독일 도로엔 테슬라보다 트라비가 더 많다” (출처=NTV 홈페이지 화면)
■ 단종된 지 30년 된 트라비, 테슬라보다 등록 대수 많아

구 동독의 국민차로 불렸던 트라반트, 애칭 '트라비'.

단종된 지 올해로 딱 30년이 된 이 빈티지 감성의 자동차가 독일 도로에 아직도 4만대 가까이 굴러다닌다고 합니다.

8일(현지시각) 독일 ntv에 따르면 트라비는 지난 10년 동안 등록 대수가 3,000대 늘었습니다.
2021년 1월 현재 독일에서 정확히 3만 8,173대의 트라비가 등록됐습니다.

독일 연방 자동차 운송 당국은 "동독 시대의 자동차가 전기자동차 테슬라를 뒤에 두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테슬라의 독일 내 등록 대수는 약 3만 4,000대입니다.

1991년 작 ‘트라비에게 갈채를’ 포스터
■ 10년 걸려 인도받았던 동독 국민차 '트라비'

트라반트는 차의 모델명이자 동독 지역 작센주의 츠비카우에 있는 국영 자동차 기업이었습니다.

10년을 걸려 인도를 받았다는 건 트라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는 게 아니고 사회주의 경제 체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계획생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수요가 있지만, 굳이 생산량을 늘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구 동독에선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구매 신청을 한 뒤, 이때부터 차 살 돈을 모으기 시작해 9~10년 뒤 아이의 성인식 선물로 트라비를 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 트라비는 1959년 첫 생산 이후 모델의 디자인과 성능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합니다. 즉 1980년대 후반에 나온 트라비나 1960년대 생산된 트라비가 같은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는 건데, 이 역시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특성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품질 향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거죠.

이 차가 국민차가 된 건, 동독에서 만드는 거의 유일한 승용차였기 때문입니다.

트라비를 타고 관광을 즐기는 ‘트라비 사파리’.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마케팅의 일종으로 보인다.
■ 추억의 트라비, 독일인들의 '갬성'을 자극하다

1991년에 독일에서 개봉된 '트라비에 갈채를' 이란 영화가 있었습니다. 속편까지 만들어진 제법 흥행한 영화로 우리나라에서도 1992년 개봉했었죠.

통일 이후 구 동독 지역 가족이 트라비를 타고 로마에 가는 과정에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코미디 영화인데 통일 이후 소외감을 느끼던 동독인들의 모습을 그려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화가 개봉하던 해 트라비는 생산이 중단됐습니다. 구 동독 출신 주민들에게 트라비는 동독 그 자체였던 거죠.

그리고 30년이 지났습니다.

이 정도 세월이면 현대차가 만든 최초의 국산차 포니를 더는 도로에서 볼 수 없는 것처럼 트라비도 그럴 것 같은데, 참으로 끈질긴 생명력을 지녔습니다.

최근 10년간 등록 대수가 3,000대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트라비는 관광 상품으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의 한 여행사는 '트라비 사파리'라는 상품을 팔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트라비를 타고 시내 관광을 하는 건데 '가장 저렴한 상품이 30유로'라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일반 트라비도 있고 전기차로 개조한 트라비도 있습니다. 트라비를 빌려주는 렌터카 업체도 있는데 4시간에 125유로에 유류비가 별도니까 꽤 비싼 편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만들어진 지 최소 30년이 된 빈티지 감성의 자동차 트라비, 독일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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