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기사가 말도 안 걸어”…‘카카오T블루’가 뭐길래

입력 2021.03.09 (19:42) 수정 2021.03.1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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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카카오'라고 쓰여 있잖아요. 이거 보면 수군대고 말도 안 건다니까요"

충북 청주시 외곽의 한 LPG 충전소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진철 씨는 기자를 만나자 하소연부터 했습니다.

최근 모바일 콜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가입했는데, 얼마 전부터 충전소마다 '카카오T블루' 반대 벽보가 붙더니 동료 기사들과 말 섞기도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지난달에는 충북개인택시조합에서 제명됐다는 통보도 받았습니다. 김 씨처럼 제명 통보를 받은 조합원은 80여 명.

조합에서 제명되면 택시공제조합 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세금 신고도 직접 해야 합니다. 차령(車齡) 연장은 물론 교통 민원이나 사고처리 지원 서비스도 받을 수 없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 '카카오 거부' 택시업계 합의 깨져

충북지역 택시 조합들은 '카카오T블루'가 지역 택시업계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지역에서 운영하는 콜택시 서비스 '안심콜'을 위협하고, 높은 수수료로 기사들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기사와 승객이 무료로 이용했던 '카카오T'와 달리 가맹비를 내야 하는 점도 부정적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결국, 지난해 4월 충북택시운송사업조합(법인택시)과 충북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카카오T블루'에 가입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카카오가 '카카오T블루' 택시에만 장거리·우량콜을 몰아주고, 수수료를 가져갈 경우 지역 택시업계를 분열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합의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일부 법인택시 사업자들이 '카카오T블루' 가맹을 시작한 겁니다. 반년여 만에 충북 청주지역 법인 택시 가운데 '카카오T블루'가 400대를 넘어섰습니다.

카카오가 충북 청주지역에 할당한 700대 가운데 절반 이상을 법인에서 가져간 셈입니다.


■ "법인택시 '카카오T블루' 진출로 개인택시 갈등 커져"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개인택시 기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법인택시의 참여로 많게는 절반까지 수입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T블루'는 콜이 잘 들어온다는 소문에 200대 남짓 남은 가맹을 차지하기 위해 기사들 간에 경쟁이 붙었습니다. 충북 청주지역 개인택시 가맹은 순식간에 120대까지 늘었습니다.

다른 개인택시조합원들은 반발했습니다.

120명의 조합원이 '신사협정'을 위반해 다른 조합원들의 이익을 해쳤다는 겁니다. 카카오 측이 법인택시보다 개인택시에 1%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데, 지역 택시업계 전체의 이익은 생각하지 않고 가입한 만큼 이들을 조합에서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개인택시조합 충북 청주시지부는 '카카오T블루'에 가입한 택시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가맹을 시작하려면 새로운 갓등을 달고 차 표면을 래핑하는 등 별도의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작업을 하는 장소를 찾아가 번호판을 하나씩 확인한 겁니다. 또 다른 택시기사 A 씨는 "운행 중에 가맹 택시를 보면 조합에 차 번호를 신고해달라는 연락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 조합원 자격 박탈… "카카오가 갈등 조장"

충북 청주지역 조합원들의 요구를 받은 충북개인택시조합은 지난달 말, 대의원 총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카카오T블루'에 가입한 조합원 120명 가운데 충북 청주시지부가 확인한 80여 명에 대해 조합원 자격 박탈을 의결했습니다. '카카오T블루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조합의 결정을 따르지 않아 다른 조합원들의 이익을 해치고,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에섭니다.

충북개인택시조합은 카카오가 갈등을 조장한 면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종석 이사장은 "카카오 측이 가맹 택시를 제한하고 콜을 다 몰아주다 보니 조합원들끼리 싸움이 날 수밖에 없다"면서 "원하는 기사들은 가맹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 측은 가맹 택시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2019년, 사회적 대타협을 거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마련됐고, 이에 따라 가맹사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겁니다.


■ '카카오T블루' 기사들 소송 예고… 조합, "징계 재검토"

조합에서 제명 통보를 받은 개인택시 기사들은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조합원을 제명한 서울개인택시조합이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만큼 조합을 상대로 소송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측은 "운영사인 KM솔루션을 통해 가맹사업주들에 법률자문과 소송 등 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충북개인택시조합과 청주시지부는 제명 집행을 미루고, 조합원 징계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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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9 19:42:33
    • 수정2021-03-10 13:29:35
    취재K

"여기 '카카오'라고 쓰여 있잖아요. 이거 보면 수군대고 말도 안 건다니까요"

충북 청주시 외곽의 한 LPG 충전소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진철 씨는 기자를 만나자 하소연부터 했습니다.

최근 모바일 콜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가입했는데, 얼마 전부터 충전소마다 '카카오T블루' 반대 벽보가 붙더니 동료 기사들과 말 섞기도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지난달에는 충북개인택시조합에서 제명됐다는 통보도 받았습니다. 김 씨처럼 제명 통보를 받은 조합원은 80여 명.

조합에서 제명되면 택시공제조합 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세금 신고도 직접 해야 합니다. 차령(車齡) 연장은 물론 교통 민원이나 사고처리 지원 서비스도 받을 수 없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 '카카오 거부' 택시업계 합의 깨져

충북지역 택시 조합들은 '카카오T블루'가 지역 택시업계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지역에서 운영하는 콜택시 서비스 '안심콜'을 위협하고, 높은 수수료로 기사들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기사와 승객이 무료로 이용했던 '카카오T'와 달리 가맹비를 내야 하는 점도 부정적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결국, 지난해 4월 충북택시운송사업조합(법인택시)과 충북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카카오T블루'에 가입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카카오가 '카카오T블루' 택시에만 장거리·우량콜을 몰아주고, 수수료를 가져갈 경우 지역 택시업계를 분열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합의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일부 법인택시 사업자들이 '카카오T블루' 가맹을 시작한 겁니다. 반년여 만에 충북 청주지역 법인 택시 가운데 '카카오T블루'가 400대를 넘어섰습니다.

카카오가 충북 청주지역에 할당한 700대 가운데 절반 이상을 법인에서 가져간 셈입니다.


■ "법인택시 '카카오T블루' 진출로 개인택시 갈등 커져"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개인택시 기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법인택시의 참여로 많게는 절반까지 수입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T블루'는 콜이 잘 들어온다는 소문에 200대 남짓 남은 가맹을 차지하기 위해 기사들 간에 경쟁이 붙었습니다. 충북 청주지역 개인택시 가맹은 순식간에 120대까지 늘었습니다.

다른 개인택시조합원들은 반발했습니다.

120명의 조합원이 '신사협정'을 위반해 다른 조합원들의 이익을 해쳤다는 겁니다. 카카오 측이 법인택시보다 개인택시에 1%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데, 지역 택시업계 전체의 이익은 생각하지 않고 가입한 만큼 이들을 조합에서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개인택시조합 충북 청주시지부는 '카카오T블루'에 가입한 택시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가맹을 시작하려면 새로운 갓등을 달고 차 표면을 래핑하는 등 별도의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작업을 하는 장소를 찾아가 번호판을 하나씩 확인한 겁니다. 또 다른 택시기사 A 씨는 "운행 중에 가맹 택시를 보면 조합에 차 번호를 신고해달라는 연락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 조합원 자격 박탈… "카카오가 갈등 조장"

충북 청주지역 조합원들의 요구를 받은 충북개인택시조합은 지난달 말, 대의원 총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카카오T블루'에 가입한 조합원 120명 가운데 충북 청주시지부가 확인한 80여 명에 대해 조합원 자격 박탈을 의결했습니다. '카카오T블루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조합의 결정을 따르지 않아 다른 조합원들의 이익을 해치고,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에섭니다.

충북개인택시조합은 카카오가 갈등을 조장한 면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종석 이사장은 "카카오 측이 가맹 택시를 제한하고 콜을 다 몰아주다 보니 조합원들끼리 싸움이 날 수밖에 없다"면서 "원하는 기사들은 가맹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 측은 가맹 택시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2019년, 사회적 대타협을 거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마련됐고, 이에 따라 가맹사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겁니다.


■ '카카오T블루' 기사들 소송 예고… 조합, "징계 재검토"

조합에서 제명 통보를 받은 개인택시 기사들은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조합원을 제명한 서울개인택시조합이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만큼 조합을 상대로 소송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측은 "운영사인 KM솔루션을 통해 가맹사업주들에 법률자문과 소송 등 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충북개인택시조합과 청주시지부는 제명 집행을 미루고, 조합원 징계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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