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 보자 맨손으로 방범창 뜯고…불길 속 주민 구한 군인

입력 2021.03.09 (19:38) 수정 2021.03.0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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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의 한 다세대주택이 불길에 휩싸이자 김도현 상병이 방범창을 뜯고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 "폭발음이 3~4회 들렸어요"

오늘(9일) 새벽 2시 30분쯤, 충북 청주시 내덕동의 3층짜리 다세대주택에서 갑자기 화염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불길은 주변으로 삽시간에 번지더니, 짙은 연기가 주택을 감쌌습니다.

모두가 잠든 시각, 12가구가 몰려 사는 주택에 불이 나자 방 안에 있던 주민들은 급히 외투만 걸친 채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불이야"라고 외치며, 탈출하는 주민들 사이로 어디에선가 나타난 두 명의 20대 청년.

불이 난 주택 옆 건물에서 " 폭발음 3~4회 정도가 들려 밖으로 나왔다"던 이 청년들은 휴가 나온 경기도 고양시의 육군 30기갑여단 김도현 상병과 그의 친구인 청주대학교 한 학생이었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불길을 목격한 두 청년, 곧장 화재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가스 폭발을 우려한 김도현 상병이 주민 10여 명을 큰 도로로 급히 대피시키고 있다.


■ "살려주세요!"… 시민 구출하러 용감하게 뛰어든 두 청년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구조 요청 목소리. 주택 지하방에서 불길에 갇힌 40대 어머니와 10대 자녀였습니다.

불이 금세 지하 방문까지 번지자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었던 상황에서 모녀는 방범창을 두드리면서 구조 요청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겁니다.

간절하고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김 상병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사람부터 살려야 겠다는 생각에 굳게 못으로 박힌 높이 1m, 길이 3m가량의 방범창을 발로 차고, 손으로 흔들며 무작정 맨손으로 뜯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두 모녀는 김 상병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김 상병 일행의 구조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미 불길이 번져 2층에서 내려오지 못했던 주민이 아슬아슬하게 담벼락을 타자 이를 목격하고 자신의 몸을 받쳐가며 구조하기도 했습니다.

또, 밖에서 우왕좌왕하는 주민 10여 명을 큰 도롯가까지 대피시키기도 했습니다. 건물 안에 있던 LPG 통이 폭발해 주변 주택과 주민들에게 2차 피해를 줄 것을 염려해섭니다.

그 새, 김 상병의 친구는 자신의 집에서 소화기를 들고 나와 불이 난 지점까지 달려가 불을 끄기도 했습니다.

충북 청주 동부소방서 화재조사반 대원이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충북 청주 동부소방서 화재조사반 대원이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누군가 불 지른 것 같다"… 경찰, '방화 의심' 조사 착수

두 청년이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을 돕고 있는 새, 출동한 소방대원은 20여 분만에 불을 끌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12가구 가운데 3가구가 타 소방서 추산 1,4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났습니다.

경찰은 " 술을 마신 주민이 불을 지른 것 같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등을 토대로 방화 범죄를 의심하고 있는데요. 국과수 합동 감식과 주변 CCTV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예정입니다.

전역 6개월 앞두고 휴가를 나왔던 김 상병은 취재진에게 "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화재 속에서 위험에 빠진 주민분들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는데요.

취재 결과, 김 상병은 지난 1월, 소속 부대에서 '모범 용사' 표창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상병 소속 부대에서 직접 확인한 공적 내용은 이렇습니다. "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하고, 솔선수범의 자세로 타의 모범이 되어 이에 표창합니다."

흔하고 평범한 이 문구를, 김 상병은 위급한 상황에서 이웃의 생명을 살리는 용기로 여지없이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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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염 보자 맨손으로 방범창 뜯고…불길 속 주민 구한 군인
    • 입력 2021-03-09 19:38:18
    • 수정2021-03-09 20:14:46
    취재K
충북 청주의 한 다세대주택이 불길에 휩싸이자 김도현 상병이 방범창을 뜯고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 "폭발음이 3~4회 들렸어요"

오늘(9일) 새벽 2시 30분쯤, 충북 청주시 내덕동의 3층짜리 다세대주택에서 갑자기 화염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불길은 주변으로 삽시간에 번지더니, 짙은 연기가 주택을 감쌌습니다.

모두가 잠든 시각, 12가구가 몰려 사는 주택에 불이 나자 방 안에 있던 주민들은 급히 외투만 걸친 채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불이야"라고 외치며, 탈출하는 주민들 사이로 어디에선가 나타난 두 명의 20대 청년.

불이 난 주택 옆 건물에서 " 폭발음 3~4회 정도가 들려 밖으로 나왔다"던 이 청년들은 휴가 나온 경기도 고양시의 육군 30기갑여단 김도현 상병과 그의 친구인 청주대학교 한 학생이었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불길을 목격한 두 청년, 곧장 화재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가스 폭발을 우려한 김도현 상병이 주민 10여 명을 큰 도로로 급히 대피시키고 있다.


■ "살려주세요!"… 시민 구출하러 용감하게 뛰어든 두 청년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구조 요청 목소리. 주택 지하방에서 불길에 갇힌 40대 어머니와 10대 자녀였습니다.

불이 금세 지하 방문까지 번지자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었던 상황에서 모녀는 방범창을 두드리면서 구조 요청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겁니다.

간절하고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김 상병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사람부터 살려야 겠다는 생각에 굳게 못으로 박힌 높이 1m, 길이 3m가량의 방범창을 발로 차고, 손으로 흔들며 무작정 맨손으로 뜯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두 모녀는 김 상병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김 상병 일행의 구조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미 불길이 번져 2층에서 내려오지 못했던 주민이 아슬아슬하게 담벼락을 타자 이를 목격하고 자신의 몸을 받쳐가며 구조하기도 했습니다.

또, 밖에서 우왕좌왕하는 주민 10여 명을 큰 도롯가까지 대피시키기도 했습니다. 건물 안에 있던 LPG 통이 폭발해 주변 주택과 주민들에게 2차 피해를 줄 것을 염려해섭니다.

그 새, 김 상병의 친구는 자신의 집에서 소화기를 들고 나와 불이 난 지점까지 달려가 불을 끄기도 했습니다.

충북 청주 동부소방서 화재조사반 대원이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누군가 불 지른 것 같다"… 경찰, '방화 의심' 조사 착수

두 청년이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을 돕고 있는 새, 출동한 소방대원은 20여 분만에 불을 끌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12가구 가운데 3가구가 타 소방서 추산 1,4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났습니다.

경찰은 " 술을 마신 주민이 불을 지른 것 같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등을 토대로 방화 범죄를 의심하고 있는데요. 국과수 합동 감식과 주변 CCTV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예정입니다.

전역 6개월 앞두고 휴가를 나왔던 김 상병은 취재진에게 "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화재 속에서 위험에 빠진 주민분들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는데요.

취재 결과, 김 상병은 지난 1월, 소속 부대에서 '모범 용사' 표창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상병 소속 부대에서 직접 확인한 공적 내용은 이렇습니다. "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하고, 솔선수범의 자세로 타의 모범이 되어 이에 표창합니다."

흔하고 평범한 이 문구를, 김 상병은 위급한 상황에서 이웃의 생명을 살리는 용기로 여지없이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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