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블라인드로 노조 결성·성과급 개선…커지는 MZ세대 목소리

입력 2021.03.09 (18:04) 수정 2021.03.09 (18: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MZ세대',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를 합친 말입니다.

대략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데요.

이 세대는 공정성, 투명성 등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를 지향한다고 합니다.

이 세대의 사회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문화에도 여러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데요.

어떤 변화들인지 오늘 ET 인사이트에서 알아봅니다.

산업부 정유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정 기자, 우선 LG전자에서 결성된 사무직 노조 소식이 눈에 띄는데요.

노조 설립 과정부터가 아주 독특하네요.

비대면으로 노조원을 모집했다고요.

[기자]

네, LG전자에서는 최초의 비대면 노조가 설립됐습니다.

지금 보시는 게 지난달 LG전자 직원들의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인데요.

제목이 '안 되겠다 형들, 내가 총대 멜게 사무직 노조'입니다.

보시면 어떻게 노조를 만들지 상세한 계획이 나와 있고요.

맨 아래쪽에 보시면 이렇게 가입 링크도 있습니다.

이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이메일과 소속 팀을 남기면 노조원 신청이 되는 겁니다.

실제로 이 방식으로 글 올린 지 2주 만에 천 명 가량이 모집됐고요.

3월 3일 자로 LG전자 최초의 사무직 노조가 결성됐습니다.

[앵커]

노조 설립이 이렇게 익명 커뮤니티에서 시작될 수 있었다는 게 참 신기한데요.

처음 주도한 게 어떤 분이었나요?

[기자]

네, 보통 노조위원장이나 집행부는 어느 정도 연차가 있는 직원이 맡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에는 MZ세대 직원들이 전면에 나섰다는 게 특징입니다.

아마 들으면 놀라우실 텐데요.

LG전자 스마트TV부서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31살의 4년차 직원 유준환 씨가 노조 결성을 주도했습니다.

집행부도 전부 30대의 젊은 직원들입니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같은 상위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았는데요.

정치적 논란을 피하고 LG전자의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MZ세대답게 다른 직원들과의 소통도 활발했습니다.

초반에 '신원 누출되면 어떡하냐', '이게 되겠냐' 하는 우려섞인 반응들이 나오자, 2주 정도 되는 기간동안 글을 10개 가까이 쓰면서 설립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수시로 공유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노조 설립 이유는 뭔가요?

사실 노조라고 하면 보통 생산직이나 서비스직을 떠올리잖아요.

대기업 사무직 직원들은 임금수준도 높고, 근로 환경도 상대적으로 쾌적한 편인데 노조까지 결성한 이유를 궁금해 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기자]

네, 그 점이 기존과는 약간 달라진 점인데요.

단순이 일이 힘드냐, 임금이 적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합리적인 이유, 공정한 대우를 요구하는 겁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최근의 성과급 논란이었는데요.

유 위원장의 이야기를 우선 들어보실까요?

[유준환/LG전자 사무직 노조위원장 : "아무래도 벌어들인 수익이나 아니면 임원들이 가져가는 성과급 연봉이나 그런 거에 비해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너무 많이 수익에 비해 분배를 못 받고 있지 않나..."]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는데요.

비슷한 실적의 타사에 비해 성과급이나 연봉 수준이 다소 낮은 수준이라는 주장입니다.

이게 꼭 LG전자 직원들에게서만 나오는 불만은 아닙니다.

다른 기업들에서도 성과급이나 인사 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시작은 SK하이닉스의 한 직원이 쓴 메일이었는데요.

4년차 직원이 성과급 액수에 항의하는 메일을 CEO를 비롯한 전체 임직원에게 공개로 보냈습니다.

결국 SK하이닉스, 영업이익과 성과급을 연동하는 걸로 제도를 바꿨죠.

카카오와 네이버에서도 성과급, 인사평가 방식 등에 대해 비슷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결국 '은둔형'으로 알려졌던 대표들이 직접 나와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앵커]

사실 연봉이나 성과급은 그동안은 그냥 '주는 대로 받는' 그런 거였잖아요.

합리적인 이유를 대라,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라, 이런 요구들이 나오고 있는 건데, 이런걸 요구할 수 있는 MZ세대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기자]

네, 전문가들은 변화한 기업환경과 MZ세대의 디지털 이용 능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서용구/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 "비대면 디지털 기술 활용도가 뛰어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외침도 굉장한 거죠. 단 한 사람의 인플루언서가 수십만, 수백만 명한테 영향력을 줄 수 있잖습니까."]

MZ세대는 SNS나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세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의견이라도 확산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결집하기도 쉽다는 거죠.

또 예전처럼 일단 취직하면 정년까지 다니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희석됐기 때문에 불만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가 더 수월해졌다, 이런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양의정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ET] 블라인드로 노조 결성·성과급 개선…커지는 MZ세대 목소리
    • 입력 2021-03-09 18:04:03
    • 수정2021-03-09 18:27:15
    통합뉴스룸ET
[앵커]

'MZ세대',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를 합친 말입니다.

대략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데요.

이 세대는 공정성, 투명성 등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를 지향한다고 합니다.

이 세대의 사회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문화에도 여러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데요.

어떤 변화들인지 오늘 ET 인사이트에서 알아봅니다.

산업부 정유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정 기자, 우선 LG전자에서 결성된 사무직 노조 소식이 눈에 띄는데요.

노조 설립 과정부터가 아주 독특하네요.

비대면으로 노조원을 모집했다고요.

[기자]

네, LG전자에서는 최초의 비대면 노조가 설립됐습니다.

지금 보시는 게 지난달 LG전자 직원들의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인데요.

제목이 '안 되겠다 형들, 내가 총대 멜게 사무직 노조'입니다.

보시면 어떻게 노조를 만들지 상세한 계획이 나와 있고요.

맨 아래쪽에 보시면 이렇게 가입 링크도 있습니다.

이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이메일과 소속 팀을 남기면 노조원 신청이 되는 겁니다.

실제로 이 방식으로 글 올린 지 2주 만에 천 명 가량이 모집됐고요.

3월 3일 자로 LG전자 최초의 사무직 노조가 결성됐습니다.

[앵커]

노조 설립이 이렇게 익명 커뮤니티에서 시작될 수 있었다는 게 참 신기한데요.

처음 주도한 게 어떤 분이었나요?

[기자]

네, 보통 노조위원장이나 집행부는 어느 정도 연차가 있는 직원이 맡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에는 MZ세대 직원들이 전면에 나섰다는 게 특징입니다.

아마 들으면 놀라우실 텐데요.

LG전자 스마트TV부서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31살의 4년차 직원 유준환 씨가 노조 결성을 주도했습니다.

집행부도 전부 30대의 젊은 직원들입니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같은 상위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았는데요.

정치적 논란을 피하고 LG전자의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MZ세대답게 다른 직원들과의 소통도 활발했습니다.

초반에 '신원 누출되면 어떡하냐', '이게 되겠냐' 하는 우려섞인 반응들이 나오자, 2주 정도 되는 기간동안 글을 10개 가까이 쓰면서 설립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수시로 공유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노조 설립 이유는 뭔가요?

사실 노조라고 하면 보통 생산직이나 서비스직을 떠올리잖아요.

대기업 사무직 직원들은 임금수준도 높고, 근로 환경도 상대적으로 쾌적한 편인데 노조까지 결성한 이유를 궁금해 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기자]

네, 그 점이 기존과는 약간 달라진 점인데요.

단순이 일이 힘드냐, 임금이 적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합리적인 이유, 공정한 대우를 요구하는 겁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최근의 성과급 논란이었는데요.

유 위원장의 이야기를 우선 들어보실까요?

[유준환/LG전자 사무직 노조위원장 : "아무래도 벌어들인 수익이나 아니면 임원들이 가져가는 성과급 연봉이나 그런 거에 비해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너무 많이 수익에 비해 분배를 못 받고 있지 않나..."]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는데요.

비슷한 실적의 타사에 비해 성과급이나 연봉 수준이 다소 낮은 수준이라는 주장입니다.

이게 꼭 LG전자 직원들에게서만 나오는 불만은 아닙니다.

다른 기업들에서도 성과급이나 인사 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시작은 SK하이닉스의 한 직원이 쓴 메일이었는데요.

4년차 직원이 성과급 액수에 항의하는 메일을 CEO를 비롯한 전체 임직원에게 공개로 보냈습니다.

결국 SK하이닉스, 영업이익과 성과급을 연동하는 걸로 제도를 바꿨죠.

카카오와 네이버에서도 성과급, 인사평가 방식 등에 대해 비슷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결국 '은둔형'으로 알려졌던 대표들이 직접 나와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앵커]

사실 연봉이나 성과급은 그동안은 그냥 '주는 대로 받는' 그런 거였잖아요.

합리적인 이유를 대라,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라, 이런 요구들이 나오고 있는 건데, 이런걸 요구할 수 있는 MZ세대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기자]

네, 전문가들은 변화한 기업환경과 MZ세대의 디지털 이용 능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서용구/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 "비대면 디지털 기술 활용도가 뛰어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외침도 굉장한 거죠. 단 한 사람의 인플루언서가 수십만, 수백만 명한테 영향력을 줄 수 있잖습니까."]

MZ세대는 SNS나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세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의견이라도 확산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결집하기도 쉽다는 거죠.

또 예전처럼 일단 취직하면 정년까지 다니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희석됐기 때문에 불만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가 더 수월해졌다, 이런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양의정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