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훈련 없는 첫 3월 한미훈련”…北에 주는 메시지는?

입력 2021.03.0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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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미연합훈련이 8일 시작돼 오는 18일까지 진행됩니다. 이번 연합훈련은 야외 기동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연례적ㆍ방어적 방어적 차원'의 훈련으로 진행된다고 군 당국은 밝혔습니다.

매년 하는 한미연합훈련이지만, 이번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라는 시기적 특수성 때문에 특히 주목받아 왔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줄곧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거세게 요구해 왔는데, 만약 북한이 이번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 무력 과시 등으로 응수한다면,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은 협상을 시작해 보기도 전에 '판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입니다.

■ 한미연합훈련 시작…北, 반응 없이 연일 경제성과 독려

한미연합훈련 이틀째인 9일 오후까지 북한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현재까지는 담화, 성명, 관영 매체 보도는 물론 선전매체까지 포함해 한미연합훈련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기간 종종 총참모부 대변인이나 외무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당·군·내각, 외곽기구, 선전매체 등을 동원해 비난했었는데요. 이런 매체를 통한 반응뿐 아니라 실제 특별한 움직임도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 노동신문 9일 자 3면 ‘지상연단’ 코너에 실린 간부들의 기고문.북한 노동신문 9일 자 3면 ‘지상연단’ 코너에 실린 간부들의 기고문.

북한은 대신 연일 경제성과 독려에 매진하는 모습입니다. 9일 자 노동신문은 1면 전체를 털어 사설과 기사, 사진 등을 실으며 금속공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3면 '지상연단'이라는 코너를 통해서는 내각과 경제 현장 간부들이 부문 간 협력 실패와 탁상행정, 형식주의 등 그동안 만연했던 문제점을 시인하며 자아비판하는 '공개 반성문'을 여러 편 싣기도 했습니다.

■ "3월 한미연합훈련에 실기동훈련 하지 않는 건 이번이 처음"

이번 한미연합훈련을 발표하며 합동참모본부는 "야외 기동훈련 없이 실시된다"라는 점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2년 전인 2019년 3월 기존의 키리졸브(KR) 훈련을 '동맹'이라는 이름의 연합지휘소훈련으로 축소 변경했고, 이후 '야외에서 하는 실기동훈련은 소규모로 연중 분산해 실시한다'는 원칙도 반복해 밝혀 왔지만, 야외 기동훈련이 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힌 건 이례적입니다.

한미연합지휘소훈련 모습.한미연합지휘소훈련 모습.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3월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한미가 실기동훈련을 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동안은 야외 기동훈련을 최소화해 진행했지만, 전혀 안 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실기동훈련은 대대급 이하 소규모로 연중 계속하고 있다"며 "그동안에는 3월 연합훈련 기간에도 조금씩 실기동 훈련을 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이 기간 기동훈련을 완전히 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한미연합훈련에서 3년 이상 실기동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엄밀히 말하면 맞지 않는 얘기"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도 "작년과 재작년에는 실기동훈련 기간이 한미연합훈련 기간과 조금씩 겹쳤고, 올해는 겹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결정에는 당연히 미군 측의 동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연합훈련에 대해 7일 "한미동맹은 코로나19 상황, 전투준비태세 유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야외기동훈련 없는' 첫 한미연합훈련…北에 주는 메시지?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더불어 '조정된 야외 기동훈련 방식'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시동을 건 이후 한미 군 당국이 줄곧 '로키'로 연합훈련을 진행해 오면서도 실기동 훈련 여부를 직접 언급하기보단 '소규모 연중 실시'라는 원칙만을 반복해 밝혀온 것도 이 같은 우려를 어느 정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실기동훈련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 고위당국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하는 방위적 성격의 연합훈련이 과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명확한 메시지'를 북한에 주고자 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입니다.

북한이 '남측이 한미연합훈련으로 먼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훈련을 군사적 도발의 명분으로 삼는 것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 '유연한 반응' 기대…北 호응할까

실제 정부는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북한의 유연한 반응을 주문하는 메시지를 반복해 발신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대변인은 한미연합훈련 첫날인 8일 이번 훈련이 방식과 규모 면에서 유연하고 최소화된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북한도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 상응해 지혜롭고 유연한 태도를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9일 "북이 군사훈련 과정에 대해 좀 더 인내하고 지혜롭게 평화로운 방식으로 대처한다면, 남측은 물론 미국 측에도 굉장히 좋은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군사훈련을 계기로 (북한발) 긴장이 조성된다면, 그것은 오히려 미국의 전략적 외면이나 강경한 태도를 불러올 수 있다"며 "북한도 조금 더 인내심 있게 이 과정을 바라보고 대처하길 바란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우리 정부로서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난제'로 꼽혔던 3월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필요한 연합훈련은 하면서도 북한에 반발의 명분은 제공하지 않고자 하는 취지로, 실제 북한을 향해 지속적으로 우리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다, 신경 쓰고 있다는 시그널도 보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제 관건은 북한이 이 같은 메시지에 호응할지 여부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미군 측과 협의해 결정된 만큼 미국 역시 북한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새롭게 대북 정책을 정립해 나가고 있는 시기, 북한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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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외훈련 없는 첫 3월 한미훈련”…北에 주는 메시지는?
    • 입력 2021-03-09 18:08:21
    취재K
3월 한미연합훈련이 8일 시작돼 오는 18일까지 진행됩니다. 이번 연합훈련은 야외 기동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연례적ㆍ방어적 방어적 차원'의 훈련으로 진행된다고 군 당국은 밝혔습니다.

매년 하는 한미연합훈련이지만, 이번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라는 시기적 특수성 때문에 특히 주목받아 왔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줄곧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거세게 요구해 왔는데, 만약 북한이 이번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 무력 과시 등으로 응수한다면,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은 협상을 시작해 보기도 전에 '판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입니다.

■ 한미연합훈련 시작…北, 반응 없이 연일 경제성과 독려

한미연합훈련 이틀째인 9일 오후까지 북한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현재까지는 담화, 성명, 관영 매체 보도는 물론 선전매체까지 포함해 한미연합훈련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기간 종종 총참모부 대변인이나 외무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당·군·내각, 외곽기구, 선전매체 등을 동원해 비난했었는데요. 이런 매체를 통한 반응뿐 아니라 실제 특별한 움직임도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 노동신문 9일 자 3면 ‘지상연단’ 코너에 실린 간부들의 기고문.
북한은 대신 연일 경제성과 독려에 매진하는 모습입니다. 9일 자 노동신문은 1면 전체를 털어 사설과 기사, 사진 등을 실으며 금속공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3면 '지상연단'이라는 코너를 통해서는 내각과 경제 현장 간부들이 부문 간 협력 실패와 탁상행정, 형식주의 등 그동안 만연했던 문제점을 시인하며 자아비판하는 '공개 반성문'을 여러 편 싣기도 했습니다.

■ "3월 한미연합훈련에 실기동훈련 하지 않는 건 이번이 처음"

이번 한미연합훈련을 발표하며 합동참모본부는 "야외 기동훈련 없이 실시된다"라는 점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2년 전인 2019년 3월 기존의 키리졸브(KR) 훈련을 '동맹'이라는 이름의 연합지휘소훈련으로 축소 변경했고, 이후 '야외에서 하는 실기동훈련은 소규모로 연중 분산해 실시한다'는 원칙도 반복해 밝혀 왔지만, 야외 기동훈련이 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힌 건 이례적입니다.

한미연합지휘소훈련 모습.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3월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한미가 실기동훈련을 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동안은 야외 기동훈련을 최소화해 진행했지만, 전혀 안 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실기동훈련은 대대급 이하 소규모로 연중 계속하고 있다"며 "그동안에는 3월 연합훈련 기간에도 조금씩 실기동 훈련을 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이 기간 기동훈련을 완전히 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한미연합훈련에서 3년 이상 실기동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엄밀히 말하면 맞지 않는 얘기"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도 "작년과 재작년에는 실기동훈련 기간이 한미연합훈련 기간과 조금씩 겹쳤고, 올해는 겹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결정에는 당연히 미군 측의 동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연합훈련에 대해 7일 "한미동맹은 코로나19 상황, 전투준비태세 유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야외기동훈련 없는' 첫 한미연합훈련…北에 주는 메시지?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더불어 '조정된 야외 기동훈련 방식'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시동을 건 이후 한미 군 당국이 줄곧 '로키'로 연합훈련을 진행해 오면서도 실기동 훈련 여부를 직접 언급하기보단 '소규모 연중 실시'라는 원칙만을 반복해 밝혀온 것도 이 같은 우려를 어느 정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실기동훈련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 고위당국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하는 방위적 성격의 연합훈련이 과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명확한 메시지'를 북한에 주고자 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입니다.

북한이 '남측이 한미연합훈련으로 먼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훈련을 군사적 도발의 명분으로 삼는 것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 '유연한 반응' 기대…北 호응할까

실제 정부는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북한의 유연한 반응을 주문하는 메시지를 반복해 발신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대변인은 한미연합훈련 첫날인 8일 이번 훈련이 방식과 규모 면에서 유연하고 최소화된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북한도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 상응해 지혜롭고 유연한 태도를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9일 "북이 군사훈련 과정에 대해 좀 더 인내하고 지혜롭게 평화로운 방식으로 대처한다면, 남측은 물론 미국 측에도 굉장히 좋은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군사훈련을 계기로 (북한발) 긴장이 조성된다면, 그것은 오히려 미국의 전략적 외면이나 강경한 태도를 불러올 수 있다"며 "북한도 조금 더 인내심 있게 이 과정을 바라보고 대처하길 바란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우리 정부로서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난제'로 꼽혔던 3월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필요한 연합훈련은 하면서도 북한에 반발의 명분은 제공하지 않고자 하는 취지로, 실제 북한을 향해 지속적으로 우리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다, 신경 쓰고 있다는 시그널도 보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제 관건은 북한이 이 같은 메시지에 호응할지 여부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미군 측과 협의해 결정된 만큼 미국 역시 북한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새롭게 대북 정책을 정립해 나가고 있는 시기, 북한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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